BOYNEXTDOOR의 미니 3집 ‘19.99’의 ‘Trailer Film : Mysterious 20’는 전 세계 열아홉 살 중 단 한 명만을 위한 슈퍼 랩톱이 운학의 손에 들어오며 시작된다. 실제로 수개월 뒤 성인이 되는 운학은 하루아침에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으나, 마치 아포칼립스 같은 상황에 놓인 듯하다. “모든 비밀을 알게 될” 슈퍼 랩톱 속 정보는 성인이 된 이후의 삶으로 치환되고, 19세의 대표성을 부여받은 운학은 미지의 세계 같은 20세에 닿을 때까지 끊임없이 달린다. 트레일러 필름은 팀 내 유일한 10대 운학이 곧 성인이 된다는 실제 BOYNEXTDOOR의 상황을 앨범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19.99’는 “미성년자인 지금을 보내주고 싶지” 않았던 운학이 형들과 함께 써 내려가는 마지막 10대의 기록이 된다.
새벽 4시가 다 되어갈 때까지 청춘에 대해 논하던 형들로부터 강제 “귀가 조치”되었던 ‘l i f e i s c o o l’의 “운아기”는 옛이야기다. ‘부모님 관람불가’의 운학은 “오빠, 엄마 진짜 화났어”라는 동생의 만류에도 “So what?”이라 대꾸한다. “통금 오늘만 4am”이니 형들에게 “제대로 놀 준비 됐지?” 묻는 당돌함도 갖췄다. 2절의 “장난 혹은 방황”에서는 관절을 고정시켜 팝을 주는 로보팅 스타일을 선보이고 “Please don’t tell my mom and daddy”에도 어절마다 상체의 강약을 조절해 메시지를 강조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창가 앞에서 “I love you baby”를 열창하던 ‘Serenade’의 소년은 이별을 직감한 뒤 너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창을 깰 ‘돌멩이’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못 들은 척”(‘Crying’) 회피하거나, “애쓰진 않”겠다던(‘Dear. My Darling’) 수동적인 자세도 바꿨다. ‘돌멩이’는 상대방과의 심적 거리를 극복하고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 싶다는 직관적인 은유다. 점진적으로 빨라지는 비트 위에 힘껏 외치는 떼창 “hate this word”, 뒤이어 등장하는 “날 버리지 마”는 사랑 앞에서 숨김 없이 내뱉은 소년의 처절한 마음이다.
‘Nice Guy’는 BOYNEXTDOOR가 그들을 ‘Boy’가 아닌 ‘Guy’로 새롭게 명명한 만큼, 그동안의 자신감이 폭발하듯 분출되어 자신의 매력에 도취한 경지에 이른다. 고백을 앞둔 소년의 들뜬 마음을 표현한 ‘One and Only’처럼 자기애와 자신감으로 가득 찼지만 결은 분명 다르다. 레트로한 신스 리프와 리드미컬한 브라스가 어우러진 ‘Nice Guy’는 머리를 쓸어넘기는 제스처와 손짓 한 번이면 다섯 명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여유로움으로 구성되었다. 홀로 거울을 보며 “향수 칙 하고 이 한 번 확인”(‘One and Only’)했던 브이 사인은 “You like me right?”(‘Nice Guy’) 하고 넌지시 묻는 포즈로 거듭났다. “딴 데 가기 전에 넘어” 오라던 ‘One and Only’ 속 소년은 어느덧 “너만의 사람은 어렵”다며 검지 손가락을 젓는 여유까지 갖췄다. “타고난 끼가 운명인가 봐” 같은 자화자찬의 가사는 스스로에 대한 자아도취이자, 대중을 향한 BOYNEXTDOOR의 플러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플러팅은 의문문으로 끝맺으며 상대로부터 자기 확신을 얻고자 하는 솔직함 덕분에 여전히 귀여울 수 있다. “Nice guy, fresh guy”라며 자신 있게 소개하지만, “맞지, right?” 하고 되물으며 상대방의 생각을 궁금해한다. 브리지에서 “Please don’t go away”라고 말 “할 거지?”라며 눈빛을 보내지만, 대답을 듣기 전에 나도 원한다는(“I want it too”) 투명한 속마음이 먼저 새어 나오고 만다. 2월 26일 위버스 포스트를 필두로 BOYNEXTDOOR가 오랜 시간 고민해온 “멋있는 사람”의 정의는 매사에 여유롭고 모두가 인정하는 ‘Nice Guy’지만, 아직은 상대의 생각을 알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19.99세다.
‘19.99’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는 솔직함이다. BOYNEXTDOOR는 청춘의 그림자까지 가감 없이 표현한다. ‘스물’은 흔히 “좋을 때”라 받아들여지는 나이지만, 스무 살이 될 준비가 됐냐는(“Ready to be twenty?”) 물음에 태산은 “스물은 보낸 지 오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I don’t think so”) 일축한다. 어쿠스틱한 기타 리프 위에 담담한 어조로 운을 띄우며 모든 게 쉬워 보인 어린 시절과 달리 아프고 괴롭기만 할 뿐이라며 스스로 “ugly twenty”, “싸가지 twenty”임을 터놓는 자기 고백의 현장이다. “대학, 재수, 취업”을 겪다 보면 스스로가 남들보다 느리지는 않은지, 실수한 건 없는지 걱정하고, 때로는 주눅 들 때도 있다. 그러나 BOYNEXTDOOR는 ‘Call Me’를 통해 20대에 처음 발을 디딘 모두에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잖아 / 좀 주눅 들지 말고”라며 당부한다. 외로울 때는 “미친 척 그냥 울어보”고, 남 몰래 “밤새 숨죽여 울지” 말고, “화가 나면 소릴” 지르자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용기를 준다. “청춘이라면 자유로우면서도 미숙한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성호의 말처럼, 평균 나이 19.5세의 BOYNEXTDOOR는 같은 Z세대의 청춘이 어른이 되는 과도기로서 가진 민낯까지 드러낸다(9월 9일 기준). 그리고 그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스물’에 대한 넋두리는 “ugly twenty”, “싸가지 twenty”를 지나 결국 “Glory Twenty”로 종결된다. 모든 사람이 따뜻한 청춘을 보내길 바라는 BOYNEXTDOOR의 바람이자, 동시에 이들이 맞이할 “빛나는 스무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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