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의 강렬한 에너지에 심장이 뛰던 소년은 이제 무대 위에서 숨 가쁘게 뛰어다니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Z세대로서 솔직한 청춘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는 보이넥스트도어 태산과 함께 그의 세계를 채워준 록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록의 매력에 빠지다
태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분출하는 록 음악 고유의 분위기가 굉장히 멋있다고 느껴졌어요. 옛 록 밴드들의 무대 영상을 보면 로커들이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퍼포먼스를 하는데, 그런 자연스러운 멋이나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평소 저는 기승전결이 확실하거나 코러스에서 고조되는 음악들을 좋아해서 록 음악이 주는 여운이 커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가 제일 좋은 음악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좋은 음악 들어야지.’ 하면 록을 자주 찾게 돼요. 또 록 음악도 세부 장르가 많아서 어떤 록을 듣는지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드팝 성향이 섞인 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고, 얼터너티브 록이나 헤비메탈 같은 록 음악을 들으면 신이 나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듯한 에너지를 얻어요.
태산의 록 취향
태산: 대부분의 록 밴드를 좋아하지만 비틀스(The Beatles), 너바나(Nirvana), 오아시스(Oasis),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를 가장 좋아해요. 한국에서는 신해철 선배님을 가장 좋아하는데, 아버지가 그 시절의 에피소드나 배경을 들려주시며 음악을 추천해주셔서 넥스트(N.EX.T)의 음악도 혼자 자주 찾아 들었어요. 특히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는 월말 평가를 한 적이 있는 곡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어릴 적 키우던 병아리가 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낸 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저보다 이전 세대의 음악들에 끌리는 건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20~30대 청춘의 반항적이고 휘몰아치는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서라고 생각해요. 또 저는 기타리스트분들의 연주를 듣는 것도 좋아해요. 스티브 바이(Steve Vai)가 40~50대에 보여준 기타 연주를 보면서 연륜이 있는 분들만의 섹시함과 멋이 있다고 느꼈어요. 일렉트릭 기타는 이펙트를 어떻게 거느냐에 따라 쨍한 사운드도 되고, 그런지한 느낌을 낼 수도 있고, 감미로운 느낌을 낼 수도 있어서 다양한 매력이 있어요. 특히 록 밴드 공연에서 기타 솔로가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모습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그런 퍼포먼스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록을 즐기는 태산만의 방법
태산: 음악 제작 에피소드나 비하인드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종종 찾아보는 편이에요. 옛날 록 밴드들은 비하인드 영상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인터뷰만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이 노래는 어떤 상황에서 영감을 받아서 어떤 주제로 만들었다.’라는 인터뷰만 읽은 다음 노래를 들으면서 ‘이 사람이 음악을 만들었을 때 이런 감정이었을 수도 있겠다.’라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비틀스가 그런 에피소드가 많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알고리즘에 가수들의 음악이 뜨면 거의 모든 곡을 들어보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밴드 음악의 대표 곡들은 결국 대중성 있는 곡들이라 생각해서, 대표 곡을 먼저 접하고 그다음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아티스트만의 색깔이 강한 곡들을 파헤쳐요. 일단 음악을 들으면서 먼저 느끼고, ‘와, 이 노래 좋다.’ 하면 가사를 찾아보고 그다음에 무조건 라이브 무대도 한 번 찾아봐요. 라이브 영상을 보면 그때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 이제 록만큼은 제가 아버지보다 많이 아는 것 같긴 하네요.(웃음) 그리고 저는 록은 차로 이동할 때 헤드셋을 끼고 볼륨을 엄청 높여서 듣거나 숙소에서 스피커로 들어요.
음악을 넘어 패션까지, 록 스피릿(Rock Spirit)
태산: 스타일링할 땐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옷을 고르는데, 그러다 보니 패션에도 제가 좋아하는 록 스타일이 많이 반영되는 편이에요. 록 음악은 장르 자체가 주는 에너지나 표현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록의 콘셉트나 이미지의 영향을 받는다고 느껴요. 록 스타 중에서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분이 보여주시는 스타일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스트라이프 티셔츠나 찢어진 청바지 같이 그런지한 느낌의 옷들을 샀죠. 록 밴드 로고 티셔츠도 많이 갖고 있는 편인데, 사실 그건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밴드들이 멋있게 프린팅된 옷을 갖고 싶어서 사는 거긴 해요.(웃음)
‘섬머소닉’에 서다
태산: 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의 록 페스티벌 ‘섬머소닉’은 꼭 나가보고 싶은 곳일 거예요. 저도 그중에 하나여서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특히 밴드 세션과 함께하는 무대인 만큼, 밴드가 표현하는 정서에 보컬을 맞추기 위해 디테일을 많이 챙기면서 연습했어요. 보이넥스트도어 음악들 중 힙합이나 R&B를 베이스로 하는 곡들은 레이백(정박보다 조금 늦춰서 연주하는 표현법)하는 리듬이 꽤 있지만, 밴드와 함께할 때는 드럼에 맞춰 정박으로 불렀을 때 모든 악기들과의 합이 잘 맞거든요. 밴드와 무대에서 함께하니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우리 편이 많이 생긴 느낌이라 더 신나게 공연할 수 있었어요. 평소에는 땀을 잘 안 흘리는 편인데 ‘섬머소닉’에서는 현장의 열기로 인해 진짜 땀범벅이 되었거든요.(웃음) 열심히 뛰어다녀서 땀을 흠뻑 흘린 만큼, 공연을 굉장히 잘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대에서 내려올 때 너무 개운했어요.
팬으로 바라본 록 공연의 재미
태산: 아직 많은 록 밴드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라이브 무대를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 만큼 록 밴드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섬머소닉’에서 하이드(HYDE) 님의 무대를 관람했는데 제가 여태까지 본 공연 중에 최고라고 느껴질 만큼 너무 좋았어요. 작은 마이크 하나로도 정말 사자가 포효하듯이 노래를 부르시더라고요. ‘사람 목에서 어떻게 저런 목소리가 나오지?’라고 감탄하게 됐어요. 관객을 압도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고, 진짜 대박이었습니다.(웃음) 최근에 오아시스 재결성 투어 소식도 들었는데, 록 아티스트분들의 무대를 보면 저도 배우는 점도 있어서 가능한 한 많은 록 공연들을 관람해보고 싶어요.
록 음악을 만들어본 경험
태산: 연습생 때는 그 당시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나 아티스트분들을 연구하면서 노래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예를 들자면 록 특유의 울부짖는 것 같으면서도 스트레이트하고 시원한 보컬에 감명을 받아서 곡을 쓴 적이 있어요. 커버를 하는 것만으로는 그런 감성을 표현해보는 데에 한계가 있다 보니까, ‘그럼 내가 아예 그런 노래를 내 색깔로 만들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웃음) 아직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다른 음악들을 참고하지 않아도 장르에 상관없이 저만의 감성과 색깔을 담아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돌멩이’를 던지다
태산: ‘19.99’ 앨범 중 ‘돌멩이’는 2000년대 록 음악의 분위기의 향수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작업한 곡이에요. 보통 저는 곡의 콘셉트에 맞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작사를 시작하는 편이에요. ‘돌멩이’는 어떻게 해야 이별 후에 가장 구차하고 쓸쓸한 캐릭터를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가사를 쓴 곡이에요. “I’m gonna be a rock and break your boy, your love”라는 후렴 부분에는 ‘내가 차라리 돌멩이가 되어서 네 다음 사랑을 깨버리고 싶어.’라는 의미를 담았는데 구차한 미련을 잘 나타낸 것 같아서 이 곡에서 제일 좋아하는 가사예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음악
태산: 옛날 록 음악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시대의 향수가 특히 잘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에 나왔던 음악들을 들어보면 그 시기에 대중분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이 많거든요. 제가 지금 옛 록 음악을 다시 찾아 듣는 것처럼, 나중에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을 다시 듣거나 좋아해주실 분들도 있을 텐데 그분들이 저희 노래를 들으면서 ‘아, 2020년대는 이런 분위기였구나.’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요즘 사람들이 ‘MZ세대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잖아요. 저와 비슷한 세대의 친구들이 자유분방하고, 각자의 주관이 확실하고, 자기 의견을 잘 얘기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도 202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표현하는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에 지금의 제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멤버들과 록 밴드를 만든다면?
태산: 일단 드럼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운학이가 했으면 좋겠어요. 무대에서 음악을 더 신나게 만들어주는 게 드럼의 역할이니까요. 키보드는 재현이 형이나 리우 형이 하면 멋있을 것 같아요. 흐름에 따라 잘 서포트해주는 게 중요한 역할인 악기니까 두 형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베이스는 성호 형이나 이한이가 해주면 좋겠어요. 베이스의 멋진 이미지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처음 들을 때는 베이스 사운드가 잘 안 들릴 수도 있지만, 막상 빠지면 차이가 굉장히 커서 음악을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악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일렉트릭 기타는 록에 대한 애정이 제일 큰 사람이 하는 게 좋으니, 제가 일렉트릭 기타를 잡겠습니다.(웃음)
Dear. My ONEDOOR
태산: 꼭 록 음악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원도어분들과 음악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위버스를 보면 음악에 대해 질문을 남기는 원도어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작곡이나 작사에 대한 질문도 있어서 저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답글을 달아드린 적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서로의 음악적 고민을 나눠보고 싶고, 언젠가 원도어분들이랑 같이 한 번 음악을 만들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원도어에게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요. 저는 기쁠 때는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더 기분이 좋아지고, 슬플 때도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다운되는 음악을 듣는 편이에요. 그만큼 음악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제가 좋아하는 곡들만 모아서 ‘My Favorite Music’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 음악을 찾아듣기도 하고요. 원도어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 노래를 들으면 힘을 얻는지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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