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혹은 더 넓게 한국의 문화 산업에서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영화 역사를 만든 흐름 중 일부로 인정받거나, 특정 창작자나 그 세대가 주목받는 등 세계시장에서의 반응은 ‘천만’으로 대표되는 국내 시장의 성공과 다른 수준의 관심을 불러온다. 그것이 영화제나 평론 같은 예술적 접근이 아니라 대중적 영역에 가까울수록 파급력은 더욱 크다.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이 그 예다. 넷플릭스 시청 기록을 갈아치우고, 에미상과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은, 무엇이 더 나은 성과인지 따지는 불필요한 시도와 무관하게, 더 많은 것을 바꾼다. 만약 한국 영화가 미국에서 대규모 개봉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다면? 산업적으로 더 풍부한 시도가 이루어질 것은 자연스럽다. 이에 관하여 우리는 지난 수년간 넷플릭스의 실험을 봤다고 할 수 있는데, 결과가 100%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한편 K-팝은 짧게는 지난 10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적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산업과 자본의 관점에서 예외적인 성공을 이뤘다. 해외시장의 성공 측면에서 방탄소년단이라는 정점을 보기까지, 한국 가수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역사적인 시도와 사례가 쌓여왔다. 그것은 때때로 1회성 혹은 특이한 현상일 수도 있고, 보아와 같은 계획적 현지화 혹은 그 둘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바깥,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이라는 목표는 언어, 인종, 음악적 스타일 등 여러 장벽 속에 갇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라는 돌파구 혹은 성공 사례는, K-팝에 대한 인식을 대중음악의 변방에서 유래한 틈새 시장이자 하위 문화에서 독자적인 개발 프로세스와 미감을 갖춘 시스템으로 바꿔 놓았다. 대표적으로 연습생 제도는 경이로운 무대 퍼포먼스를 위한, 하지만 아시아에서만 가능한 훈육적 양성 체계로 의아한 시선을 받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 ‘K-팝 스타는 올림픽 선수와 같다.’는 레토릭이 가능할 정도로, K-팝은 결과로 증명했다.
여기서 K-팝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출발한다. 가장 최근의 예로 캣츠아이를 보자. 이 팀은 ‘I-LAND’와 ‘알유넥스트’로 보여준 연습생 풀 구축, 데뷔 서바이벌, 신규 그룹 론칭, 그 과정에서 실력과 인지도를 갖춘 연습생 양성이라는 선순환 구조의 첫 바퀴다. 한국 레이블과 미국 메이저의 합작으로 대규모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을 확보하고, 20명의 후보가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에서 데뷔 경쟁을 벌인다. 참가자는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전 지역에서 왔고, 최종 멤버 6인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 팀의 존재를 하루아침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한국계가 아닌 완전한 외국인 멤버의 존재조차 중국, 일본에서 시작하여 인종적 위화감이 없는 외모라는 중간 지대를 거쳐 2020년 블랙스완의 파투에 이른다. K-팝의 정체성이 한국인이라는 혈통이나 국적에 있는지, 한국어 가사에 있는지 따져보는 과정은 더욱 복잡했다. 우리는 2017년 이엑스피 에디션 같은 실험적 사례부터 이제는 10여 개에 이르는 ‘현지화’ 그룹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혀왔다.
애플TV+가 최근 공개한 ‘웰컴 투 케이팝: 아이돌 이야기(K-POP IDOLS)’는 이 확장된 인식의 현재 상황을 요약한 것처럼 보인다. K-팝이라는 제목 아래 한국 기반의 팝 아티스트(제시), 한국에서 만들어진 순수 외국인 그룹(블랙스완), 전형적인 아이돌 그룹(크래비티)이 병렬적으로 포착된다. 이는 K-팝의 정의 혹은 그 잠재력을 한국인과 한국어로 한정하기 어렵다는 잠재적 결론을 돕는다. 하지만 이를 글로벌 대중에게 설득하는 작업은 기존의 문법을 현지에서 재현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넷플릭스의 ‘팝스타 아카데미: KATSEYE’가 글로벌 오디션에서 시작하는 캣츠아이 프로젝트의 전반을 다큐멘터리의 시선에서 다루는 이유일 것이다. 이 시리즈의 감독은 나디아 홀그렌이다. 그는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북 투어를 배경으로 그녀의 삶 전반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비커밍(Becoming)’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잠재력과 엘리트 수준의 퍼포먼스를 위하여 필요한 것”에 대한 관심으로 쇼 제작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쇼를 완성한 그의 결론은 무엇일까?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최고의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정신적으로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요? 이 소녀들은 대부분의 성인도 할 수 없는 걸 완수했어요. 이 쇼는 아티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견뎌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방탄소년단 다음에 대한 고민의 대답은, ‘팝스타 아카데미: KATSEYE’의 도입부에서 지나가듯, K-팝에서 ‘K’를 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디아 홀그렌의 결론과 같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무엇인가가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똑같이 가능하다는 자신감과 믿음이다. 캣츠아이의 데뷔작 ‘SIS (Soft Is Strong)’는 8월 31일 자 빌보드 200에서 119위로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 ‘Touch’는 글로벌 스포티파이 차트에 진입했다. 완전한 신인 아티스트로 흔히 누리는 성과가 아니다. 그다음으로 무엇이 가능할까? &TEAM의 사례를 보자. 이들은 ‘I-LAND’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추가적인 데뷔 리얼리티에서 출발하여, 일본 내수 이상의 글로벌 활동을 목표로 한다. 데뷔 만 2년이 가까운 현재, 최근 싱글 ‘青嵐 (Aoarashi)’는 일본 빌보드 핫 100과 오리콘 싱글 1위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K-팝의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생태계가 갖춰지고 정상 작동한다고 봐아도 될 것이다. 캣츠아이와 ‘드림 아카데미’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또 다른 생태계의 시초라고 하면 과한 예측일까? 최소한 K-팝의 ‘K’가 무슨 뜻인지 생각을 바꿀 때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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