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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국제적인 인기를 얻어온 지난 세월은 한국의 기획사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그것에 익숙해진 시간과 같다. 더 커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낸다. 하지만 4월 2일, 하이브가 자회사 빅히트 아메리카를 통하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이 뉴스보다 먼저, K-팝이 미국의 비즈니스를 인수하여 확장한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단지 방탄소년단 등 하이브의 아티스트가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와 한솥밥을 먹는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알아보자. 과연 어떤 회사가 하이브의 일부가 된 것인가?

이타카 홀딩스는 지주회사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면, 스쿠터 브라운의 모든 비즈니스와 동의어다. 스쿠터 브라운은 싸이, CL의 미국 진출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등, K-팝과의 접점 덕분에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매니저다. 물론 그의 가장 유명한 경력은 저스틴 비버를 유튜브에서 발굴하고 지금까지 매니지먼트한 것이다. 그 외에도 아리아나 그란데, J 발빈, 데미 로바토 등 유명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미국에서 매니지먼트는 아티스트의 사업적 이해를 대변하며, 레코딩, 배포, 퍼블리싱, 공연 등 음악 산업에 관한 다양한 계약을 관리하는 존재가 된다. 이는 미국 음악 산업이 저작권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계약 관계가 매우 복잡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한국은 매니지먼트와 레코드 레이블을 사실상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스틴 비버나 아리아나 그란데가 넓게 보면 유니버설 뮤직 그룹, 좀 더 세분화된 레이블로는 데프 잼이나 리퍼블릭 소속인데, 다른 회사가 아닌지 묻게 되는 이유다. 맞다. 그들은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 레코딩 계약 관계에 있다. 그리고 스쿠터 브라운의 매니지먼트 회사, SB 프로젝트가 그 계약을 관리한다. 당연히 SB 프로젝트는 이타카 홀딩스의 가장 중요한 회사다. 스쿠터 브라운 자신의 레코딩 회사인 스쿨보이 레코즈도 있다. 스쿨보이 레코즈는 어셔, 데프 잼과 합작으로, 저스틴 비버를 데뷔시키기 위한 회사인 RBMG 레코즈를 만들었다. 스쿨보이와 RBMG는 데프 잼과 함께 저스틴 비버의 레이블이다. 현실의 계약은 꽤 복잡하다. 또한 이타카 홀딩스의 또 다른 축인 빅 머신 레이블 그룹이 있다. 컨트리를 주축으로 셰릴 크로, 팀 맥그로 같은 아티스트와 계약을 맺고 있다. 그의 사업이 음악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에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와 TV 쇼 제작, 더 나아가 IT, 게임 등 각종 투자 사업을 포함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하이브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 밴드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소속사를 포함하여 다수의 K-팝 레이블, 그리고 음악에 기반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사업 부문과 플랫폼까지 있다. 여기에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라는, 미국에서 가장 넓은 팬 베이스를 갖춘 두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를 보유한 회사가 합병됐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한 팬 베이스를 가진 브랜드의 탄생이다. 여기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다루는 섣부른 예측은 하지 않겠다. 다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sccoterbraun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