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규는 아팠던 시간 동안 무대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다가도,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그치만 괜찮다.” 말하는 그는 시련을 연료 삼아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삐끗할 수 있지 어때 뭐”, 범규는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안다.

‘운동짱범규’ 시즌 1에 이은 시즌 2도 너무 재밌어요. 예능에 완벽 적응해서 날아다니시던데요.(웃음) 평소에는 에너지가 그렇게 넘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범규: ‘운동짱범규’ 자체가 몸을 쓰는 예능이잖아요. 시즌 1을 하면서 사람들이 제가 엄청 힘들어해야 더 재밌어한다는 걸 느꼈어요. 직관적으로 조회 수만 봐도 제가 제일 고생했던 화가 항상 제일 높더라고요.(웃음) 앞으로 더 몸을 사리지 않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애정이 있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제 이름을 걸고 나가는 거잖아요.

항상 게스트에게 먼저 살갑게 다가가는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범규: 제가 하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를 모시는 거니까요.(웃음) 게스트에게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세세하게 다 보진 못하지만, 게스트분에 대한 정보도 숙지해서 가려고 했어요. 게스트분이 예전에 출연했던 예능을 찾아보면서 어떤 포인트를 좋아하는지도 알아보려 했고요.

휴닝카이 씨가 깜짝 게스트로 등장하기도 했어요.
범규: 역시나 ‘티키타카’가 잘되는 사람이 한 명 있으니까 되게 좋았어요. ‘TO DO X TXT’ 같은 콘텐츠를 많이 찍어봐서 그런지 옆에서 휴닝이가 멘트도 알아서 잘해주니 재밌더라고요. 또 ‘할마에 편(에어로빅 편)’을 촬영할 때 엄청 덥고 힘들었거든요. 휴닝이가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너무 적극적으로 잘해줘서 고마웠어요. 미국에서 그 에피소드를 보고 혼자서 웃다가 휴닝이한테 보여주고 “야, 이번 거 진짜 재밌다.”고 했어요.(웃음)

예능을 할 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어요. 이젠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된 걸까요?
범규: 데뷔 초 때부터 ‘우리 팀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이 팀에서 내가 담당할 수 있는 게 뭘까?’ 많이 고민했거든요. ‘운동짱범규’를 하면서 그래도 예능 잘하는 사람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또 저를 시즌 2까지 두 번이나 불러주신 거니까 너무 감사했고,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오랜만에 갑자기 친구들이 “야, 이거 너무 재밌는데?” 하면서 연락이 오고, 멤버들도 너무 재밌다면서 열심히 해보라고 말해주고요. 내심 인정받은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예능에서 높은 에너지를 보여주지만, ‘범이디오(BEOMEDIO)’에서는 범규 씨의 가장 잔잔한 모습을 보여줘요. 
범규: 새벽 3시의 범규를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모아들의 사연을 보는 게 너무 좋아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사연을 읽음으로써 상상하게 되고,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하게 되잖아요. 라디오를 켜기 전에 일단 사연을 한 번 쫙 읽어보는데, 글을 굉장히 예쁘게 쓰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기도 하고요.(웃음)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이 너무 이해돼서 읽으면서 울컥했던 적도 되게 많아요. 그리고 결국에는 “범규야, 사랑해.”로 사연이 끝나는 게 항상 감사했어요.

범이디오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나누는 건 행복을 나눠준 사람도 부족해지지 않고, 나눠 받은 사람도 마음이 채워진다.”고 말했어요. 최근 범규 씨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공유한다면요?
범규: 올해는 솔직히 행복한 일이 많았어요. 저는 이제 되게 작은 것들에서도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하거든요. 정말 소소하게 ‘Deja Vu’로 컴백했을 때 옷이 예뻐서 기분 좋았고요. 이번 앨범 때 두 곡의 작사에 참여해서 너무 행복했고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분들의 콘서트에 갔을 때, 저희 콘서트를 할 때도 세상 행복했고요. 슬픔보다 행복이 많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행복이 많은 한 해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아팠던 기간도 있었어요. 콘서트 엔딩에서 눈물을 보일 만큼 힘들었을 것 같아요.
범규: 심적으로 아주 힘들었어요. 그때 제가 일에 딱 미쳐 있을 때였거든요. 좋은 스케줄을 많이 잡아놨는데 그것들이 빵 터지면서, 제 멘탈도 같이 터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도쿄 돔에 가서도 ‘이렇게 객석이 큰데 내가 무대를 못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속상하더라고요. 반면, 저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준 부분도 있어요. 처음으로 무대 밑에서 멤버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지켜보니 우리 멤버들이 너무 멋있고 대단하게 보이더라고요. 꽉 차 있는 객석에서 오는 함성을 들으면서 ‘내가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구나.’,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일하고 있었구나.’ 동기부여가 많이 됐어요.

‘나도 무대 위에 서면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웃음)
범규: ‘나도 무대 위에 올라가서 진짜 찢어 놓을 수 있는데!’ 했어요.(웃음) 멤버들이 4인으로도 정말 빈틈없고 멋있는 무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 있고 킬링 파트가 있잖아요. ‘나 지금 발이 더 부러져도 괜찮으니,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대에 서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못 서게 되니까 ‘내가 무대를 이렇게 사랑했구나.’ 확실히 깨달았죠.

도쿄 돔 무대에서 멤버들 모두가 다친 범규 씨를 업어주기도 했어요.
범규: 너무 든든하고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미안했어요. 공연 마지막쯤 가면 서 있는 것조차 너무 힘들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은 상태일 거거든요. 그 상황에서 저를 한 번씩 업고 무대를 오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요.

‘We’ll Never Change’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 중 범규 씨를 가장 많이 울렸던 노래라고 했는데, 이 노래 연습 기간도 부상 기간과 겹쳤어요.
범규: 그때가 일본에서 보여드릴 안무를 다 배워두고, ‘We’ll Never Change’ 안무 연습에 들어갈 타이밍이었어요. 저는 부상 때문에 아예 안무를 배우지 못하고 숙소에만 있었어요. 그렇지만 “일본에 꼭 가고 싶다. 앉아서라도 노래하고 싶다.”고 말해서 라이브 레슨에 참가했었어요. 멤버들은 춤추는데 뒤에 앉아서 노래만 부르는 제 모습이 살짝 초라하게 느껴져서 속상하더라고요. 멤버들은 모를 테지만 뒤에서 혼자 눈물을 한 번, 두 번 좀 흘렸어요.(웃음)

콘서트에 온 사람들을 완전히 ‘모아’로 만들고 싶었는데, 부상 때문에 아쉽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아요. 6년 차에도 계속해서 팬들을 만들겠다는 열정이 멋있어 보여요.
범규: 저는 정말 ‘롱런’하고 싶고 더 해내고 싶은 일들이 많아요. 방탄소년단 선배님, 아이유 선배님, 데이식스 선배님 등은 연예인들의 연예인 같은 느낌이고, 살면서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콘서트라고 생각이 되잖아요. 저도 같은 일을 하신 동료분들에게도 인정받고, 그분들도 오고 싶어 하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콘서트의 퀄리티에 대해 어느 정도 자부심이 있거든요.(웃음) 또 예전에는 성적이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모아들과 제가 행복하면 되는 거고, 그냥 잔잔한 행복이 더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래도 더 잘해보고 싶다.’ 그런 열정도 있어요.(웃음)

올해 ‘위버스 콘 페스티벌’에서 직접 기타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손이 벗겨질 정도로 연습한 것도 그런 열정 중 하나일까요?
범규: 쉽지 않았어요.(웃음) 미국에서도 혼자 화상 레슨을 들으면서 계속 연습했어요. 휴가도 반납하고 연습하면서 레슨을 들었어요. 기타 치는 걸 좋아하지만 제 전문 분야는 아니잖아요. 전문가분들이 많은데 제가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친다는 게 걱정되긴 했어요. 그래도 그냥 부딪혀보는 거죠. 무엇이든 노하우가 생기긴 어려운 것 같고, 연습만이 살길이었어요. 막상 해보니 모아분들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뿌듯했어요.(웃음)

최근에는 다른 선배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많이 보러 갔던데, 무대 위에 서다가 콘서트를 보니 어땠나요?
범규: 저도 정말 팬의 입장에서 간 거다 보니, 콘서트를 보는 게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하루는 아이유 선배님 콘서트에 갔는데, 큰 콘서트 장에서 관객석에 앉아 공연을 보면서 누군가의 팬으로서 사랑을 전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느꼈어요. 우리 콘서트에서 모아들에게 내 100%가 아니라 150%, 200%를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죠.(웃음)

이번 앨범 ‘별의 장: SANCTUARY’의 마지막 곡인 ‘Higher Than Heaven’이 꼭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모아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특히 범규 씨의 이 파트요. “지킬게 영원을, 우리의 이름을 / 계속될 내일을 함께 꿈꿔”. 
범규: 가사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내일을 함께 꿈꾸자”는 말도 너무 낭만 있고요. 이제 햇수로 6년 차인데, 과거보다 미래에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멤버들, 모아들과 “항상 내일을 보자”, “내일도 보자.” 이게 지금 제가 원하는 거예요.

‘Danger’에서 범규 씨의 “What you doin’ to me?” 파트가 인상 깊었어요.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던 범규 씨의 목소리인 것 같아서요.
범규: 사실 PD님한테 그 파트를 무조건 저한테 달라고 했어요.(웃음) “이 파트는 무조건 씹어 먹겠습니다.”라고 해서 얻어낸 거예요. 녹음할 때 발음과 뉘앙스가 모두 어우러져야 했고, 되게 낮은 목소리로 불러야 해서 어렵기도 했어요.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는 그 톤이 안 나오더라고요. 혼자 바지 주머니에 손 넣고, 고개도 살짝 삐딱하게 하고 시비 거는 사람처럼 포즈를 잡고 불렀어요. 그러니까 느낌이 잘 살더라고요.(웃음)

낯설게 느껴지던 곡이 멤버들 목소리로 들어보면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수록 곡 중에서도 그런 곡이 있을까요?
범규: ‘Forty One Winks’요. 제 원 픽인 곡인데, 사실 이건 처음부터 너무 좋았어요.(웃음) 항상 저는 멤버들이 녹음한 후 듣는 곡이 더 와닿아요. 가이드 버전도 훌륭하고 좋지만, 멤버들 목소리로 들었을 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처럼 느껴져요.

이번 앨범에 두 곡이나 작사에 참여해서 행복하다고 말했어요. 작사 과정은 어땠나요?
범규: 특별한 건 없었어요.(웃음) 역시 가사는 너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기보다 생각나는 대로 자연스레 쓰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Resist (Not Gonna Run Away)’를 쓸 때가 저희가 한창 투어를 돌 때였거든요. 일본에서 료칸에 가려고 3시간 이동하는 동안 막 미친 듯이 썼는데 가사가 잘 나왔더라고요.

스스로 귀가 대중적인 편이라고 했는데, 타이틀 곡 ‘Over The Moon’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해요.
범규: 처음에는 좋은 노래지만 타이틀로 하기엔 조금 약할까 싶었는데 멤버들이 녹음한 걸 들어보니 너무 좋았어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느낌이에요. ‘이번엔 청량해!’도 아니고, ‘센 콘셉트야!’도 아니고, 한 스푼 한 스푼 조금씩 다 들어가 있는 느낌이요. 그냥 “우리 노래 같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스러워.”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팀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크네요. 연준 씨의 첫 솔로 활동에는 전 멤버가 커피차를 보내고 현장으로 여러 번 응원을 가기도 했어요.
범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서 첫 번째 솔로 활동이고, 형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니까요. 저희가 쉴 동안 연준이 형은 쉬지도 못하고 솔로 준비를 했거든요. 얼마나 부담감이 컸을지 너무 이해되더라고요. 제가 한 팀의 멤버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직접 가서 응원해주고, 뭐 하나라도 사 들고 가서 응원하고 그런 것밖에 없더라고요.

바쁜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주변을 챙기는 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범규: 네 일도 내 일이고, 어쨌든 우린 팀이고. 그런 것들이 너무 중요하니까 자연스럽게 돼요.

최근에 대만에 가서 풍등에 소원을 적을 때도, ‘나’의 행복이 아닌 범규 씨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빌었어요.
범규: 정말로 그냥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해서요.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저의 행복보다 주변 사람이 저로 인해서 행복한 게 중요해요. 제가 희생하거나 포기하더라도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오케이, 난 그걸로 괜찮아.’ 그렇다고 제가 안 행복한 건 아니고요.(웃음) 사실 제 행복은 제가 알아서 챙길 수 있으니까 그렇게 적은 거죠. 나 자신이 행복해야지, 남들에게 내 행복을 전해줄 수 있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원 말고 범규 씨 ‘나 자신’에 관련된 소원을 적는다면요?
범규: 딱히 바라는 건 없어요. 저는 지금의 저로도 충분해요.(웃음)

Credit
이희원
인터뷰이희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김민경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박수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정수정, 김서연, 손유정, 조현기(빅히트 뮤직)
사진김신애 (@CO-OP.) / Assist. 김민겸, 김재민, 박채빈
영상조윤미, 서유정
헤어김승원
메이크업노슬기
스타일리스트이아란
세트 디자인박두현(@dupark_kr)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이준현, 장준혁, 고영욱, 유제경, 김지수, 신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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