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그림을 실현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니키다운 춤, 목소리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들에 대하여.

니키 씨의 ASMR이 유명세를 타고 있어요.(웃음)
니키: 진짜요? 다행이다.(웃음) 정말 예상 못했어요. 엔진뿐만 아니라 ASMR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들어주셔서.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습니다.(웃음) 

ASMR을 할 때 방에 있는 소품들을 가지고 하던데요. 그 아이템에서 니키 씨의 감각이 보이던데 평소 인테리어에 신경 쓰는 편인가요?
니키: 원래 꾸미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독방을 쓰게 되면서 사고 싶은 인테리어용품이나 가구들을 고르고, 디자인도 어느 정도 공부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를 꾸미려 했어요. 밝은 곳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주황빛 스탠드 조명을 하나 사서 어둡게 방을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몰입이 잘돼요.(웃음) 컴백하기 전 늘 콘셉트에 맞는 영화를 보거든요. 이번 앨범에서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을 보면서 사랑의 감정을 다시 공부해봤어요.

어떤 부분에 공감이 가던가요?
니키: 여자 주인공은 일본어, 남자 주인공은 중국어를 쓰시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서로 언어가 다르다 보니 대화가 서툴고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들이 있어요. 저도 일본인이다 보니까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말이 잘 안 통했어서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에 공감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이해하게 된 이번 타이틀 곡 ‘No Doubt’의 메시지는 어떤 것 같아요?
니키: 사랑을 하면 걱정되거나 불안할 때도 있지만 오랫동안 만난 만큼 믿음도 있을 거예요. 그 믿음을 생각하면서 임했던 것 같아요. 저희도 엔진분들이랑 어쩔 수 없이 떨어질 때가 있지만 오래 함께해온 믿음이 있으니까. 그런 확신을 갖고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연습했어요. 저는 노래할 때 호흡을 많이 쓰는 편이라서 그런 감정을 표현할 때 편안했어요. 노래에 낮은 톤도 자주 나오다 보니 저랑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웃음)

목소리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녹음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썼나요?
니키: 제 중저음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잘 살릴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어요. 조금이라도 저같지 않은 목소리가 나올 때는 마음에 안 들어서 “오케이.”가 나더라도 다시 부르겠다고 해요. 나만의 색깔을 찾는 건 저희 각자의 몫이잖아요. 연차가 쌓일수록 노래도, 춤도 저만 할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고음은 약하지만 이렇게 낮게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보니 발라드 같은 노래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힙합처럼 센 곡을 할 때는 임팩트 있게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No Doubt’을 출 때도 니키 씨만의 여유로움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니키: 이번 ‘No Doubt’은 댄디하고 섹시한 안무예요. 저는 항상 노래에 담긴 메시지가 표정이나 움직임에서 잘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넌 나의 답” 같은 가사에 맞춰서 인상을 쓰는 것처럼 표정도 신경을 많이 쓰고, 이지리스닝 노래인 만큼 완급 조절을 하면서 부드럽게 추는 걸 중요시했어요. 엔하이픈이 이제 5년 차인 만큼 5년 차의 섹시함(웃음)을 느껴보시면 좋겠고, 멤버들 파트마다 각자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보시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완벽한 퍼포먼스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니키: 개인적으로 고개를 잘 쓰는 걸 정말 많이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야 무대를 봤을 때 다이내믹하고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니까. 콘서트 때 헤어 세팅을 하려면 스프레이 한 통을 거의 다 쓰거든요. 그렇게 많이 쓸 정도로 뒤로 머리를 넘겨서 ‘반깐(반만 올린 머리)’을 해도 끝날 때쯤에는 ‘덮머(덮은 머리)’가 되어 있어요.(웃음) 그리고 엔진분들의 반응이 좋거나 흥이 오르면 저도 모르게 애드리브가 나와서 너무 신기해요. 미리 계산하지 않았는데도 그 자리에서 ‘이걸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순식간에 나와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이걸 위해서 태어났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재밌어요.

스튜디오 춤 ‘Artist Of The Month’에서는 올드스쿨 힙합을 보여줬는데, 엔하이픈에서의 니키 씨와는 또 다른 모습이라 인상적이었어요.
니키: 댄서분들 중에 제가 연습생을 할 때 힙합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셨어요.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연습생 때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도 있었고, 춤을 처음에 좋아하게 됐던 감정이 생각나기도 하고, 다시 연습생 때로 돌아간 느낌?(웃음) 그때는 완전 죽기 살기로 ‘꼭 데뷔해야겠다.’ 이런 마음가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Artist Of The Month’도 ‘이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라는 각오로 했어요. 기회가 왔을 때 보시는 분들에게 저만의 이미지를 보여드리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어쨌든 엔하이픈을 대표해서 나가는 거니까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거는 무조건 힙합으로 가겠다고 말씀드렸죠. 감사하게도 제가 하고 싶었던 부분이 다 반영되었고, 그만큼의 퀄리티가 나온 듯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좋았어요.

의상뿐만 아니라 선곡, 안무, 카메라 앵글, 조명 등에도 니키 씨가 많은 의견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니키: 평소에도 댄서분들의 코레오그래피나 춤 대회 영상을 많이 찾아봐요. 자세히 보면 댄서분들이 안무 구성도 잘 만드시지만, 패션도 감각 있고 조명까지도 직접 다 하신단 말이에요. 그런 걸 봐오면서 저도 언젠가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많은 걸 병행해야 하는 시기라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는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모니터링을 진짜 많이 해서 앨범에 연습 영상들이 너무 많아요. 촬영 시간이 14시간이나 됐는데, 미국에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찍었죠.(웃음) 그런데도 가끔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추억이 됐어요. 아직도 그 영상을 보고 있어요.

평소에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영상에서도 1980년대 올드스쿨 바이브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링이 눈에 띄었어요.
니키: 춤을 잘 살려주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1980~90년대 춤 스타일을 다시 보면 시간은 지났어도 ‘레전드’ 모멘트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Artist Of The Month’를 준비할 때도 옷을 잘 살려주는 안무로 구성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거든요. 1980년대 하면 떠오르는 와이드한 데님에 팀버랜드를 매치하는 스타일로 댄서분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제가 돋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드렸어요. 비주얼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족스러운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WALK THE LINE’ IN GOYANG 사운드 체크 때의 사복도 화제였어요. 독특한 패션 아이템도 니키 씨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듯해요.
니키: 어느 순간부터 사운드 체크를 할 때나 공항 같은 곳에서 평소에 입는 사복도 잘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엔진분들에게 잘 입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공부도 하고, 스타일링 팀분들과 얘기도 자주 나누고 있어요. 유명한 잡지나 패션 아카이브를 통해 제가 잘 소화할 수 있는 핏이나 톤을 찾아봐요. 근데 제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찾는 건 힘들더라고요.(웃음) 요즘에는 패치가 붙은 스타일에 빠져 있어요. 지금 입은 옷에도 패치가 있는데, 너무 열심히 찾아서 산 거라 정말 마음에 들어요.

콘서트에서 팀워크가 빛나는 순간도 많았어요. ‘WALK THE LINE’ IN GOYANG 공연에서 ‘Your Eyes Only’ 중에 선우 씨에게 슬쩍 장난을 친다거나, 앙코르 때 제이 씨에게 다가가 “할 수 있다!”라고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식으로요.
니키: 제가 콘서트를 할 때만큼은 다 내려놓는 스타일이에요. 신날 때는 신나게 놀고, 형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장난치고 싶으면 치고.(웃음) 요즘 엔진분들이 저한테 “이제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사실은 그런 게 아니에요. 물론 멋진 남자가 되고 싶죠. 그렇지만 제 모습을 억지로 꾸며내는 것도 안 좋아해서요. 유독 콘서트 때 제가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잘 보여서 엔진분들이 더 좋아하나 봐요. 엔진들은 아직도 저를 너무 애기로 봐요. 뭐, 어쩔 수 없지.(웃음)

하지만 진지한 모습도 있잖아요. ‘FATE PLUS’ 투어를 마치고 위버스에 “형들이 있어 줘서 7명이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형들한테 특히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하죠.”라고 글을 썼어요.
니키: 저는 멤버들과 다 같이 잘하고, 잘되고 싶거든요. 여태까지 다른 멤버들이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서 고마운 게 많아요. 초반에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걱정도 있었고 예민해진 순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형들이랑 하면 할수록 가능성이 보이는 거예요. 말 없이 챙겨주거나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모든 형들이 저한테 큰 힘이 되었어요. 너무 쑥스러워서 말로는 못하고 속으로 의지한 거지만요. 그래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제가 잘하고 싶고, 형들이 힘들 때는 도와주고 싶어요. 형들이랑 ‘으쌰으쌰’ 하면서 만든 콘서트라 너무 뿌듯하고, 엔진분들이 그만큼 많이 사랑해줘서 다행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지금 니키 씨가 Mnet ‘I-LAND’ 때 희승 씨랑 동갑이고, ‘BORDER : CARNIVAL’ 당시 성훈 씨, 제이크 씨, 제이 씨랑 동갑이네요.(웃음)
니키: 허허… 예전에는 형들처럼 빨리 어른이 돼서 모든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어른이 되고 싶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티스트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싶었거든요.(웃음)

올해 마침 성인이 되었어요. 어떤 변화를 느꼈나요?
니키: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데뷔하고 2년 차까지만 해도 외향적이었는데, 이제는 많이 차분해졌어요. 그리고 여러 일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어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기도 하고. 옛날에는 남들이 시키는 걸 많이 따라가는 성격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욕심도 많아지고 주도적으로 바뀌었어요. 지금의 이 모습이 진짜 ‘니시무라 리키’라는 사람인 것 같아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도 커졌어요. 이제 진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과정인 거니까.  

데뷔 인터뷰에서 도쿄 돔 무대에 샤이니 선배님들과 함께 섰던 것을 계기로 “이 무대에 무조건 다시 올라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답했어요. 다시 오른 도쿄 돔은 어땠나요?
니키: 너무 울컥했죠. 혼자 리프트를 타고 무대 위에서 바라보니 샤이니 선배님들 무대의 키즈 댄서로 섰을 때 봤던 풍경 그대로더라고요. 부모님도 절 보면서 웃어주시고. 끝까지 꾹 참아보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BLOSSOM’을 부를 때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요. 열심히 달려온 이 길이 맞았음을 확인한 것 같아서 뭉클했어요. 여태까지 선 무대 중에서 제일 잊지 못할 무대 중 하나일 정도로 행복했고요. 공연할 때마다 ‘엔진분들도 항상 나와 같은 마음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직까지도 그날의 영상을 보면 뭉클해요.

엔진분들께 더 좋은 무대를 통해 보답하고 싶다고 말씀하는 것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요?
니키: 네, 제가 직업적으로 가장 욕심을 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대 퍼포먼스니까요. 무대를 통해서 좋은 에너지를 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엔진분들이 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지만 이런 니키 씨의 노력이 엔진을 위한 사랑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 니키 씨가 공연 중에 엔진의 사랑이 눈에 보인다고 느낀 순간도 있나요?
니키: 투어 중 청각장애가 있는 엔진분들이 오셔서 함께 온 친구분과 관객석에서 수화로 이야기하시는 걸 본 적 있어요. 저희의 음악을 듣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엔진분들이 저희의 공연을 즐기러 와주신 거잖아요. 이런 게 진정한 사랑 아닐까요? 저희가 많은 엔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니까, 그래서 투어가 더 소중해요. 그때부터 제 마음에 불이 켜진 것 같아요.

‘FATE’ 월드 투어가 끝나고 나서 위버스에서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때는 꼭 다시 저희를 찾아주세요.”라는 글을 썼던 게 생각나네요. 콘서트를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더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투어(ツアー)나 관광(旅行)이 아닌 여행(旅)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요? 
니키: 저한테는 그 모든 경험이 여행이었죠. 다양한 도시, 다양한 지역, 다양한 나라에 가보고, 그 나라와 장소만의 문화를 느껴보고, 그곳만의 음식도 먹어보고, 공기도 느껴보고, 사람들도 만나고요. 그래서 투어가 제일 재밌어요. 많은 엔진분들을 볼 수 있는 너무나 행복한 기간이라 여행이라고 쓴 것 같아요.

앞으로 엔진과 어떤 ‘여행’을 하고 싶나요?
니키: ‘튼튼한 끈’ 같은 여행이요.(웃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엔진분들한테 잘해드리면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진짜 나다운 모습으로 있고 싶어요. 꾸며낸 모습이 아닌 정말 솔직한 모습. 그래서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과거는 못 바꿔도 미래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꿀 수 있으니까요.

Credit
예시연
인터뷰예시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김민경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윤해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이건희, 민지민, 차민수, 예지수(빌리프랩)
사진곽기곤
영상조윤미, 서유정
헤어전훈, 안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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