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는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No Doubt.”

‘WALK THE LINE’ 고양 콘서트에서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요. 사실 말씀 안 하셨으면 모를 뻔했어요.
제이크: 그래요? 다행이에요. 아픈 걸 얘기하면 엔진분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해서 웬만하면 티를 안 내려고 했었는데, 공연 직전까지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공연에 들어가니까 다 까먹게 되더라고요. 일단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야외여서 바람도 불고 풍경도 예쁘고 폭죽도 나와서. 너무 행복해서 아픈 걸 잊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했습니다.(웃음)

‘FATE PLUS’ 때는 ‘Foreshadow’ 무대를 먼저 제안하셨다고 들었는데, 이번 ‘WALK THE LINE’에서도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 있을까요?
제이크: 원래 ‘WALK THE LINE’의 세트리스트에는 ‘Moonstruck’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투어의 분위기와 ‘Moonstruck’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꼭 넣고 싶다고 저희가 의견을 드려서 바뀐 케이스예요. 개인적으로 이번 투어 세트리스트를 정말 좋아해요. 흐름이 너무 좋은 것 같은 느낌? ‘Brought The Heat Back’으로 에너지 넘치게 시작해서 ‘Future Perfect (Pass the MIC)’까지 그걸 이어가다가, 중간에는 엔진분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순간도 많고. 마지막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 ‘Paranormal’로 엔딩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웃음)

‘ROCK IN JAPAN FESTIVAL 2024’에서 선보인 ‘Paranormal’도 좋았어요! 평소보다 목소리를 긁으면서 불러서 페스티벌 분위기랑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제이크: 제 습관인데, 콘서트에서는 목소리를 더 긁어요. 목소리를 강하게 해서 에너지를 더 내는 느낌? 엔진분들이 있으면 신나니까 정해진 대로 못 부르겠는 거예요. 사실 ‘WALK THE LINE’ 이틀 동안 조금 흥분했어요.(웃음) 세트리스트도 너무 좋고, 아드레날린이랑 도파민이 많이 나와서. 그런데 모니터링을 해보니까 이번 콘서트에서는 너무 많이 긁었다고 느껴서 조금 고칠 겁니다.(웃음) 

모니터링을 엄격하게 하시네요.
제이크: 많이 하는 편이에요. 확실하게 고쳐야 하는 부분들은 모니터링을 했을 때만 나오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하려고 해요.

데뷔 초 인터뷰에서는 “뒤처지면 안 된다.”는 말을 하셨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제이크: 많이 달라졌어요. 사실 ‘I-LAND’에 출연할 때는 제가 경험이 정말 부족했어요. 연습생 기간이 짧은데 그게 어쩔 수 없다는 걸 저는 아니까 실력적으로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팀에서 어떤 부분을 이끌고 갈 수 있을지에 집중해요. 저희 7명이 각자 매력이 다양하니까, 어떻게 하면 그걸 더 잘 보일 수 있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팀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이제는 ‘팀을 위해서 어떤 걸 해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해외 투어에서 특히 제이크 씨가 멤버들을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제이크: 해외에 가면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카메라 앞에서도 그렇지만 스태프분들이 전부 외국인이잖아요. 제가 영어를 할 수 있으니까 멤버들을 이끌어주려고 하고, 멤버들도 이제 어느 정도 저한테 맡기고요. 미국 방송국을 가면 멤버들이 저한테 도움을 요청하는데, 저도 일본에 가면 도움을 받거든요.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멤버들한테 알려주려고 해요. 저희는 다 똑같거든요, 목표가. 그래서 누군가가 그냥 날 밀어주길 기대하면 안 되고, 동시에 내가 누구를 무조건 대신 끌어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어야 해요. 각자 똑같이 가야 해요. 그냥 일곱 명이 한 줄로 갔으면 좋겠어요.

‘EN-O’ CLOCK’ 우정&EN&캠프에서 멤버들과 다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무엇을 가장 하고 싶나요?
제이크: 바비큐 파티를 하고 싶어요. 풍경 보면서 고기 구워 먹고 캠프파이어하고 이런 것. 저한테 멤버들은 학교 친구들 같은 느낌이에요. 농담하고 별 얘기 안 해도 같이 시간 보내는 게 좋고 그냥 같이 있는 게 좋아요. 팀워크가 잘 맞아요. ‘이렇게까지 잘 맞을 수가 있나?’ 생각해요. 저는 착한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남에게 피해 안 주려고 하고, 내 멋대로 안 하고, 서로 좋게 지내려고 하는 게 팀 활동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착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제가 막 영향을 받진 않아요.(웃음) 그냥 속으로 ‘너는 절대 나한테 남이다.’ 이러고 끝이에요. 근데 저희 멤버들은 다들 너무 착하고 순해요. 그래서 좋아요.(웃음)

제이크 씨가 바라본 현재 엔하이픈은 어떤 스테이지에 있나요?
제이크: 폭발하기 직전. 경험도 많이 쌓고 준비도 마쳤고, 이제 진짜 올라갈 길밖에 안 남았다.

요즘 무대를 보면 제이크 씨가 계속 강조해온 ‘무대 위 여유’가 느껴져요.
제이크: 제가 느낀 건, 여유로운 ‘척’을 하면 안 돼요. 척하는 건 너무 티가 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연습과 준비를 확실하게 해요. 일단 들어가기 직전까지 마인드세트를 꼼꼼하게 갖춰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콘서트는 7명이 같이 3시간 동안 만들어가는 무대잖아요. 서로가 공연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게 하면서도 에너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동선이나 안무처럼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을 확실히 체크해요. 이런 부분들을 다 지키는 선에서 무대를 즐기면 그때 여유로워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ROMANCE : UNTOLD -daydream-’에서도 제이크 씨가 좋아하는 ‘cool and sexy’ 바이브를 여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곡들이 많아요.
제이크: 맞아요. ‘cool and sexy’는 언제나 제 추구미.(웃음) 엔진분들은 저를 좋아하니까 저를 귀엽게 봐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무조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이번 앨범이 너무 좋은 점은 멤버들 각자의 음색과 톤이 가진 매력이 잘 드러나는 거예요. 저는 음색에 좋고 나쁘다는 없는 것 같거든요. 음색에 대한 좋고 나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무조건 제 목소리를 최대한 살리려 해요.

‘No Doubt’에선 제이크 씨 평소의 부드러운 음색보다 조금 더 거친 텍스처가 느껴졌어요.
제이크: 사실 시기마다 추구하는 보컬 스타일이 바뀌어요. 날마다. 아, 날마다까지는 아니고 달마다!(웃음) 지금은 뭔가 좀 더 땡땡하고 어른스러운 보컬 스타일이에요.(웃음) 그리고 콘서트를 하다 보면 또 발성이 바뀌더라고요. 저희가 이번 앨범 녹음을 투어 중간에 했거든요.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소리를 좀 더 강하게 내게 됐는데, 이 곡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Daydream’ 녹음은 어땠어요? 이전의 엔하이픈 곡들과 전혀 다른 어반 힙합 스타일이에요.
제이크: 다행히 영어여서 발음이나 포인트를 좀 더 편하게 살릴 수 있었어요. 위스퍼 랩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되게 신기했는데 의외로 막 어렵지는 않았어요. 걱정하면서 녹음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좋았고 녹음도 빨리 끝났어요. 원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위스퍼였는데, 노래가 나오는 부분이 중간중간 들어가면서 더 좋아졌어요. 
 
제이크 씨만의 녹음하는 방식이 있나요?
제이크: 데모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데모의 느낌이 이 곡과 가장 잘 어울려서 선택된 거잖아요. 그래서 데모의 느낌을 최대한 가지고 오려 해요. 희승이 형이랑은 완전 다른 게, 희승이 형은 데모랑 비슷한 걸 싫어하거든요. 희승이 형은 ‘데모보다 더 잘 살리고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인드라면, 저는 ‘데모 속 목소리와 내 목소리는 다르니까 내 스타일대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마인드예요.

‘Highway 1009’ 녹음 비하인드 중 녹음이 끝났는데도 다시 해보겠다고 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녹음에 대한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봐요.
제이크: 확실히 있어요. 특히 녹음할 때. 제 입으로 말하기 좀 쑥스러운데(웃음) 귀가 조금 좋은 것 같아요. 음정이나 박자를 정확하게 알아서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판단이 바로 돼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만족할 때까지 다시 하거든요. ‘I Don’t Think I’m Okay’ 커버 녹음할 때 “박자 밀어주세요.” 이렇게 말했는데 프로듀서 형들이 그게 되게 좋은 거래요. 박자가 조금씩만 밀리거나 빨라져도 제가 바로 느끼는 거더라고요. ‘절대 박자감’까지는 아니겠지만(웃음)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프로듀싱도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노래를 만들고 있나요?
제이크: 제 색깔이 보이는 곡? 아직 그런 적이 없으니까요. 제 곡을 만든다면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까, 저한테 잘 맞는 음악을 찾아가고 있어요. 듣자마자 “와, 이거 진짜 좋다.” 생각이 드는 장르와 곡들이 있거든요. 계속 바뀌긴 하는데(웃음) 지금은 팝 R&B 느낌이에요.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무엇이든 배우면서 실력이 느는 게 너무 재밌거든요. 그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 뭐든 배우려고 해요.

‘Bazzi’의 ‘I Don’t Think I’m Okay’ 커버를 올리기도 했잖아요. 내면의 상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노래인데, 가사가 “relatable(공감가는)”하다고 표현했어요.
제이크: 어릴 적 호주에 살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그때의 상처 덕분에 지금은 제 자신을 ‘protect’하는 방법이 많이 생겼어요.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면 실패할 때마다 속으로 자기 자신을 깎아 내릴 수 있대요. 그래서 힘들거나 우울할 것 같으면 제 자신을 그 힘든 시기에 놓아두지 않아요. 저도 제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웃음) 저는 긍정적인 것 같아요. 제 정신을 잘 지키는 편? 좋아요, 저는 지금.(웃음)

-note’에서 “몸이 아파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그것 또한 이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나요. 어떤 의미였나요?
제이크: 이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저희를 찾아보는 엔진분들은 기분이 좋아지려고 저희를 보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항상 좋은 무대와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엔진분들이 힘든 하루를 보냈거나 힘든 시기일 수도 있는데 제가 웃고 있음으로 인해서 위로받을 수 있잖아요. 

그럼 제이크 씨는 어떻게 위로를 얻나요?
제이크: 저는 슬프지가 않아요.(웃음) 항상 기분이 좋아요. “Life is good~” 이런 마인드.(웃음) 가끔 엔진분들이 “힘들면 힘들다고 해도 돼.” 이렇게 얘기해줘요. 너무 감사한데 저는 힘들지 않아요!(웃음) 그냥 엔진분들이 저를 보면서 기뻤으면 좋겠어요. 엔진분들이 기쁜 모습을 보면 저도 너무 기쁘거든요. 엔진분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무대 위에 서는 거예요. 물론 너무 저를 보는 사람만 신경 써도 안 되고, 너무 나 자신만을 위해서도 안 돼요. 그 밸런스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이 직업을 하면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진과 하고 싶은 게 많아 보여요. ‘WALK THE LINE’ 드레스 코드를 정하는 위버스 라이브에서도 콘셉트를 정하자고 제안했잖아요. 
제이크: 많죠! 드레스 코드로 색깔을 정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콘셉트를 정해놓으면 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개츠비의 파티다.’ 이러면 각자의 해석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 엔진들의 색깔을 보고 싶었어요.(웃음) 저는 한 명 한 명 엔진들과 얘기하고 싶어요. 듣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팬 사인회가 재밌어요. 엔진들도 각자의 인생이 있으니까 저와 얼마나 다르고 같은지 이런 게 알고 싶고 궁금해요. 오래 있으면 정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런 것처럼 엔진과도 항상 지금이랑 똑같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투어 가고, 앨범 내고, 지금이랑 비슷하게.

그러고 보니 ‘FATE’ 투어에서 오디션 곡이었던 저스틴 비버의 ‘Love Yourself’를 선보일 정도로 시간이 흘렀네요.
제이크: 기분이 묘했어요! 전 그 노래를 들으면서 자랐거든요. 그런데 연습생을 거쳐 데뷔를 하고 저희 콘서트에서 제가 그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느낌? 저희 공연을 보러 와주신 엔진분들 대부분이 저희랑 비슷한 나이라서 아마 저처럼 ‘Love Yourself’를 들으면서 자란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더 이 노래를 부를 때 엔진들과 연결된 느낌이었어요.(웃음)

‘FATE’ 투어를 통해서 ‘FATE’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봤다고 하셨어요. 운명을 믿으시나요?
제이크: 저는 엄청 이성적인 사람이라 원래 그런 걸 안 믿는데 ‘FATE’는 믿어요. ‘이루어질 건 이미 정해져 있다.’ 제 인생을 되돌아보면 여기까지 온 게 되게 신기해요. 시기도 잘 맞고, 운도 좋았어요. 너무 딱딱딱딱 잘됐거든요. 그래서 제가 말하는 ‘FATE’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누군가 도와준 거다.’, ‘이건 저 혼자 한 게 아니고, 엔진들과 함께하는 ‘FATE’가 운명적으로 도와준 거다.’라고 생각해요.

Credit
배지안
인터뷰배지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김민경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윤해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이건희, 민지민, 차민수, 예지수(빌리프랩)
사진곽기곤
영상조윤미, 서유정
헤어전훈, 안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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