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를 좋아하는 제이에게 그들의 노래 ‘Wonderwall’이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노래를 듣는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이 노래의 제목은 제이에게 ‘의지한다’는 뜻이었다. 이 인터뷰를 읽는다면 그가 누구보다 의지하는, 그렇기에 그만큼 지키고 싶은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월드 투어를 하면서 8년 만에 고향인 시애틀에 갔어요. 아티스트로서 고향에 가보니 어땠나요?
제이: 제가 태어난 땅에 돌아와서 환영을 받는다는 느낌이 커서 뿌듯했습니다. ‘시애틀 타임스’ 신문에도 기사가 났더라고요.(웃음)
멤버들과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 경기에서 시구도 하고, 제이 뷔너 선수로부터 깜짝 영상 편지를 받았어요.
제이: 아버지께서 엄청 좋아하셨어요.(웃음)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정말 사랑하셨다고 했거든요. 저의 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꿈도 같이 이뤄진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사실 매리너스 홈구장은 제가 너무 어렸을 때 갔다 보니 자세한 기억이 뚜렷하게 떠오르지는 않는데, 이번에 새로운 추억들이 많이 생겼어요. 저로서는 고향을 대변하는 팀에서 시구를 하게 된 거니까, 그동안 열심히 일해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느낌이에요.
금의환향하신 거네요.(웃음) 엔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브이로그도 찍었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제이: 요즘 사람들이 분위기나 감성을 좋아하잖아요. 시애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차분한 감성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유명한 재즈 하우스나 오래된 극장도 꽤 있다 보니 차분하고 앤티크한 바이브를 간접적으로나마 엔진분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는 시간 제약이 있다 보니 보여드릴 수 있는 최대한을 담아보려고 했는데, 못 보여드린 게 많긴 해요.
‘JAY-FASHION Live. 제이 향수 (W/선우)’에서 시애틀에 가게 된다면 뿌리고 싶은 향수가 있다고 했는데, 그 향수를 뿌렸나요?
제이: 그럴 예정이었는데, 그사이에 다양한 향수들을 쓰기 시작해서요.(웃음) 아마 유럽 갔을 때 샀던 다른 향수를 뿌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장미랑 가죽 향이 나는 향수예요. 시애틀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다 보니까 장미도 많이 자라거든요. 정말 장마 때는 일주일에 거의 한 5일은 비가 계속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장미 하면 시애틀이 떠오르는 것도 있고요. 원래 인공적인 장미 향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장미 향을 다르게 해석한 향수는 되게 좋아해요. 흙냄새도 살짝 섞여 있고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자연스러운 향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소장품으로 소개했던 향수들 대부분 무거운 향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이: 보통 향수를 뿌릴 때 그 사람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기대하면서 구매하곤 해요. 평소에 웬만하면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멤버들이랑 있을 때는 워낙 친하다 보니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무대에 대해서는 진중한 모습이 자주 보여요. 작년 인터뷰에서 새로운 취미로 이야기한 일렉 기타를 올해 여러 무대에서 선보일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잖아요.
제이: 아직 시작에 불과하죠, 솔직히. 많은 분들이 새로운 것을 배워서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서 목표를 이루듯, 저도 기타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면서 제가 원하던 목표로 걸어가야 하는 거죠. 그래서 예전 기타 영상들을 보면서 나아진 점과 고쳐야 할 점을 파악하기도 해요. 제가 본업으로 기타를 잘 친다고 할 만큼의 실력은 아니다 보니, 기술적인 면이나 무대 애티튜드는 더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아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기타 연습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이: 스스로 이루고 싶은 확실한 목표라고 생각해요. 스티비 레이 본처럼 제가 기타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해준,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타리스트분들을 보면서 ‘저 수준까지는 못 되더라도 흉내낼 수 있는 단계까지는 가야겠다.’는 마인드로 연습하고 있어요. 그냥 가능한 한 기타가 눈에 보이게 하고, 제가 가는 동선에는 한 대씩 꼭 놓으려고 해요.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 손에 잡히는 거리에 항상 기타가 존재하게 하는 게 키 포인트 같아요. 그리고 제 감정을 가장 잘 풀 수 있는 방법이 기타이기도 해요. 저는 감정적으로 분출을 해야 하는 성격이더라고요. 기타를 배우기 전에는 운동도 해봤고 한 번은 소리도 막 질러봤거든요.(웃음) 일렉 기타를 연주하다 보면 있는 힘껏 “아악!” 하고 소리 지를 때랑 흡사한 느낌이 들어요. 사운드나 연주하는 방식도 그렇고, 목이 안 상하게 소리를 지르는 거죠.
록 음악에 대한 애정이 커 보이는데, 록 음악이 제이 씨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도 했을까요?
제이: 록은 세상을 바꿔온 음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록을 듣는 사람들의 방향을 바꿔서 더 자유로운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표현이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요.
평소 기타와 밴드 음악을 사랑하는 만큼, 밴드 글레이(GLAY)의 30주년 공연을 함께한 경험도 뜻깊겠어요.
제이: ‘여태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누군가에게 전해졌구나. 앞으로도 그런 열정을 잃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밴드 음악을 하지 않는 제가 록을 좋아한다고 것만으로도 좋은 분들이 제 열정을 아껴주시려고 하고, 가르쳐주려고 하고, 서로의 음악에 대해서 존중해주는 경험이 저에게는 정말 귀중했어요. 글레이분들에게만 배울 수 있는 록에 대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고,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 많이 배우고 싶었어요. 제 열정이 누군가에게 전해질 정도로 잃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도 개의치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그 경험이 제이 씨의 음악적 취향이나 시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이: 기본적으로 기타 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밴드와 록 음악은 다 좋아하고 관심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장르로 작업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아이디어는 정말 많은데, 제 손이나 목으로 낼 수 있는 아웃풋의 한계가 있어서 그간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생긴 무수한 아이디어들을 하나하나씩 제가 할 수 있는 속도로 만들고 있어요.
이번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 곡 ‘No Doubt’에서도 ‘whodunit-GLAY × JAY(ENHYPEN)-’나 라르크 앙 시엘 ‘HONEY’ 커버 무대처럼 목소리를 긁어서 거친 질감을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제이: 가이드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긁는 느낌으로 불러야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제 목소리는 비음이 들어가는 발성으로 깨끗하게 부르는 것보다 거칠게 낼 때 듣기 좋은 것 같더라고요. 좀 더 듣기 좋은 보컬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했던 부분이었어요. 의도적인 게 좀 있었죠.(웃음)
‘XO (Only If You Say Yes)’와 ‘No Doubt’ 둘 다 사랑 노래지만, 그 안의 페르소나는 다른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제이: ‘XO (Only If You Say Yes)’는 평소의 저보다도 좀 더 어린 마음으로 했다면, ‘No Doubt’은 제 나이보다도 더 성숙한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요? ‘너’를 생각하면서 애타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는데, 또 힘들기도 하고,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건 많고. 결국 다양한 감정과 힘듦을 안고서도 ‘내 사랑은 달라지지 않아.’라는 걸 보여주잖아요. 앨범의 메시지나 곡의 무드도 그렇고 이번 리패키지는 ‘한층 성숙해진 엔하이픈이 느끼는 애정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녹음할 때 엔하이픈의 성숙해진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요?
제이: ‘No Doubt’은 복합적인 감정을 담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을 생각하면 좋지만 동시에 힘들고, 애타기도 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건 많지만 정답은 정해져 있다는 확신. ‘나한테는 너가 정답이야.’라는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녹음했어요. 저희가 녹음하거나 무대를 하는 것도 결국엔 연기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스토리에 저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노래와 퍼포먼스에 몰입하는 편이에요.
엔진을 위한 팬 송 ‘Highway 1009’에서는 “이젠 나만 믿고 따라와 / 이젠 나만 보고 걸어와”라는 가사를 썼어요.
제이: 저희는 방송 프로그램 ‘I-LAND’를 거쳐서 데뷔했다 보니 처음부터 받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고 생각해요. “너 되게 멋있다. 너의 팬이 되어볼게!”라는 마음으로 저희에게 좋은 감정을 주신 거잖아요. 그래서 엔진분들이 저희에게 그간 걸었던 기대를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언젠가는 우리가 앞질러갈 수 있도록, 엔진분들이 저희에게 먼저 해주기보다 저희가 먼저 증명할 수 있는 순서가 될 때까지요. 저희가 ‘무(無)’인 상태에서 관심을 주시고, 좋은 말과 마음을 주신 만큼 그걸 ‘유(有)’로 만드는 게 저희의 일인 거죠.
‘2023 ENniversary MAGAZINE’에서 “쉬운 길보다는 쉽지 않은 길을 엔진분들과 함께 가고 싶다.”라고 답한 게 생각나네요.
제이: 쉽게 얻은 마음만큼 잃기 쉬운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쉽게 얻고 ‘행복하다. 끝!’ 하게 되는 것들은 자만하거나, 무지하거나, 소홀해지는 것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잃기도 쉽다고 생각해요. 제가 엔진들의 사랑을 어떻게 얻었는지를 확실히 알고.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아야 이 결과가 정말 저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위버스에 남긴 “그 웃음을 챙겨주는 게 우리의 일이니까 우리만 믿고. 엔진은 웃는 게 일이니까.”라는 댓글 그대로네요.
제이: 세상은 사람들에게 놓여진 수많은 일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돌아가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걸 채우면서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엔하이픈이 맡은 톱니바퀴의 역할은 저희를 필요로 하는 분들의 외로움이나 불안함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여러 일이 발생하고, 어떤 실수가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죠. 세상이나 남에 의해 걱정과 불안을 불가항력으로 마주해야 할 때도 분명 있을 거고요. 그럴 때마다 엔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드리고, 그럼에도 찾아오는 불행은 위로해드리는 게 저희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진들이 저희를 평생 좋아하실 수도 있고, 잠깐 좋아하다 가실 수도 있고, 잠깐 돌아오실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저희와 함께한 시간이 후회되지 않게 해드리고 싶어요.
엔하이픈과 함께한 시간이 후회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제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올바르게 살려고 해요. 사람들에게 진정한 신뢰를 얻으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기만의 확실한 규칙과 인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실천해야 언젠가 남들이 그걸 알아채더라도 설득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일을 해서 유명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사랑해 주는 것도 좋지만, 먼저 제가 제대로 된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그래야 엔진분들도 자연스럽게 저를 믿고 따라와줄 수 있을 거니까, 일단 저 자신부터 잘해야 하는 거죠.
평소에도 주변을 늘 세심하게 챙기는 성격인데, 그런 가치관 때문일까요?
제이: 앗,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사람한테만큼은 잘해야 하고, 못할 거라면 자기 사람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게 제 신조예요. 그리고 전 기본적으로 많은 분들을 도와주고 싶고, 제 걸 나눠주고 싶은 성격이라.(웃음) 그러려면 제가 올바르고 능력 좋은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남을 챙기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제 삶의 모토도 ‘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예요.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저에게는 하나로 묶여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노력을 통해 엔진에게 어떤 행복을 전하고 싶나요?
제이: 제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예요. 엔하이픈에게 영향을 받은 걸 후회되지 않은 일로 만들어주는 게 저희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엔진분들이 저희를 평생 좋아하실 수도 있지만, 잠깐 좋아하다 가시거나 나중에 돌아오실 수도 있을 거예요. 저희와 잠시라도 함께한 모든 분이 언제나 행복하고, 세상을 행복하게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제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도 전부 이런 이유인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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