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7일, 당시 연습생이었던 희승은 자신의 첫 번째 ‘-note’에서 그날 하루의 레슨을 하나하나 복기하며 성장을 향한 갈증을 드러냈다. 그리고 2024년, 오랜 꿈이었던 아티스트가 된 희승은 스스로에 대해 말했다. “모든 걸 잘할 수 있는 상태”라고. 데뷔를 준비할 때의 불안이,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의 여유로 바뀌기까지.
곧 데뷔 4주년을 맞이하는데요. 혹시 예전에 찍은 ‘-note’를 다시 보신 적 있나요?
희승: 아… 요즘엔 부끄러워서 끝까지 다 못보겠어요.(웃음)
엔하이픈 결성 날 찍으신 ‘-note’에서 데뷔 확정에 대해서 “마음은 슬펐고 감정적으론 기뻤다.”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았어요.
희승: 그렇네요. 그게 왜 슬펐을까? 와, 진짜 모르겠어요.(웃음) 그 당시에는 불안하기도 했고, ‘이제 시작이다.’라는 느낌? 4년 동안 저를 엄청나게 통제하고 살다가, 드디어 데뷔하게 되니까 참았던 감정이 터지면서 했던 말인 것 같아요.
희승 씨의 첫 번째 ‘-note’를 다시 봤는데, 그날 했던 연습들을 되새기면서 본인의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더라고요.
희승: ‘I-LAND’를 촬영할 당시에는 불안하기는 했었어요. 사실 거의 몇 년 동안 계속 안 쉬고 데뷔를 준비해서 힘들기도 했고요. 방송이 끝나고 데뷔를 하고도 많이 조급했어요. 모든 것이 조급했죠. 데뷔했다고 끝이 아니더라고요. 데뷔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을 때는 그냥 ‘팀’이 되는 게 목표였는데 그게 되고 나니까 또 다음이 있는 거죠. ‘이제 뭘 해야 하지?’ 하고 들여다봤는데 이미 음악도 무대도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시상식에 처음 갔을 때 ‘이런 분들이 나의 경쟁자구나.’라는 걸 무서울 정도로 느껴서 더 불안해지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제가 편한 게 최고라는 생각? 무대 위에서 긴장하는 게 자존심 상해요. 긴장하면 뭔가 스스로 지는 것 같고.
지난 8월에 촬영한 ‘-note’에서 “저를 20살 때부터 봤었던 엔진 분들은 얼마나 신기할까? 그때 저와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제가. 한 해 한 해 갈수록 더더 행복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긴장을 안 하게 된 것도 그 변화 중 하나일까요?
희승: 이제 4년 정도 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조급해지지 않고, 긴장하지 않으려 하고, 항상 여유 있고 싶어요. 긴장을 푼다는 생각조차도 안 하려고 해요. 머리만 긴장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죠. 아무 생각 없이 약간의 긴장감만을 유지하면서 무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이건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별 고민 없이 가볍게 살자. 솔직하고 편하게 내 식대로 살자.
감정을 표현하는 게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희승: 그때보다 조금 더 인간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그냥 느끼는 대로 다 말해버리는 요즘의 제가 좀 웃기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감정 표현을 좀 줄여야 될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살아보니까 표현을 하는 게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솔직한 내 마음을 말하면 의사소통이 잘되잖아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얘기를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하더라고요. 지금 조금 불편하더라도 일단 얘기하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도 가보고. 귀찮긴 하지만 이렇게 하면 무조건 좋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제가 모든 걸 잘할 수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결성 4주년 기념 라이브 때 멤버들과 함께 ‘I-LAND’ 시절을 회상했어요. “얘들아, 형이 어떻게든 살리고 시작해볼게. 걱정 말고 해.” 이 한마디가 프로그램 내내 희승 씨가 가지고 있었던 부담감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팀에 대한 마음도 요즘은 편해졌나요?
희승: 그때 사실 조금 겁먹어서 했던 말이에요. 겁은 먹었지만 그렇게 얘기하면서 저도 잘하고 싶었고요. 요즘은 그런 것 하나도 없이 “오, 도파민. 재밌겠다.” 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MZ 맏형입니다.(웃음) 저희 팀워크, 좋은 것 같아요. 좀 재밌는 방향으로 잘 굴러가요.(웃음) 각자 알아서 할 일을 하는데 목표가 똑같으니까 뭉치는 스타일? 되게 특이하고 재밌는 것 같아요. 이전까지 제가 너무 ‘팀’이라는 개념을 획일적으로 바라봤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에요.
“사실 저희도 사람인지라 힘든 시기도 되게 많아요. 그렇지만 한 명 한 명 너무 착하고 따듯한 친구들밖에 없어서 그런 내색하지 않고, 도와주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까 안 될 것 같던 것도 되더라고요.”라고 한 이번 ‘WALK THE LINE’ 고양 콘서트 엔딩 멘트가 인상 깊었는데, 투어를 준비하면서 팀워크를 재정비한 느낌이었어요.
희승: 어우, 이건 100% 진심. 진짜 저희 멤버들만큼 순수하고 착한 애들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 24살이고, 사회생활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접점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저희 멤버들은 정말 정말 순수하고 진짜 착한 친구들이에요. 제가 가끔 일할 때 실수를 해도 이해해주고, 이런 점들이 정말 고마워요.
한편으로는 ‘WALK THE LINE’ 투어에서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한 팬 송 ‘Highway 1009’를 엔진들에게 선보인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희승: 어… 울컥했는데 눈물을 열심히 참았어요. 진짜 울림이 남다르더라고요. 곡 하나를 쓴다는 건 엄청 오랜 과정을 필요로 하거든요. 작업실에서 혼자 ‘하, 어떡하지…’, ‘아, 이거구나. 오케이!’ 이렇게 막 고민하면서 라인 쓰고, 녹음하고, 컨펌 받고, 디렉팅했던 그 선율이 엄청 큰 공연장에서 나오니까 고생한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FATE PLUS' 투어 이후 'WALK THE LINE' 투어를 시작했는데, 많은 공연을 하면서 어떤 점에서 더 성장한 것 같나요?
희승: 우선 새로운 투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스타디움 투어를 하면서 라이브의 중요성을 너무 많이 느꼈어요. 저는 귀가 너무 좋아서 라이브 중 제 음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다 들리거든요. 많이 고민하면서 연습했어요.
‘Highway 1009’ 데모를 공개했던 ‘-note’에서 “생각보다 작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씀하셔서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작업을 할 때 여러 부분을 고려하나 봐요.
희승: 요리에 비유를 해보자면, 제가 만든 요리를 누가 먹었을 때 약간 걱정이 들 수 있잖아요. ‘어때? 맛이 없어? 짜? 너무 단가?’ 약간 이런 느낌? 그런데 ‘여기가 조금 아쉽다.’고 하면 고쳐야죠. 그건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그냥 아쉬웠다는 거니까. 비유 적절했죠?(웃음)
이전에 위버스 매거진에서 자작곡을 주제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저, 고집 빡세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피드백에 대해서는 굉장히 열려 있네요.
희승: 아잇, 고치면 되는데요, 뭐.(웃음) 고집이 셀 때는 세지만 곡 쓸 땐 피드백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ROMANCE : UNTOLD -daydream-’도 제작 전에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희승: 타이틀 곡 ‘No Doubt’에 대해 멤버들하고 ‘어떤 시대의 음악이 떠오른다.’, ‘예전 R&B 느낌이다.’ 이런 음악적인 이야기를 나눴고, 많은 음악과 무대 영상을 봤어요. 요즘 저희가 하는 음악의 궁극적인 방향성에 대한 회의도 많이 하고 있고요. 장르적인 접근을 좀 다르게 해보자든지, 힙합 무드가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든지. 그러면서도 다 같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죠. 음악을 할 때는 서로 자극받으면서 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런 고민을 거쳐서 ‘No Doubt’을 연습하는 과정은 어떠셨어요? 희승 씨가 곡의 시작을 열던데요.
희승: 좋았어요.(웃음)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저에게는 익숙한 스타일이지만, 팀으로서는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운동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닌데, 안무 연습만으로도 다리가 강화될 정도로 보기보다 빡센 춤이에요. 그래서 다리 근육이 좀 생겼어요.(웃음) 뒷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 코러스 파트의 안무가 포인트가 있어서 좋았어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을 때도 제일 돋보이는 파트였던 것 같아요.
‘ROMANCE : UNTOLD’에 이어 ‘ROMANCE : UNTOLD -daydream-’까지, 질투 많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뱀파이어 남자 친구 콘셉트잖아요. 희승 씨가 정의하는 ‘사랑’과 비슷한가요?
희승: 저는 질투를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웃음) 사랑은... 모르겠어요. 근데 일단 질투는 아닌 것 같아요. 그건 그냥 자기가 불안해서 하는 거죠.
희승 씨는 낭만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엔하이픈은 낭만적인 뱀파이어를 노래해요.
희승: 그러게요. 노래 가사는 아무래도 조금 이상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저한테 귀감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웃음)
‘ROMANCE : UNTOLD -daydream-’에도 녹음 디렉팅 과정에서 멤버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주는 ‘희로듀서(희승+프로듀서)’ 모멘트가 있을까요?
희승: ‘희로듀서’까지는 아니지만(웃음) 이번에는 오히려 안무를 연습할 때 아쉬운 부분들이나 자잘한 의견들을 줬던 것 같아요. 아, 그런데 안무 군기 반장은 아니에요. 군기는 정원이 담당.(웃음)
이전 인터뷰 때 ‘희로듀서’ 입장에서 바라본 엔하이픈 멤버들의 장점을 말씀해주셨어요. 희승 씨가 생각하는 본인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희승: 저는…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혼자서 크리에이티브하고 새로운 것들을 해보려고 하는. 그리고 솔직히 다재다능한 편이라고 생각해요.(웃음)
프로듀싱도 그렇게 새로운 것들을 해보려고 하는 데에서 출발한 걸까요?
희승: 저를 이해하고 싶어서요. 저를 알아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모르는 제 모습들이 있잖아요. 그런 게 음악에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믹스테이프를 내고 무대에 서고 싶어요. 아, 그리고 최근에 원했던 걸 하나 했어요! 커버이긴 하지만, 제 꿈의 일부였던 솔로 무대를 한 번 했거든요.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에서 The Weeknd의 ‘Can’t Feel My Face’를 커버했어요.
희승 씨는 완벽히 준비가 됐을 때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위버스 라이브에서 “연습을 안 하고 가서 더 재밌었다.”라고 말씀하셔서 흥미로웠어요.
희승: 거의 프리스타일 하듯이 한 공연이었는데, 재밌었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3만 명 앞에서 저 혼자 환호를 받는다는 게… 재밌더라고요.(웃음)
그럼 그때도 긴장을 안 하셨나요?
희승: 그때요? 긴장했죠.(웃음) 그런데 하기 싫은 거랑 안 하는 거는 다른 거잖아요.(웃음) 무대에 들어가기 한 10초 전까지 계속 목 풀고 막 제스처 연습하고 그랬는데, 들어가자마자 ‘와, 미쳤다. 이거 진짜 재밌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긴장이 좋은 자극으로 변했어요.
그렇게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희승: 어릴 적 제가 이 꿈에 대해 느꼈던 것들?
어릴 적에 원했던 그 꿈을 직접 겪어보니 어때요?
희승: 신기한 것 같아요. 생각보다는 빨리 그 시기가 찾아온 것 같아서요. 불과 한 4~5년 전까지만 해도 ‘나 이거 못 하겠지? 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회의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건 기억도 거의 안 날 정도로 꿈을 다 이루면서 살고 있으니까.
그럼 엔하이픈이라는 팀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요?
희승: 엔하이픈으로서의 꿈은 더 잘되는 것. 숫자적인 욕심은 아니고, 저희가 무대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표현하는 게 더 많아지고 그걸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거예요. 이 일에 대해 정해져 있는 어떤 틀이 있잖아요. 그 틀을 깨고 싶어요. ‘WALK THE LINE’ 고양 콘서트에서 ‘으른’이 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는데요. 그건 ‘이전과는 다른 제 모습이 나올 수 있다.’를 암시하는 멘트였던 것 같아요. 연습생 때 제 감정을 눌러왔듯이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나 좀 변할 거다.’ 이런 느낌? 전우치도 아니고, 말해놓고 보니 조금 오글거리긴 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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