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거대한 영화 속에서 선우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여정 중 어떤 흔들림이 있을지라도, 끝에는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는 결말이 있기를 바라면서.
위버스에 평소 가장 자주 나오는 MBTI 유형인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의 정반대인 ‘ISTJ(현실주의자)’가 나온 검사 결과를 공유했어요.
선우: 그건 잠깐 나온 오타 같은 느낌이에요. 확실히 이전과 달라지긴 했는데 ‘ISTJ’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멤버들의 영향도 사실 없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멤버들이 다 ‘T’다 보니까.(웃음)
MBTI 검사 결과가 모든 변화를 반영하지는 않겠지만, 그사이 성격적인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선우: 예전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눈앞에 주어진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스케줄을 할 때는 딱 스케줄 생각만 하고. 확실히 좀 성숙해진 느낌?(웃음) 이전부터 조금씩 그렇게 변하다가, 이제는 완전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는 일부러 더 밝은 모습을 보이려 했다면, 요즘은 그러지는 않아요.
그렇게 변한 이유가 있을까요?
선우: 예전에는 제 이미지 자체가 되게 밝아서 계속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이제는 엔진분들과의 관계도 충분히 편안해졌으니 저의 진실된 모습을 그냥 보여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엔진들과 친구처럼 소통하고 있는데, 다들 그런 편안한 모습도 좋아해주셔서 마음이 편해요.(웃음)
위버스에서 야식을 추천해달라는 엔진들에게 아주 상세한 메뉴와 먹는 방법까지 알려준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웃음)
선우: 항상 그때그때 끌리는 것들, 그냥 제가 먹고 싶은 걸 추천해드리거든요. 저는 스케줄이 있으니까 야식을 무겁게 먹으면 다음 날 지장이 생길 수 있잖아요. 엔진분들은 맛있는 걸 드시라고 항상 그렇게 추천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진짜 그대로 드셨는지는 모르지만, 엔진분들이 “선우야, 고마워!” 이러실 때 너무 뿌듯해요. 다들 ‘먹잘알’이라고 해주시고요.(웃음)
그건 정말 사랑인데요. 선우 씨는 당장 먹을 수 없어도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걸 엔진들에게 추천하는 거잖아요.
선우: 어쨌든 자기관리가 기본값인 일을 하니까요. 그 안에서도 더 건강하고 좋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했고요.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그 다음 날에는 무조건 가벼운 음식을 먹고,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는 조금 더 신경을 써요. 먹고 싶은 음식도 종종 먹고 있어요.(웃음)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공개된 선우 씨의 방을 보니 건강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듯했어요.
선우: 작년 말, 올해부터 영양제를 챙기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한 지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거든요. 여러 가지를 먹어보면서 저에게 맞는 것들을 찾았어요. 면역력에 대한 공부도 해보고. 저는 시간이 지나도 좋은 모습을 잘 유지하고 싶어서 ‘어릴 때부터 관리하자.’ 이런 생각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면에서는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확실히 체력도 그렇고 건강이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뭐든지 꾸준하게 하면 안 좋은 건 없더라고요.(웃음)
방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편이에요? 이전에 ‘보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상 속 즐거움”이 원동력이라고 했어요.
선우: 일단 방에서 잔잔한 노래를 하나 틀어요. 그리고 침대에 앉거나 기대서 조명 하나 켜놓고 그걸 딱 가만히 보고 있으면 너무 좋더라고요. 저의 나이트 루틴이 있어요. 씻고, 얼굴에 팩 붙이고, 종아리 마시지 기계에 다리를 끼우고 이렇게 딱 앉아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거예요.(웃음) 그렇게 있으면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 순간 자체가 하루의 마무리잖아요. 저는 제가 행복해져야 제 주변도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뭘 하면 행복해지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앞으로 그런 것들을 더 많이 찾고 싶어요.
위버스에서 엔진분들에게 작품 추천을 많이 받았는데, 이미 보신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중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중식여신’으로 출연한 박은영 셰프님과는 EBS ‘최고의 요리비결’을 함께 촬영했던 인연이 있잖아요.
선우: 사실 그 촬영이 조금 오래전이라 처음에는 몰랐어요. 나중에 엔진분들이 제가 ‘최고의 요리비결’에 나온 모습을 올려주셔서 “아!” 이렇게 안 거예요. 너무 신기했어요.(웃음) 함께 촬영할 때 박은영 셰프님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못 알아봤을 때도 계속 박은영 셰프님이랑 정지선 셰프님 두 분을 엄청 열심히 응원했어요. 두 분이 대결하실 때 ‘두 분 중 누구라도 결승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자리에 가기까지 두 분 모두 정말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걸 다 떠나서, 두 분 모두 워낙 잘하셔서. 아이디어나 요리가 너무 멋있어서 저절로 응원하게 됐어요.
다양한 작품을 보는 건 선우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 대해서도 라일리의 성장 과정을 보며 공감했잖아요.
선우: 지금의 저도 너무 좋지만, 항상 저와는 전혀 다른 인생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퇴근하면서도 다른 분들을 보게 되면 ‘저분들은 어떤 인생을 살까?’ 궁금하기도 하고. ‘인사이드 아웃 2’는 제가 딱 연습생이 되면서 학교 친구들과 겪었던 일들 같았어요. 라일리도 하키 캠프에 가면서 친구들과 갈등하잖아요. 저도 연습생을 시작하고 친구들과 맨날 같이 있다가 떨어지게 되면서 친구들이랑 다투기도 했어요. 지금은 대부분의 친구들과 잘 지내지만 연락이 안 닿는 친구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지낼 수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저도 그렇고 그 친구도 어렸으니까 판단이 잘 안 됐을 거예요. 기회가 된다면 그 친구를 한 번 만나고 싶긴 해요. 잘 지내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고.
지금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선우: 저랑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존중하고, 오히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것 같아요. 그게 더 서로에게 편하고 좋은 관계라고 생각해서. 저도 정이 되게 많은 사람이라, 한 번 제 바운더리 안에 있으면 안 맞아도 어떻게든 맞춰가려고 하는 타입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가까울수록 서로의 이야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예민해져서 안 좋은 감정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해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돌아보려 하는 것 같아요.
선우: 제가 인정이 좀 빨라요.(웃음) 객관화가 잘되는 것 같아요. ‘아, 이건 뭔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바로 인정하는 편이에요. 사실 그게 저에게 더 좋잖아요. 안 좋은 건 빨리 없애고, 좋은 건 빨리 캐치하는 게.
스스로에 대해 굉장히 기준이 높아서 그럴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선우: 그런가 봐요.(웃음) 저는 그렇다고 생각 안 했는데 남들이 보기에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사실 힘들었어요. 그런데 항상 고난이 있으면 한 단계 성장이 있잖아요. 연습할 때도 똑같아요. 안무를 소화하려면 연습을 해야 하는데, 힘들죠. 그런데 그래야지 실력이 늘어요. 처음에는 잘 안 됐던 적도 많았어요. 그래도 어쨌든 항상 연습을 했거든요. 꾸준히 연습을 하다 보면 또 되고. 그게 신기해요.(웃음) 이건 진짜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힘듦이 있어야 좋아진다.”
‘WALK THE LINE’ 고양 콘서트에서도 살짝 지쳐 보이는 순간이 있었는데, ‘XO (Only If You Say Yes)’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특유의 환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에 몰입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선우: 쉽지 않았습니다.(웃음) 저도 사실 신기하긴 해요. 무대를 할 때는 그냥 몰입이 돼요. 저도 사람이니까 무대를 하기 전에 힘들 때도 있고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래도 무대에서는 어떻게든 끼를 표출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여러 생각에서 나오는 그런 감정들을 풀어서 표정을 살리게끔 하기도 해요.
‘XO (Only If You Say Yes)’를 보면 선우 씨만의 밝은 분위기와 장점을 잘 살린 무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우: 여러 표정을 지어봤는데 살짝 웃는 것보다 활짝 웃는 게 화면으로 보기에 낫더라고요. 그래서 ‘웃을 거면 확실하게 웃자.’ 이런 생각으로 표현했어요. 그리고 이 노래의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내가 누군가의 연인이라면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주면서 행복하게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윙크도 하고 활짝 웃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해보니 저는 되게 좋았어요.(웃음)
이번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 곡 ‘No Doubt’의 프리코러스 파트에서도 제이 씨와 보컬을 주고받을 때, 제이 씨의 터프한 톤과 선우 씨 특유의 섬세한 톤이 대조적이라 더 매력적으로 들리던데요.
선우: 제이 형처럼 터프하게 불러볼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잘하는 걸 더 잘하게끔 극대화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부드러운 톤이 제 매력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살리는 방향으로 녹음하면서 디벨롭을 시켰죠. 이 일에서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하는 걸 해도 그것조차 무던하게 보이기 쉽더라고요. 최대한 잘하는 걸 더 잘하게끔 극대화시키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부족한 걸 채우면 그 부족한 것마저도 잘하는 게 될 수 있으니까.
멤버들과 ‘No Doubt’의 안무를 연습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그루브를 타면서 느낌을 살리는 안무라 다 함께 디테일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선우: 조금 어렵긴 했어요. 스텝이 많고, 디테일을 맞추는 게 조금 힘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저희가 새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안무를 익히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저희 퍼포먼스 디렉터님도 그렇고, 저희도 연차가 쌓일수록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매 앨범마다 업그레이드가 되더라고요. 저희가 연습할 때 특징이 딱 있어요.(웃음) 서로 장난을 많이 쳐요. 항상 제가 연습하고 있으면 멤버들이 장난치거든요. 그러다가 ‘아,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그런 때가 와요. 그러면 또 다 같이 엄청 열심히 해요. 그러면 항상 퀄리티가 나와요. 저희는 연습하면서 누구 한 명만 없어도 되게 조용해져요. 이렇게 다 같이 연습을 해야 재밌으면서도 연습도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엔진분들이 딱 보시면 알 거예요. 그걸 그대로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불안을 동력으로 확신을 얻는다는 ‘No Doubt’의 감정선이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선우: 불안을 통해서 확신을 얻는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저희도 엔진분들을 항상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언젠가는 저희와 함께하실 수 없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은 안 해요. 엔진분들이든,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든 일단 믿음을 가지고 지금에 충실한 게 저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다고 생각해서. 그래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21년에 위버스 매거진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 보였어요. 지금은 이전보다는 ‘확신’이 생긴 걸까요?
선우: 변하긴 했죠.(웃음) 원래 많은 것들에 신경 쓰고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나만 보자.’는 마인드로 바뀌었어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주변의 문제는 어떻게든 다 해결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예민함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직업들이 있는데, 제가 하는 일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민해야 모니터링을 하면서 디테일을 다 체크하고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제 제가 어떤 상황에서 예민해지는지 알아서 그걸 딱 컨트롤을 잘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를 제외하면 딱히 예민해질 일이 없거든요. 그러면 컨디션 관리를 전날에 미리 해놓는 거죠.
“힘이 들고 지쳐도 또다시 설 수 있게”. 팬 송 ‘Highway 1009’에서 쓴 가사 그대로, 선우 씨는 항상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어떻게든 해결하면서 일어서는 것 같아요.
선우: 맞아요. 제가 항상 그랬거든요.(웃음) 엔진분들의 존재가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어요. ‘내가 진짜 너무 힘들고, 지치고, 쓰러질 것 같아도 엔진들을 보면 일어설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의가 되더라고요. 가사를 쓸 때 머릿속에서 딱 생각나는 이미지가, ‘FATE’ 투어에서 제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엔진분들이 라이트를 켜고 있는 순간이었어요. 그때가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기까지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늘 일관되게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꿈꾸네요.
선우: 네. 제 미래는 무조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요즘 행복해요.(웃음) 당연히 이런저런 고민은 있긴 한데, 인생을 큰 흐름으로 봤을 때 그냥 각자 살면서 생기는 고민들이에요. 그게 제 인생에 크게 지장을 줄 것 같지 않아요.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이 또 일어나겠지.’, 이런 생각으로 지내고 있어요.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는 불완전한 사람이 완전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더라고요. 어쨌든 결말은 항상 완전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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