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과 뷔는 이른바 ‘공항 패션’으로 생활 한복을 입은 바 있다. 정국은 회색 생활 한복에 검은색 티셔츠와 어글리 슈즈가 어우러져 편안함을, 뷔는 녹색 셔츠와 검은색 슬리퍼, 닥터 백 등을 조합해 개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이 한복을 입는 방식은 고름이나 대님 대신 단추, 지퍼를 달고, 전형적인 한복 소재인 실크 대신 면과 같은 관리가 쉬운 소재를 사용하는 현대 생활 한복 디자인이기에 가능한 복식이다. 4월 13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K-팝X한복’ 전시를 주관하는 한복진흥센터의 안용제 팀장은 이에 대해 생활 한복이 “청바지나 슬랙스, 스니커즈, 후드 티 등 기성복이나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 등과도 잘 결합하여 색다른 매력”을 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고 말한다. 한복이 “당대의 생활상과 시대상, 미의식 등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 옷이고, 생활 한복은 이러한 한복을 “생활 속에서 편하게 입고, 개성을 표현하는 일상복으로서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는 의견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 한복은 “전통과 결을 맞춰가면서 현대사회에 좀 더 필요한 형태로 변화”하는 중이다.
‘2018 MMA’에서 제이홉이 입은 한복을 제작한 ‘천의무봉한복’의 한지혜 실장은 “18세기 소창의라는 ‘포’의 형태를 원형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전통적인 동시에 현대적인 춤과 어울려 동적이면서도 춤선을 느낄 수 있도록 안감 없이 홑으로 특별 제작”했다. 이는 “전통미가 강조되도록 생활 한복에 현대복을 스타일링”한 결과로, 현대적인 음악에 국악이 결합한 ‘IDOL’의 느낌을 더욱 살릴 수 있었다. 또한 방탄소년단이 ‘IDOL’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한복은 조선 시대 선비가 외출할 때 덧입었던 답호의 형태를 유지하되 무채색으로 변화를 줘 요즘 스트리트 패션에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 이 옷을 제작한 ‘한국의상 백옥수’의 조진우 대표는 “한복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하되 색감이나 소재 부분은 과감하게 변화를 주었다. 현대적인 소재와 무채색 컬러를 적용, 요즘 옷과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는 한복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존재의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진우 대표는 “의복이나 전통 장신구의 형태에 변화가 전혀 없”어도 “소재만 현대적으로 변형”시키거나 “현대 의상과 믹스매치”하면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운동화, 셔츠, 로브나 재킷처럼 현대복과 함께 매치한 전통 포는 “한복 특유의 펄럭임이 아름다워서 색깔만 잘 선택해도 현대 의상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하 ‘지미 팰런 쇼’)’을 위해 경복궁에서 선보인 ‘IDOL’ 무대에서 제이홉, 슈가, 지민의 한복 정장을 만든 김리을 디자이너는 이 의상에 대해 “원단의 멋”을 살리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00% 실크 소재의 원단은 관리하기도 어렵고 구김이 많이 가지만 빛을 받았을 때는 더 멋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무대의 조명이 옷감에 비치면 옷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한복의 불편함으로 여겨지던 부분이 지금은 오히려 입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래서 지금 한복은 전통이 현대에 적응하는 과정이자, 현대가 전통을 해석하는 관점이기도 하며, 바로 지금의 시대상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표현 수단이기도 하다. 제이홉은 ‘2018 MMA’에서, 정국, 진, 슈가는 ‘지미 팰런 쇼’의 ‘IDOL’ 무대에서 노리개를 착용했다. 노리개는 저고리 고름이나 치마 허리에 착용하는 장신구로 부귀다남, 불로장생, 백사여의 등 당대 여성들의 행복관을 담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소창의나 봉황이 그려진 답호 등 과거 남성이 입는 복장에 노리개를 착용했다. 이에 대해 한지혜 실장은 “고름에 노리개를 달아 마치 깃발이나 띠가 휘날리듯이 움직임의 흐름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요소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옛 한복들을 살펴보면 성별에 관계없이 형태가 비슷한 옷들이 많고, 형태만 보아선 누가 입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한복들도 있”기에 “그 공통되는 부분들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현대에 맞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한복을 디자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조진우 대표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 한복은 기본적으로 저고리, 바지, 치마, 포로 구성된 조선 시대의 한복이지만 반만년 역사를 지닌 우리 옷은 그 밖에도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며 시대에 따라 한복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의 한국 역시 전통을 유지하되 새로운 생각으로 이를 해석하려 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에서 한복이 가진 의의 중 하나일 것이다. 슈가의 ‘대취타’ 뮤직비디오에서 검은 머리의 슈가는 삿갓에 갓끈을 단 모습으로 등장한다. 삿갓은 대오리나 갈대를 엮어 우산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든 쓰개로, 비나 햇빛을 피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반면 갓끈은 삿갓과 비슷한 용도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위엄이나 체모 등을 상징하는 갓을 꾸미는 장식의 일환으로 사용됐다. 서민의 실용적인 도구였던 삿갓에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시대에 따라 금지하기도 했던 양반의 갓끈을 매단 것은 낯선 조합이다. 그러나 ‘대취타’ 뮤직비디오에서 슈가는 왕과 민초의 1인 2역을 하면서 둘의 대립을 보여준다. 왕과 대립하는 민초, 그런 민초를 잡아들이려는 왕의 관계가 삿갓과 갓끈의 결합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해석하기에 따라 ‘대취타’가 조선 시대와 힙합을 이른바 ‘힙’하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과거의 신분제도를 비판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복이 방탄소년단 또는 그 또래들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그들은 전통 의상을 자신의 스타일과 메시지를 완성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안용제 팀장은 ‘IDOL’의 한복을 보며 “방탄소년단의 정체성, 오늘이 있게 해준 것들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한복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IDOL’의 ‘나는 항상 나였기에’라는 가사나 자신을 아티스트, 아이돌 혹은 ‘어떤 다른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you can call me artist/you can call me idol/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 I don’t care’)는 메시지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의 한복에 깃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나’는 스타일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이 시대의 고루함을 깨고 미래를 제시한다. 반만년 동안 이어진 전통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이유다.
글. 오민지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