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just need some space”. 이브(Yves)의 두 번째 EP ‘I Did’의 타이틀 곡 ‘Viola’의 뮤직비디오에서 이브는 건조한 시선들에 둘러싸인 채 환하게 웃으면서 춤을 추다가, “무너져버린 내 무대”를 담은 트럭이 떠나가는 사이 무표정하게 “무감각해진 나”를 바라본다. 요컨대 ‘I Did’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기쁨, 불안, 허탈함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떠나보낸 뒤의 찰나에 대한 음악이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이달의 소녀로 K-팝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솔로 아티스트로 데뷔하기까지 이브가 거쳐온 수많은 감정의 고리들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원이 이브의 음악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를.
데뷔 7주년을 맞았는데, 솔로 앨범 두 개에 연말엔 투어로 빈틈없이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블로그를 꾸준히 쓰던데, 최근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이브: 바빠도 글을 쓰는 건 늘 재밌어서 블로그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엥두들과 기념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제 마음을 다양한 글로 표현해요. 이렇게 글을 쓰면 음악에 담긴 이야기를 다른 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배경도 되고요.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제 방인데요. 방음이 잘되어서 불을 끄고 온전히 노래 연습에 집중할 수 있고, 영상도 집중해서 볼 수 있어 너무 좋아하는 장소가 됐어요. 이외에 빠져 있는 건 저희 삼촌이 선물해주신 싱잉볼이에요. 고민이 있거나 잠이 안 올 때 싱잉볼로 울림을 내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싱잉볼로 연주도 하고 영상도 찾아보고 있습니다.(웃음)
평소 축구에도 관심이 많으신데, 이브 씨가 속한 레이블 파익스퍼밀의 대표 밀릭 씨도 축구 팬이시잖아요. 축구 얘기도 자주 나누시나요?
이브: 회사에서 밥을 먹을 때 TV를 틀면 대표님과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딱 두 개예요. 하나는 축구 하이라이트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무한도전’인데, 대표님이 축구에 대해 잘 아시니까 설명도 많이 해주시고 중계도 재미있게 해주세요. 또 ‘무한도전’을 보면서 같이 대사를 외우기도 해요.(웃음) 평소 작업할 때도 편안한 사촌 오빠처럼 저를 대해주시고 긴장을 풀어주셔서 저도 더 솔직하게 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K-팝 팀 활동을 거쳐 솔로 아티스트로서 파익스퍼밀에 합류했어요. 밀릭 씨는 힙합 및 얼터너티브 음악을 선보이는 프로듀서인 만큼 서로에게 기대한 시너지가 있었을 듯해요.
이브: 첫 미팅 후 밀릭 대표님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장문의 문자로 “이브라는 아티스트가 갖고 있는 능력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디렉터로서 갖고 계신 색깔들을 확실하게 끌고 나가고 싶습니다. 이브 씨라는 아티스트가 굉장히 욕심이 납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게 저에게는 회심의 문장이었는데, 파익스퍼밀과 함께한다면 뚜렷한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계약하게 됐어요. 파익스퍼밀은 자유로운 분위기인데, 저는 연습생 시간까지 합치면 7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아이돌 중심의 엔터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몸에 밴 사람이라 초반에는 많이 굳어 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대표님들께서 “너의 음악을 하는 만큼 네 의견을 피력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조언해주셔서 제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게 됐어요. 솔로 데뷔 곡을 준비할 때도 첫 미팅에 PPT를 만들어 가서 완전히 색다른 모습보다는 이전의 색깔을 어느 정도 갖고 가면서 장르적인 변신과 캐릭터로 차별성을 보이고 싶다고 의견을 냈어요. 그렇게 함께 고민한 끝에 하우스 장르의 곡에 현실에 없는 이질적인 소녀의 비주얼이 어우러진 ‘LOOP’이 나왔는데요. 그렇게 저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주셔서 그 부분이 좋습니다. 그룹 활동 때보다 생각해야 할 범위가 훨씬 늘어나서 가끔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해서 자신 있게 즐기고 있어요.
이달의 소녀로 활동할 때부터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해왔고, 솔로 데뷔 이후에는 무드보드를 만들어 비주얼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고 알고 있어요.
이브: 공감각적인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단순하게 듣는 음악을 넘어서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미지까지 구현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중에는 패션도 포함되어 있고요. 평소 영화도, 전시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어머니가 제가 어릴 때부터 빈티지 의류 숍을 운영하셨는데, 어머니 앞에서 “이거 어때?” 하면서 다양한 옷을 스타일링해보고 사진도 찍어보면서 저만의 감각을 조금씩 키워왔어요. 그룹으로 활동할 때도 직접 트랙을 찍어서 회사 A&R분들께 들려드리기도 했고, 그룹 활동 이후에는 혼자 계약한 작업실에 가서 그날 그날 만들었던 마디들을 엥두분들에게 들려드렸어요. “음악 계속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어서요. 퍼포먼스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고요. 퍼포먼스, 패션, 노래, 이 모든 것들이 결합된 음악을 보여드리는 게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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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민이 이번 앨범 ‘I Did’의 타이틀 곡 ‘Viola’의 의상이나 퍼포먼스에는 어떻게 반영되었을까요?
이브: 이전 타이틀 곡 ‘LOOP’로 활동할 때는 현실에 없는 이질적인 소녀를 표현하기 위해서 드레시한 느낌의 옷들을 많이 입었다면, 이번에는 솔직한 저의 감정이 담긴 가사를 부르는 만큼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느낌이 좋겠다고 의견을 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각 수록 곡들이 가진 다양한 자아를 표현하는 만큼 통일성 있는 의상을 보여드리기보다는, 의상마다 독특한 요소들을 하나씩 활용했습니다.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항상 그 곡에 어울리는 안무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데요. ‘Viola’의 데모를 듣고 바로 힙합 안무가 떠올랐어요. 하이퍼 팝에 큰 동작과 리듬감 있는 힙합 안무가 들어가면 색다른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이 부분이 반영되면서 하이퍼 팝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리게 된 것 같아요.
‘Viola’의 퍼포먼스에서 무대마다 자유롭게 바뀌는 표정 연기도 인상적이에요. 무거운 가사를 노래하지만 활짝 미소 짓기도 하고, 아련한 표정을 짓기도 하던데요.
이브: 표정 연기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는데, ‘무대 위에서 느끼는 그 감정을 그대로 표정으로 표현하자.’는 생각으로 매번 임했어요. 그래서 무거운 가사들이 와닿을 때는 무표정이나 쓸쓸한 표정을 지었어요. 반면 ‘Viola’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자유롭게 제대로 즐겨보자(Let’s get dumb and break shit)”는 기계음 멘트처럼 ‘그냥 다 잊어버리자.’ 이런 생각이 들 때에는 활짝 웃으면서 무대의 즐거움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Viola’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하더라고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I just need some space”라는 가사와 겹쳐 보였어요.
이브: 이번 앨범에서 밀릭 대표님도, 저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싣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던 불안, 걱정, 우울을 솔직하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듣는 분들 또한 제 음악을 통해서 ‘이건 부끄러울 감정이 아니구나.’라고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저는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행복이나 제 직업의 가치를 느끼기도 하지만 또 그로 인해 상처받거나 마음속 땅굴을 파기도 해요.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시선을 저와 절대 뗄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불에 타는 모기 향이 이브 씨의 머리와 겹쳐지는 것처럼, 원의 모티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기도 해요.
이브: ‘Viola’에 “무너져버린 내 무대 뒷 편에서 무감각해진 나를 바라봐”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넘어져도 또다시 일어나서 새롭게 시작하는 제 삶의 흔적이 있다고 느껴져서 인상 깊었어요. 어렸을 땐 가수가 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았지만, 모든 직업이 그렇듯 막상 해보니 상상과 다른 부분도 많고 때로는 스스로가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를 원이라고 생각해보면, 남들의 눈에는 그저 동그라미로 보일 수 있지만 제 안에서 많은 에너지들이 충돌하면서 형태를 유지하는 구심력이 있다고 봐요. 우울과 행복의 굴레를 거쳐 감정이 소멸하고 스스로 다시 탄생하는 그런 부분이 뮤직비디오에서 잘 구현된 것 같고요.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삶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 끝은 또 다른 탄생으로 이어지잖아요. 인간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Viola’가 무대 위와 그 이면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은 이 노래를 일상에 대한 은유로 느끼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앨범 제목이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의 ‘I Did’인 것도 그런 감정의 순환과 관계가 있을 듯해요.
이브: 누구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돌이켜보면 결과로는 확실한 게 남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저 역시 그런 순간에는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지기도 해요. 이번 앨범도 외부에서 봤을 때는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앨범을 통해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여러 감정을 느끼고 엥두분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도 가졌어요. ‘I did’가 단순하게 ‘나는 했다.’는 뜻이잖아요. 제가 울고, 웃고, 불안해하던 모든 순간들을 다 거쳐서 이 앨범이 나왔다는 뜻에서 ‘나는 했다.’는 우직한 메시지를 목적어 없이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앨범의 주제가 ‘평온함을 찾아나가며 마주했던 감정’인 것도 같은 맥락이겠네요.
이브: 프로듀서분들에게 제가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평온함이었어요. 저는 평온함이 안정감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친구들의 안정감이 저의 행복에 큰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항상 생일날 케이크에 소원을 빌 때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 소원을 길게 말해왔는데, 그걸 줄여보니 결국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해주세요.’가 되더라고요. 이 주제를 음악적으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인트로 곡인 ‘Viola’에서는 하이퍼 팝 장르를 통해 첫 시작에서 요동치는 마음과 혼란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어지는 곡 ‘Hashtag’에서는 R&B 장르로 리듬을 타면서 앞선 곡의 다중적인 자아와 혼란을 더 깊게 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Gone Girl’에서는 쓸쓸한 감정을 느끼면서 앞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Tik Tok’에서는 이전까지 사랑했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추억을 회상하고요. 마지막 곡인 ‘DIM’의 마지막 부분에는 온전히 트랙만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는 듣는 분들이 제 목소리와 가사가 아닌 자신만의 생각과 기억을 회상하고 감정을 잠재우면서 평온함을 마주하길 바랐어요. 엥두들도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행복했고 평온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곡마다 다채로운 분위기와 자아가 담긴 만큼 보컬의 스펙트럼도 이전보다 넓어진 듯해요.
이브: 그룹 활동을 할 때는 저를 확실하게 드러내기 위해 힘 있는 톤으로 노래했어요. 지금은 혼자서 표현해야 할 부분이 많다 보니 각 곡의 분위기에 맞춰서 어떤 곡은 리듬에, 어떤 곡은 가사에 더 힘을 싣는 것처럼 다양하게 접근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디렉팅을 받을 때 아예 힘을 빼고 해탈한 사람처럼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하이퍼 팝은 화려하지 않고, 보컬 톤으로 따지자면 정제되어 있고 기교가 덜한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Viola’를 녹음할 때 발성적인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에 맞춰서 가사의 메시지가 잘 들리도록 덤덤하지만 일정한 톤으로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앨범을 녹음할 때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디렉터님이 괜찮다고 하셔도 “아니요. 이 파트는 무조건 다른 버전으로 가야 합니다. 새로 녹음해야 합니다.” 이렇게 저만의 고집을 부리기도 했어요.(웃음) 다행히 제가 설득하면 디렉터분들이 오케이 해주셔서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완벽주의적인 면모가 있나 봐요. 지난 ‘LOOP’ 활동에 대해 스스로 10점 만점에 5점을 주기도 했고요.
이브: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끝을 봐야 하는 타입이고, 프로듀싱에서도 같은 욕심을 느껴요. 그런 점 때문에 엥두들이 ‘이브는 무인도에 떨어져도 혼자 잘 살아남을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웃음) 이전에는 제가 완벽주의자인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이달의 소녀 멤버들과 동고동락할 때 멤버들이 “언니는 너무 스스로를 채찍질해.”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어느 순간 이런 성향이 저를 갉아먹는다고 느껴서 스스로 내려놓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지금은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정말 할 만큼 다했다. 후회 없어.” 이런 마음이 들 수 있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이전 앨범은 시작이라는 점에 의의를 둬서 5점을 줬는데, 이번 앨범은 ‘LOOP’의 연장선인 만큼 마무리를 잘했다는 점에서 일단 2점을 추가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니 1점을 추가해서 총 8점을 주겠습니다.(웃음)
‘LOOP’ 활동 당시 이벤트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열의를 다해 메뉴를 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데뷔 전 고시촌에서 자취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회 경험이 현재의 이브 씨에게 영향을 줬을까요?
이브: 사실 인간 하수영은 막내에 가까워요. 누워 있기를 좋아하고 누군가 차려준 음식을 먹기를 좋아하고요.(웃음) 하지만 ‘이브’라는 이름을 달고 나서는 언니가 되기도 했고, 뭐든지 스스로 두 손 두 발 다 걷고 해야 하는 성향이 생겼어요. 데뷔 전에 했던 아르바이트나 사회 경험을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가수 생활을 하면서 겪는 힘듦을 잘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서 그 시간에 감사해요. 덕분에 그룹 활동을 할 때도 어린 멤버들에게 “이렇게 해야 해.” 하고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든 일이 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지금도 제가 마주하는 인연들이나 저를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잊지 않고 표현하려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이번 투어 이름이 ‘APPLE CINNAMON CRUNCH TOUR’인 것처럼, 팀 활동에서 얻은 사과라는 아이덴티티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도 해요. 자신의 과거를 긍정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아요.
이브: 사과는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저를 기억하는 심벌로 자리 잡은 만큼 감사하고 애틋한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성경 구절 속 이브의 사과가 금기시되는 소재기도 하잖아요. 이브가 먹으면 안 되는 과일을 먹었기 때문에 벌을 받고 또 새로운 상황이 펼쳐진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과의 의미가 반항 또는 모험이라고도 느꼈어요. 이 의미가 앞으로 ‘이브’로서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도 일치해서 계속 갖고 나가고 있어요.
항상 이브 씨를 기억해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온몸으로 나타내는 듯해요.
이브: 솔로로 데뷔하기 전까지 1년의 공백기를 가졌어요. 시간은 흐르는데 저는 멈춰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양팔과 다리가 쇠사슬로 묶인 것 같은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러던 와중 어느 날 꿈을 꿨는데, 높은 빌딩 위에 제가 서 있었고 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어요.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튼튼한 동아줄이 제 눈앞에 딱 내려오더라고요. 망설임 없이 그 동아줄을 잡고 꿈에서 깼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엥두들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정체성에 혼란이 왔을 때 저를 잡아주고 숨 쉴 수 있는 구멍이 되어준 게 팬분들이에요.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잘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팬들에게 보낸 웰컴 메시지가 생각나네요. “안녕, 보고 싶었어. 앞으로 더 행복하게 해줄게.”
이브: 온라인으로 만났을지라도 큰 의미가 있는 인연인 만큼 엥두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메시지를 전했어요. 제 주변에 함께하는 모든 분들의 행복이 저의 행복이에요. 온전히 저의 행복만이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앞으로도 저는 제 행복만을 좇지 않고 제 음악을 접하시는 분들 그리고 어떤 경로로든 저와 인연이 닿는 분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계속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종 “넌 너무 생각이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엥두들이 그런 모습 덕분에 저를 좋아하는 거라고 매일매일 확신을 주셔서 제가 저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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