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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인
디자인MHTL
사진 출처존이냐박이냐 YouTube

‘존이냐박이냐’ (유튜브)
윤해인: 저는 감독님 따를 거예요.” 가수 존박은 유튜브 채널 ‘존이냐박이냐’를 개설하며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제작진을 너무 믿은 탓일까. 어느 날 유튜브 쇼츠에서는 ‘마라탕후루’, ‘잘자요 아가씨’ 챌린지를 소화하는 존박의 모습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게스트의 출연을 염원하며 가상의 토크쇼를 하는 ‘게스트 기우제’를 수줍게 진행하거나, 영어 강사 ‘존티처’ 콘셉트로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 “너 T야?” 같은 챌린지 멘트의 영어 표현을 설명하는 장면이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했다. 이렇듯 ‘존이냐박이냐’는 존박이 유튜브의 유행을 꿋꿋하게 수행하며 발생하는 비틀린 재미를 주력 콘텐츠로 삼는다.

제목 그대로, ‘존’이냐 ‘박’이냐. ‘존이냐박이냐’에서 존박은 인간 ‘박성규’와 아티스트 ‘존박’ 사이를 오가는,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두 나라의 문화를 오가는 자신의 복합적인 정체성 그 자체를 콘텐츠화한다.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라는 문장 속에서 ‘선후배’ 문화와 언어적 특성을 설명하는 존박의 모습은 그가 영어 회화 유튜버인지를 의심케 하지만, 이 혼란을 깨고 등장하는 보컬리스트 존박의 모습은 ‘존이냐박이냐’의 묵직한 한 방이다. 존박은 가상 게스트로 등장한 에스파의 패널 옆에서 특유의 저음으로 ‘Whiplash’를 커버하며 한 소절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해외여행 콘텐츠 촬영 중 거의 즉흥적으로 오른 공연에서 여유롭고 프로페셔널한 무대 매너를 선보인다. 본업에서 나오는 그의 전문성은 가수 이적과 함께 노래의 시대적 의미나 한국의 존댓말 문화를 심도 있게 논하는, 진중한 대화의 장면까지 가능케 한다. 그래서 30초짜리 쇼츠를 통해 만난 ‘존티처’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 순간 30분 분량의 존박 플레이리스트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존이냐박이냐’는 널리 알려진 연예인마저 캐릭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유튜브 레드 오션을 비집고, 존박을 이 시대에 다시금 각인시키는 중이다. 여기엔 콘텐츠의 본질을 이해하고 수상할 정도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존박, 그리고 그의 매력과 소구점을 간파해 콘셉트를 밀어붙인 제작진의 좋은 호흡이 숨어 있다. 익숙함 속에서 한끗 다른 새로움을 발견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세상의 여전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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