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韩振就是韩振。한진은 한진이다.” 한진은 부가적인 수식어 없이 이름 두 글자만으로 스스로를 정의했다. 42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도 괜찮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
올해 멤버들과 스케줄 차 베이징에 다녀왔어요. 멤버 한 분 한 분에게 현지 음식을 맛있게 잘 먹었는지 물어보시던데요.
한진: 한국 음식에 대해 잘 몰랐을 때 항상 멤버들이 “이 음식 엄청 맛있으니까 한번 먹어봐!” 라고 추천해줬어요. 이번에는 반대로 함께 베이징에 간 거니까 제가 멤버들을 잘 챙기고 싶었어요. 저희 멤버들은 저만큼 엄청 매운 음식은 잘 못 먹는 편이고, 영재 형이랑 저 빼고는 해산물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매운 건 지양하고 최대한 해산물 위주로 주문했는데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기뻤어요.(웃음)
멤버 맞춤형 생일 선물도 그렇고, 평소 주변을 잘 관찰하고 챙기는 편인가 봐요.
한진: 어렸을 때부터 주변을 잘 관찰하고 살피는 편이었어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분인지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데뷔하고 멤버들의 첫 번째 생일을 위해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지 한 달 전부터 고민했는데, 선물에 제 진심이 잘 전달되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그 멤버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선물을 줬어요.
‘TWS : CLUB Q&A 모음집’에서도 멤버들 특유의 말버릇을 잘 찾아내더라고요.
한진: 스케줄이 많다 보니까 수업보다는 멤버들한테 배울 때가 더 많아요. 한국어는 아직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멤버들한테 직접 물어보면 더 쉬운 단어나 문법으로 설명해줘요. 평소에 이야기하거나 장난칠 때 멤버들이 재미있는 표현을 쓸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아이고~”나 “힘들구만~” 같은 말을 할 때 “~했구만”, “~했네”가 제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 같고, 편안하게 들려서 좋아해요. 그래서 기억했다가 직접 써보는 식으로 익히고 있어요. 저도 점점 한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때가 늘어나고 있어서 좋아요. 학교 다닐 때부터 남들을 웃게 만드는 걸 좋아했거든요.(웃음)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했을 때 한진 씨가 동명의 택배 브랜드를 언급해 큰 웃음을 자아낸 것처럼요?
한진: (웃음) 사실 데뷔 전에 택배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어요. 연습생 시절에 제가 택배 하나를 시켰는데, 한 상자에 제 이름 ‘한진’이 쓰여 있길래 당연히 제 택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직원분이 제가 다른 직원분의 택배를 잘못 가져갔다고 연락을 주신 거예요. 다시 확인해보니까 받는 사람도 제 이름이 아니고, 전화번호도 제 번호가 아니었어요! 그때 한국에 저와 같은 이름의 택배 회사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나중에 데뷔하면 인터뷰나 예능에서 무조건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멤버들은 제가 일부러 ‘웃겨야겠다.’ 하고 준비해서 말하는 것보다 평소에 툭 던졌을 때 나오는 게 훨씬 재밌다고 이야기해요.(웃음)
‘24/7LOG’에서 1인 3역으로 익명 편지를 쓰신 것도 재밌었어요. 평소 깔끔한 성격인데도 다른 멤버들처럼 정리정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고마움을 표현한 이유가 궁금해요.
한진: 사실 멤버들이 바로바로 청소를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다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웃음) 팀에서 저 혼자 외국인이다 보니 멤버들이 저를 가족처럼 잘 품어주고,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챙겨주기도 해서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영상 편지로 제 진심을 전달했어요. 감정은 말하지 않으면 전하기 어렵잖아요. 멤버들, 42분들, 평소 도와주시는 스태프분들에게 늘 제 마음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무뎌질 수 있는데, 한진 씨가 평소의 감정을 텍스트, 사진, 영상 등으로 기록하려는 것도 그래서일까요?
한진: 기록하는 건 그 당시의 감동을 묶어두는 방법 같아요. 42분들한테 편지나 댓글을 쓸 때면 멤버들이나 42분들이랑 있었던 순간들을 열심히, 자세히,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써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당시를 되돌아보면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디테일들이 보이기도 하고, 그 순간이 더 특별해지고 소중해져요.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한진 씨에게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담은 수록 곡 ‘심야 영화 (Now Playing)’가 더 의미 있을 듯해요.
한진: ‘심야 영화 (Now Playing)’를 들을 때마다 멤버들과 늦게까지 연습하거나 수다를 떨었던 순간들이 떠올라요.(웃음) 예전에 반복 연습을 하다가 여섯 명 모두 숨을 ‘헉헉’ 몰아쉬는 상황이 있었는데, 갑자기 한 멤버가 너무 재미있는 말을 해서 다들 빵! 터진 적이 있어요. 그때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는데요.(웃음) 너무 힘든데도 함께 웃을 수 있어서 가족처럼 느껴졌어요. 신나는 노래니까 재밌는 에피소드를 떠올리면서 녹음했지만, 들을 때는 감정이 괜히 풍부해지는 기분이에요.
말씀처럼 TWS가 가족 같은 팀이 되어가는 중이에요. 좋은 팀워크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한진: 모든 사람은 유일무이하잖아요. 다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개성이 다르니까 서로 존중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저희 여섯 명도 성격이 모두 달라요. 어떤 멤버는 굉장히 세심하고, 어떤 멤버들은 굉장히 책임감 있고, 솔직한 멤버들도 있어요. 저희는 모닥불 시간에 각자 고민만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거든요. 성격이 다른 여섯 명이 모였지만 팀워크를 위해서 이렇게 다 함께 고민하기 때문에 우리 TWS가 더욱 특색 있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진 씨의 고민을 멤버들과 나누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한 경험도 있나요?
한진: 제가 경민이랑 룸메이트인데, 막내라서 귀여운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웃음) 서로 열심히 마음을 나누고 있어요. 경민이가 고민이 있을 때 저한테 이야기하기도 하고, 저도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막내한테 말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팬 미팅에서 지훈이, 경민이와 함께 보여드린 ‘Make A Wish (Birthday Song)’ 무대를 준비할 때도 둘 다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멤버들이 도와준 만큼 저도 힘내서 열심히 배우고 표정도 많이 연구해서 무대를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배운 대로 잘 보여드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지만, 더 연구해서 점점 저만의 안무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의 퍼포먼스에서도 멤버들과 다 함께 높게 점프하거나 몸을 숙일 때의 각도를 맞추는 것처럼 합이 중요한 퍼포먼스를 소화해요.
한진: 좋은 무대를 위해 저희끼리 많이 연구하고 특히 춤, 노래, 표정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어요. 무대는 안무만 보여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이 무대를 정말 즐기고 있다는 걸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데뷔했을 때는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 했는데, 지금은 모니터링을 많이 하면서 점점 노래의 감정을 이해하고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스스로 깨닫고 있어요.
오늘 화보 촬영에서도 스스로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 열심히 모니터링하시던데, 평소 꼼꼼한 성격이 일할 때 어떻게 발휘되는지 궁금해요.
한진: 제 MBTI가 ‘J(계획형)’인 성격이거든요. 모든 것들이 반드시 사전에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만(웃음) 마음이 편안해져요. 예를 들자면 공연할 때 어떤 영양제를 어느 시간에 먹어야 효과가 있을지 좋을지 다 정리해놓고 시간에 맞춰서 멤버들과 나눠 먹었어요. 그리고 리허설이나 스케줄을 할 때도 현장에서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내가 이렇게 해야지.’라고 미리 생각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편이에요. 가끔 이렇게까지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웃음)
철두철미한 연습과 준비를 거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있나요?
한진: 실패할 것 같더라도 일단 새롭게 도전해보는 스타일이에요. 처음에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무서울 때도 있었어요. 물론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되돌아보면 걱정보다는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력하면 다 해낼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예를 들면 ‘GO BACK’에서 제 파트 “바로 너에게”가 첫 녹음 현장에서 결정되었는데요. 새롭게 생긴 파트라 처음에는 걱정도 되었지만 결국 해내서 뿌듯했어요. “처음이어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설렜고, 최종 녹음은 더 잘 부를 수 있도록 음정과 발음을 반복해서 연습했어요.
실제로 성취해낸 경험이 한진 씨가 더 큰 목표를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나 봐요.
한진: 맞아요. 중국에 있을 때는 열심히 연습해서 한국에 가고 싶었고, 한국에 오고 나서는 열심히 연습해서 데뷔 조에 들고 싶었어요. 지금은 ‘주어진 무대를 잘 소화해서 42분들한테 우리의 열정을 보여드리자.’라거나 ‘어려운 안무, 표정도 잘 해내서 더 좋은 무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한 목표를 이루고 나면 다음엔 점점 더 큰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는 한진 씨의 마음가짐을 들으니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가 떠오르네요.
한진: 맞아요! 처음 한국에 오기 전에는 ‘만약 나의 선택이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이번 저희 앨범 이름 ‘TRY WITH US’처럼 틀리더라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을 선택했어요. 멤버들의 생일 영상을 편집하면서 저희의 사진과 영상을 볼 때마다 ‘아, 이렇게 따뜻하고 노력하는 팀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다.’라고 느껴요.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귀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도전을 직면하더라도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스로를 더 사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지금은 우리 팀과 42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때보다 지금은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걸까요?
한진: 데뷔하기 전에 몇 달 동안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어요. 모든 게 낯설고 한국어도 지금보다 서툴렀거든요. 그래서 매일매일 일기를 썼어요. 시간이 지난 다음 그 일기를 돌아보면 그때 있었던 문제들이 싹 풀리는 것처럼 당시 제가 왜 그랬는지를 이해하게 됐고, 그 과정이 도움이 됐어요.
위버스와 팬 미팅에서 42들에게도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한진: 42분들이 저희에게 주시는 사랑에 너무 감사한 만큼, 그 사랑이 42분들 스스로에게 100%를 주시고 나서 남은 마음이라면 더욱 행복할 것 같아요. 아이돌을 처음 시작할 때 저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일상의 원동력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제가 무대 위에서 42분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어떤 어려움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원동력을 얻어요. 42분들이 주시는 사랑과 응원이 저한테는 너무 소중하거든요. 그래서 42분들의 눈빛을 최대한 마음속에 다 간직하려고 해요.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더라면 이 장면들은 없었을 거니까요.
항상 위버스에 작성하시는 글과 멘트에서도 한진 씨의 진심이 느껴져요.
한진: 42분들의 댓글이나 팬레터를 보면 저희에게 재미있는 TMI를 공유해주시고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고 싶다는 말씀이 많았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인 폴킴 선배님의 ‘모든 날, 모든 순간 (Every day, Every Moment)’의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라는 가사처럼 일상 중 사소한 것들이라도 공유하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모든 준비에 철저한 성격이신데도, 이젠 위버스 라이브에서 평소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만큼 42분들과 편안해 보여요.
한진: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서웠고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 본래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42분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서 라이브에서 제 안경도 보여드리고, 연습하다가 땀 흘린 상태로 거울 셀카도 찍고,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어서 친근하게 편지를 쓰기도 했어요. 그런 제 모습에도 42분들은 “한진이는 한진이 그대로면 돼. 우리가 늘 곁에 있을게.”라는 말씀과 함께 사랑해 주시는걸 보면서 ‘무대에서 빛나는 나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도 좋아해 주시는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도 제 모습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이제 스무 살이 되었으니까, 이런 과정 속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TWS (투어스) FIRST TIME : 06 : HANJIN’에서 “오늘의 너는 어제의 너보다 강해졌냐고”라는 대사가 있었죠. 지금의 한진 씨는 그때의 한진 씨보다 더 강해졌나요?
한진: 네.(웃음) 많이 강해진 것 같은데, 더 강해져서 우리 42분들 그리고 멤버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