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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인
사진 출처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디자인MHTL

DARE OR DEATH’. 세븐틴의 정규 5집 ‘HAPPY BURSTDAY’의 트레일러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도전’ 아니면 ‘소멸’. 세븐틴 멤버들은 영상 속에서 비좁거나 어두운 곳을 이동하고, 불 붙은 차가 지나가는 터널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미지의 존재에게 쫓긴다. 한 발 내딛으면 추락할 듯한 옥상 끝에 다다르자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도전할 것인가, 안주할 텐가? (“CHALLENGE OR SETTLE”) 그 결과는 각기 다른 ‘DARE’와 ‘DEATH’ 영상으로 이어진다. ‘DEATH’ 버전에서 발걸음을 돌리고 안전함을 택한 멤버들은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반면 도전을 택한 ‘DARE’ 버전 속 원우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그리고 영상은 다음의 문구로 마무리된다. “FACE THE CHALLENGE, BURN ANEW.” 도전에 직면하여 새롭게 타오르는 것. 세븐틴이 10주년을 마주하는 마음가짐이다.

‘폭발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BURST’와 생일 축하를 의미하는 ‘HAPPY BIRTHDAY’가 결합된 앨범명처럼, 세븐틴은 데뷔 10주년의 기쁨을 자축하기보다 자신들의 의지를 분출하는 데 집중한다. 세븐틴 멤버들은 콘셉트 필름 ‘NEW ESCAPE’에서 서로에게 “Get ready for the BURST(폭발할 준비가 됐다.)”라는 메시지를 건네받고, 짐 가방을 챙기거나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들이 도달한 곳은 새로운 자아, ‘NEW MYSELF’다. 새하얀 배경 속에서 신체 여러 부위에 기하학적인 장신구를 부착한 멤버들의 모습은 미래 사회를 묘사하는 SF 영화를 연상시킨다. 감았던 눈을 뜨고, 움츠린 어깨를 펴고, 굽혔던 몸을 일으켜 세우는 멤버들의 동작은 세포분열의 이미지나 심장박동 사운드와 오버랩된다. 마치 애벌레가 고통스러운 변태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듯, 세븐틴은 몸을 비트는 고통을 거쳐 새로운 자아로 태어나는 과정을 표현한다. ‘NEW MYSELF’와 이어지는 ‘NEW BURSTDAY’는 각각 화이트, 실버가 강조된 메이크업과 거칠고 컬러가 강조된 스모키 메이크업을 오가면서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세븐틴의 비주얼을 극적으로 구현한다. 새롭게 분출된 그들의 자아를 직관적으로 담아낸 ‘NEW MYSELF’는 불꽃을 메타포로 멤버들의 강렬한 태도를 보여주는 ‘NEW BURSTDAY’로 연결된다. ‘NEW BURSTDAY’ 속 멤버들은 일렁이는 불길 속에서 투지에 가까운 눈빛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불사르며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처럼 그들은 촛불을 붙이거나, 무언가를 깨부수고, 폭발하는 불꽃 한가운데에 있다. 세븐틴에게 안주하지 않는 것이란, 그 정도의 표현을 필요로 한다. 재탄생을 각오로 하는 도전.

‘HAPPY BURSTDAY’의 첫 곡 ‘HBD’에서 거칠고 시원한 일렉 기타의 사운드와 민규의 보컬이 대등하게 등장하는 구성은 노래의 질주감을 만든다. 멤버들은 돌아가며 “Happy birthday to you”라고 축하를 전하는 가사를 단어 하나하나 강하게 힘줘서 부른다. ‘THUNDER’ 역시 휘파람으로 여유롭게 시작하는 듯하다가 이내 곧 박자를 쪼개며 등장하는 비트가 노래에 속도를 붙인다.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휘파람과 베이스 사운드 위로 “찌릿찌릿 따끔”하게 내리꽂는 보컬과 사운드들은 ‘THUNDER’의 휘몰아치는 정서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세븐틴은 10주년을 소란스러운 파티로 즐기기보다, 팀 고유의 꽉 찬 에너지를 전달하길 택한다. ‘THUNDER’는 EDM 기반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빠른 호흡의 비트를 통해 마치 제자리에서 몸을 격하게 흔들어야 할 듯한 흥겨움을 전한다. 그러나 세븐틴의 퍼포먼스는 그런 음악의 특성을 살려 자유로운 느낌을 전하는 동시에, 이 팀이 그간 보여준 K-팝 군무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인트로에서 멤버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 다 함께 모이는 경쾌한 분위기로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그러나 곧 호시가 “떨어져 flash”라 외치는 순간 멤버들은 모두 정확한 구도로 자리 잡고, 휘청거리듯 각기 팔다리를 움직이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같은 에너지를 쓰며 군무로서의 통일성을 함께 표현한다. 그리고 조슈아가 “Now I’m funked up 엑셀 밟아”라며 팔을 크게 쓰는 동작을 보여줄 때, 다른 멤버들은 같이 팔을 뻗거나 당기면서 그 움직임에 힘을 보태준다. 멤버들은 단 몇 번의 이동으로 변화하는 파트에 맞춰 배경을 만들어주고, 그 와중에 비트에 맞게 리듬감을 더하며 노래의 느낌을 이어간다. 반면 멤버들이 낮고 단단한 목소리를 내는 코러스 구간의 “ALO, ALO” 부분에서는 멤버들이 제한적으로 몸을 튕기는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폭발할 것 같은 순간 도리어 숨을 고르는 듯한 목소리와 안무는 그만큼의 능숙함을 필요로 한다. 세븐틴에게는 ‘손오공’이나 ‘MAESTRO’처럼 장대한 K-팝 군무의 쾌감의 최고조를 보여줄 수 있는 동시에 ‘_WORLD’나 ‘LOVE, MONEY, FAME (feat. DJ Khaled)’을 거치며 얻은 여유로움도 있다. 그래서 EDM 사운드 고유의 뛰노는 정서를 가져오되, 연습이 수반되는 정교한 K-팝 퍼포먼스를 구사하고, 동시에 아티스트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원숙함을 ‘THUNDER’라는 하나의 곡 안에서 모두 보여줄 수 있다. 요컨대 세븐틴이 말하는 재탄생은 단지 ‘백 투 베이직’이거나, 외양을 탈바꿈하는 변화를 일컫는 게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의지의 표명에 가깝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또 해낼 수 있고, 여전히 새롭고 낯선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의지.

세 개의 단체 곡과 열세 개의 솔로 곡으로 구성된 ‘HAPPY BURSTDAY’에서 멤버들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솔로 곡들은 대부분 ‘사랑’으로 정의할 수 있는 주제를 노래한다. 이때 세븐틴은 직선적이라 할 정도로 대상에 대한 명확한 마음과 태도를 전한다. “99.9%만큼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거 같아”라는 조심스럽지만 확실한 ‘99.9% (WONWOO Solo)’의 떨림부터, 운명을 믿지 않는다 말하던 ‘운명 (WOOZI Solo)’에서 “이건 운명이기 때문이야”라 말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팽배하여 관계에 대한 진정성이 더욱 귀한 가치가 된 시대에, 세븐틴은 열세 곡의 세레나데로 일관되고 우직한 진심을 전한다. 그리고 이 세레나데의 마지막은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세븐틴의 총괄 리더 에스쿱스의 솔로 ‘Jungle (S.COUPS Solo)’이다. 그는 “10년째 폼오른 3세대”라며 힙합의 스웨그를 팀에 대한 자부심으로 풀어내고, 동시에 “I need fans”, “I need love”라며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원하는 자신의 현재를 긍정한다. 세븐틴이 “그래도 난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나로 살고 싶어”라는 ‘HBD’ 속 가사에서 낭만 어린 다짐을 전하고, ‘THUNDER’에서 “계속 걸려 오는 전화벨 소리”와 같이 여전히 바쁜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대변하듯 말이다. 그리고 ‘THUNDER’의 퍼포먼스는 세븐틴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함께 뒤를 돌아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동작으로 마무리된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팀이 여전히 복잡한 안무를 익숙한 듯 마무리하고, 다 같이 그다음을 향해 나아간다. 세븐틴이 전하는 폭발적인 에너지의 끝에는 10년째 변하지 않는 진심이 있다. 심지어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해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약속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여전히 열세 명이 함께한다.

그간 세븐틴은 ‘손오공’이 되어 구름 위를 누볐고, 자신들만의 천국 ‘SEVENTEENTH HEAVEN’을 만들기도 하고, 세상을 지휘하는 ‘MAESTRO’가 되어보기도 했다. 그 끝에 내면에 대한 성찰을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SPILL THE FEELS’가 있었다. 2025년의 세븐틴은 대형 스타디움에서 팬 미팅을 개최하거나, ‘B-DAY PARTY’처럼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한강공원을 배경으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팀이다. 동시에 그들은 전 세계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오르고, ‘유네스코 청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세계 곳곳에 희망을 전하기도 한다. 데뷔 이래 계속해서 넓어진 공연장의 크기만큼이나, 팀의 위상과 영향력 또한 계속해서 최고점을 갱신 중이다. 그럼에도 세븐틴은 여전히 그들의 기념일을 ‘BURSTDAY’로 정의할 만큼의 에너지를 지녔고, 여전히 그들의 팬덤 캐럿과 함께할 다음을 바라본다. 이미 도달한 결승선에서도 계속 함께 달릴 수 있도록 새로운 출발선을 그리겠다고. 휘몰아치는 천둥 소리는 그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라고. 그게 10주년의 세븐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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