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나민박 with 세븐틴’(tvN, 디즈니+, 위버스)
박수민: 나영석 PD가 세븐틴을 다시 한번 납치했다. 이번에는 ‘투어’가 아닌 ‘민박’이다. ‘나나민박 with 세븐틴(이하 ‘나나민박’)’은 지난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이하 ‘나나투어’)’에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에스쿱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세븐틴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3박 4일간의 민박 생활기다. 이전 ‘나나투어’가 낯선 여행지에서의 평범한 청춘 여행기를 보여줬다면, 이번 ‘나나민박’은 정규 5집 앨범 발매 기념으로 촬영한 (진짜) ‘와글와글’에서 민규가 한 말 그대로 “게임, 밥, 게임, 밥, 잠”이라 요약할 수 있는 일상을 보여준다. 단순해 보이지만, 세븐틴에게는 전혀 단순하지 않다. 일반적인 핵가족의 네 배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함께하니 한 끼를 먹더라도 잔칫상처럼 큰 상을 꺼내야 하고, 식사를 마치면 산처럼 쌓이는 설거지와 씨름한다. 이에 더해 끼니마다 식재료를 얻기 위한 게임들도 다 함께 성공해야 한다. 납치될 때만 해도 “휴가가 3일이나 더 생겼”다며 좋아한 도겸의 말과는 달리 ‘나나민박’은 세븐틴 고유의 시끌벅적한 웃음이 가득한, 마치 데뷔 초의 ‘세븐틴의 어느 멋진 날 : 13소년 표류기’를 연상시킨다. 결국 도겸이 ‘나나민박’을 다녀온 후 이 프로그램을 ‘힐링 다큐 코미디’로 설명한 이유일 것이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븐틴은 ‘함께’일 때 가장 재미있다.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정한이 실물 크기의 등신대로만 함께한다 할지라도, 리더 에스쿱스는 인원 점검을 할 때 정한의 등신대까지 센다. 멤버들도 등신대에 다가가 조언을 구하며 그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챙긴다. 다인원으로 인해 ‘인물 퀴즈’를 계속 실패하더라도 세븐틴 멤버들은 “이제 이길 거다.”, “이제 시작이다.”라며 서로를 북돋으며 끝까지 함께 게임에 성공한다. 어쩌면 이것이 ‘팀 세븐틴’이 10년을, 연습생 기간까지 더하면 가히 ‘세월’이라 할 수 있는 긴 시간을 함께한 비결이 아닐까. “저도 이유가 있으니까 (10년 동안 막내로) 버틴 거죠.”라며 장난스레 답한 디노의 말 속에는, 긴 시간을 함께한 세븐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그 ‘이유’는 ‘나나민박’의 로고 송 가사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만 있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그들은 함께라서 가능했고, 함께여서 늘 즐겁다. ‘참 낭만 있는 그룹’, 세븐틴이다.
‘Stuffy Driver’ - 미티(Mitty)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요즘처럼 장르가 해체되고, 음악이 무드와 바이브로 소비되는 시대에도 여전히 어떤 아티스트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 자기만의 우주를 만든다. 나는 장르가 아티스트에게 집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집은 그 공간에서 자란 누군가의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자, 그 사람이 가진 분위기의 근간을 알 수 있는 곳이다. 미티에게 R&B는 그런 역할을 한다.
‘Stuffy Driver’는 민트, 초록, 빨강 등 통통 튀는 색깔이 어우러진 앨범 커버와 맞물려, 경쾌하고 발랄한 인상이 짙은 곡이다. 그러나 이루는 요소를 하나하나 해체해 펼쳐 놓으면, 결국 그의 근간엔 R&B라는 장르가 있다. 몸을 자연스레 움직이게 하는 스윙 리듬에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 보컬을 촘촘히 채워주는 백 보컬의 하모니와 곡에 방향 전환을 주는 이펙트들까지. 이 모든 요소들은 그가 어떤 곳에서 자랐는지를 떠오르게 한다. 보사노바를 녹여냈던 ‘some more summer’, 1990년대 컨템퍼러리 R&B 의 향수를 담은 ‘Overhear’를 함께 떠올려 보면, ‘Stuffy Driver’는 그 연장선상에서 미티가 지금까지 꾸준히 구축해온 감각들을 차분히 눌러 담은 트랙처럼 들린다. 타 장르를 조금씩 흡수하면서도 핵심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장르가 어떻게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되는지, 미티는 차근히 증명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김복숭(작가): 전통적인 통념대로라면, 인생의 후반이란 절망적인 시기일 수밖에 없는 듯하다. 고전 예술부터 현대 미디어, 일상적인 대화 중에서까지, 우리는 반복적으로 이 사실을 주입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진 ‘사실’은 여성에게 특히 가혹하게 적용된다. 이는 여성 스스로의 자기 인식 방식뿐 아니라 세상이 그들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 소개할 책은 안드레아 칼라일의 에세이 모음집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이다. 원제는 번역하면 ‘한 나이든 여자가 있었는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순수했음직한 어린 시절 자장가 가사, 동화책 내용에서부터조차 나이 든 여성을 마녀나 다름없이 보도록 무의식적으로 배우고 있지 않은가 싶다. 그러나 작가는 “마침내 도착한 노년에 마주한 낯설고 빛나는 시간에 대하여”라고 이야기하며, 나이듦을 진정한 그 자체로 조명한다: 100% 유쾌한 나날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놀라움으로 가득한 시기라는 것을. 작가는 자신의 재치, 지혜 그리고 겸손함을 바탕으로, 자신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 그리고 주변의 자연과 자연스레 관계를 맺으며, 나이듦의 과정을 회피하기보다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실과 떠나보내는 경험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깊게 바라보는 통찰을 나눈다. 인생의 가을이란 내가 낯모르는 기괴한 타인으로 돌변하는 시기가 아니라, 자신을 더욱 확장하는 시기인 것이다.
안드레아 칼라일이 미국인의 시선으로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의 가르침을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독자들이 스스로를 받아들일 용기를 주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를 위해 관련 추천 도서 목록 또한 공유한다. 서로 다른 집단 간의 갈등이 커져 가기만 하는 요즈음, 인생의 황금기에 있는 독자라 해도 이 책이 주는 통찰과 공감에서 분명히 즐거움과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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