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박민주와 마법 소녀 아일릿의 멤버 민주 사이에서 조금씩 커져가는, 나와 너를 알아가며 반짝이는 민주의 세상.

민주 씨가 KBS 2TV ‘뮤직뱅크’의 MC를 맡은 지 8개월이 넘었어요(인터뷰는 6월 5일 진행).
민주: 한 3~4개월 지나면서 적응이 됐어요. 제 성격이 원래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진행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보니, 처음에는 긴장돼서 로봇처럼 입력된 것만 했거든요. 원래 말을 빠르게 하는 편이기도 하고 스스로 발음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아나운서분과 레슨 받으며 발음 교정을 받기도 했어요. 초반에는 녹음해서 선생님과 같이 들어보기도 했고, 지금도 대본을 받으면 전날 계속 읽어봐요.

유튜브 예능 ‘민주의 핑크 캐비닛’의 진행도 병행 중인데, ‘뮤직뱅크’보다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상황들도 있겠어요.
민주: ‘민주의 핑크 캐비닛’은 주어진 흐름이 있지만 제가 끌고 가야 돼서 ‘뮤직뱅크’보다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럴 때 어떻게 반응할까?’ 하며 당황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더 활발하게 반응하는 편이에요. 공통점이 있으면 더 공감하거나 리액션을 편하게 할 수 있더라고요. ‘여기서는 이렇게 질문하면 좋겠다.’ 하는 감이 잡힌 것 같아요.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친분이 없는 분들에게 말을 못 걸었어요. 예를 들어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먼저 말하고 싶은데 그게 힘들 정도였거든요. 지금은 그런 말도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웃음)

유튜브 ‘꼰대희’ 채널의 ‘밥묵자’에 출연했을 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예능적인 분위기에도 조금 익숙해졌나요?
민주: 기억에 남는 촬영이었어요. 김대희 선배님께서 촬영 전에 엄청 따뜻하게 대해주셨거든요. 시작 전까지 편하게 해주시다가, 오프닝 들어가니까 ‘꼰대희’ 캐릭터로 갑자기 변하신 거예요. 진짜로 웃으면서 했어요.(웃음) 좋아하는 국밥도 있고, 선배님도 잘 대해주셔서 편하게 저를 다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털털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요.

민주 씨가 자체 콘텐츠나 예능에서 소위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과 ‘안광 없는’ 캐릭터로 묘사될 때가 있어요.
민주: 제가 평상시에도 흥미롭거나 재밌으면 반짝반짝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에요. 아, 물론 글릿분들을 만날 때는 눈에 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리고 맛있는 게 나왔을 때도 완전 기분이 좋아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하 ‘롤’)’처럼 좋아하는 취미가 나오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도요.(웃음)

민주 씨의 눈을 빛나게 하는 ‘롤’ 플레이를 자체 콘텐츠에서 보여주거나, 쇼메이커 선수와 컬래버레이션 영상을 찍기도 했어요.
민주: 예전부터 ‘롤’을 좋아했는데 아일릿으로 활동하면서 콘텐츠를 찍거나, 쇼메이커 선수님을 만나고 경기도 직접 보는 기회가 생긴 거니까 너무 감사했어요. 저는 직접 플레이할 때는 질까 봐 불안하고 긴장이 되거든요.(웃음) 그런데 다른 분들의 플레이를 볼 때는 긴장감을 느끼기보다, 잘하는 선수분들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롤’은 친오빠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죠?
민주: 어릴 때는 오빠를 따라 하고 싶잖아요. 오빠가 방에서 게임하는데, 그 모습이 무작정 멋있고 재밌어 보였어요. 오빠한테 알려달라 했는데 친절하게 알려줘서(웃음) 그때부터 시작됐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게임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제가 어릴 때는 한 번 하면 끝까지 하는 성격이었거든요. 옛날에 한창 게임할 때는 ‘무조건 이겨야 된다.’ 하면서 계속 했는데, 지금은 지든 이기든 한두 판 하고 끝내는 편이에요.

브이로그에서 오빠분이 라면 한 숟갈을 기꺼이 내어주시는 걸 봤는데, 민주 씨에게 따뜻한 오빠이신 것 같아요.(웃음)
민주: 오빠가 진짜 이상할 정도로 착해요. 뭐든 다 해주려고 해요. 브이로그에서 라면 먹는 것도 방송이라 장난쳤던 거지, 제가 끓여달라면 언제든 해줄 정도예요. 지금도 집에 가면 “또 왔냐?” 하면서 장난치는데, 사실 걱정도 많이 해주고 건강 잘 챙기라는 잔소리도 가끔 해요. 오빠가 주변에 제 얘기를 안 하는 편이라 친구들도 제가 아일릿인 걸 잘 모르는데, 제일 친한 친구분은 알거든요. 그분이 “민주는 그렇게 예쁜데, 넌 왜 그러냐?” 이랬는데, 어느 날 방송을 보다가 제 얼굴에서 오빠 얼굴이 보여서 ‘킹’ 받는다고 했대요. “남매는 남매구나.” 하면서.(웃음) 

오빠께서 주변에 알리진 않았지만, 민주 씨는 대학 축제에 오르거나 일상에서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기도 해요.
민주: 스스로 알려져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아직도 누군가 저를 알아보시는 게 사실 신기해요. 무대 위와 평상시의 저랑 다른 사람 같거든요. 저도 혼란스러워요.(웃음) 헤어와 메이크업 받고 돌아다니면 ‘내가 아일릿 민주로 활동하고 있구나.’ 싶은데, 사복에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시면 아직 낯설어요. 이번 아일릿 앨범이 현실의 소녀에서 마법 소녀로 변신하는 건데, 그래서 콘셉트가 잘 이해돼요. 마법 소녀 대신 아일릿으로 변신하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변신한 마법 소녀의 모습이 새 앨범 ‘bomb’ 속에 다채롭게 담겼어요.
민주: 기대하면 실망이 클 수도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설레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번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자신 있거든요. 제가 좋았으니까 ‘우리 글릿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요. 처음 타이틀 곡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를 듣는데, 인트로를 지나면서 노래가 딱 나오는 구간이 ‘Magnetic’의 “Wait a minute”을 들었을 때처럼 소름 돋았어요. 그런데 녹음은 쉽지 않았어요. 노래의 감정이나 끝음처리 같은 디테일이 어려워서, 엄청 열심히 녹음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의 퍼포먼스도 다양한 제스처와 표정을 사용하고, 여러 안무 요소가 결합되어서 만만치 않은 난이도 같았어요. 
민주: 제가 퍼포먼스의 시작을 맡게 되었는데, 누군가 그걸 봤을 때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동작과 표정을 진짜 잘해야 되잖아요.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에서 “근데 왜 뚝딱대”, “심장아 나대지 마” 이런 귀여운 가사가 많은데, 아일릿이 지닌 엉뚱하거나 궁금해하는 표정을 섞어보려고 했어요. 안무는 신경 써야 할 디테일도, 지켜야 될 것도 많아서 습득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대신 어려운 만큼 춤이 예쁘고, 잘해내면 정말 멋있겠다고 느꼈어요.

민주 씨는 그런 연습의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조금 더 계산하듯 해결하는 편일지 혹은 일단 몸으로 부딪혀 보는 스타일인지 궁금해요.
민주: 저는 춤을 엄청 잘 추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뮤직뱅크’를 하면서 챌린지를 많이 하게 됐는데, 그 짧은 것도 몸으로 다 해보고 익숙해져야 마음이 편해요. 한 번 안 틀리고 할 수 있게 되면, 그걸 열 번 넘게 반복해야 안심이 돼요. 반면 노래는 연습할 때나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 그냥 부르는 편이에요. 물론 제가 잘하고 싶고, 어딘가에 올리고 싶은 건 하나하나 연습하는 편이고요.

민주 씨의 보컬은 원래부터 자기만의 색깔이 있었지만, 그 개성이 점점 또렷해지는 인상이에요.
민주: 제가 원래 갖고 있던 톤에서 조금 더 예쁘게 부르면 아일릿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하면 아일릿이랑 잘 어울리는구나, 나랑 잘 어울리는구나.’ 연구하다 보니 제 색깔을 조금씩 찾아가는 느낌이에요. 제 보컬이 소위 고음을 지르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요즘은 고음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더 다양한 걸 소화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서, 글릿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요.(웃음)

개인적으로 ‘little monster’의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는데, 민주 씨 보컬의 색채가 잘 느껴져서인 듯해요.
민주: ‘little monster’는 데모를 들었을 때부터 좋았어요. 가사를 처음 봤을 때 “이게 무슨 이야기지?” 했는데, 이해하고 나니까 너무 슬픈 노래였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들을 비유해서 다 먹어치워 버리겠다고 말하거든요. 다들 힘들 때 맛있는 걸 찾기도 하듯이요. 그 상황을 이해하니까 “I don’t wanna know”가 반복되는 구절이 되게 이중적이면서 슬펐어요.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민주 씨는 어떻게 하는 편이에요? 누군가는 그 스트레스를 삼켜버리기도 또는 아예 못본 척하기도 하잖아요.
민주: 저는 저한테 힘든 일이 있어도 못 본 척을 진짜 잘해요.(웃음)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 저는 차라리 모르는 척하는 게 낫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연습이라면 모르는 척 못하죠.(웃음) 제가 하는 일은 보여드려야 하는 직업이고 실망시키면 안 되니까. 그건 될 때까지 하는 편이에요. 그 부분에서는 피할 수가 없어요.

위버스 라이브에서 ‘월말 평가’를 보는 기분이 그립다고 해서 놀랐거든요.(웃음) 그렇게 연습이 연속되는 생활은 어떻게 받아들였어요?
민주: 저는 지금도 연습을 정말 많이 하고, 자신 있는 상태에서 무대에 올랐을 때 되게 행복해요. 불안한 부분이 있을 때는 긴장되지만, 연습이 다 된 상태라면 즐길 수 있으니까요. 조금 다르지만 ‘월말 평가’는 “저 이렇게 잘할 수 있어요.” 하면서 보여주는 독기가 있거든요.(웃음) 당연히 잘하지 못했을 때의 피드백도 있겠지만, 잘해냈을 때의 쾌감이 엄청 좋았어요. 연습생 시기의 생활 패턴에 익숙해졌다 보니, 지금 활동할 때도 그 경험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제 ‘어디서 무엇을 더 연습해야겠다.’를 판단할 수 있어서요.

퍼포먼스를 아일릿 멤버들과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에는 익숙해졌나요? 민주 씨가 팀의 유일한 ‘T’이다 보니, 소통에서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민주: 저희 퍼포먼스 디렉터님이 “너희가 더 잘하려면 안 맞는 부분이 있을 때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더 잘하고 싶고 좋은 결과물을 보여드려야 되니까, 서로 스스럼없이 얘기해요. 사실 제 친구들이 다 저처럼 ‘ISTJ’, ‘ISTP’예요.(웃음) 그런 친구들과 지내다 아일릿 멤버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더 신경 써서 얘기해야겠구나.’를 배웠어요. 제 기준에서 그냥 얘기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차갑게 느낄 수 있겠더라고요. 그걸 더 부드럽게 말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 저는 좋았어요. 저희 멤버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착하고 맑아서, 더 챙겨주고 싶고 잘하고 싶거든요. 윤아도 모카도 너무 재밌고, 제 눈에는 애기들이, 동생들이 너무 귀엽거든요.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건 아닌데도. 그래서 이제 그렇게 얘기하는 게 더 익숙해졌어요. 그래서인지 예전에 친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물어봐요. 왜 그렇게 얘기하냐고. 그냥 원래대로 얘기하라고.(웃음) 

아일릿이 민주 씨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나봐요.(웃음)
민주: 아! 아일릿에 와서 변한 게 또 있어요.(웃음) 취향이 귀엽게 변했어요. 제가 원래는 힙한 느낌이나 블랙 컬러를 좋아했는데, 갑자기 레이스 달린 티셔츠가 예뻐 보이는 거예요. 얼마 전에 저희 엄마가 전화를 하셨는데, 그날 제가 위버스 라이브에서 핑크색 나시를 입고 있었거든요. 엄마가 약간 심각하게 “민주야, 네가 취향이 많이 변했구나?” 하시더라고요. 이게 윤아도 마찬가진데, 윤아는 요즘 날개 달린 파우치를 사더라고요. 서로 “우리 너무 무리했나?” 이랬어요.(웃음)

민주 씨의 취향이나 조금씩 변하는 추구미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위버스 라이브를 자주 하시는 중이에요.
민주: 아직도 어색할 수 있지만, 글릿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위버스 라이브를 최대한 자주 켜고 싶어요. 예전에는 완벽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제 자연스러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글릿들과 같이 있는 기분이고 영상 통화 하는 느낌이라 재밌어요. 낯선 사람과 얘기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인데, 글릿분들과 얘기하는 건 너무 좋아요.

글릿들이 남기는 다양한 ‘드립’ 요청을 민주 씨가 자연스럽게 받아치시던데요?(웃음)
민주: 글릿분들이 남겨주시는 내용들을 자주 찾아보고 반응이 좋았던 걸 떠올리며 ‘이런 걸 원하시는구나. 다음에도 해야겠다.’ 생각해요. 진짜로 좋은 반응을 해주시면 뿌듯하고요. 전 진짜로 글릿들이랑 수건 돌리기 하면서 친해지고 싶거든요?(웃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하는 것 같아요. 글릿들에게 하는 건 항상 진심이거든요. 그냥 팬분들이 하는 건 다 좋아해요. 저는.

민주 씨 또한 글릿에 대한 애정은 정말 거리낌 없이 표현하잖아요.
민주: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시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어요. 사랑받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니까. 그게 신기하고 고마워요. 제가 그분들의 모든 걸 다 알지 못하는데 ‘나는 글릿들이 왜 이렇게 좋을까?’ 그런 감정이 다 합쳐진 것 같아요. 글릿분들이 써주시는 포스트, 위버스 DM으로 얘기해주시는 것들, 팬 레터 다 읽고 있거든요. “어떤 상황에 있어도 너를 응원할게.” 이런 내용이 진심으로 도움이 됐어요. 그냥 든든하다고 해야 될까요? ‘나한테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어떤 상황이 와도 이 사람들이 있으니까, 뭐든지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앞으로 하루하루를 나아가는 데도 큰 힘이 될 테고요.
민주: 연습생 때는 데뷔를 하더라도 활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글릿분들이 있으니까, 힘들더라도 훨씬 행복하고 즐거움을 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느끼게 됐어요. 하루하루 모든 순간이 하나도 안 아까울 정도로 소중해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라 최대한 눈에 담고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니까요. 이번 ‘2025 ILLIT GLITTER DAY IN SEOUL’도 저희는 힘들어도 상관없으니, 글릿분들이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무조건 행복할 거라서요.(웃음)

Credit
윤해인
인터뷰윤해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김민경
현장 운영 총괄이희원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김나연, 김주현, 윤상아, 정효진 (빌리프랩)
사진장한빛
영상조윤미, 서유정
헤어나건웅
메이크업문지원
스타일리스트유재창
세트 디자인이예슬
아티스트 운영팀박미래, 김보경, 노지율, 모치즈키 켄타, 박지선, 윤자영, 이도현, 조유정 (빌리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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