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호 MINHO’(유튜브)
예시연: “샤이니, 가수, 배우, 유튜버 민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타이틀과 더불어 샤이니 민호에게는 한 가지 포부가 더 있다. “목표는 포디움.” 그리고 그는 본명 ‘최민호’를 내걸고 뛰고, 헤엄치고, 땀 흘리는 일상을 보여주는 중이다. 10여 년 전 MBC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와 KBS ‘출발 드림팀 시즌2’의 간판 스타로서 대중에게 ‘운동돌’로 각인된 ‘경력직’답게 그는 하이록스, 러닝 크루 등 여러 종목을 넘나든다. ‘SM TOWN IN LONDON’ 출연자 다수가 참여한 ‘SM 런던 런’에서 민호는 크루장이자 코치로 나섰다. “쿤이랑 (샤)오쥔이 잘 뛰네!”라 칭찬하며 새롭게 합류한 크루원들의 사기를 돋우고, “넌 이제 내 거다. 걸려들었다, 오시온!”이라며 후배를 간택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이 덕목인 것처럼 보이는 운동에서 민호가 찾아내는 것은 물리적 거리 및 페이스 경신이 아닌 함께함의 가치다. 컨디션 난조로 NCT 쟈니와 다른 크루원들 간의 거리가 벌어지자, 민호는 그를 챙기며 같이 걸어갈 것을 제안한다. 이에 “5km 실패!”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쟈니에게 “아이, 실패라니! 걷는 것도 끝까지 가면 성공이지.”라는 민호의 말에서는 왜 그의 별명이 ‘최다정’인지 실감할 수 있다.
누군가의 페이스를 맞춰주고, 끌어주는 민호도 때로는 주변의 응원과 격려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크로스핏과 러닝을 결합한 실내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에 셰프 오스틴 강과 2인 1조로 참가할 때 두 사람은 힘들더라도 서로의 등을 두드리거나 엄지를 치켜세우고, 힘든 상대를 대신해 주어진 몫을 채우는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 강력한 에너지원이 되는 존재는 바로 팬의 응원이었다. 대회 내내 진지한 얼굴로 임하던 민호는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환하게 웃으며 로잉 머신을 더욱 열정적으로 당기고, 후에 “응원을 해주니까 힘이 막 올라오더라고.”라는 소감을 덧붙였다. 응원의 힘은 무대 위에서도 어김없이 효력을 발휘하는데, 수많은 샤이니월드의 응원이 들리는 단독 콘서트는 그에게 “플레이오프 7차전”이라는 그의 묘사처럼 열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운동 프로그램으로 거듭난다. 3일 내내 공연장 돌출 무대를 전력으로 달리고, “모든 사람들을 운동시킬 수 있는 구간”이라고 설명한 ‘SAVIOR’ 무대에서는 한 명 한 명 눈을 맞춘다. 이에 대해 민호는 “저는 콘서트도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비유했지만, 정작 그는 콘서트에서 어떠한 고강도 운동을 할 때보다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유튜브 채널 ‘최민호 MINHO’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운동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 ‘함께’ 뛰고, ‘함께’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인간 최민호’의 삶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Extraordinary’ - 임현정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선명한 음악의 감동이 있다. 15초 내의 짧은 동영상과 2분 이내의 스쳐가는 노래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음악 시장에서도 프로듀서와 오디오 엔지니어의 지분은 상당하다. 높은 해상도와 부드러운 움직임의 고화질 영상에 익숙해진 눈이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듯이, 듣는 귀도 더 좋은 소리를 끊임없이 갈구한다. 최근에는 한국 음악에도 세르반 게니아, 크리스 게린저와 같은 세계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의 이름을 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은 다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공식으로 시작해 창작자와 기술자의 호흡이 일치할 때, 비로소 눈과 귀와 마음이 열린다.
싱어송라이터 임현정의 여섯 번째 앨범 ‘Extraordinary’가 그런 작품이다. 2006년 이후 1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좋은 소리에 대한 배움과 깨달음, 더 나아가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깊은 고민 끝에 세상에 등장한 작품이다. 1994년 이적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여 음악계에 진입한 순간 이후 스스로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으며 신윤철, 방준석, 김민기 등 음악가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소리의 미학을 탐구했던 임현정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그려온 음악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런던으로 건너가 마침내 맺은 결실이다.
총 프로듀서 제프 포스터와 편곡자 맷 던클리,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라이브 앨범을 연상케 하듯 생생한 현장감과 섬세한 연주의 즐거움을 담았다. 막연한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고난과 도전, 성취의 기쁨이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깊어진 목소리를 타고 흐른다. 제작 과정은 난해했을지라도 파워 팝과 바그네리안 록, 록 오페라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는 ‘첫사랑’,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과 같은 과거 히트 곡을 기억하는 가요 팬들과 장비 교체의 기쁨을 추구하는 오디오파일의 마음에 온전히 가 닿는다.
닐 돌프스만을 기용한 이승철의 ‘The Secret of Color’와 데이비드 캠벨에게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긴 이승환의 ‘Human’의 계보를 잇는 ‘Extraordinary’는 좋은 소리, 그리고 좋은 음악의 필요를 다시금 일깨운다. 명징한 울림!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 찰스 S. 코켈
김복숭(작가):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택시에 타면 기사님이 먼저 말을 거는 상황은 대개 그의 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곤 했다. 주로 교통 상황이나 날씨 그리고 그것이 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두바이가 서울보다 얼마나 더운지를 장황하게 설명해주셨던 분은 예외였지만). 그러나 오늘 소개할 책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에서는 저자이자 과학자 그리고 교수인 찰스 S. 코켈이 뒷좌석에서 ‘우리의 일’에 대해 말을 건다.
코켈은 우주생물학자다. 여느 생물학자와는 달리 그는 ‘우주의 여백’에 존재할 생명체를 연구한다. 그리고 아직 그런 생명체가 실제로 발견된 적은 없다 보니, 자연스레 다소 철학적인 방향으로 사고가 확장된 듯하다. 이 책의 각 장은 택시 기사와의 우주 관련 대화로 시작해, 이후 새로운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이어진다. 왜 우리는 우주를 탐사하는가? 우리가 만날지도 모르는 그 존재는 어떤 모습일까? 화성 같은 행성으로 이주하게 될까? 그는 몽상가 같은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동시에 과학자로서 매우 현실적인 시선도 잃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구가 불타는 금성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자신도 우주에 가고 싶지만 세대를 이어 장기 우주 임무를 해내야 하는 우주선은 결국 ‘떠다니는 감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코켈의 대화는 정보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SF 스릴러 같기도 하고, 때론 “다른 행성에도 택시가 있을까요?” 하고 묻는 기사님과의 엉뚱한 대화처럼 웃음을 자아낸다. 전 세계 다양한 기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짧지만 깊이 있는 강의들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그는 단연 교육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러니 안전벨트를 매고, 이 세상 너머를 향한 작은 독서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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