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SEYE의 최근 싱글 ‘Gabriela’는 빌보드 핫 100 차트 94위로 데뷔하고, 바로 다음 주에 87위로 자체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의 활약은 더욱 인상적이다. ‘Gabriela’는 글로벌 200 차트에서 29위,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에서는 23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불어 인상적인 사실로, 이전 싱글인 ‘Gnarly’ 역시 핫 100 96위, 글로벌 200 53위에 함께 머물렀다. K-팝의 글로벌 성공과 주요 차트 진입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아도, 미국을 활동의 중심으로 삼는 데뷔 1년 남짓한 그룹의 성과로는 여전히 놀랍다.
이는 신인 그룹의 성공적인 차트 진입이라는 경력상의 ‘이정표’ 같은 비유를 넘어서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Gabriela’는 21세기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인 두 축, 하나는 고도화된 글로벌 시스템의 K-팝 또 하나는 급격한 성장으로 주류로 자리 잡은 라틴 음악이 만나는 교차점이기 때문이다.
KATSEYE는 문화 상품이 아닌 K-팝의 성공 비결 혹은 방법론 자체를 미국 시장에 이식한 결과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라는 불가피한 장벽을 넘어, 처음부터 글로벌 관객을 목표로 삼는 미국 기반의 걸그룹을 발굴, 개발, 소개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단순한 복제나 재현이 아님은 처음부터 알 수 있었다.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The Debut: Dream Academy)’는 익숙한 데뷔 리얼리티 쇼 형식이지만, 출연자의 문화적 다양성을 신중하게 고려해 장기적인 정신 건강 관리 및 각종 가이드라인을 조정하는 등 현지 상황에 맞게 유연한 변화를 거쳤다.

그 결과도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확인된다. 첫째, ‘Gnarly’까지의 KATSEYE는 K-팝의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팀을 구성하고, K-팝 고유의 퍼포먼스 중심 홍보 전략과 팬 베이스 구축 노하우가 미국 시장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둘째, ‘Gabriela’는 그 시스템이 특정 문화권(이 경우 라틴계)의 고유 코드와 결합했을 때에도 여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KATSEYE는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다양한 속성의 글로벌 청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Gabriela’는 첫 성공 사례이며, 이는 향후 다른 멤버들의 배경을 달리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첫 사례가 왜 라틴인지 묻는다면, 미국 라틴 음악 시장의 위상을 먼저 말해야 한다. 이 시장은 특정 장르의 유행을 넘어, 미국 사회의 인구 구성 및 문화적 변화와 맞물려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라틴 음악 시장의 매출은 1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9년 연속으로 미국 음악 시장의 전체 성장률을 앞지른 결과로, 전체 시장에서 라틴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8.1%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경제적 성공은 라틴 음악이 틈새 시장이 아니라, 미국 대중음악 산업의 주된 동력 중 하나임을 반영한다.
라틴 음악 성장의 핵심 기반은 스트리밍이다. 라틴 음악 매출의 98%가 스트리밍에서 발생한다. 특히 유튜브, 스포티파이 무료 버전 등 광고 기반 스트리밍이 전체 라틴 음악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 시장 전체 평균 1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는 라틴 음악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광범위한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지점은 라틴 음악과 K-팝이 지난 수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한 이유 중 공통된 부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현재 라틴 음악의 영향력은 경제적 수치를 넘어선다. 라틴 음악은 미국 내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반영하고 형성하는 매개체다. 많은 경우 음악은 이민자 커뮤니티와 그 후손들에게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주류 시장에서 포착 가능한 수준의 성공이란, 라틴 인구의 증가와 영향력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자연히 배드 버니, J 발빈 같은 아티스트의 세계적인 성공은 라틴 커뮤니티에 강력한 자긍심과 연대감을 불어넣는다. 요컨대 라틴 음악은 엔터테인먼트에 머물지 않고, 복잡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탐구하고, 사회적 목소리를 내며, 커뮤니티를 결속시키는 구심점이다.
K-팝은 오랜 기간 다양한 방법과 단계를 거쳐 라틴 음악과 상호작용을 해왔다. 가장 옅은 수준에서는 ‘라틴풍’이라는 이미지에서 출발해 스페인풍 기타 연주와 하바네라 리듬, 약간의 스페인어 가사로 장식적인 분위기를 빌려온다. 유행 장르의 채택이라는 측면에서 레게톤 등 음악 스타일을 댄스와 퍼포먼스 중심의 K-팝에 적극적으로 녹여내는 시도도 있다. 더 나아가 K-팝의 글로벌 위상 덕분에 직접적인 교류의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라틴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물론이고, 아예 지역 팬덤을 겨냥한 스페인어 레코딩도 가능하다. 그리고 ‘Gabriela’는 이전의 모든 사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곧, 한국 그룹이 그들의 음악에 라틴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라틴 출신의 멤버를 중심으로 지역 콘셉트를 의식적으로 풀어낸다.

대표적으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스페인어권의 드라마 TV 쇼를 가리키는 ‘텔레노벨라(telenovela)’라는 구체적 문화 코드를 오마주하여 문화적 통합을 시도한다. 뮤직비디오는 과장된 연기, 극적인 전개, 화려한 색감 등 장르의 특징을 충실히 재현하며 진지한 이해와 존중을 보여준다. 멤버 다니엘라는 쿠바 및 베네수엘라계 미국인으로 그룹 최초로 스페인어 구절을 직접 소화한다. 이는 언어 구사를 넘어, 그의 문화와 유산을 음악의 중심에 놓는 행위다. 그의 존재는 이 프로젝트가 외부인의 감각적인 구사 수준을 넘어선다고 선언하는 진정성의 상징이 된다. 결과적으로 KATSEYE와 ‘Gabriela’는 앞서 설명한 거대한 라틴 문화와 시장에 직접 연결된다.
요컨대 ‘Gabriela’의 성공은 미국 음악 산업에 새로운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K-팝과 그 방법론은 한국이나 아시아를 넘어 지구 반대편 특정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이 결합하여, 주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Gabriela’는 향후 K-팝이 세계 각지의 문화와 결합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다. 더 나아가 다원화되는 세계 속에서 글로벌 대중음악의 방향성에 대한 무시할 수 없는 청사진이 될 것이다. 오랫동안 영미권 대중에게 북미와 유럽 바깥의 음악은 보통 탐험 혹은 발견의 대상이었다. 그 음악들은 영미권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아 자생하다 원조 시장에 등장할 기회를 얻거나, 반대로 영미권 대중음악의 구성 요소로 포섭되는 것이 대부분의 역사였다. 반면 KATSEYE 프로젝트에서 K-팝은 다른 모든 구성 요소와 완전히 동등한 원천 기술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 전체가 온전한 오리지널로서 완성되고,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간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전환의 순간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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