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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연
디자인MHTL
사진 출처BIGHIT MUSIC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새 앨범 ‘별의 장: TOGETHER’ 콘셉트 트레일러에서 연준은 자신의 머리에 솟아난 뿔을 또다시 꺾었다. 앞서 그는 ‘별의 낮잠’ 뮤직비디오에서도 같은 행위를 했다. 하지만 목적은 분명 다르다. ‘별의 낮잠’에서 연준은 “어쩌면 난 괴물이 된지도” 모른다는 데뷔 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에서의 불안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가장 두려운 존재인 뿔을 없애기 위해 고통을 감내했다. 그리고 그는 서로 다른 성장통을 가진 네 명의 소년과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을 “왕관”처럼 “완성”된 존재로 느끼는 과정을 경험했다. 이후 6년 뒤 콘셉트 트레일러를 통해 뿔은 한 번 더 의미를 확장한다. 태현의 눈을 통해 바라본 수빈은 불타는 집에 고립되었고, 그를 구하기 위해 연준은 자신의 뿔을 망설임 없이 꺾어 이들을 가로막는 천막을 찢는 데 사용한다. 반쪽만 남아 있던 휴닝카이의 날개는 어깨에 가시가 돋아 있는 범규의 치유 능력을 이용해 가시로 장식된 새로운 날개가 되어 돋아나고, 수빈에게 닿는 데 성공한다. 그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서사에서 뿔은 ‘나’에서 ‘너’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하는 수단이었지만, 이제 뿔은 ‘너’를 구하기 위한 도구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별의 장: TOGETHER’ 콘셉트 트레일러 속 연준, 범규, 태현, 휴닝카이는 수빈을 구하기 위해 중력을 거스르고 날아오른다. 이런 상승의 이미지는 바로 이전 앨범 ‘별의 장: SANCTUARY’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타이틀 곡 ‘Over The Moon’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사랑하는 상대를 웃게 하겠다며 “땅 위를 박차” 오르겠다고 말하고, 수록 곡 ‘Higher Than Heaven’에서는 “천국 저 너머 더 높은 곳으로” 사랑하는 상대와 “영원”을 함께하기를 꿈꿨다. 그러나 다음 앨범 ‘별의 장: TOGETHER’의 첫 번째 트랙 ‘Upside Down Kiss’는 “중력을 비웃고”, “뒤집힌 그대로” 같은 표현들을 통해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며 입맞춤의 순간을 노래한다. ‘별의 장: SANCTUARY’의 첫 트랙 ‘Heaven’에서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천국은 먼 곳이 아닌 지금 입 맞춘 그 순간”이라 노래했다. 반면 ‘Upside Down Kiss’에서는 그들을 가로막는 억압의 상징인 “중력”을 거슬러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를 강조한다. 그들은 “너와 내 두 발이 서로 다른 세상에 묶여 닿을 수가 없대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궤도를 비껴” 갈 것이라고 선언하며 “더 자유로워”진다. 시스템이 장악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한 ‘Beautiful Strangers’ 뮤직비디오에서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종말로 치닫고 있음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마주하지만 절망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중후반에 등장하는 ‘결말에는 출구가 없다(THE END HAS NO EXIT). 너희가 직접 출구를 직접 만들지 않는 한(UNLESS YOU CREATE ONE).’이라는 슬로건처럼, 그들은 새로운 출구를 개척하기 위해 감시하는 CCTV를 치우고, 서성이는 멤버의 손을 잡은 채 어두운 터널을 달린다. 그들은 예전처럼 더 이상 자신을 구해줄 손길을 기다리는 대신 ‘너’에게 손을 내밀고, 눈을 맞추며, 손을 잡고 함께 그 끝을 맞이한다. 세상의 끝에서 나가기로 결심한 다섯 소년이 마침내 하나가 된 순간이다.

이전까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늘 누군가의 구원을 기다렸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에서는 “세상의 끝에서 Forever together”라며 “내 이름을 불러줘”라고 말했고,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서도 “세계의 끝까지”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바라거나 “나를 구해”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이름을 불러줄 ‘너’를 찾았던 소년들은 이제 “두려워 말자”고 말한다. 과거 그들의 결점이나 상처를 상징하던 “꺾인 날개”와 “뿔”은 “흉터”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Beautiful Strangers’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를 “우리 사랑의 증거”로서 긍정하며 “세상이 우릴 다 비웃어도 두렵지 않을 이유”를 발견한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에서는 너와 나를 우리로 연결하기 위해 일부러 “소환의 주문”을 외친 이들은 더이상 마법의 힘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Beautiful Strangers’에서 “주문이 풀린 세계 속”에서도 “두려워 말자”며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자고 되뇐다. 어느새 마법이 무너진 세계 앞에서, 그들은 진정한 마법은 도피로 만들어낸 판타지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함께하는 서로의 존재임을 깨닫는다. 

‘별의 장: TOGETHER’ 에서 ‘함께’를 주제로 한 다섯 개의 솔로 곡은 서로 다른 서사적 성장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연준의 솔로 곡 ‘Ghost Girl’은 사랑을 위해서라면 “나를 잃은 채 전부 잊을게 real world”라고 노래하며, 과거 상대방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청하던 소년으로부터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거울 속의 미로’에서 자아 정체성 혼란의 메타포로 쓰이던 거울은 휴닝카이의 솔로 곡 ‘Dance With You’에서 ‘너’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걸 넘어, “말투의 특징, 숨 쉬는 타이밍”마저 닮기를 바라며 사랑을 비유하는 수단으로 변화했다. 한편 수빈의 솔로 곡 ‘Sunday Driver’에서는 과거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의 뮤직비디오에서 현실 도피 수단이었던 운전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로맨틱한 데이트가 되었고, 범규의 솔로 곡 ‘Take My Half’는 자신의 반을 나눠주더라도 남은 반이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자아의 성숙을 보여준다. 태현의 솔로 곡 ‘Bird of Night’는 “어른이 된단 건 뭘까”라는 고민을 던지며 성장 후에도 “쌓여 가는 선택 사이 불안함”이 계속된다는 화두를 던진다. 하지만 “이 세상의 어떤 어둠도 언젠가는 glow”라며 위로를 전하고, “깨어 있는 이유 / 별을 향해 너와 함께 / 나아가기 위해”라며 함께라는 앨범의 주제의식을 집약시킨다. 혼자 있을 때 “고요한 밤”은 “나만의 night flight”였지만, 함께일 때는 비로소 “찬란한 밤 우리의 night flight”이 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같은 별”을 바라보며 비슷한 고민을 떠올릴 오늘날 청춘에게 건네는 태현의 위로는 자연스럽게 그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별의 노래’로 이어진다. “별의 목소리를 따라 함께 노래하는 너와 나”라는 ‘별의 노래’의 가사 그대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말하는 ‘함께’의 의미는 그렇게 어두운 밤을 헤매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던 모두를 위한 이야기가 된다.

‘Beautiful Strangers’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전반적으로 벅찬 감정이 고여 있다고 비유할 수 있을 만한,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면서도 이를 쉽게 폭발시키지 않는 구성을 보여준다. 이 곡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은 트랩 비트가 깔리는 가운데에서도 박자감을 살짝 살리는 정도로 절제된 보컬로 노래하고, 특히 곡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코러스 파트에서도 있는 힘껏 내지르는 대신 “We’re beautiful”은 가성으로, 이어지는 “strangers”는 진성으로 힘주는 것처럼 디테일한 감정선을 표현한다. 그리고 퍼포먼스 역시 대체로 부드러운 손동작을 통해 디테일한 감정 표현에 집중하다가, 곡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을 구현하는 코러스 파트 뒤의 EDM 드롭 구간에서 속도감 넘치는 동작들을 통해 이를 폭발시킨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아티스트로서 섬세한 감정선의 결은 물론, 이를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로 보여주는 카타르시스를 함께 선사한다. 7년 동안의 여정이 쌓여 마침내 완성되는 순간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피하기 위해 환상의 세계로 도망쳤던 소년들의 세계에 더 이상 마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법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달려갈 길은 있다. ‘별의 장: TOGETHER’의 마지막 트랙 ‘별의 노래’의 1절은 “우리 헤어져도 여기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별의 낮잠’, “다신 울지 않”도록 “눈물로 주문을 만들자”던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이 섬에 남겨놓은 작은 노래 잊지 말아줘 영원히”라고 노래하던 ‘Magic Island’를 소환시킨다. 그렇게 과거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여정 속에서 쌓였던 작은 약속들은 ‘별의 노래’에서 모여 “우리의 이름”이 “함께인 이유”가 되었다. “별”을 찾아 헤매던 모든 청춘들에게, 진정한 마법은 결국 바로 우리의 곁에 있다는 새로운 출발선을 선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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