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의 모든 시절에는 음악이 있다. 이제 막 데뷔를 맞이하게 된 열일곱의 세계를 가득 채워버린 야망과 노스탤지어.

데뷔가 얼마 안 남았네요(인터뷰는 7월 19일 진행).
마틴: 지금은 뭔가 모든 일의 진행이 빠르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나요. 제가 연습생 기간이 길었다 보니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었거든요. 어느 순간 데뷔 후보조가 되고 미국에서 앨범을 만들기도 하고, 갑자기 모든 게 바뀌었어요.

미국에서는 어떤 경험들을 했나요?
마틴: 작년 여름, LA에서 3개월 동안 앨범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많은 나라를 가보진 않았지만 LA 사람들은 조금 더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초반에는 그곳의 바이브에 더 몰입하게 돼서 듣는 음악도 바뀌더라고요. 당시에 사브리나 카펜터의 ‘Espresso’라는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 올라온 시점이었는데, 평소의 취향과는 다른 앨범인데도 좋았어요. 바운더리가 더 넓어지고, 록 음악도 평소보다 더 듣게 됐어요.

마틴 씨의 평소 음악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마틴: 처음 음악을 접한 건 어머니가 틀어주신 가요나 해외 팝이었어요. 저스틴 비버나 마이클 잭슨의 음악들이요. 아버지께서는 사이키델릭 록 위주로 들려주셨는데, 유명한 밴드부터 인디 밴드까지 들으면서 귀가 트였던 것 같아요. 테임 임팔라(Tame Impala)나 픽시스(Pixies) 같은 밴드 아니면 너바나(Nirvana)의 음악도 많이 들었고요. 사실 아버지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를 하셨어요. 엄청 유명한 건 아니지만 그 동네에서 알려진 밴드였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 분위기가 마틴 씨의 감성에 영향을 줬겠어요.
마틴: 아버지가 기타도 치실 수 있어서 저도 어릴 때부터 기타를 익혔거든요. 지금 많이 치는 건 아니지만 기타 사운드를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패션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그날 듣는 음악에 따라 입는 옷도 달라져요. 아버지가 추천해주신 록 음악을 들을 때는 스키니하거나 펑크스럽게, 그런지하게 입기도 했어요. 연습생이 되고 친구들과 들은 음악은 힙합이라 배기하고 큰 옷들도 많이 입었고요. 요즘은 슬림하고 스키니한 것들을 입으려고 해요.

자연스럽게 음악과 패션에 가까워진 셈이네요. 그러다가 빅히트 뮤직의 연습생으로 들어온 계기가 있나요?
마틴: 제가 누나가 있는데 방탄소년단 선배님들 팬이셨어요.(웃음) 누나가 이런 오디션이 있다고 추천해줬는데 어린 마음에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연히 1차 오디션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2차부터는 ‘진짜로 붙어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 끝나면 바로 연습실에 갔었어요. 저스틴 비버의 ‘Baby’를 보컬 곡으로 준비한 기억이 있어요. 그게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운 좋게 합격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 음악을 만드는 것도 익히게 된 걸까요?
마틴: 들어와서 한 1, 2개월 되었을 때 저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 음악 작업을 해보겠냐고 물어봤어요. 처음부터 비트를 찍어본 건 아니고 랩이나 가사를 써보고 프리스타일에 빠졌어요. 결과물을 만든다기보다 그 친구와 연습하고 주고받고 이러면서 놀던 시기였어요. 그러면서 힙합도 많이 듣게 되고, 점차 랩 수업도 듣고 녹음하는 법도 배우게 됐어요. 그러다 회사 컴퓨터에 깔린 큐베이스 프로그램으로 녹음을 해보기 시작했고요. 지금 다시 들어보면 너무 오글거릴 텐데(웃음) 낭만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작업들이 조금 더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도 있겠어요.
마틴: 회사분들이 랩 선생님에게 제가 작업을 한다는 걸 들으셨다며 작업물을 제출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일주일에 하나씩 써서 보내면 시간이 날 때 피드백을 해주시겠다고요. 저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연습생이었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어요. 작업도 연습처럼 하루 종일 했어요. 다른 연습과 같이 하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잘 병행할 수 있게 회사분들도 도와주셨고요. 

마틴 씨의 10대는 음악을 만들고 연습하는 게 전부였겠어요.
마틴: 중학교 1학년 때 팬데믹이 와서 주로 온라인 수업을 했는데, 2학년 때 대면 수업을 시작하면서 좀 와닿았어요. ‘아, 내 생활이 되게 어렵구나.’ 방과 후에 ‘어디에서 놀자.’ 이런 얘기가 단체 방에 올라오는데, 그 메시지를 확인할 때면 비교적 늦은 시간이었거든요.(웃음) 대신 시간대가 잘 맞는 연습생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평일에는 연습을 하다가 주말에 쉬는 날이면 연습생들끼리 모여서 작업을 했거든요. 빈 방에 들어가서 비트를 만들거나, 노래가 잘 나오면 전문적인 건 아니어도 브이로그처럼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어요. 그러다 나가서 밥 먹고, 간식 사들고 와서 다시 작업하고. 저한테는 게임보다 더 게임 같은 느낌이었어요. 친구들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고 그래서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도 있어요. 학교에는 저 같은 애들이 없었거든요.(웃음) 그런 문화를 만드는 게 저한테는 낭만이었어요.

때로 창작자는 혼자 작업하는 걸 선호하기도 하는데, 마틴 씨는 협업의 즐거움을 일찍 느꼈네요.
마틴: 제가 원래 내향적이었는데 MBTI도 ‘E’로 바뀌고 소통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런 경험이 지금도 리더로서 멤버들을 뭉치게 하는 데 도움이 돼요. 최근에 저희 멤버들과 ‘우리가 조금 지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것 아니어도 재미로 다 같이 작업하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잠깐이지만 행복했어요. 가끔 의견이 충돌할 수 있지만 그것대로 새로운 음악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없었던 일처럼 듣고 즐기게 되니까요. 저는 혼자보다 팀으로 하는 걸 좋아해요. 

CORTIS는 공동 창작 집단 같다는 인상이거든요. 음악뿐만 아니라 제임스 씨를 중심으로 안무를 만들기도 하고요.
마틴: 아일릿 선배님들의 ‘Magnetic’ 멜로디를 만들 때 제임스 형이 뒤에서 춤을 추고 있었어요. 그러다 형이 어떤 동작을 했는데 그걸 프로듀서님이 보시더니 “좋은데?” 하고 찍어서 보내시면서 안무에 반영됐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프로듀싱에서 중심을 잡지만 혼자 다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안무도 다 같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그걸 조합해서 만드는 게 제임스 형인 거죠. 그게 CORTIS가 일하는 방식 같아요. 가사 한 줄도 다 같이 모여서 쓰고, 작업하다 춤도 짜는 게 자연스럽다고 느껴요.

평소에 멤버들끼리 의견은 어떻게 주고받나요?
마틴: 제 작업물을 보내주면 성현이가 “이런 건 어때?” 하는 편이에요. 성현이는 본인의 생각이나 스타일대로 얘기하는데, 무언가를 따라하거나 멋있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거든요. 그게 새롭고 멋있어요. 건호는 날카로운 면모가 있어요. 오래 생각하고 섬세한 편이어서 그 끝에 내는 의견이 더 무게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 나오는 한마디가 팀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동갑내기인 주훈 씨와는 어떤가요?
마틴: 주훈이가 마지막으로 합류했을 때 기뻤어요. 성현이랑 건호도 지금은 정말 잘 통하지만 동생이라 공감대 형성이 아직 부족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중3’이었을 때 둘은 ‘중2병’의 시기를 겪고 있었고.(웃음) 주훈이는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사람 같아요. 작심삼일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본인이 잘하고 싶거나 진심이면 끝까지 하더라고요. 주훈이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체력 때문에 힘들어했는데, 극복하려고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해서 따라잡더라고요.(웃음)

그런 CORTIS의 모습이 앨범에는 어떻게 담긴 것 같아요?
마틴: 저희가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어떤 상황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키포인트를 잡았어요. ‘GO!’는 스튜디오에 가는 걸로 시작해서 작업하는 일상이 담긴 저희의 라이프스타일 같아요. ‘GO!’나 ‘FaSHioN’은 좋아하던 장르를 가져왔고, K-팝 퍼포먼스와 합쳐져서 더 좋은 결과물이 된 듯해요. 미국에서 여러 장르나 사운드를 접하며 다양한 걸 시도해봤는데, ‘What You Want’나 ‘JoyRide’는 더 LA 바이브가 나는 것 같아요. 더 ‘멜로(mellow)’하면서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사운드를 많이 작업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LA에 있을 때 저희 멤버들이 장난기도 많고 밖에 나가서 세상을 느껴보고, 탐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What You Want’에는 저희가 진짜 원하는 게 담겨 있어요. 

마지막 트랙 ‘Lullaby’에는 함께 작업하는 CORTIS의 방식이 음악 자체에서 드러나는 듯했어요.
마틴: 용산 근처에 ‘아지트’라고, 멤버들과 같이 작업하는 장소에서 쓴 곡이에요. 어느 날 아침에 건호한테 “새로운 재밌는 것 없을까? 어떤 장르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 물어봤는데, 재즈는 어떻겠냐고 했어요. 재즈에 대한 음악적 배경은 없다 보니 들리는 대로 찍어보며 놀다가 좀 아닌 것 같아서 아카이빙했거든요. 그날 저녁 ‘송 캠프’에서 슈프림 보이 프로듀서님이 작업한 트랙이 있냐고 하셔서 그걸 들려드렸더니, 멜로디를 써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수정은 거쳤지만 그때 한 흐름으로 만든 노래였어요. 멤버들이랑 얘기하며 캔 소리도 추가하고, “I GOT WORK”는 제임스 형이 자고 있는 멤버들 깨우려고 만든 ‘챈트(Chant)’였어요.(웃음)

CORTIS만의 유쾌함이 노래 곳곳에 숨어 있네요. ‘FaSHioN’에서는 마틴 씨가 건호 씨를 샤라웃 하죠.(웃음)
마틴: ‘FaSHioN’은 원래 사운드에 집중하고, 가사는 말도 안 되는 얘기처럼 웃기게 쓰려고 했어요.(웃음) 저희끼리 옷을 사면 “내가 더 잘 어울리겠는데?”, “완전 내 건데?” 한다거나 “예쁜데 잘 샀네.” 하거든요. 패션은 본인을 표현하는 첫인상이잖아요. 옷을 잘 입지 않더라도 특이하게 입어보거나,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보고 ‘나는 오늘 어떤 기분이지?’ 생각하게 돼요. 밝은 옷을 입고 싶은지 어두운 걸 입고 싶은지, 검은색으로 입어도 다크한 기분이 아닐 수도 있고요. 패션을 통해 한 시대의 선구자나 한 세대의 대표가 되기도 하잖아요.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전에는 이상해 보였던 게 유니크해 보이거나 달라 보이더라고요. 

그 점에서 CORTIS는 음악과 패션,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게 확실하다는 인상이에요.
마틴: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그에 따른 무게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처음부터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 수는 없을 테고요. 그걸 하나둘씩 깨나가고, 누군가 저희의 음악과 패션을 공감하고 따라 하면서 어떤 문화가 생기면 좋겠어요. 저희에게 편안한 것들을 하면 저희라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기억에 남고. 그러면서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요. 

사실 마틴 씨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Deja Vu’로 시작해서 아일릿의 ‘Magnetic’ 같이 이미 잘 알려진 참여 곡들이 있는데, 사뭇 다른 경험이었을 듯해요. 어떤 결과물이 세상에 공개되었던 거니까요.
마틴: 당시에 운 좋게 기회가 생겨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곡들이 공개된 후에도 제 것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차트를 확인하진 않았어요.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전화가 오셨는데 ‘Magnetic’이 빌보드 차트에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지만 ‘내 일에 집중하자.’며 겸손함을 유지하려 했어요. 사실 LA에서 처음으로 저작권료를 확인했거든요. 그때는 잠깐 중심을 잃을 뻔했어요.(웃음)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 저작권료는 잘 보관하고 음악 장비 사는 데만 썼습니다.(웃음) 

어린 시절부터 한 곳을 향해 달렸던 거기도 하잖아요. 쉽지만은 않은 여정에서 마틴 씨가 말하는 중심은 어떻게 잡을 수 있나요?
마틴: 커트 코베인이 한 인터뷰에서 빈티지에 대한 낭만을 이야기한 게 공감이 됐거든요. 수많은 옷들 속에서 보물을 찾고 디깅하는 맛이 있잖아요. 작게는 산책부터 자전거를 타거나 농구를 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의 낭만을 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라서요.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정이라 했을 때 그 과정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음과 양의 개념을 잘 생각하고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마음을 바꾸자는 마인드였어요. 원하는 걸 이루려면 겪어야 되는 게 있을 거고, 목표를 이뤘을 때도 하기 싫은 게 분명히 있을 거니까요. 

마틴 씨가 바라는 그 목표는 무엇인가요?
마틴: 물론 지금의 목표는 데뷔예요. 체력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최고의 컨디션으로 데뷔를 하고 싶고, 작은 목표부터 큰 것까지 이뤄가고 싶어요.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어요. 저희의 음악을 틀고 무대 위에서 즐기며 팬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요. 거기에서 서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어떤 교류처럼,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 멋있는 것 같아요. 어떤 무대라도 너무 오르고 싶어요. 지금 생각해도 설레고 떨려요. 

“17년 평생 쫓았었던 fame”이라는 ‘What You Want’의 마틴 씨 파트가 생각나네요.
마틴: 명예라는 게 꼭 유명한 것만 뜻하지는 않고,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남기는 거라 생각해요. 저는 소수의 중심점이 되는 사람들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어떤 문화가 퍼져 나가고, 무언가를 바꿔보고 싶은 욕심 같은 게 있거든요. 정말 어렵고 될지도 모르는 꿈이지만… 모르겠어요. 시도는 해봐야 되는 거니까.(웃음) 어렸을 때부터 저는 그냥 좀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복잡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그냥… 뭐가 있는 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Credit
윤해인
인터뷰윤해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김민경
현장 운영 총괄박수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최재현, 이승엽, 노원선 (빅히트 뮤직)
사진장정우
영상김영대, 김현호 (LoCITY)
촬영 지원조윤미
헤어김정현
메이크업조윤하
스타일리스트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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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실고정은, 강리우, 정기쁨, 이태호, 김명오, 문광현, 임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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