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선수였던 시절 건호는 하나의 레인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며 홀로 50m, 100m를 헤엄쳐 갔다. 코르티스로서의 데뷔를 앞둔 지금, 이제는 정해진 레인도, 명확한 결승선도 없다. 그래도 앞으로는, 혼자가 아닌 다섯이다.

데뷔 미리 축하드려요. 데뷔를 앞둔 소감이 어때요?(인터뷰는 7월 19일 진행)
건호: 이제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거라 기대돼요. SNS에 올라온 반응을 보니 저희의 데뷔를 기대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에 부응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저희가 빅히트 뮤직의 세 번째 그룹이기도 하고, 노래도 직접 쓰고 안무도 직접 만드는 만큼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도 있고요. 그리고 지금 하는 인터뷰처럼 새로운 기회들도 많이 찾아오다 보니까 앞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해주실지 궁금하기도 해요.

새로운 기회들 중 가장 기대되고 궁금한 건 뭔가요?
건호: 음악이요. 그리고 무대요. 저희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신나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곧 있을 쇼케이스 무대도 그렇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롤링 라우드’ 페스티벌에도 나가고 싶어요.

‘GO!’를 들으면 다들 신나서 뛸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건호: ‘GO!’는 작업할 때도 노래의 포인트인 “go”라는 단어가 반복되니까 이에 맞춰서 기억에 남는 동작들을 많이 넣고 싶었어요. 그리고 ‘GO!’는 밝으면서 약간 ‘하입’되는 느낌이고 또 첫 번째 벌스에서는 여유로운 느낌도 있거든요. 그 안에서 느껴지는 그런 ‘다이내믹’한 바이브를 살리고 싶어요. 

어떤 식으로요?
건호: 사실 의도하는 건 아닌데(웃음) 뭔가를 많이 보여주기보다는 그냥 노래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그리고 보컬적으로는, 예를 들면 ‘What You Want’에는 강렬한 비트와 드럼 사운드가 이어져 거친 느낌이 나다가도 훅 부분에서는 비트가 빠지고 기타와 마틴 형과 제 보컬만 나오는데, 그때 살짝 감동적이거든요. 기타 사운드만 나올 때 느껴지는 감동이 있잖아요. 그 부분에서는 자신감이 더 필요한 것 같아서 저의 원래 목소리를 그냥 내보는 연습을 했어요. 소리가 앞으로 뻗어나올 수 있게 보컬 선생님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선 선생님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한계를 이겨내야 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잖아요. 어렵진 않았어요?
건호: 그런데 혼자 연습하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무대에서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일단 시작해보고, 막 해보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평소 해보지 않았던 걸 일단 시작해보고,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스타일대로 막 해보는 것 자체가 사실은 엄청난 용기잖아요. 그렇게 용기를 내보니 달라지는 부분도 생겼을까요?
건호: 저희끼리 핸드폰으로 ‘GO!’ 자체 뮤직비디오를 찍은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제일 처음 했던 기획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 같이 릴스에 많이 뜨는 카메라 효과들을 찾아보면서 그걸 재밌게 활용해보려고 했던 기억이 나요. 360도 카메라를 입에 물고 뛰기도 하고, 화면이 다 뭉개지는 신기한 효과도 써보고, 진짜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봤어요.

그렇게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니 어떻던가요?
건호: 예상대로 재밌게 나온 것도 있었고, 막상 해보니 현실적으로는 제한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이번에 제가 자체 뮤직비디오나 공개 예정인 오피셜 뮤직비디오들의 기획이나 콘티를 대표로 정리하는 일을 했어요. 일단 기획이나 콘티를 보시는 분들이 모두 쉽게 이해하고 저희가 원하는 장면을 최대한 구현하실 수 있도록 글로 설명드릴 땐 최대한 어렵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고요. 글로만 설명하면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으니까 그림판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뮤직비디오 기획에 활용할 수 있는 영상을 레퍼런스로 찾아보기도 하고, ‘카메라가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좋을 것 같다.’ 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 실제 움직임을 이해하시기 편하도록 제스처로 설명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다 같이 제작을 하다 보니 뮤비를 기획할 때나 가사를 쓸 때도 다섯 명 각자의 아이디어가 엄청 많이 나오거든요. 멤버들끼리 서로 의견이 갈릴 때는 그걸 하나로 모으고 또 다섯 명의 아이디어를 모아 회사와 함께 조율하면서 바뀌는 부분들도 정리하기도 했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각자에게 이해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특히 다 같이 제작을 하는 만큼 어떨 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할 때도 생기고, 또 어떨 땐 나서서 의견을 정리하고 조율해야 할 때도 있을 거고요.
건호: 제가 원래 수영 선수였는데 수영은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자신과 싸우는 종목이거든요. 그래서 연습할 때도, 경기할 때도 복잡하거나 머리가 아프진 않았어요. 팀 생활을 하게 되면서 서로 의견을 맞춰 나가야 하는 일들이 생겼고, 더 많은 부분들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런 변화가 건호 씨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건호: 확실히 예전보다 시야가 넓어졌고 한순간, 하나의 일에 갇혀 있기보다 더 넓게 바라보고 다양한 걸 시도해볼 수 있게 됐어요. 거기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기도 하고요. 사실 처음 연습생이 되었을 때는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하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바뀐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하다 보니 성격도 자연스럽게 바뀌더라고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네요.
건호: 데뷔를 준비하면서 노래도 쓰고, 춤도 추면서 나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니까요. 아이돌은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이잖아요. 처음 캐스팅됐을 때 수영장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모르는 분들이 오셔서 처음 하셨던 말씀이 ‘방탄소년단 아세요?’였던 게 기억나요.(웃음) 그 다음에 제 학교랑 나이, 이름도 물어보셨고요. 명함 받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부모님이랑 누나가 많이 놀라셨어요. 누나가 그때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의 노래를 많이 듣던 때라 특히 놀랐던 것 같더라고요.

건호 씨는 어땠어요?
건호: 사실 그때 전 그냥 ‘나는 계속 수영할 건데…’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런데 누나가 해보라고 제안하기도 했고, 부모님께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일단 연습생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수영을 못하게 되니까 솔직히 약간 아쉬웠을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 재밌어서 계속하게 됐어요.

누나 말을 잘 듣는 동생이네요.(웃음)
건호: 누나가 저를 잘 챙겨주거든요. 누나랑 네 살 차이인데 사이가 좋아요. 제가 집에 자주 못 가다 보니까 부모님보다 걱정을 더 많이 해요. 연습생 생활은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까지 계속 연습해야 하고, 그 안에서 힘든 과정을 계속해서 거쳐야 하잖아요. 그때 누나가 자주 했던 말이 “거만해지지 말고, 연락 자주 해라.”였어요.

연락 자주 해요?
건호: 연락…하긴 하는데 더 자주 해야할 것 같아요.(웃음)

사실 힘든 연습생 과정을 이겨내고, 마침내 데뷔라는 목표를 이룬 것이기도 하잖아요. 거만해지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그런 노력을 보여주고 싶은 순간이 있을 수도 있고요.
건호: 그래도 보이는 멋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들도 신경 쓰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어요. 예전에 수영했을 때 코치님이 매너나 인사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셨거든요. 저도 코치님께 계속 영향을 받아서 진짜 멋있는 사람이더라도 매너가 없으면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9살 때부터 연습생이 되기 전까지 5년간 수영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잖아요. 수영이 건호 씨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건호: 맞아요. 수영으로 몸을 많이 써서 춤출 때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체력도 수영 덕분에 많이 길러져서 춤출 때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위버스반 콘셉트 포토 촬영 때 각자 자신한테 의미 있는 소품을 활용했거든요? 저는 그게 수경이었어요.

수경과 수영이 건호 씨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건호: 수영 선수였을 당시에는 수영이 하기 싫었을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또 대회에 나가면 승부욕이 오르다 보니까 계속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원래 저도 가장 기본적인 자유형부터 시작했는데 어느 한 대회에서 배영을 추가해서 나가게 됐거든요. 그때 기록도 나쁘지 않았고, 일단 재밌었어요. 그래서 계속 배영을 해보자 해서 배영 선수를 하게 됐어요. 초등학생 때는 50m와 100m를 주로 했는데, 만약 수영을 더 오래했다면 중거리나 장거리까지 도전했을 거예요. 중장거리가 힘들긴 하지만 200m, 400m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거든요.

배영도, 중장거리 도전도 기존의 익숙한 것들이 아닌 새로운 도전이잖아요. 걱정이나 긴장을 느끼기보다는 즐겁고, 해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어요?
건호: 일단 배영은 스타트 자체가 물속에서 뒤로 뛰는 것이다 보니까 신호음이 들리기 전의 그 정적이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재밌어요. 그리고 수영할 때는 옆 사람과의 경쟁도 있긴 하지만 사실 ‘나의 기록을 깬다.’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과 경쟁하는 거거든요. 물론 경기에 나가는 동안 실수한 적도 많지만 그걸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하는게 더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팀으로 활동하게 되었을 때 달라지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어떻게 스스로 조율했어요?
건호: 수영을 하는 시간은 오롯이 저한테만 집중하는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수영할 때는 부담감이 없으니까 더 잘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팀으로 활동하다 보면 그만큼 저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감이 있어요.

그런 부담감은 어떻게 이겨냈어요?
건호: 성장도 저 자신과 경쟁하는 거니까, 일단 집중력이 엄청 올라가고요. 그냥 저 자신한테 집중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다 보니 계속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 같아요. 일단 연습을 최대한 많이 하고, 평소에 명상도 해요.(웃음) 제 예전 연습 영상들을 하나씩 다 보면서 매 달 얼마나 늘었는지 그 성장 폭을 파악해보기도 하고, 저 자신을 다른 멤버들하고 비교해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비교해보면서 달라진 부분들도 있나요?
건호: 패션?(웃음) 다같이 숙소에서 얘기할 때나 심심할 때 자기가 마음껏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옷을 입어보는데, 전 아무거나 걸쳤을 때의 러프한 느낌을 좋아해서 대부분은 의도해서 코디하지 않으려고 해요. 옷도 대부분 빈티지로 사고요.

의도해서 코디하지 않으면서 센스 있게 입는 게 사실 더 어려운 일이잖아요.(웃음)
건호: 저희 5명이서 빈티지 쇼핑을 가기도 하는데, 함께 구경하고, 옷 찾고 하는게 재밌더라고요. 미국에서 빈티지 숍에 가서 낡은 티셔츠를 산 것도 좋았어요. 이번에 뮤직비디오 찍으러 뉴질랜드에 갔을 때도 호텔 주변에 빈티지 숍이 있었는데 평소에 못 본 새로운 스타일의 옷들이 많이 있어서 이것저것 샀어요. 요즘에도 그때 샀던 신발이랑 모자를 착용하고 다녀요.

그 중 어떤 아이템이 가장 마음에 들었을까요?
건호: 하나는 스케이트보드 신발을 만드는 회사의 모자였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던 모자여서 바로 샀어요. 색깔도 아이보리 컬러라 예쁘고 중간에 로고도 있고 그 옆에 살짝 디테일도 있는 모자예요. 그리고 재킷은 약간 영국에서 볼 법한 스타일인데 지금 입은 옷보다 핏이 엄청 타이트하고요. 딱 봤을 때 영국 ‘날라리’ 느낌?(웃음)

건호 씨만의 패션 디테일이 있군요. 곧 공개될 ‘FaSHioN’이라는 곡이 괜히 나온 게 아니네요.(웃음)
건호: 가사 한 부분을 스포일러하자면, 어느 날 마틴이 형이 숙소로 배기 팬츠를 하나 시킨 거예요. 제가 그거 보고 “하나도 배기하지 않다.”고 놀렸는데, 그 후에 나온 가사가 있어요.(웃음) 사실 그때 놀리긴 했지만 저희 멤버들은 각자의 멋이 있고, 각자의 개성에 맞는 더 멋있는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저희 팀이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지녔지만, 함께 모였을 때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 팀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레인에서 혼자, 자신만의 싸움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건호 씨가 이제 멤버들을 만나 어우러지면서 다 함께 나아가고 있는 거네요. 이번 데뷔 앨범의 타이틀 곡 ‘What You Want’에서 건호 씨의 가사 “That’s what we all looking for” 그대로, 이제 수많은 연습을 거쳐 마침내 데뷔를 하기까지 찾아왔던 건 무엇일까요?
건호: 제가 지금까지 찾아왔던 건, 무대예요. 전 무대에 서서 엄청 신나고 싶거든요. 최근에 공연에 갔는데 다들 엄청 웃고 계시더라고요. 저희 팀도 그렇게 모든 팬분들을 웃게 하고, 신나게 뛰게 하고 싶어요. 무대에 서서 저희 노래 많이 들려주고, 앞으로 같이 많이 소통할 거예요.

Credit
오민지
인터뷰오민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김민경
현장 운영 총괄박수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최재현, 이승엽, 노원선 (빅히트 뮤직)
사진장정우
영상김영대, 김현호 (LoCITY)
촬영 지원조윤미
헤어김정현
메이크업조윤하
스타일리스트박지연
세트 디자인BLUEFAST
매니지먼트실고정은, 강리우, 정기쁨, 이태호, 김명오, 문광현, 임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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