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든 것이 완성된 시대에도 원하는 것을 골라잡아 나만의 세계를 조각하는 ‘뉴 제너레이션’의 등장. 치열하게 쌓아올린 19세의 자유로움. CORTIS의 제임스다.
이미 데뷔 전에 작년 최고의 히트 곡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아일릿 ‘Magnetic’ 퍼포먼스 훅의 시그니처 손동작을 만들었어요.
제임스: 그런가요?(웃음) 그날 슬로우래빗 PD님이 틀어주신 ‘Magnetic’을 들었을 때 자석 같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Magnetic’의 시그니처 손동작을 취하며) 이렇게 해봤는데 PD님이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마틴이 그걸 핸드폰으로 찍어줬는데 그게 정식 안무가 됐어요. 평소 다른 안무에 참여할 때는 고민하면서 짜는 편인데, 그때는 멜로디를 작업하면서 갑자기 생긴 아이디어가 바로 안무가 되어서 저에게도 충격적이고 신기한 작업이었어요.
10대인데도 이미 춤과 음악이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듯해요.
제임스: 어릴 때 집에는 항상 음악이 틀어져 있었거든요. 아버지는 퀸, 비지스, 본 조비 같은 록 밴드를 좋아하시고 어머니는 에미넴을 정말 좋아하셨어요. 아침부터 음악을 들었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를 타면 비욘세, 마이클 잭슨 음악이 틀어져 있고, 아이스하키 경기 전이나 시험 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요.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께 여쭤봤는데, 아버지는 뭐든지 그냥 아이패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거든요.(웃음) 그래서 또 똑같은 대답을. “아이패드로 먼저 배워라.”(웃음) 그래서 아이패드로 먼저 배우고 ‘아, 어느 정도 되겠다.’ 하는 상태에서 춤 수업을 들었어요. 아이스하키, 수영도 모두 아이패드를 주시면서 “한번 배워봐라.” 이렇게 얘기하셔서 전 하루 종일 아이패드를 보면서 연습했어요.(웃음) 아버지도 은근히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집에서 둘이 막 상상 트레이닝을 하던 기억이 나요.
스포츠를 아이패드로 배우다니 흔한 경험은 아닌데요.(웃음) 태권도도 5년 동안 했고, 특히 아이스하키는 준프로 선수급으로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제임스: 어릴 때 몸이 조금 약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걱정을 하셨는지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는 초등학교를 보내셨어요. 학교가 진짜 깊은 숲에 있었고, 나비가 날아다니고, 바로 옆에 원숭이가 있었어요.(웃음) 강해지라고 태권도도, 아이스하키도 시키신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무엇이든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재능이 아주 큰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작할 때는 항상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편이라 아이스하키도 정말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미 10대에 곡을 쓰고 퍼포먼스 디렉팅을 할 수 있는데도 스스로에게 엄격하네요. 무엇이든 스스로 배워온 경험도 그렇고요.
제임스: 일단 스스로 해결해봐야 느니까 아버지가 이렇게 가르치신 게 아닐까 싶어요. 스스로 해보고 그다음에 필요하면 질문하도록. 아버지가 취향이 독특하시거든요. 방에 가보면 장난감도 많고 특이한 것들이 많고, 혼자 방에서 종이 모델 같은 것도 많이 만드시고. 그래서 아버지가 대학에 다니실 때도 정말 많은 사진과 프로젝트를 봤어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그림도 그리고 대회도 나가고, 음악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영상도 제 스타일을 갖고 싶어 하고요. 아버지를 보면서 나이가 몇 살이든 아이처럼 재밌게 놀 수 있어야 계속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여러 국가를 오가며 생활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 경험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제임스: 저희 가족은 모두 다른 지역에서 왔거든요.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으면 제가 혼자서 모든 언어를 할 수 있다 보니 누구에게는 중국어로 말하고, 누구에게는 영어로 말하고, 누구에게는 태국어로 말해야 해서 살짝 힘들어요.(웃음) 그렇지만 아주 색다른 경험이에요.
그렇게 다양한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와서 연습생을 한 것도 낯선 경험이었겠어요.
제임스: 타이페이, 방콕을 오가다가 오디션을 보면서 한국으로 왔어요. 어머니가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의 팬이었거든요. 특히 지민 선배님.(웃음) 그래서 처음 입사해서 선배님을 뵈었을 때 정말 실감이 안 나고 신기했어요. 빅히트뮤직에 입사하자마자 데뷔조로 들어가게 됐는데 숙소에서 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개인적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여럿이 모여 있다 보니 숙소가 조용할 때가 없어서 헤드폰을 좋은 걸로 샀어요.(웃음) 그런데 연습하는 계획을 짜고 고민하면서 스스로 느는 과정이 저와 잘 맞았어요. 아무래도 아버지의 가르침이기도 하고. 그 점에서 되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웃음)
맏형 입장에서 멤버들과 가까워지기까지 여러 과정이 있었겠어요.
제임스: 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아무래도 2~3년 전이다 보니까 ‘되게 어리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사실 마틴은 그때 키가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어요.(웃음) 그래서 점점 키가 크니까 (시선을 점점 위로 올리며) ‘어어?’ 이렇게 되는 느낌이 들었고(웃음) 성현이랑 건호도 점점 ‘어어?’ 이렇게 됐어요. 옛날 사진을 보면 다들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만났을 때 마틴은 키가 크니까 춤을 출 때 동작을 어떻게 예쁘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건호랑 성현이는 아직 춤을 출 줄 몰랐어요. 사실 저는 처음에는 마음이 급했고 동생들에게 약간 까다로운 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월말 평가를 할 때 제가 짠 안무로 같이 연습을 한 적이 몇 번 있거든요. 그때 멤버들에게 어떻게 더 쉽게 가르쳐주면 좋을지, 어떻게 재밌게 대형을 짤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 과정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CORTIS는 음악, 퍼포먼스, 영상은 물론이고 앨범 컬러나 머치까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두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알고 있어요.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할 텐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나요?
제임스: 어렵습니다.(웃음) 다섯 명이 다 생각이 똑같은 순간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생각도, 토론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마틴은 고민이 많고 생각이 깊은데, 저는 창작할 때는 최대한 생각을 비우고 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렇게 다른 시각이 처음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가 못 보던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그리고 주훈이에게는 모든 걸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고, 성현이는 자신만의 세계관이 뚜렷하고, 건호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우리답게 보일 수 있느냐를 고민해주고요. 그 와중에 저는 매우 이상한 아이디어를 계속 던지고, 마틴도 자신이 생각하는 멋을 살리려 하고요.(웃음) 저희는 창작할 때 일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다른 분들이 봤을 때는 장난을 치거나 헐렁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결국 퍼포먼스나 여러 방면에서 그렇게 장난치면서 나왔던 아이디어가 실제 반영되기도 해요. 모두 아이디어를 자유롭고 넓게 내다가 ‘어, 이게 좋은데?’ 하면서 깊게 파고들어 가는 느낌이에요. ‘GO!’ 안무도 LA 연습실에서 거의 이틀 만에 다섯 명이 빠르게 짜서 촬영했어요. 끝나고 나서 다 같이 삼겹살을 먹었는데, 정말 성취감이 큰 경험이었어요.
‘GO! 안무를 짜면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제임스: 저는 음악도 그렇고 춤에서는 훅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기억날 수 있는 동작이면 좋겠거든요. 만약 남들이 기억난다고 하면 쾌감도 있고 기분이 좋기도 해서. 그래서 ‘GO!’를 짤 때도 (코러스 파트에서 엄지를 들고 팔을 둥글게 돌리는 동작을 취하면서) 이런 동작도 이 안무를 생각했을 때 멋있다는 말보다는 ‘이거 춰보면 어때요?’, ‘안무 좋은데요?’ 이런 말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What You Want’는 느린 붐뱁 베이스의 곡이라 동작이 느릴 수밖에 없어서 그만큼 동작의 완성도가 올라가야 하고, 개개인의 멋과 바이브로 밀어붙여야 해서 보기보다 많이 어려운 퍼포먼스로 보여요.
제임스: 솔직히 송 캠프를 할 때부터 했던 고민이 있었어요. 티조 터치다운(Teezo Touchdown)과 같이 작업하면서 노래를 듣고 ‘우와, 너무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슈프림보이 PD님과 히스노이즈 PD님에게 “이 노래 너무 좋은데 안무는 짜기 너무 힘들 것 같은데요.”라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런데 피디님이 “어떤 거든 다 짤 수 있지. 왜~” 이러셔서 “네! 다 짤 수 있습니다.” 했어요.(웃음) 트레드밀도 저와 퍼포먼스 디렉터님이 이야기하면서 나온 아이디어였고, 퍼포먼스 영상을 모래사장에서 촬영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나왔어요.
어려움이 예상됐는데도 오히려 여유롭게 해결하려 했네요.
제임스: 저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게 무대에서 놀 수 있으면 멋지다고 생각하고, 어려운 걸 쉽게 보이는 게 힘들다고 생각해서. 아이스하키를 할 때도 패트리 케인이 롤모델이었는데, 그분은 항상 손이 빠르고 힘들지 않게 보여요. 그래서 어려운 음악을 들었을 때도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느끼면서 하는 게 조금 더 멋지다고 생각해요.
‘FaSHioN’에서 제임스 씨가 랩을 하는 파트의 가사가 그 이야기 같기도 해요. “내 티는 5 bucks 바지는 만원”. 부족한 것도 오히려 멋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요.
제임스: 솔직히 이 곡이 탄생하기 전에 ‘동묘’라는 자작곡도 썼는데, 그때 용돈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어요.(웃음) 그래서 용돈이 없다는 가사도 많이 써봤어요. 그리고 저랑 우리 친구들이 뭔가를 자랑할 때는 ‘이게 비싸다.’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이 신발 두 켤레가 10만 원 이하에 샀어.’ 이런 걸 많이 자랑해요. 그래서 저번에 멤버들이랑 LA에 갔을 때도 서로 “이거 싸게 샀다.”, “잘 샀다.”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웃음)
흔히 동생들은 형 옷을 빌려입기도 하잖아요. CORTIS의 동생들도 그런 편인가요?(웃음)
제임스: 예전에는 많이 입었는데, 이제는 우리 멤버들 모두 각자 스타일이 생겨서 스스로 입더라고요. 그래도 가끔 안 입는 게 있으면 주기도 해요. 그런데 마틴은 조금 깨끗하지 않은 성격이라(웃음) 제가 좋아하는 후드티를 빌려준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봤더니 소스를 묻힌 거예요. 그래서 그냥 “가지고 있어.” 이러고 줬어요.(웃음) 개인적으로 형 역할을 많이 안 해봤기도 하고, 한국으로 처음 왔을 때 위아래가 있는 관계에 익숙하지 않기도 했어요. 그래서 꼭 맏형이라기보다는 서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관계가 되려고 해요.
평소 개인주의적인 성격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팀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네요.
제임스: 저희 CORTIS뿐만 아니라, 저희를 도와주시는 스태프분들을 보면서 이 팀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혼자였다면 시각이 좁았을 거예요. 그런데 멤버들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접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느낌이라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어요. 저희는 선배님들 덕분에 자원이 많고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게 되어서 그만큼 편해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저희의 초심이나 저희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정신을 이번 앨범에 진정성을 담아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Lullaby’에서 그런 진정성이 엿보여요. “잠을 자라는 말은 안 내켜 / 그래도 날 재워”라는 가사가 완벽주의자인 제임스 씨의 내면을 보여주는 듯했어요.
제임스: 네, 솔직히 한동안 되게 생각이 많았고 잠을 못 드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가사이기도 해요. ‘FaSHioN’이나 ‘What You Want’가 날카로운 면을 보여준다면 ‘Lullaby’는 조금 더 저희의 ‘vulnerable(연약한)’? 이렇게 안에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점에서 되게 좋아하는 트랙이에요. 솔직히 저는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적이 좀 더 많아서 이런 모습도 보여줘도 괜찮아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을 듣고 뉴 제너레이션의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GO!’에서 “우린 필요 없어 다른 sign”이라며 어떤 비트 위에서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도 그렇고, ‘What You Want’에서 이미 완성된 게 많은 세상에서도 “Take what you want” 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요.
제임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LA에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공연을 봤는데, 앨범의 세계관도 뚜렷하고, 유머러스하고, 본인만의 스타일이 분명했어요. 그래서 너무 신나서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여러 감정이 확 올라와서요. 그 공연을 볼 때 제가 그분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은 것처럼, 저희의 세계로 팬분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그래서 팬분들 앞에 처음으로 서게 된다면 정말 남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요즘은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많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팬분들에게 솔직하게 저희의 이 여정을 같이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고,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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