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신중히 탐색하던 소년은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선택지” 앞에서 안정적인 길 대신 낯선 세계를 택했다. 그리고 과감히 뛰어든 곳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차분한 이성 속에 불꽃 같은 추진력을 품은 주훈의 이야기.
데뷔를 앞두고 있는 요즘 기분은 어때요?
주훈: 불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데뷔를 앞두고 있으니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아요. 급격한 변화라 묘하면서도 신기하기만 해요.(웃음)
화보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프로페셔널하게 해내시던걸요!
주훈: (웃음) 사진 촬영은 어렸을 때부터 어느 정도 해왔던 일이라 그나마 편한 편에 속해요. 어쩌다 보니(웃음) 초등학교 1학년 때 키즈 모델로 캐스팅이 됐어요. 엄마께서 “이런 게 있는데 한번 해볼래?”라고 제안을 해주셨는데, 사실 그때는 어떤 일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재밌어 보여서 한번 해봤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횟수가 늘어나면서 쭉 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키즈 모델로 활동하셔서 촬영장이 익숙할 것 같아요.
주훈: 촬영장에 가면 제 또래의 아역 모델 친구들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 같이 노는 느낌이라 일이라고 느껴진 적은 많이 없었어요. 오히려 촬영을 하려면 친구들이 공부하는 동안 저는 촬영장에 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웃음) 어려서 그랬던 걸 수도 있지만 항상 스태프분들이 칭찬을 해주셨거든요. 그 당시에는 연예계에 큰 뜻은 없었지만 그런 말씀들이 저도 모르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키즈 모델을 하면서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겠네요.
주훈: 말수가 적어서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편이라 친한 친구들하고는 잘 지냈어요. 물론 학교생활의 많은 부분을 공부가 차지하긴 했지만, 친구들이랑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 놀고, 학교 끝나면 다 같이 간식을 먹으러 갔던 것들이 지금 돌이켜봤을 때 학창 시절의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스페인에 전지훈련을 갈 정도로 축구를 열심히 하셨던 걸로 알아요. 콘셉트 포토 ‘SCENE 3’의 소품인 축구공도 실제로 학창 시절에 사용한 공인가요?
주훈: 사실 그 공에 비하인드가 하나 있어요. 어렸을 때 축구 선수가 꿈이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쯤 계속 선수를 할지 아니면 학교에서 공부할지를 정해야 했어요. 축구는 취미로만 두고 공부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고, 몇몇 친구들은 축구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팀이 해체되었을 때 코치님이 한 명씩 나눠주셨던 공이에요. 그래서 다른 축구공보다 더 의미 있어요. 축구를 그만두던 날은 사실 어렸을 때라 크게 생각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던 것 같아요.
축구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주훈: 큰 축구장을 뛰어다닐 때 시원한 기분이 들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다른 생각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물론 경기에서 이길 때도 기분이 좋긴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경기가 아니면 점수보다 그냥 즐기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옛날에는 축구 경기도 많이 봤는데, 점점 클수록 경기를 보는 것보다 하는 게 더 재밌게 느껴졌어요.
어릴 적부터 예체능에 대한 경험이 많았는데, 국제중학교를 졸업하기도 했어요.
주훈: 원래 학업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공부에 집중하는 게 안정적인 길 같더라고요. 그러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아티스트의 길이 있다는 걸 인지하게 돼서 그때부터 꿈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학업에 집중하려다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주훈: 캐스팅 제안을 받았는데, 대단한 선배님들께서 계신 회사이기도 하고 멤버들의 영향도 컸어요. 계약하기 전에 단기 연습생처럼 회사에서 몇 번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멤버들을 보고 모두 멋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멤버들이 하는 음악도 생각하지 못한 스타일이라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이른 나이에 아티스트의 길에 집중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결정이잖아요.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더 후회할 것 같은지 고민했는데, 이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후회가 더 클 것 같더라고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멤버들 같아요.(웃음)
그만큼 멤버분들이 주훈 씨에게 의미가 큰가 봐요. 멤버분들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주훈: 건호는 다정했어요. 아무래도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저를 잘 챙겨주더라고요. 성현이도 저를 많이 챙겨주려는 게 느껴졌어요. 제임스 형은 처음에는 접점이 적었어요. 나이 차이가 있어서 되게 형 같고 조금 차가워 보였어요.(웃음) 그래서 관심을 더 많이 가졌어요. 형이 뭘 보고 있으면 어떤 걸 보고 있는지, 먹고 있으면 뭘 먹는지 물어보고요. 그랬더니 생각보다 금방 가까워졌어요.(웃음) 마틴은 제가 힙합 자아를 꺼낼 수 있도록 가장 많은 도움을 줬어요. 저는 사실 이런 게 처음이다 보니 쉽지 않았거든요.(웃음) 마틴이 항상 “실력도 중요하지만, 멋도 실력만큼 중요하다.”라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게 저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줬어요.
멤버분들과 친해지기 위한 주훈 씨만의 비결이 있었나요?
주훈: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수업을 마치고 나서 멤버들이 늦은 시간에 운동하러 가겠다고 하면 저도 같이 운동하러 가는 식으로요.(웃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멤버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멤버들과 지금처럼 가까워지기까지 주훈 씨의 많은 노력이 있었던 듯해요.
주훈: 처음 연습생이 되었을 때는 모든 게 다 새로운 환경이다 보니 낯설었던 것 같아요. 춤과 노래는 처음이었어요. 연습생이 되고 나서 처음 배웠거든요. 무엇보다 숙소 생활도 처음으로 시작하고, 출근도 해야 했고, 멤버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기도 하고요. 그리고 팀에서는 한 명이 실수하면 그게 팀 전체의 실수가 되잖아요. 제가 가장 팀에 늦게 합류한 만큼 어떻게 해야 실력이 빨리 늘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이제는 멤버들과 24시간 가까이 같이 지내다 보니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요. 멤버들로부터 무대 관련해서도 얻는 게 많이 있고, 가볍게는 패션 같은 것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FaSHioN’ 가사를 보며 멤버분들의 취향이 범상치 않다고 느껴졌는데(웃음), 서로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주훈: 사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패션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멤버들이 꾸미고 다니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입으면 더 멋있어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으로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초반에는 멤버들이 입는 스타일을 따라서 입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만의 길을 찾아가고자 노력했어요.
주훈 씨가 찾은 본인만의 스타일은 어떤 느낌인가요?
주훈: 좋아하는 스타일이 자주 바뀌기는 하는데, 현재로서는 에디 슬리먼이라는 디자이너분의 핏이 마음에 들어서 그분의 느낌으로 입어보려고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패션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잖아요. 주훈 씨는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주훈: 조용하지만… 반항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웃음) 오늘 화보 촬영도 반항적인 이미지를 원하셔서 그런 이미지를 최대한 꺼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일탈을 노래하는 ‘JoyRide’의 가사가 생각나네요.
주훈: ‘JoyRide’는 처음 들었을 때는 굉장히 서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반항적인 면도 두드러지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사를 쓸 때도 조금은 반항적인 태도를 녹여보려고 노력했습니다.
‘JoyRide’는 주훈 씨의 보컬 스타일이 잘 드러난 곡이기도 하죠. 제임스 씨와 성현 씨가 후렴구에서 나른한 무드를 강조했다면, 주훈 씨는 부드럽게 가창해 또 다른 감성을 자아냈어요.
주훈: ‘JoyRide’의 마지막 파트를 맡은 만큼 보컬 선생님께서도 마무리를 여운이 남도록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연습할 때 어떻게 하면 여운이 남게 부를 수 있을지 고민을 했어요. 레코딩할 때는 최대한 잘 부를 수 있도록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이번 앨범에 작사로 참여했는데, 작업한 가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무엇인가요?
주훈: ‘FaSHioN’에서 “빈티지져스, came alive”라는 라인이 있어요. “빈티지져스”는 이미 작업된 가사였고, 그 뒤에 들어갈 내용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프로듀서님과 멤버들끼리 어떤 게 좋을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문득 ‘came alive’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빈티지져스 came alive가 어떨까요?”라고 말씀드렸는데 다들 좋아해주셔서 기뻤어요.(웃음)
CORTIS는 음악 외에 비주얼 콘텐츠에도 모든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알고 있어요.
주훈: 음악 작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다 같이 회의하고 구상을 해서 나온 결과물이라 각자의 아이디어가 골고루 들어 있어요. ‘Lullaby’ 뮤직비디오에서는 콜라에 카메라를 달아서 마시는 구도를 촬영한 장면이 있는데, 그 아이디어를 제가 냈던 걸로 기억해요.
어릴 적부터 학업, 운동, 모델,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고, 뮤직비디오 구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신 것처럼 영상과 사진 제작에도 강점이 있으시다고 알고 있어요. 다재다능한 만큼 본인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래 고민한 게 느껴져요.
주훈: 사실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볼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해내는 것을 넘어서,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두드러지게 잘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딱 하나를 정하는 결정이 더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저는 개개인마다 주어진 재능이 하나씩 다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재능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트레드밀 위에서 춤을 춰야 하는 ‘What You Want’나 허리를 뒤로 꺾는 동작을 선보이는 ‘FaSHioN’처럼 어려운 퍼포먼스를 소화할 만큼 빠르게 성장한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주훈 씨가 자신의 강점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주훈: 항상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습하려고 했어요. 지금 제가 제일 부족한 건 무엇인지 분석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결국 연습은 저 스스로가 더 멋있어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춤과 노래는 저와 앞으로 평생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도전했던 여러 분야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임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처음 춤을 배웠을 때보다 체력도 좋아진 것 같고, 여유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What You Want’ 중 “난 원해 다시 뛰게 무언갈, 나의 심장”이라는 가사처럼 가장 심장이 뛰는 일을 계속 따라간 셈이네요.
주훈: 매일 연습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불씨를 찾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그 불씨가 결국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서요.
일상 속에서 불씨가 켜지는 순간이 있다면요?
주훈: 평소 해외 아티스트분들의 영상을 자주 찾아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릴 테카의 영상을 자주 보고, 너바나나 라디오 헤드와 같은 록 밴드, 저스틴 비버의 무대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다들 너무 멋있잖아요.(웃음) 그분들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슬럼프까지는 아니지만 살짝 주춤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럴 때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무대나 인터뷰 영상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잡고 열심히 했습니다.
주훈 씨가 생각하는 멋은 무엇인가요?
주훈: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타인을 의식해서 자기 자신을 속이고, 꾸며내기보다는 솔직한 사람일 때 진정한 멋이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저희의 공통적인 생각이기도 한데, CORTIS의 멋도 솔직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꾸밈없는 모습으로 대중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렇게 솔직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요?
주훈: 원래는 상황에 따라 정말 필요한 순간에만 제 주관을 뚜렷하게 내세우는 편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속으로 생각하던 걸 밖으로 꺼내는 게 어렵기도 했는데, 제 속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웃음) 이번 앨범에서 주로 작사에 참여했는데,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있더라도 그걸 글로 적어낼 때는 또 다른 스킬이 필요해서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표현을 하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게 느껴져요.
그럼 데뷔를 앞둔 주훈 씨만의 ‘솔직한’ 목표가 있다면요?
주훈: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드리고 싶은데… 무엇을 상상하시더라도 예상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