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hollis는 2022년 첫 앨범 ‘White Tiger’로 데뷔한 이래 음악과 감각적인 영상, 이미지를 결합하면서 하나의 세계관 같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리고 그 세계의 연장선에는 2hollis의 공연이 있다. 강렬한 비트와 함께 온몸으로 노래하는 2hollis가 전하는 몰입감 아래에서 관객들은 서로에게 부딪히거나 열광하며, 어떤 광란에 가까운 순간을 만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지난 8월 21일 내한 공연을 위해 서울을 찾은 무대 뒤편의 2hollis는 그 모든 것을 시종일관 차분히, 낮은 목소리로 설명해 나갔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본능과 이성이 양립하는 2hollis의 세상.
벌써 올해 세 번째 한국 방문이에요.
2hollis: 점점 더 익숙해지는 것 같은데, 여전히 보고 싶은 게 많아요. 언제나 일만 했다 보니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했거든요. 조만간 더 길게 머물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서울을 벗어나거나 바다로도 가보고 싶고요. 서울은 도시 자체가 산속에 지어진 듯해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라 생각해요. 한강처럼 큰 강이 흐르고 있고, 그 위에 대교들이 있다 보니 굉장히 멋져 보였어요. 한국은 음식도 정말 맛있고, 문화를 더 깊이 즐기고 싶어요.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처럼 다양한 지역에서의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2hollis: 그런 경험들이 정말 아름다운 방식으로 저에게 영감을 주고 있어요. 여러 지역을 여행할 수 있고 세상을 볼 수 있는데, 그 모든 아름다운 순간들이 제게는 곧 일인 거잖아요. 너무나도 행운이고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직업을 가진 것 같아요. 새로운 장소와 나라에 가서 많은 사람들을 보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영감을 받고. 그 자체가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요.
올해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 2025’나 ‘롤라팔루자’ 같은 페스티벌 공연도 경험했어요. 보편적인 공연장과 페스티벌은 어떤 다른 감각을 주나요?
2hollis: 정말 달라요. 실내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 에너지가 꽉 차 있고, 빽빽하고, 때로는 아수라장 같은 느낌마저 있어요. 반면 야외 공연은 에너지가 있지만 또 느낌이 다른 것 같은데, 각자의 방식으로 멋지다고 생각해요. 제가 팬들을 정말 사랑하는데, 제 팬들은 언제나 미친 수준의 에너지를 갖고 있거든요. 마치 제 공연이 인생의 마지막 콘서트인 것처럼 열광하고 전력을 다해 즐기시더라고요. 특히 이번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어요.
투어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삶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아무래도 일상에서의 변화가 커졌을 듯해요.
2hollis: 인생은 계속해서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는데, 그게 꼭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더 바빠지고 유명세를 얻으면서 당연히 변화도 생겼지만, 항상 저는 제 마음속에 있는 감정들로부터 음악을 끌어오거든요. 팬이 1명이든 10억 명이든 상관없이, 제가 음악을 만들고 대하는 방식은 똑같아요. 음악은 언제나 제 곁에 있을 거예요.
음악을 만들 때, 음악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고려하기도 하나요? 2hollis의 음악은 때로 방 안에서 헤드폰으로 감상하는 느낌도 있는 동시에, 클럽에서 열광적으로 들어야 하는 음악일 때도 있잖아요.
2hollis: 당연히 공간적인 걸 생각하게 돼요. 어떤 노래를 만들 때 그 노래의 세계 속에 들어가서 깊이 빠져들고, 그곳에서 제 존재의 차원을 찾게 되는 것 같거든요. 모든 곡마다 서로 다른 비주얼을 그리지만, 늘 라이브 무대도 함께 그려보려고 해요.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만들면서도 “이 노래는 사람들이 라이브에서 열광하겠다.”는 상상을 하거든요. 그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노래의 ‘세계’라는 말처럼, 2hollis는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하나의 캐릭터로서 가져간다는 인상이에요.
2hollis: 저는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상상력이 넘치고, 판타지를 좋아하고, 연기를 하며 역할극을 하거나 캐릭터를 창조하는 걸 좋아했어요. 제 작업 과정에는 언제나 그런 게 포함되어 있고, 음악의 어떤 세계를 창조하는 순간부터 바로 그렇게 느껴져요. 저는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제가 스스로 디렉팅을 해요. 커버 아트나 굿즈도 디자인을 하고, 투어를 할 때 그 포스터까지도 제가 다 관장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모든 영역을 직접 해야지 제 비전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고 느껴요. 그게 저한테는 가장 저답다고 느껴져요.
게임 ‘마인크래프트’부터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런 게 2hollis의 작업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요?
2hollis: 깊은 영향을 받아요. 만약 제가 어떤 아티스트처럼 되고 싶다면 아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일 텐데요. 감독님의 세계는 정말 정밀한 것 같아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모두 훌륭한 세계관과 캐릭터가 있는 영화들이에요. 천재적인 게임 디렉터 노치(Notch)가 만든 ‘마인크래프트’도 같은 이유로 좋아해요. 그 게임도 정말 정밀하게 설계된 세계이고, 천재적이고, 사람들이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거든요. 저 또한 사람들이 저라는 예술 세계에 몰입하고, 2hollis라는 세계를 사랑해줬으면 해요. 저라는 사람이나 아티스트, 음악뿐만 아니라 총체적인 세계로서요.

앨범의 형태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복합적인 세계 속에서 일관된 정서도 필요할 것 같거든요. ‘star’ 앨범과 ‘boy’ 앨범에서 서로 다른 질감의 소리들을 사용했듯이요.
2hollis: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당시에 제가 인생의 어떤 지점에 있는지, 어떤 것들에 영향을 받았는지, 제 인생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 또는 없었는지, 제가 그 시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정말 그때 제가 느낀 것들이 소리와 비주얼에 대한 영감이 되고요. 예를 들어 첫 번째 앨범 ‘White Tiger’는 제일 어두운 앨범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때는 너무나 우울하고 어려운 시기여서 그런 앨범이 나왔던 것 같아요. 반면 ‘boy’ 앨범은 당시에 제 감정이 널뛰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star’ 앨범은 약간 축배를 드는 앨범이라 생각했어요.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봐. 우리 너무 잘했다.’ 이런 느낌이어서요. 물론 슬픈 부분들도 있겠지만, 주로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어요. 정말 인생에서 제가 어디쯤 있는지에 달려 있는 거죠.
프로듀싱하는 2hollis는 그런 삶의 내밀한 감정을 계산적으로 표현하는 듯한데, 무대 위의 2hollis는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역할도 해요. 서로 다른 그 두 개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2hollis: 그게 제 활동명인 ‘2hollis’와도 직결되는 것 같아요. ‘2hollis’에서 ‘2’는 이중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이중성은 삶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들은 대부분 다면적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차가운 게 있으면 뜨거운 게 있고, 음과 양이 있고, 위 아래가 있듯이요. 저에게 음악은 단일화된 감정이나 표현이 아니라, 온전한 제 자신을 투영하는 것에 가까워요. 때로 강렬함, 슬픔, 분노, 행복과 같은 여러 감정을 느끼는데, 그 모든 걸 담았다고 생각해요. 제 공연에서 참 좋다고 느끼는 게, 극도로 내밀한 노래에서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다가, 다음 노래에서는 ‘모시 핏(Mosh pit)’을 하며 파괴적으로 즐기기도 하거든요. 모든 감정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어요. 음악의 힘이 강력하고 또 아름다운 이유 같아요.
당신은 처음 온라인을 통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정말 다양한 지역의 팬들과 만나면서 음악들을 공유하고 있잖아요. 그 순간순간이 꽤나 특별할 듯해요.
2hollis: 정말 많은 게 변화했어요. 앞서 이야기했듯 라이브 공연을 한 번 하면, 정말 모든 게 바뀌어요. 음악을 만들 때 공연에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되고, 관객을 생각하게 되거든요. 공연을 하면 정말 현실에 발을 딛는 느낌이 들어요. 인터넷 세상은 너무 즐겁고 저도 많은 활동을 하지만, 실제 생활도 중요하잖아요. 팬들과 눈을 맞추고, 숨김 없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순간을 공유한다는 의미니까요. 특히 콘서트에 오면 각자 다른 경험을 하잖아요. 함께 공연을 본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좋은 친구를 만들거나 그저 음악을 즐기다가 저를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생각하게 될 수도 있고요. 모두의 경험이 내밀하게 다르고, 오로지 음악 안에서만 존재하는 경험이라 그게 너무 특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 팬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해요. 특히 해외에서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에요. 아름다운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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