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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인
디자인MHTL
사진 출처BIGHIT MUSIC

“What you want?!”

2025년, 바야흐로 선택의 시대다. 무엇이든 풍요롭게 넘쳐나기에 내가 고른 취향으로 나 자신을 설명하고 보여줘야 한다. 빅히트 뮤직의 신인 보이그룹 CORTIS는 데뷔 앨범 ‘COLOR OUTSIDE THE LINES’의 타이틀 곡 ‘What You Want’에서 반복적으로 외친다. “What you want?!(네가 원하는 게 뭐야?)” ‘What You Want’ 뮤직비디오에서 지하철 역사를 배경으로 잠에서 깬 건호의 눈앞에는 선택지가 들이닥친다. 결과를 알 수 없어도 일단 눈앞에 있는 당구공 두 개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제임스는 게걸스레 음식을 먹어치우는 손님들로 가득찬 식당에서 모두 자신을 향해 시선이 꽂히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CORTIS 멤버들의 표현을 빌리면 “압박감”을 주는 순간들이 뮤직비디오 내내 등장하고, 한 장소를 탈출해도 선택과 압박의 상황은 ‘몽중몽’처럼 반복된다. 그리고 멤버들은 서로에게 되묻는다. “What you want?!” 이는 요즘의 10대가 겪는 어떤 혼란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게 맞다고 또 누군가는 저게 맞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걸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 모든 건 선택에 달렸다.

“돈, 멋, 명예, Love and what?” CORTIS는 ‘What You Want’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일단 내뱉어 본다. 다만 그 들뜨고, 앳된 기운이 어려 있는 CORTIS 멤버들의 목소리에 어떤 저항 정신이나 투쟁의 기운이 있는 건 아니다. 가져보고 싶은 것, 자신을 잘 보여주고픈 마음, 성공하고 싶은 욕심, 내면에서 끓고 있는 어떤 감정들. 종종 힙합에서 과시를 위해 사용되었던 단어들은 CORTIS에 의해 그 나이대에 맞게끔 재정의된다. “17년 평생 쫓았었던 Fame”을 위해서는 그저 “야밤, 새벽 배송 같은 fresh song”이면 충분하다. ‘FaSHioN’에서 CORTIS는 진지하게 깔린 트랩 비트 위에서 날 선 목소리의 랩으로 “내 티, 5 bucks / 바지는, 만원”이라거나 “구제 짬밥”으로 발견한 “삼만원짜리 잠바”를 자랑한다. 10대들이 현실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패션이란, 최근의 쇼핑이 얼마나 합리적인 구매였는지를 증명하거나 혹은 동묘와 홍대, 중고 거래 앱을 오가면서 내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이다. CORTIS는 10대 남자 아이들이라는 현재와 빅히트 뮤직에 소속되어 데뷔를 앞둔 연습생이라는 신분을 있는 그대로 노래에 끌어들인다. 그래서 ‘GO!’처럼 “바지 내려 입고” 스튜디오로 가거나 “LA에서 앨범을 끝내고” 오는 생활 또한 그들의 현실이다. “작업실에서 불을 피워, 밤도 대낮같이” 음악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은 이들의 자신감이자 정체성이다. “Met Gala”로 가고픈 마음 또한 어쩌면 멀지만 그들에게는 언젠가 손에 닿을 수도 있는 미래다. 동묘와 LA를 오가는 것처럼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비범하지만 보통의 일상도 있는 삶. 그렇게 CORTIS는 가사 속에서 눈앞에 놓인 생활과 야망을 번갈아 등장시킨다. 데뷔를 준비하면서 바깥세상을 궁금해하고, “적당히론 배가 차지 않”는다 말하는 야심, “바라던 걸 찾아 집을 떠나” 한국에서 연습생 기간을 보낸 제임스가 꿈꾸는 미래, 그저 온 세상에 내 이름을 알리고 싶은 열망. CORTIS가 힙합이라는 장르를 통해 표현하는 야망은 어떤 절박함보다는 10대들의 박진감에 가까워진다. 

CORTIS의 음악 곳곳에는 종종 멤버들의 물리적인 외침이 들린다. ‘Lullaby’ 속 “I GOT WORK / YOU GOT WORK”는 실제로 제임스가 자고 있는 멤버들을 깨우려고 만든 챈트(chant)를 삽입한 결과다. 멤버들은 ‘What You Want’에서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되묻거나, ‘GO!’처럼 새로운 노래와 비트가 필요하다며 서로를 자극하기도 한다. CORTIS 멤버들이 데뷔 전 LA의 송 세션을 통해 타이틀 곡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What We Want’에는 ‘What You Want’의 초기 버전을 작업하던 순간이 등장한다. 스튜디오에서 멤버들이 자유로이 작업하다가 마이크를 놓고 다 같이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는 장면은 ‘What You Want’라는 곡의 기저에 깔린 해방감의 출처일 것이다. 이 외침들은 때로 세상을 향한 것이 되기도, 어떤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혹은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JoyRide’는 그 안에 담아둔 서정이다. 훔친 차를 타고 질주한다는 의미를 지닌 ‘joyride’라는 단어를 CORTIS는 고요한 새벽녘의 낭만적인 탈출로 그려낸다. 곡은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의 기타 리프로 시작되고, 그 위로 얹어지는 도입부 멜로디는 부유하는 듯 꽤 오랫동안 동일한 음을 반복한다.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고, 그래서 몰래 탈출해서 내달리고 싶은 마음의 상태. 그러다 후렴구의 “driving so fast”에 이르렀을 때, ‘JoyRide’는 처음으로 옥타브 차이를 둔 멜로디를 사용하면서 응축된 감정이 조용히 터지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10대들이 원하는 해방감은 종종 원하는 걸 향해 달려가는 야심일 때도 있지만, 동시에 내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일렁거림일 때도 있다. ‘Lullaby’에서는 목소리로 쌓은 화음과 챈트, 단출한 기타와 베이스를 비롯해 온갖 이펙트가 연달아 병치된다. 차분한 듯하지만 터져나오는 외침도 있고, 그 사이에는 엉뚱함이나 약간의 그림자도 섞여 있다. ‘GO!’나 ‘FaSHioN’ 같은 곡들이 CORTIS의 유머 감각과 진지한 자신감을 외적으로 표출한다면, ‘JoyRide’나 ‘Lullaby’는 어떤 내밀한 순간들을 담고 있다. CORTIS는 자신들이 지닌 그 복합적인 정서들을 하나씩 꺼내서 파고들고, 서로 다른 음악의 장르를 통해 구현해내며 앨범에 입체감을 더한다. 

‘What You Want’의 퍼포먼스에서 멤버들은 계속 돌아가는 트레드밀을 활용해 달리는 동시에 록스타처럼 자유로운 제스처를 취하거나, 옷 안에 한쪽 팔을 넣은 채 절뚝이면서 청춘의 삐져나오는 에너지를 표현한다. 하지만 CORTIS의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역설적으로 그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테크닉에서 비롯된다. ‘What You Want’에서 CORTIS 멤버들은 움직이는 트레드밀에 시선을 주지 않고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 위를 오르내린다. 멤버들은 계속되는 뜀박질을 소화하면서도, 트레드밀 위에서 오히려 느려지는 듯한 장면을 정교하게 연출하거나 손을 허리에 올린 채 고개와 어깨를 끄덕이는 제스처를 여유롭게 이행한다. 그렇게 CORTIS의 퍼포먼스에서는 신인 보이그룹의 기세와 10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재기발랄함이 동시에 묻어나온다. ‘FaSHioN’에서 멤버들은 옷을 손끝으로 잡고 자랑하는 듯한 포즈로 안무를 한다. ‘모시핏’처럼 날뛰다가도 자세를 낮추고 두리번거리듯 앞으로 전진하기도 한다. 속도와 각도까지 맞춰진 동작의 정확도는 CORTIS가 표현하고자 하는 유머러스한 멋을 그 의도대로 기능하게 만든다. 선공개 곡 ‘GO!’의 퍼포먼스는 그런 CORTIS의 특성이 집약적으로 모인 결정체다. ‘GO!’는 성현이 느릿하게 걸어나오며 즉흥적인 듯한 제스처로 시작되고, 곡이 마틴의 파트로 넘어갈 때쯤 나머지 멤버들은 비트를 타면서 자연스레 합류한다. 그러다 초반부터 몰아치는 곡의 핵심 구간 “Watch me go, go, go, go, go, go”에 이르면, 멤버들은 모두 한몸처럼 같은 동작을 소화한다. 팔을 뻗거나 무언가를 잡아당기는 듯한 동작,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운 자세가 8박 단위로 빠르게 바뀐다. 자칫 하면 유치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움직임을 멤버들이 절도 있게 소화하는 순간들은, CORTIS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쾌감의 원천이 된다. 

CORTIS 멤버들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What You Want’ MV (Original Ver.)’에는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빅히트 뮤직 사무실을 배경으로 시작된 영상은 부동산과 약국, 복권이라는 한국어가 선명한 서울의 골목 곳곳을 오가고, 멤버들의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숙소에 도달한다. 사무실에 있던 멤버들은 마치 화면에서 튀어나가듯 서울의 길거리로 배경을 바꾸고, 넘어지거나 부딪힐 것 같은 포즈로 장면과 장면 사이를 오간다. 멤버들이 만든 버전을 바탕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의 사막으로 시작된 뮤직비디오 속에서 멤버들은 꿈속의 꿈처럼 어딘가로 떨어지거나 부딪히며 가상과 현실의 여러 공간을 넘나든다. 이렇듯 CORTIS의 영상들은 종종 내러티브보다 캐치한 동작이 반복되는 재미나 화면 전환의 쾌감을 앞세운다. 이는 마치 틱톡과 브이로그를 경험한 세대에게 영상이란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선공개 곡 ‘GO!’의 뮤직비디오에는 극단적일 정도로 다채로운 영상 구도들이 등장한다. 360도 카메라를 들어 왜곡된 멤버들의 모습 외에 멤버들이 틱톡 챌린지를 찍듯 카메라를 세팅하고 멀어지는 모습을 담기도 한다. 고정된 구도 안에서 멤버들은 일렬로 서서 이동하거나 영상을 콜라주처럼 이어붙이기도 한다. 모든 컷들은 음악의 비트에 맞춰 빠른 호흡으로 흘러간다. 요즘은 스스로를 유튜버나 틱토커라고 정의하지 않아도,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음악에 맞춰 편집할 수 있다. 다양한 공간을 최대한 빠르게 많이 보여주기 위한 컷 전환부터 어울리는 레이아웃과 필터를 고르는 감각은 곧 나의 스타일을 결정한다. 그게 전통적인 문법과 체계에 부합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영상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직접 찍고 편집해서 나만의 피드를 꾸미며 성장한 세대에겐 당연한 명제다. 그래서 모두 10대 멤버로 구성된 CORTIS에게 영상은 단지 음악의 프로모션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론이다. 

1960년대 미국의 어떤 10대들은 중고 악기를 사들고, 동네 친구들과 차고에 모여서 연주를 하다가 개러지 록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도구들이 존재한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검색할 수 있고, 태블릿이나 노트북에 깔린 프로그램이 있다면 셀 수 없이 많은 가상 악기를 써볼 수도 있다. 노래, 춤, 스포츠를 모두 아이패드를 통해 배웠다는 제임스의 말처럼, 단지 음악만의 얘기는 아니다. 10대가 음악에 어울리는 춤을 더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거나 편집할 수 있다. 하나의 장르가 극단으로 발전하고 고도화되면, 그 다음의 세대들은 쌓인 기술을 해체하거나 재조립해서 감각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음악의 오랜 역사다. 지금의 세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무언가를 쟁취해야 한다.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을 물려받는 것에서는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모든 걸 빈티지처럼 수집하고, 그 안에서 재조립한 취향을 통해 고유함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What You Want’는 2020년대의 수천 개 선택지를 가진 10대들이 개러지 록의 DIY 정신과 만난 결과물에 가깝다. 빈티지한 기타 리프는 약간은 거칠지만 섬세한 사운드로 곡의 정취를 만들고, 붐뱁 비트는 타격감을 극대화해서 장르 고유의 묵직함보다는 터질 듯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그 위에 싱잉 랩과 록 밴드의 프런트맨을 오가는 멤버들의 보컬, ‘떼창’처럼 맴도는 챈트가 더해진다. 무대 위의 멤버들은 난도 높은 춤을 정확하게 소화하는 동시에 핸드마이크를 들고 록스타처럼 뛰어다닌다. 여기에 자신들이 만든 뮤직비디오가 추가된다. “Crash, Smash, Rock, Mash up” 충돌하거나, 부숴버리고, 뒤흔들거나, 그 모든 걸 다 뒤섞을 수도 있다는 ‘What You Want’의 가사는 곧 CORTIS 스스로에 대한 설명일 테다. 음악과 춤, 영상을 넘나들며 자신들의 갈망과 널뛰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발견해낸다. 이질적일 수도 있는 장르의 속성을 가감없이 골라 잡고 섞어버린다. 그렇게 CORTIS는 병치되는 혼란 자체로서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새로운 세대의 외침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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