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2015년 발표한 앨범 ‘화양연화 pt.2’에 담긴 ‘Ma City’는 멤버들의 고향에 대한 노래다. 일산, 부산, 광주, 대구 등 4개 도시에 관한 멤버들의 기억과 감상이 담겼다. 일산에는 작아도 포근한 호수공원이, 부산에는 푸른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있다. 제이홉은 한국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를 의미하는 ‘KIA’를, 슈가는 같은 리그팀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자부심을 팬들이 표현하는 ‘파란 피’를 언급하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Ma City’ 이전에도 방탄소년단은 앨범 ‘O!RUL8,2?’에 수록된 ’팔도강산’과 ‘Skool luv Affair’의 ‘어디에서 왔는지’ 등 그들의 고향에 관한 노래들을 발표했다. ‘팔도강산’이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 충청도부터 전라도 / 우리가 와불따고 전하랑께 (What)’라며 각자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와 한 팀이 된 그들의 정체성을 설명한다면, ‘어디에서 왔는지’는 각자 다른 지역에서 자란 멤버들이 ‘나는 부산에서 너는 광주에서 왔지만 똑같아 우리’라며 그들이 하나로 화합하는 모습을 사랑에 빗대 노래한다. 그리고 ‘Ma City’에서 고향은 멤버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원이다. 당시 그들은 ‘가수란 큰 꿈을 키워’ 왔고 ‘이젠 현실에서 음악과 무대 위에 뛰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네’라고 느낄 때, 그들은 ‘내가 나를 잃는 것 같을 때 그곳에서 빛바래 오래된 날 찾네’라며 고향을 통해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되돌아본다. 방탄소년단의 고향 노래는 초기의 그들이 스스로를 알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리하여 ‘어디에서 왔는지’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설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출신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출신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문학 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인 애덤 브래들리(Adam Bradley)는 저서 ‘Book of Rhymes: The Poetics of Hip Hop’에서 브루클린, 퀸스브리지 등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말하면서 시작하는” 래퍼들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들이 자신의 출신 지역을 이야기하는 것은 “비록 외부인에게 폄하될지언정 자신의 공동체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뿌리 깊은 갈망”이라는 것이다. 이는 슈가가 ‘Ma City’에서 ‘솔직히 말해 대구 자랑할 게 별 게 없어’라고 하면서도 ‘자랑할 게 없기에 자랑스러워 질 수밖에 안 그래’라며 자조적인 표현을 통해 오히려 고향에 대한 긍지를 더욱 강조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애덤 브래들리의 분석은 “뉴욕 자치구들 간의 깊은 경쟁 관계”와 같은 미국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었기에 한국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한 ‘2015 문예연감’에 따르면, 공연, 전시 등을 포함한 문화 예술의 개최 횟수를 집계한 지역별 활동 지수(2014년 기준)는 서울을 600점으로 뒀을 때 경기 149.2점, 부산 106.4점, 대구 63.7점, 광주 47.1점 등에 불과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오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은 타 지역에 비해 문화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할 기회가 압도적으로 많다. ‘내가 태어난 것 자체가 대구의 자랑’이라는 슈가의 가사는 래퍼로서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기 정체성의 뿌리를 대구 이외 지역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위다. 

 

방탄소년단이 ‘팔도강산’과 ‘어디에서 왔는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투리는 사람의 정체성과 나고 자란 지역 그리고 언어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사투리를 통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표준어 규정 제1항)’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적 특수성을 가진 언어가 오히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팔도강산’에서 ‘갱상도는 억시다고 누가 그카노’라는 물음은 ‘경상도 사람들은 억척스럽고 별나다’는 통념을 지적하고, ‘아따 성님 거거 우리도 있당께’라는 외침은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서울 이외 지역들의 존재를 알리는 행위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에 대한 긍지는 ‘마주한 같은 하늘’, ‘전부 다 잘났어’라는 가사처럼 타인의 고향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이는 ‘어디에서 왔는지’가 청자에게 사투리를 쓰며 경쟁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다 ‘여기 서울에도 저기 제주도에도 다 사랑을 하잖아’라며 사랑을 통해 화합하는 구성과 연결된다. 모든 사람들은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은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존중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Ma City’에서 제이홉이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 모두 다 눌러라 062-518’이라는 가사는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단순한 언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제이홉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비하적 표현인 ‘7시’에 뒤이어 5·18 민주화운동을 불러온다. 제이홉은 자신 또는 또래들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의 특정 지역 혐오를 고발하는 것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이 그저 지나간 역사로만 남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 개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밝히는 행위는 그렇게 고향의 언어를 통해 역사를 말하는 것에까지 닿는다. 그래야 지금 내가 서울에 와서 전라도 사투리로 랩을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제이홉은 지난해 9월 KBS ‘뉴스9’에 출연했을 당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음악에 담을 수 있다는 건 아티스트로서 굉장히 영광스러운 부분이에요. 잊어서는 안 될 역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게 음악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고요.”라며 ‘Ma City’의 가사에 대해 언급했다. ‘Come to ma city / 잘 봐주길 바래 / Know how to party’. ’Ma City’는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리는 것을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 방탄소년단이 그들 각자의 정체성이 가진 특수성을 유지한 채 함께 ‘파티를 즐기는 방법’이다. ‘Ma City’가 ‘니가 어디에 살건 내가 어디에 살건’이라는 노랫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까닭일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살든, 특정 지역에 대한 몰이해와 소외를 해소해야 각자의 ‘Ma City’로 오고 갈 수 있다.

‘Ma City’가 발표된 지 6년이 지난 현재, 이 곡으로부터 일어난 일들은 이 노래에 대한 사회적인 화답처럼 느껴질 정도다. 방탄소년단의 영향력과 더불어, 그들의 노래는 청자와 특정 지역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는 대구, 광주 등의 장소를 방문하는 ‘팬 투어’에 참여하고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제반 시설 건립, 아동 지원 등 각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 활동을 전개한다. 김용만 광주광역시청 대변인은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익히 알려져 있으나 희생자들이 발생한 아픈 역사인 만큼 즐거운 분위기의 여행을 향유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해외 멀리에 있는 분들이 광주의 떡갈비를 궁금해한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우리 소리의 고장인 광주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매개체로 알려지게 됐다는 점도 뜻깊다. 앞으로도 보다 친근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여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노래로부터 생긴 타인의 지역에 대한 관심은 서로의 다름을 뛰어넘는 연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3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한 글로벌 방탄소년단 팬 계정 ‘BTS Book Club’은 지난 1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온라인 독서 토론회를 열었다. ‘소년이 온다’는 5·18 민주화운동과 그 이후 남겨진 이들의 삶을 다룬 소설로, 앞서 RM이 브이라이브에서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BTS Book Club’ 운영자 RG는 “어떤 아미에겐 익숙한 일이었고 다른 아미에겐 낯선 일이었지만, 올해 1월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을 목격하면서 광주의 일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라고 설명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통해서 오만 출신 아미는 2011년 ‘아랍의 봄’을, 필리핀 출신 아미는 1986년 ‘피플 파워 혁명’을 떠올렸다. 운영진(Admins)은 “우리는 어떠한 사건을 ‘저들만의 경험’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또한 방탄소년단이 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데에 대해 더욱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게 됐다.”라며 “‘Ma City’ 가사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Ma City’는 이렇게 곡에 담긴 메시지를 이어가는 이들로 인해 오랜 생명력을 얻는다. 이것이 노래의 힘이다. 고향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노래가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의 역사를 잇는.

글. 임현경
디자인. 스튜디오유연한(jh_flexiblepeople)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