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김리은
디자인MHTL
사진 출처BIGHIT MUSIC

“You’re in my zone / Come and follow / 풀린 채 동공”. 연준의 새 솔로 앨범 ‘NO LABELS: PART 01’의 뮤직비디오는 한 남성과 밤새 시선을 맞부딪히는 연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가 노래하는 수록 곡 ‘Coma’의 가사와 달리 연준은 댄서들이 만드는 영역(“zone”) 안에 둘러싸인 채 춤을 추고, 눈동자를 뒤집거나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무언가에 도취된 듯한 감정을 표출한다. 청자에게 “Come and follow”하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 스스로부터 “풀린 채 동공”이라고 할 만큼 몰입된 채 모든 곳을 무대로 만들어야 한다. 마치 카메라가 붉은 배경 앞에 있는 연준만을 비추는 듯하지만, 실제로 그가 놓인 곳은 광활한 자연 속인 것처럼. 그리고 ‘Coma’에서 연준은 정형화된 안무를 소화하기보다 제스처를 취하며 뒤로 걸어가거나 리듬에 맞춰 고개를 빠르게 돌리는 것처럼 아티스트로서의 아우라를 보여주는 동작들을 취한다. ‘NO LABELS: PART 01’의 뮤직비디오에서 연준은 마치 밤새 누군가와 치열한 눈싸움을 벌이듯, 어쩌면 자신을 압도하는 시선들 속에서도 감정에 취함으로써 청자들을 몰입시키는 것이 아티스트의 과제일지도 모른다.

‘Coma’의 음악이 끝나고 철제 프레임 위에서 떨어진 연준은 바로 침대 위로 떨어져 KATSEYE의 다니엘라와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멈출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수록 곡 ‘Let Me Tell You (feat. Daniela of KATSEYE)’가 흘러나오면서, 연준과 다니엘라의 모습은 흑백과 컬러 화면으로 교차하며 등장한다. 컬러 화면에서 두 사람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시선을 교차하며 화기애애하게 길거리에서 춤을 춘다. 하지만 흑백 화면 속 두 사람은 무표정하게 서로를 지나치고, 침대 외에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서늘한 조명의 라이트 박스 안에서 그저 치열하게 춤추는 실루엣만을 보여준다. 현재 K-팝 씬에서 가장 뜨거운 청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연준과 다니엘라가 함께 사랑 노래에 맞춰 춤추는 모습은 컬러 화면 속 두 사람의 모습처럼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현실에서 두 사람은 상상에서와는 달리 각자의 일에 충실할 뿐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마지막에 다니엘라와 함께 춤을 추던 라이트 박스에 홀로 남은 연준의 모습을 비춘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스타의 삶 뒤에는 텅 빈 라이트 박스에 홀로 놓인 연준의 모습처럼 공허한 시간이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남은 연준은 새롭게 나오는 ‘Talk to You’의 드럼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며 다시 새로운 무대를 시작한다. 카메라를 향해 세게 펀치를 날리는 여성에게 한 대 맞으면서도 연준은 노래한다. “안 봐도 보여 What is on your mind? / 내가 봐도 난 좀 Quite so fine”처럼 자신감을 표하는 가사와 달리 여성들은 연준을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넌 날 원해 / 훤히 보여 Don’t lie / 이미 다 알아 / When I talk to you”라고 노래하던 연준은 또다시 다른 여성에게 한 대 더 얻어맞는다. 연준이 카메라를 내려다볼 때 이를 올려다보는 여성들의 시선은 차갑고, 가사 내용과는 달리 연준의 자신감은 환영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촬영당한 연준은 도리어 자신의 몸에 물을 부어 스스로의 실루엣을 보여주고, 마이크를 잡은 채 자동차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며 점차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숫자를 늘려나간다. 연준이 자동차에서 추락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주변을 뒤덮지만, 연준은 그 위에서 뛰어내리며 노래한다. “그럼 더 크게 Call my name”. 그리고 연준은 와이어를 타고 노래하며 관중을 열광시킨다. 요컨대 ‘NO LABELS: PART 01’의 뮤직비디오는 아티스트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 어떤 판타지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스타가 되는지의 과정을 집약한 것처럼 보인다. 

“모든 불편함을 뛰어넘을 만큼 제 욕심과 야망이 너무 커요. 이 일은 제게 자존심이고 자부심이에요.” 연준이 2023년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연준은 유튜브를 통해 이번 앨범 ‘NO LABELS : PART 01’을 준비하는 과정을 총 네 편의 비하인드로 공개했다. 팀으로 활동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타이틀 곡 ‘Beautiful Strangers’의 안무 시안을 제작하고, 위버스 콘 페스티벌 무대에 참여하고, 광고를 촬영하는 것처럼 숨가쁜 일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준은 새벽까지 솔로 앨범의 가사를 고민하고, 상반신 탈의가 필요한 재킷 촬영을 위해 식단 조절을 하며 운동을 한다. 카메라 앞에서 그는 가사가 나오지 않는다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퍼포먼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녹음이 끝난 다음에도 재녹음하고 싶은 부분에 대한 의견을 내며 디테일을 하나하나 챙긴다. 그 모든 과정이 바로 ’NO LABELS : 01’의 콘셉트이자 서사일 것이다. 한 명의 아티스트가 무대 위에서 자신을 최대한 자유롭게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를 치열하게 깎아나가는 과정. ‘NO LABELS: PART 01’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정형화된 장르를 따르는 대신 아티스트 개인의 아우라에 집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는 항상 직업적인 “자존심”과 “자부심”을 통해 개인으로서의 멋을 추구해온 연준의 퍼스널리티를 콘텐츠화한 결과물인 동시에, ‘NO LABELS’라는 호명을 통해 아티스트의 순수한 아우라라는 본질을 대중과의 관계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What you want? 난 나만의 product / What you want? 떼 버려 난 Label” 수록곡 ‘Nothin’ ’Bout Me’의 가사처럼 ‘NO LABELS: PART 01’에서 연준은 스스로를 어떤 표현이나 장르로 수식하지 않는다. 상반신을 드러낸 신체를 그대로 담은 재킷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음악과 퍼포먼스로 표현하되, 그 자유로움을 위해 무한한 치열함을 거쳤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에서 관중들 위로 날아올라 공연하던 연준을 달고 있던 줄은 끊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준은 트럭을 타고 누워 어디론가 이동한다. 어디에 있든, 어떤 곳이든 자신이 선 곳을 무대로 만드는 것. 어떤 과정이 있음에도 또다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 어떤 규정이나 장르에 앞서, 한 명의 아티스트가 스스로 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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