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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원
사진 출처쏘스뮤직

미국 ‘빌보드 핫 100’ 50위, 영국 ‘오피셜 싱글 톱 100’ 46위. 르세라핌이 10월 발매한 싱글 1집 타이틀 곡 ‘SPAGHETTI’로 이뤄낸 결과이자 팀 내 최고 기록을 경신한 성과이기도 하다. ‘SPAGHETTI’의 성공 중심에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선한 곡의 콘셉트를 르세라핌만의 춤과 표정으로 표현해낸 퍼포먼스가 있다. “이빨 사이 낀 SPAGHETTI”를 직관적으로 구현한 재치 있는 동작부터 구토하는 동작을 실감나는 모션과 표정으로 완성시킨 디테일까지, ‘스파게티’라는 소재를 르세라핌만의 맛으로 소화해낸 것이다. 데뷔부터 이번 앨범까지 르세라핌의 퍼포먼스에 함께해온 쏘스뮤직 퍼포먼스 디렉팅팀 박소연 팀장에게, 안무 제작부터 연습 과정까지 ‘SPAGHETTI’ 퍼포먼스를 준비해온 과정에 대한 비하인드, 그리고 르세라핌만의 퍼포먼스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르세라핌의 ‘SPAGHETTI’ 퍼포먼스는 ‘스파게티’라는 주제를 직관적인 동작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새끼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었다가 떼는 포인트 안무 등 “이빨 사이 낀 SPAGHETTI”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박소연: 인트로와 중간에 은채 씨가 나오며 “드셔봐” 하는 안무 외에는 대부분 내부에서 제작한 거예요. 르세라핌의 앨범에는 해석을 해보고 가사를 뜯어봐야 의미를 알 수 있는 곡들이 꽤 많아요. 그런데 ‘SPAGHETTI’의 가사를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우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새끼손가락으로 이에 낀 무언가를 빼는 동작도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통 이쑤시개나 손가락으로 빼는 액션을 많이 취하잖아요. 이를 직관적이고 리얼하게 표현하되 “이빨 사이 낀 스파게티”를 빼는 걸 좀 더 키치하게 표현하려 했죠. 또 멤버들이 팔을 ‘ㄴ’자, ‘ㄱ’자로 만들어서 서로 붙어 있는 대형도 치아를 형상화한 거예요. 채원 씨, 은채 씨가 중간에서 표현하는 개인 파트들도 넣으면서 이가 다물었다가 펴지는 모션들도 구현해보려 했어요.

‘SPAGHETTI’ 도입부가 바닥 동작을 통해 시작부터 몰입감을 높인다는 반응이 많은데, 도입부 안무를 구성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한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박소연: 도입부는 르세라핌 앨범 작업의 약 90%를 함께해온 외국인 안무가 토드 윌리엄슨에게 맡긴 파트였어요. 제가 르세라핌과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것처럼, 토드 윌리엄슨도 매번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르세라핌과 함께하며 팀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항상 중요하게 디렉션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인트로의 방향성이에요. 영화, 노래에서는 도입부가 중요하잖아요. 특히 춤이라는 건 서서히가 아니라 시작부터 시각적으로 압도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입부만큼은 르세라핌이 이전에 했던 구성에서 조금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요청하는 편이에요. “앉아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가사가 의미하는 내용이 상징적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어요.”라는 요청도 하고요. 그간 해왔던 걸 기반으로 한 안무를 구현하기보다는 이전의 것들을 다 배제하고 자유롭게 멋있는 인트로를 만들려고 하죠. 사실 플로우 동작은 걸그룹이 하기에 쉽지 않은 동작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틀 안에 갇혀 표현하기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려다 보니 압도하는 인트로가 완성됐어요.

“말로만 헤이트 잇(hate it)”, “오늘도 제 발로 달려온 건 너잖아” 등 자신감 있고 뻔뻔한 가사에 맞춰 당당하고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가 돋보여요. 자신감 넘치는 ‘SPAGHETTI’의 애티튜드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디렉팅과 해석을 했는지 궁금해요.
박소연: 제가 느끼는 르세라핌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은 입력한 그대로 값이 나온다는 거예요. 좋은 걸 입력해도 그걸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잖아요. 르세라핌이 표현도 잘하고 표정도 잘 쓴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그건 다 노력과 연습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에요. 이번 ‘SPAGHETTI’ 작업을 하면서 멤버들은 맨 처음부터 “저희 이번 앨범은 정말 재밌게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제가 표현이나 표정에 대한 디렉션을 주긴 하지만 멤버들이 먼저 “이런 것도 재밌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줬고요. 그래서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그냥 표현해라, 놀아라.” 했을 때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거기에 ‘SPAGHETTI’라는 곡이 주는 어떤 특별한 에너지도 분명 있었고요. 퍼포먼스 해석의 관점에서 볼 때 이 곡은 헤이터들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단 그냥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어요. 르세라핌이 어떤 마음으로 계속 이런 앨범들을 만들어 나가는지 그리고 왜 이 ‘SPAGHETTI’를 부르는지 자신감 있게 표현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사운드에 맞춰 ‘구토하는 동작’을 실감나게 표현한 것도 ‘SPAGHETTI’의 유쾌함을 살리는 킬링 포인트예요. 이 독특한 동작을 안무로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박소연: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구간에는 토하는 동작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걸그룹이 구토하는 액션을 안무로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 그때 제가 그냥 “이게 킥입니다.”, “이건 무조건 넣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웃음) 안무를 잘 만든다는 기준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결국 음악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결합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멤버들도 처음 안무를 보자마자 폭발적으로 좋아했어요. “이런 건 좀 하기 싫어요.”라고 뺄 수도 있는데 르세라핌은 제작할 때 한계나 막힘, 경계가 없는 팀이거든요.

채원 씨가 사쿠라 씨의 손을 잡고 던지듯 몸을 일으키는 퍼포먼스는 카메라 무빙이 더해져 동작이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박소연: 그 부분은 처음부터 카메라 워크를 생각하고 제작했던 부분이에요. 또 한편으로는 정면에서 바라보는 팬들을 위해서 채원 씨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관객을 보고 춤을 추도록 설정하기도 했고요. 이처럼 안무를 구성할 때 카메라 워크가 구현되지 못하고 관객이 바로 봤을 때의 상황도 고려해야 해요. 그럼에도 카메라 워크를 사용하면 안무가 더 살아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시도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이전에 ‘Impurities’ 퍼포먼스는 카메라 워크와 함께 봐야 안무가 더 와닿아요. 멤버들 각자의 표현이 카메라로 더 보이길 바란 거죠. 채원 씨의 “깊이 스며들어 in your mouth” 파트도 동작으로 꽉 채우기보다는 채원 씨가 플로우로 내려가 정말 바닥으로 녹아들어 가듯 표정으로 보여주는 게 그 어떤 동작이나 멋진 구성보다 더 임팩트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곡의 퍼포먼스 영상은 ‘Hot Rod Shop’, ‘Uijeongbu Market’, ‘Red Wall’ 등 파트 스위치 버전까지 포함해 5개로 정말 다양하게 공개되었는데요. 이렇게 여러 버전으로 안무 영상을 제작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박소연: ‘Hot Rob Shop’, ‘Uijeongbu Market’ 버전은 원래 찍으려고 계획되어 있던 영상이에요. 그런데 미국에서 ‘Hot Rob Shop’ 버전 영상을 찍을 때 그 공간 옆에 차고지 같은 곳이 붙어 있었어요. 여기서 카메라 픽스 버전을 찍으면 너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획에 없던  ‘Red Wall’ 버전을 갑자기 찍게 됐어요. 보통 안무 영상의 경우 연습실을 배경으로 한 게 많은데, 색다른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사실 팬분들은 멤버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다 보니, 최대한 콘텐츠에서라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했어요.(웃음)

‘SPAGHETTI’ 퍼포먼스 연습 과정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박소연: 연습할 때 멤버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어요.(웃음) 퍼포먼스 디렉터로서 엄격하게 연습을 주도해야 할 때도 있지만, 자유롭게 연습하다 보면 각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멤버끼리도 더 많이 끈끈해졌어요. 또 저희가 투어할 때 ‘SPAGHETTI’ 안무가 다 나와 있는 상태였는데 사쿠라 씨는 호텔에서 제 방으로 와서 함께 안무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사쿠라 씨가 “이런 동작이 좀 안 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해서 “만약 힘들지 않으면 방에서 같이 연습하자.”라고 했죠. 노래를 틀어두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 둘이 춤추고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답니다.(웃음) 그만큼 멤버들이 시간을 쪼개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열심히 노력한 앨범이었어요.

이번 ‘SPAGHETTI’ 퍼포먼스에서 특히 대중들이 주목해줬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요?
박소연: 멤버들의 표정과 표현이요. 특히나 이 부분에 대해 멤버들이 의견을 많이 냈고, 소성진 대표님도 ‘SPAGHETTI’는 안무보다 멤버들의 표현이 정말 중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르세라핌이 퍼포먼스를 잘하는 그룹이라고 칭찬해주시잖아요. 제 생각에 연차가 4년 차인 지금,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동작만 잘하는 건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들 마음 안에서 나오는 진정성 있는 표현들이 무대에서 구현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표정 하나하나까지 직접 디렉션을 줬다면, 이제는 멤버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주고 그 잠재력을 더 끌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 곡은 정말 멤버들의 표현이 반 이상 차지한 곡인데, 팬분들이 그걸 알아봐주신 것 같아 기뻐요. 어떤 노래들은 파트별로 빛나는 멤버가 따로 있고, 곡마다 눈에 띄는 멤버가 따로 있기도 한데 ‘SPAGHETTI’는 5명 모두 저마다의 캐릭터가 잘 보였던 것 같아요.

‘SPAGHETTI’는 첫 공개 당시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빌보드 핫 100 50위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실력과 완성도로 대중을 설득해냈어요. 르세라핌의 퍼포먼스가 가진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박소연: 사실 대단한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항상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임한다는 것. 또 르세라핌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각 팀마다 갖고 있는 정체성이나 콘셉트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봤을 때 얼마나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퍼포먼스는 비슷한 것만 보여주면 틀에 갇히게 된다고 생각하고요. 르세라핌의 퍼포먼스는 ‘대중들이 좀 별로라고 하지 않을까?’, ‘안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하려고 해요. ‘새로운 걸 르세라핌이 하면, 르세라핌이라서 멋있는 게 될 거야.’라는 생각.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 같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뭘 시도해도 이들이 다 자기 걸로 만들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 같아요.

르세라핌은 매 무대마다 익숙한 걸그룹 퍼포먼스의 문법을 깨며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어요. 소연님께서 바라보시는 앞으로 르세라핌의 퍼포먼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박소연: 저에게도, 멤버들에게도 숙제인 것 같아요. ‘SPAGHETTI’를 하면서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새로 계속 보여주려 하기보다, 정말 진심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걸 느끼게 됐어요. 투어 중이라 연습 시간이 매우 여유롭진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전에는 ‘이거 틀리면 안 돼.’, ‘이거 잘 보여야 해.’ 이런 걱정이 있었다면 이번엔 정말 멤버들을 믿고 했어요. 진심으로 준비하고, 진정성 있게 한다면 반드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반응, 설령 나쁜 반응이 와도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계속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보여주자는 마음이에요. 르세라핌은 제가 맡고 있는 팀이지만, 정말 기대되는 팀이기도 해요. ‘다음 앨범에는 어떤 음악이 올까?’, ‘멤버들이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까?’ 이런 생각들이 계속 들고, 예측 불가능한 팀인 것 같아요. ‘주어진 상황 안에서 무엇을 하든 또 우리 걸로 만들어버리자!’ 그런 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지금처럼만 계속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늘 진심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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