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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타일라 페이스북

2023년 여름 타일라(Tyla)가 무대와 틱톡에서 물병을 들어 자신의 등에 쏟아붓던 순간, 이는 신인 아티스트를 알리는 성공적인 댄스 챌린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수십억 조회 수의 틱톡 열풍 속에서 ‘Water’는 빌보드 핫 100 7위까지 올랐다. 남아공 솔로 아티스트로는 1968년 휴 마세켈라(Hugh Masekela) 이후 55년 만에 핫 100 진입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 반짝 성공이 아니다. 타일라는 202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신설된 ‘베스트 아프리칸 뮤직 퍼포먼스” 부문의 초대 수상자가 되었다. 2002년생 신인으로 역대 최연소 아프리카 출신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다. 같은 해 ‘멧 갈라(Met Gala)’에서는 발망의 모래 조각 드레스를 입고 ‘시간의 정원’이라는 테마를 완벽하게 구현하며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타일라는 여름 음악 플레이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데뷔 앨범 ‘TYLA’와 뒤이은 EP ‘WWP (We Wanna Party)’는 호평과 함께 성공을 거두었다. 202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그는 ‘Push 2 Start’로 다시 한번 ‘베스트 아메리칸 뮤직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사이 타일라는 스스로 ‘팝피아노(Popiano)’라고 부르는, 새로운 사운드의 얼굴이 되었다.

팝피아노는 글로벌 팝(Pop)과 아마피아노(Amapiano)의 합성어로, 단지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타일라의 스타일을 고유한 것으로 만드는 음향적 선언이다. 아마피아노는 2010년대 남아공에서 시작된 댄스 음악 장르다. 하우스 장르의 속도를 살짝 늦추고 재즈와 소울의 영향을 더하는 감성적인 접근은 국가와 지역이 다를 뿐 많은 곳에서 반복된다. 남아공의 DJ들은 여기에 아프리카 리듬, 힙합 요소와 함께 전통적인 나무 타악기 로그 드럼(log drum) 사운드, 건반의 멜로디, 6~7분 이상의 점층적인 구성으로 순수한 바이브를 만들어냈다.

타일라는 처음부터 이 공식을 비틀고 싶었다. ‘NME’ 인터뷰를 보자. “원래는 노래의 구조가 없었다. 그냥 5분간 흐르는 바이브였다. 하지만 나는 팝 뮤직의 벌스, 코러스, 프리코러스 같은 구성을 원했다. 그래서 노래 길이를 줄이고, 로그 드럼은 유지하고, 구조를 입혔다.” 그의 의도는 팝피아노라는 결실을 얻었다. 3분대의 길이, 벌스-코러스-브리지의 팝 진행, 2000년대 R&B의 멜로디와 보컬 스타일 그리고 팝 댄스보다 느리지만 아마피아노보다는 빠른 115~120 사이의 템포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결과, 팝 청취자의 귀에 익숙하지만 지역 장르 특유의 관능적이고 최면적인 그루브를 유지한다.

여기에 틱톡 챌린지는 흔히 말하는 ‘시그니처 무브’를 음악과 맞물리는 ‘시각적 훅’으로 완성한다. ‘Water’에는 바카디(Bacardi) 댄스 스타일을 위한 브레이크가 포함되어 있다. 바카디는 격렬한 허리 돌리기, 박차는 발 동작, 유연한 힙 아이솔레이션이 특징인 남아공 댄스다. “Make me sweat, make me hotter”의 프리코러스에서는 음악만이 아니라 시각적인 절정을 예고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타일라는 팝피아노와 같은 변화를 둔다. 타일라는 “춤추면서 땀을 흘린다면, 너무 과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의 미학이 쿨한 바이브에 있음을 강조한다. 타일라는 공격적인 바카디 스타일을 부드럽게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팝스타의 세련미로 다듬는다. 남아공 출신의 댄서와 협업해 바카디의 정통성은 유지하지만, 동작을 간소화하여 ‘이국적인 아프리카의 춤’이 아니라 ‘최신 유행 챌린지’라는 대중적 퍼포먼스로 번역한다.

지난 몇 년간 아프리칸 팝 스타일이 부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타일라의 독자성은 버나 보이(Burna Boy)나 위즈키드(Wizkid) 같은 나이지리아 스타들이 이끄는 아프로비츠(Afrobeats)의 세계화라는 거대 서사와 다른 길이다. 그는 분위기, 비주얼 그리고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남아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K-팝, 라틴, 아프로비츠가 영미권 바깥의 음악으로서 ‘월드 뮤직’이라는 소외된 카테고리를 거부하는 움직임이었다면, 타일라는 혼자서 그 일을 해냈다.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리아나(Rihanna)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를 꿈꾸는 남아공의 소녀다.

타일라는 어떻게 처음부터 자신이 말하는 가치를 완성된 형태로 꺼내 놓을 수 있었을까? 사실 마법이란 없고, 우리는 2019년까지 거슬러 올라야 한다. 2019년 말에 발매한 데뷔 싱글 ‘Getting Late’는 아직 아마피아노에 가깝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중 자체 제작한, 그래서 믿을 수 없는 퀄리티의 뮤직비디오가 모든 것을 바꿨다.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로 타일라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청사진을 펼쳐 놓았다. 그는 글로벌 팝과 남아공 고유의 색채를 한 몸에 지닌, 다듬으면 꽃을 피울 수 있는 원석이 아니라, 이미 음악과 시각 언어를 완성한 스타였다. 이 한 곡으로 타일라는 에픽레코드와 계약하고, 2년간에 걸쳐 팝피아노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기회를 얻는다. 진부하지도, 난해하지도 않은 무게중심을 찾아내는 노력 끝에 우리는 타일라를 만났다.

타일라의 접근이 K-팝에서도 충분히 유효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K-팝이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일반적 사실 외에도, 팝피아노의 접근법이 이국적인 지역성과 완성도 높은 보편성의 조합이라는 K-팝의 전략과 호응하기 때문이다. 사실 K-팝만이 아니다. 더 넓은 범위의 음악 시장에서 타일라를 중심으로 하는 매트릭스를 찾을 수 있다. 타일라는 장르를 확장해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 마시멜로(Marshmello)와 리믹스를 내고, 아프로 팝의 큰 범위에서 위즈키드와 템스(Tems)를 초대해 노래를 만든다.

요컨대 타일라는 히트 곡을 만들고, 음반을 파는 것 이상의 일을 해냈다. 그는 글로벌 팝 지형도에 자신만의 랜드마크를 올렸다. 전 세계 프로듀서들의 도구 상자에 로그 드럼이 자리 잡았다. 그는 영미권 바깥에서 팝스타를 노리는 아티스트가 성공을 위해 지역적 뿌리를 버릴 필요도 없음을 증명했다. 세상은 그것을 팝이라 불러도, 그들 모두가 남아공의 비트에 맞춰 춤을 춘다. 작년 10월 ‘엘르’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는 자기 소개의 해”라고 정의했다.

소개가 끝났기 때문일까? 데뷔 앨범 ‘TYLA’ 시대를 끝내고, 2025년을 맞이한 타일라는 거의 앨범 분량에 가까운 싱글을 1년 내내 쏟아냈다. 더 대담하고 정교하며, 결과적으로 고급스러운 시도가 이어졌다. 여름에 등장한 EP ‘WWP (We Wanna Party)’는 이름처럼 클럽과 페스티벌을 겨냥하며 직관적인 댄스 음악이었다. 최근 싱글 ‘CHANEL’은 현대 힙합의 과시적 태도를 빌려오면서 간결한 비트와 최면적인 훅으로 팝피아노 사운드가 어떻게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CHANEL’의 뮤직비디오에서 타일라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박물관 수준의 샤넬 아카이브를 쏟아낸다. 화제의 ‘멧 갈라’ 데뷔 이후, 빈티지 샤넬을 입고 바카디풍의 춤을 추는 시각적 충돌은 그녀의 현재를 반영한다. 하이엔드 럭셔리와 요하네스버그에서 온 거친 리듬의 조합이다. 사람들은 타일라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팝스타로의 성장에 동의하는 듯하다. ‘CHANEL’은 ‘Water’ 이후 타일라의 가장 큰 히트 곡으로 12월 13일 자 빌보드 글로벌 200 36위를 기록하고 있다. 타일라는 여전히 전진 중이다. 그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팝피아노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서브 장르로 자리 잡고, 타일라는 우리 시대의 팝스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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