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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원
사진 출처빌리프랩

지난 11월에 공개된 아일릿의 싱글 ‘NOT CUTE ANYMORE’는 소녀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No keyring, no hand mirror”, “한정판 콩국수 matcha보다 고소해” 같은 가사들은 키링이나 말차 같은 트렌드보다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슈트와 새깅 팬츠를 입은 멤버들은 스스로 더 이상 ‘귀엽지 않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 쿨한 표정으로 아이솔레이션을 하던 원희가 레이저를 맞고 무대 밖으로 튕겨져 나가거나, 코러스에서 “I’m not cute anymore”를 노래하며 손바닥 뒤로 미소를 슬며시 드러내는 순간들은 역설적으로 귀여움을 환기한다. 영국 브랜드 ‘애슐리 윌리엄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NOT CUTE ANYMORE’의 머치반 ‘리틀 미미’ 버전은 귀여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인형이 키치한 복장을 입은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예약 판매 매진 및 추가 제작을 진행할 만큼 인기를 얻기도 했다. 곡 역시 1월 17일 자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 7위에 오르며 반응을 이어갔고, ‘후드잡샷 챌린지’의 배경음악으로 숏폼에서도 지속적으로 트렌딩했다. 요컨대 ‘귀여움’을 거부하면서도 귀여움이 공존하는 소녀성의 아이러니는 아일릿의 음악과 메시지, 스타일 전반에 걸쳐 팀의 미학으로 구현됐고, 그 결과물은 ‘아일릿 코어’라 호명될 만한 일관된 감각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초기의 ‘아일릿 코어’는 단일한 스타일 코드라기보다 상반된 감정과 무드가 공존하는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로맨틱하고 걸리시한 요소 위에 약간의 서늘함, 쿨함이 얹혀 있는 감각이죠.” 빌리프랩 크리에이티브 담당자의 설명은 ‘아일릿 코어’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아일릿의 데뷔 곡 ‘Magnetic’의 스타일링은 “리본, 프릴, 레이스 같은 요소를 사용하되, 볼륨감 있는 스커트에 스트릿트 무드의 티셔츠를 매치하거나 로맨틱한 실루엣에 블랙 스니커즈를 신는 것처럼 서로 다른 패션 언어를 충돌시키며 새로운 ‘걸코어’의 형태를 만들고자” 한 결과물이었다. 또한 빌리프랩 아일릿 A&R 담당자에 따르면 ‘Magnetic’은 “플럭앤비(pluggnb) 장르가 지닌 애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감성”의 매력을 바탕으로 “마이너 장르를 접목하면서도 곡 전반이 지나치게 어둡지 않고, 안무가 가능하도록 일정 수준의 댄서블한 그루브를 유지”하기 위한 밸런스 조율의 결과물이었다. 그에 따라 ‘Magnetic’은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서늘하고, 감성적인 동시에 춤을 출 수 있는 활기가 공존하는 무드를 갖게 됐다. 

복합적인 감성을 지닌 ‘Magnetic’의 흥행에는 틱톡 챌린지도 영향을 미쳤다. 코러스 파트에서 손동작을 활용한 챌린지 댄스가 확산되며 ‘Magnetic’은 누적 조회 수 10억 뷰를 돌파했고, 2024년 틱톡 어워즈 ‘베스트 바이럴송’을 수상하기도 했다. 빌리프랩 아일릿 퍼포먼스 디렉팅팀 담당자는 “숏폼 콘텐츠에서는 상반신 위주의 촬영이 많다 보니 그 환경에서 유리하면서 유니크하게 보일 수 있는 동작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그니처 손동작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숏폼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이 손동작 안무는 ‘Cherish (My Love)’, ‘빌려온 고양이 (Do the Dance)’를 거쳐 첫 일본 싱글 ‘時よ止まれ (Toki Yo Tomare)’까지 이어지며 아일릿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상반된 감정과 무드가 공존하는 스타일, 복합적인 곡의 정서, 숏폼에 최적화된 퍼포먼스가 맞물리며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균형감은 데뷔 초기부터 ‘아일릿 코어’를 점진적으로 형성해왔다.

“아일릿의 비주얼 정체성을 처음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은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이는 능동적인 소녀의 이미지였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요소를 갖고 있더라도, 소녀가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읽히기보다는 자신감 있고 주체적인 태도로 드러나길 바랐어요.” 빌리프랩 크리에이티브 담당자의 설명은 ‘아일릿 코어’의 핵심이 ‘소녀성’의 주체적인 해석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는 ‘아일릿 코어’를 “하나의 아이템이나 색감으로 정의되기보다는 걸리시함과 쿨함, 로맨틱함과 스트리트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균형감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으려는 소녀들의 태도로 묶여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아일릿 A&R 담당자 역시 미니 1집 ‘SUPER REAL ME’에서 설정한 팀의 정체성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SUPER REAL’한 소녀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데뷔 앨범 준비 당시 ‘아일릿의 존재를 어떤 음악으로 세상에 처음 소개할까?’를 메인 과제로 삼고, “지속적인 인터뷰를 통해 멤버들의 성격과 실제 이야기를 담아, 귀여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기분 좋은 곡들로 앨범의 분위기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새벽에 하는 망상’이 있는지 묻자 원희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생각, 지니에게 소원 세 개를 비는 상상”이라며 꾸밈없는 답변을 내놓았고, 이는 ‘Midnight Fiction’의 “어느새 내 몸이 새가 된 듯 / 날개도 없이 떠올라”, “소원을 빌어 my Genie” 같은 가사로 재탄생했다. 아일릿 퍼포먼스 디렉팅팀 담당자 역시 “아일릿의 곡 중에는 귀여운 콘셉트가 많지만, 기억에 남는 구간은 단순하게 구성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스텝이나 리듬을 넣어 난도가 높은 안무라는 점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bomb’의 수록 곡 ‘jellyous’는 빠르게 비트가 몰아치는 “back off” 파트에서 고난도의 스텝을 소화하는 안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일릿 퍼포먼스 디렉팅팀 담당자는 “요즘 걸그룹이 빠른 박자의 스텝 안무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아일릿이 이를 보여주는 반전을 주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즉 ‘아일릿 코어’는 판타지 속에만 존재하거나 대상화된 소녀성이 아니라, 현실의 소녀들이 가진 활기를 스타일, 음악, 퍼포먼스 전반으로 구체화하며 형성된 고유한 감각이라 볼 수 있다.

아일릿의 미니 3집 ‘bomb’의 수록 곡 ‘little monster’는 아일릿이 구현하는 현실적인 소녀성의 또 다른 예다. 이 곡은 현실 속 10대 소녀가 겪는 우울과 스트레스를 ‘괴물’로 묘사하며 평범한 소녀들의 감정을 대변하고, 가성 보컬에 오토튠이 더해져 주문처럼 반복되는 코러스 “I don’t wanna know”는 서글픈 정서를 한층 고조시킨다. 아일릿 A&R 담당자는 “‘little monster’가 가진 서늘함과 우울함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아름다움이 10대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불안정한 감정과 내면의 흔들림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하는 노스탤직한, 먹먹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성의 청각화”가 ‘아일릿 코어’의 중요한 축이라고 짚었다. 빌리프랩 크리에이티브 담당자 또한 팀명에 담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의미와 ‘NOT CUTE ANYMORE’의 수록곡 ‘NOT ME’가 말하는 ‘단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나’라는 메시지가 ‘아일릿 코어’를 확장하는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일릿의 비주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고정된 캐릭터나 이미지를 구축하기보다, 계속 변화하는 ‘나’의 상태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번역할 것인가가 늘 중심”이었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의 나는 귀엽고, 내일의 나는 서늘하고, 또 다른 순간의 나는 강하고 날카로울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리본이나 프릴 같은 걸리쉬한 요소도 언제든 다른 맥락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의 공존 그리고 무엇으로든 변주할 수 있는 유연함이 곧 ‘아일릿 코어’의 세계를 구성하는 동력이다.

그래서 아일릿의 ‘NOT CUTE ANYMORE’가 ‘귀여움’을 소재로 빚어내는 아이러니는 ‘아일릿 코어’가 가진 감각을 한층 확장한 변주라 할 수 있다. 아일릿 A&R 담당자는 “음악적 장치보다는 보컬과 감정 표현을 전면에 내세워 ‘귀엽지만은 않은 소녀’라는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NOT CUTE ANYMORE’의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아일릿의 아이덴티티였던 보컬찹과 칩튠 사운드 등의 요소를 덜어내고, 빠른 템포와 후키한 전개 대신 여유 있는 톱라인을 선택해 멤버들의 목소리 자체가 중심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아일릿 퍼포먼스 디렉팅팀 담당자 역시 ‘NOT CUTE ANYMORE’의 퍼포먼스에 대해 “리듬을 타는 아이솔레이션과 역동적인 제스처보다는 어깨, 턱, 머리 근처에 손을 붙이는 포징으로 ‘귀엽지 않고 쿨한 태도’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상체 위주의 포인트 동작이나 코러스에서 얼굴에 손을 가렸다가 빼꼼하고 보여주는 동작처럼 아일릿만의 발랄함이 드러나는 디테일을 곳곳에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절제된 무드와 밝은 에너지가 섞였을 때 ‘아일릿 코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빌리프랩 크리에이티브 담당자 역시 ‘NOT CUTE ANYMORE’의 ‘리틀 미미’ 머치에 대해 “‘귀엽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가 강한 인형을 사용하는 아이러니’는 의도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귀엽고 사랑스러운 기존 미미의 문법 위에 레이스, 리본 헤드셋 등 무대 요소와 긴 길이의 배기 진 등 스트리트한 스타일의 감각”을 더해 아일릿만의 쿨하고 트렌디한 미미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매 앨범마다 새롭게 제시되는 ‘아일릿 코어’는 아일릿의 팀명 그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소녀들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아일릿의 음악은 장르나 스타일이 다양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면 ‘아, 이건 아일릿 노래다.’라고 느껴지는 고유한 색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곡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은 결국 아일릿이 이야기하는 ‘나’라는 주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일릿 A&R 담당자의 말은 곧 ‘아일릿 코어’의 지향점을 설명한다. 그는 “‘NOT ME’처럼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나’를 중심에 두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가사에 스며 있고, 이를 멤버들의 목소리와 해석으로 표현하면서 곡이 비로소 ‘아일릿스러움’을 얻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NOT CUTE ANYMORE’의 “한정판 콩국수” 파트에서 살짝 갈라진 듯한 윤아의 목소리는 본인에게는 실수처럼 느껴졌지만, 결과적으로 곡의 개성과 자연스러움을 결정짓는 요소로 채택되기도 했다. 더불어 아일릿 퍼포먼스 디렉팅팀 담당자는 아일릿에 대해 “귀여운 콘셉트 안에서도 역동적이거나 키치한 것처럼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고,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무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더 높은 완성도를 고민하는 멤버들의 성장을 짚었다. “아일릿 코어는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이기보다는 계속 업데이트되는 과정”이라는 빌리프랩 크리에이티브 담당자의 말은 상징적이다. “변화하는 감정, 성장하면서 생기는 균열, 스스로에 대한 질문들이 곧 비주얼의 재료가 되고, 그 덕분에 매 앨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더라도 아일릿이라는 하나의 결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처럼 아일릿은 앨범마다 때로는 레이스와 벌룬 스커트로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한 가운데 캐주얼한 무드가 공존하는 소녀를, 때로는 마법소녀를 연상시키지만 현실의 고민을 안은 소녀를, 때로는 아빠의 옷장에서 꺼낸 듯 거대한 슈트를 입고 새로운 자신을 보여주려는 소녀의 모습으로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그 모든 성장 속에서 아일릿 다섯 멤버의 목소리를, 더 나아가 세상의 다양한 소녀들의 판타지와 현실이 담긴 세계가 새롭게 탄생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녀들의 미학, ‘아일릿 코어’가 나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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