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그룹의 세계에서 ‘10년 차’ 혹은 그 이상의 숫자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새로운 고민도 있다. 대중음악에서 ‘롱런’이라는 미덕은 종종 ‘신선함’이라는 요구와 상충된다. 세븐틴의 사례를 돌아보는 이유다. 이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법으로 구조적 유연성을 택한다. 널리 알려진 보컬팀, 퍼포먼스팀, 힙합팀이라는 세 가지 유닛이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라면, 그사이를 넘나드는 믹스 유닛은 트렌드의 변화와 대중의 관심에 따라 새로운 구성과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 가변형 조합이다. 덕분에 팀 특유의 대인원은 물류적 부담이 아니라, 그룹 활동과 공존하며 맥락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자산이 되었다.
수년에 걸쳐 믹스 유닛의 공식 활동 사례가 쌓였다. 세븐틴을 바라보는 시각도 단일한 보이 밴드만이 아니라 독자적인 예술적 실체의 집합으로 발전했다. 한 팀이라면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보일 다양한 아이디어를 무리 없이 탐색할 기회가 생긴다. 리더스의 자신감 넘치는 권위, 부석순의 풍자와 응원이 공존하는 웃음, 정한X원우의 고딕 누아르, 호시X우지의 창작자로서의 자기 확인, 에스쿱스X민규의 순간을 즐기는 파티 팝, 그리고 도겸X승관의 전통적인 보컬 순수성까지.

리더스
‘리더스’라는 개념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세 유닛의 리더, 에스쿱스, 호시, 우지가 모이는 조합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 결과로 노래 한두 곡이 아니라 팀 전체를 대변하는 선언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2017년 ‘CHANGE UP’은 젊은 야망의 제안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팀과 각 멤버의 정체성이 성숙해진 뒤, 2022년 리더스는 ‘CHEERS’로 야망의 실현을 자축한다. 최면적인 플루트 루프와 공격적인 자신감의 조화는, 리더 3인의 목소리로 불리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팀에 대한 헌사가 된다. “밥값은 어쩌냐 했”던 우리가 “건물을 올”린다.
한편 노래의 최후반에 이르러서야 단 한 번, 반복 없이 등장하는 ‘엉덩이 팡팡’ 안무는 틱톡 챌린지와 바이럴로 이어지며 유쾌한 순간을 선사했다. 이 부분은 힙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웨그’에 K-팝 아이돌의 유쾌한 인간미를 부여한다. 동시에 팀을 이끄는 강력한 ‘리더’의 역할과 그룹 전반의 유쾌한 평판 사이에서 나타나는 간극을 한 방에 메운다.
이 모두는 2024년 9월 ‘롤라팔루자’ 베를린 공연에서 ‘CHEERS’ 무대가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를 구성한다. 이 공연은 세븐틴의 경력에서 중요한 매듭을 이룬다. 당시 리더스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오랜만에 ‘CHEERS’를 선보였다. 공연 시간표가 꽉 짜여 있어 앙코르가 불가능한 페스티벌이지만 최대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하다. 동시에 이 팀이 어디서 출발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외치는 노래의 남다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세트리스트의 중심에 놓이고, 이후 무대는 히트 곡을 말그대로 쏟아붓는다.

부석순
부석순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세븐틴의 예능적 이미지를 대변한다. 승관이 데뷔 초부터 ‘예능돌’로서 노출되기 시작했지만, 그의 재능이 한 멤버의 개성을 넘어 팀의 특질에 가깝다는 것은 도겸, 호시와 함께 부석순 활동을 시작한 이후 널리 알려졌다. 이 셋이 심지어 팀의 데뷔보다도 앞서 비공식적인 유닛, 최소한의 ‘케미’라고 불릴 만한 조합으로 존재한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이들의 활동 중 상당 부분은 예능 장르의 하나인 ‘기업 상황극’을 배경으로 한다. 예를 들어 남성 정장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양한 변형을 거치는 패션은, 대개의 남성 아이돌 복식이 풍기는 비일상적인 콘셉트보다 현실적이다. 2023년 ‘파이팅 해야지’ 발매에 앞서 공개한 영상 ‘고잉 부석순 : 컴백해야지 #1’은 컴백을 홍보하는 실제의 멤버와 사무실 문화를 연상시키는 허구를 섞은 모큐멘터리로 예능 장르를 직접 구사한다. 이 콘텐츠는 약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재치와 텐션의 맥락이 결국 하나의 노래로 구현되었음을 알린다.
이러한 끈끈하고 익숙한 친근함은 부석순이 전달하고자 하는 긍정적 에너지와 결합해 결국 ‘응원’이라는 메시지로 완성된다. ‘파이팅 해야지’가 출근길의 흥겨움을 넘어 2024 파리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공식 응원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25년 1월에 발매한 ‘청바지’가 오래된 건배사를 오히려 ‘현재’를 긍정하는 선언으로 전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한X원우
정한X원우는 부석순의 밝음과 반대편에 서 있다. ‘어젯밤’의 뮤직비디오는 바이럴 인터넷 괴담 ‘This Man’과 닐 게이먼의 ‘샌드맨’을 합친 듯하다. 도시 전설의 ‘꿈에서 본 그 남자’는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곳으로 함께 가자고’ 속삭이는 ‘샌드맨’의 모르페우스와 같은 신적 존재로 연결된다. 손에서 새어 나가는 모래와 갑자기 잠든 듯한 군중은 보다 직접적인 언급이다. 두 사람이 흑백의 몽타주로 변모하는 후반부는 다시 ‘This Man’ 설화로 돌아가고, 우리는 서로에게 묻게 된다. ‘이 남자를 꿈에서 본 적 있나요?’
음악적으로도 그룹에서 선보이는 팝 중심의 사운드와 차이를 보인다. 기타리스트 박주원과의 협업으로 등장하는 어쿠스틱 리프의 라틴 영향은 현대적인 신시사이저와 결합해 노래 전체의 질감과 분위기를 강조한다. 폭발적인 가창이나 거친 랩 대신 매혹적인 긴장감이 프로젝트 전체의 핵심 정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획은 두 사람의 캐릭터를 모호한 이미지로 남겨두지 않았다. 대신 소설가 조예은과 협업해 전체 이야기를 오디오북으로 만들었다. 정한은 사람들을 영원하고 달콤한 잠의 도시에 가두고, 이제는 얼굴조차 잊은 A를 찾아 헤맨다. 원우는 사람들을 깨워 현실로 돌려보내고, 정한에게는 잠을 선물한다. 이 이야기는 노래와 뮤직비디오 전반에 걸쳐 일관된 서사를 구축했다.
캐릭터와 서사는 ‘THIS MAN’ 싱글 전체로 확산되어, 두 사람은 각자의 솔로 곡이 세계관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정한의 ‘Beautiful Monster’는 명백하게 ‘어젯밤’의 하얀 남자가 부르는 이야기다. 원우의 ‘휴지통’은 ‘어젯밤’의 검은 남자에게 보다 두터운 맥락을 부여한다.

에스쿱스X민규
힙합 팀 내부의 듀오 유닛은 어떨까? 이미 ‘TRAUMA’나 ‘Back it up’과 같은 힙합 팀 고유의 트랙이 있다. 두 사람은 힙합 팀이 그룹 내에서 차별화되는 방법으로 택하기 쉬운 강렬한 랩 스타일에서 방향을 바꾼다. 대신 힙합, 록, EDM을 결합하고, 단련된 신체와 외모에서 비롯하는 순수한 자신감과 자유분방한 태도를 드러내기로 한다. 6곡이 담긴 미니 앨범이 ‘HYPE VIBES’라는 이름으로 분위기를 전달하는 이유다.
‘5, 4, 3 (Pretty Woman) (Feat. Lay Bankz)’은 힙합 팀 출신이라는 장르적 근원을 고집하지 않고, 로이 오비슨의 ‘Oh, Pretty Woman’을 재해석한 디스코-팝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레이 뱅크스는 현대적인 플로우로 익숙한 멜로디에 신선함을 더한다. 덕분에 전설적인 원곡의 흔적은, 그 멜로디를 빌려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듀오의 밝은 에너지와 레이 뱅크스의 그루브를 연결하는 역할로 남는다.
전반적인 안무도 기술적인 난이도보다 간단하지만 여유로운 스타일을 강조한다. 두 사람의 스타성이 드러나기에는 충분하면서도, 동시에 누구나 소셜 미디어 챌린지에 도전해 자신만의 ‘바이브’를 보여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파티’의 의미를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파티는 에스쿱스X민규를 위한 별도의 공연으로 이어지고, 공연에서는 미니 앨범에 담기지 않은 다양한 노래가 등장했다. 유닛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창작의 단위가 된 것처럼 보인다.

호시X우지
힙합 팀의 리더가 파티 중이라면, 남은 두 팀의 리더는 무엇을 할까? 1996년생 동갑내기, 호시와 우지는 세븐틴의 창작적 엔진을 상징한다. 퍼포먼스 리더 호시가 비주얼을 만들고, 보컬 리더이자 프로듀서 우지가 사운드를 구성한다. 두 사람의 조합은 2017년 ‘TEEN, AGE’의 수록 곡 ‘날 쏘고 가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후 8년 만에 ‘BEAM’으로 공식 데뷔한다. 그사이 ‘날 쏘고 가라’의 공격적 EDM은 긴 시간 쌓아 올린 예술적 업적을 자랑하는 메타텍스트로 발전했다.
‘동갑내기’ 뮤직비디오 속의 두 아티스트는 미술관에 새롭게 도착한 작품으로 묘사된다. 이는 관찰과 감상의 대상 혹은 아이돌로서 그들의 지위를 은유하고 동시에 찬양한다. 자연히 이 곡은 그들의 커리어를 망라하며 초기 히트작(‘만세’), 두 사람이 참여한 유닛 곡(‘CHEERS’), 그룹 전체의 역사적 걸작(‘손오공’)의 가사와 멜로디를 참조한다. ‘마블’ 시리즈 같은 영화 세계관이 그렇듯 이러한 상호 참조는 오랜 팬들에게 짜릿한 보상을 주면서, 그만큼 자신들의 유산을 확고하게 만든다. 둘은 빅뱅의 GD와 태양을 염두에 두고 “형들 다음 우리”라고 말하며, K-팝 역사에서 아이돌이 창작의 주체로 나선 계보에 당당히 오른다.
그 연장에서 싱글의 수록 곡은 각 아티스트가 독립적인 프로젝트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의 기회가 된다. 인디 밴드 새소년의 소윤이 피처링한 ‘PINOCCHIO (feat. So!YoON!)’는 얼터너티브 R&B 실험으로, 우지 입장에서 전체 그룹을 위한 작업 중에는 적당한 자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는 그루브를 보여준다. 한편 ‘STUPID IDIOT’의 클럽 트랙은 호시가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든다.

도겸X승관
그리고 가장 최신의 사례, 도겸과 승관이 있다. 두 메인 보컬의 조합은 이미 2016년 ‘Say Yes’로 발라드 듀오의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보컬 듀오가 보통 그렇듯, 두 명으로 범위를 좁혀 목소리에 집중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음색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성을 드러내면서, 감정적으로는 더 풍부한 뉘앙스를 만든다. 도겸의 밝고 힘찬 목소리와 승관의 감성적인 울림이 조합을 이루는 이유다.
둘을 위해 흔히 ‘겨울 발라드’라고 부를 법한 ‘Blue’가 타이틀이 된다. 피아노와 점층적인 오케스트라 편곡이 배경에 두고, 두 보컬리스트의 전시보다 절제된 감정적 깊이가 감상의 중심을 이룬다. 뮤직비디오는 벗어나기 힘든 상처 속에서 어렵게 지켜왔지만 결국 놓아버린 사랑에 대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서 주인공은 배우 이유미와 노상현이다. 노래를 하는 도겸과 승관은 뮤직비디오의 일반적인 연출처럼 내러티브와 무관하게 침입하지 않는다. 대신 두 남녀의 사연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디테일을 획득한다. 우리는 만들어진 적 없는 드라마의 OST를 만난 것과 같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너를 곁에 두고 지킬 수 있는 사랑은 아니다.
도겸X승관의 무대가 특별한 효과나 안무 없이 온전히 두 사람의 하모니에 집중하는 것은 단지 발라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Blue’의 깊은 슬픔이 완벽하게 전달될수록, ‘Rockstar(DK Solo)’에서 도겸이 보여주는 긍정적인 바이브도, ‘Dream Serenade (SEUNGKWAN Solo)’에서 승관의 조용한 위안도 더 큰 의미를 얻는다. 그룹의 이미지와 가장 멀리 있는 듯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룹의 어느 한 조각은 전에 없던 새로운 빛을 낸다. 앞으로도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세븐틴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도가 아니다. 이 팀은 ‘신선함’을 혼자 새롭게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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