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가 광화문을 등지고 선다. 지난 3월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생중계된 ‘BTS 컴백 라이브 : ARIRANG’의 오프닝은 새 앨범 ‘ARIRANG’의 방향을 단번에 드러낸다. 한국에서 시작된 팀이 조선 왕조의 왕이 걸었던 길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검은 의상을 입은 50명의 다인종 댄서들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그들을 위한 길을 낸다. 그 순간 방탄소년단의 길은 더 이상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걷는 여정으로 확장된다. ‘BTS 컴백 라이브 : ARIRANG’이 넷플릭스를 통해 생중계된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ARIRANG’의 첫 번째 트랙인 ‘Body to Body’가 공연의 시작을 알린 것은 그래서 필연에 가깝다. 장벽을 뛰어넘어 음악으로 하나가 되자는 메시지를 담은 이 곡에는 한국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의 선율이 실렸다. ‘Body to Body’의 무대가 시작되자, 무대 한가운데에 놓인 문 형태의 스크린 뒤에는 어둠과 안개가 깔렸다. 그러나 국립국악원 연주자들과 가창자들의 ‘아리랑’이 흐르자 그 어둠은 서서히 걷히고, 그들의 모습과 함께 광화문 외벽 위로 수묵이 번지듯 그려지는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졌다. 이어 무대에 임하는 방탄소년단의 자세를 담은 ‘Hooligan’과 그들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하는 ‘2.0’의 무대에 맞춰, 스크린과 광화문 외벽 역시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광화문의 모습을 마치 액자처럼 끌어안은 이 스크린은 이번 공연에서 하나의 문이자 또 하나의 세계로 기능했다. 공연 내내 스크린은 색과 무늬를 바꾸며 때로는 푸른 하늘로, 때로는 별빛이 번진 소우주로 변주되면서 관객을 끊임없이 다른 공간으로 이끌었다.
공연의 시작을 이끈 ‘Body to Body’부터 ‘2.0’까지의 퍼포먼스는 말 그대로 방탄소년단의 ‘2.0’을 보여준다. ‘Body to Body’의 퍼포먼스는 K-팝의 전형적인 군무에서 벗어나 멤버 각자의 고유한 바이브를 전면에 드러내면서도, 치밀하게 조율된 동선을 통해 팀으로서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멤버들은 ‘Hooligan’에서 대규모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가로와 세로로 폭넓게 활용하며 입체적인 구성을 만들어냈고, ‘2.0’에서는 트랩 비트에 맞춰 잘게 쪼개진 군무를 통해 댄서 없이도 팀으로서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 에너지는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히트 곡 ‘Butter’로 관객의 흥을 돋우는 것에 이어, 그들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MIC Drop’의 퍼포먼스로 이어지며 더욱 고조됐다.

‘BTS 컴백 라이브 : ARIRANG’은 방탄소년단의 현재를 반영하는 공연인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ARIRANG’의 세 수록 곡으로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보여주던 공연의 흐름은 ‘Butter’와 ‘MIC Drop’으로 그들의 과거를 조명하다가, 다시 최근 앨범의 수록 곡 ‘Aliens’로 이어진다. 2017년 발표된 ‘MIC Drop’에는 외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자신들을 증명하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Aliens’에서의 방탄소년단은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프라이드로 삼고, 오히려 청자들에게 한국의 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한다. ‘Aliens’의 퍼포먼스가 빠르게 요동치는 댄서들의 움직임으로 미장센을 이루는 가운데 그 앞에 선 멤버들의 애티튜드를 강조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Are they for real? For real?”이라는 ‘Aliens’의 질문은 여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2026년의 방탄소년단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송출되는 무대로 그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저희가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 동안 우리들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또 변해야 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말, 정말,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아직도 확신할 수 없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 또한 저희의 감정, 그리고 저희 자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공연 중 슈가가 한 말은 새 앨범 ‘ARIRANG’, 더 나아가 방탄소년단이 약 4년 만에 오른 이 무대의 의미를 응축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팀이 된 후에도 그들의 앞에는 여전히 새로운 파도가 밀려온다. 타이틀 곡 ‘SWIM’의 퍼포먼스는 그 파도를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부드러운 웨이브 동작으로 풀어내며 물 흐르듯 잔잔한 정서를 전달했다. 이 흐름은 자유를 향한 열망을 노래하는 ‘Like Animals’의 가창에서 극대화되고, ‘NORMAL’에서 멤버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과 호흡하는 순간 공동의 감정으로 수렴된다. 퍼포먼스와 격렬한 사운드로 관객을 열광시키던 순간을 지나, ‘SWIM’을 기점으로 정서의 전달에 집중하는 공연의 구성은 아티스트로서 방탄소년단이 전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보여준다.

공연이 끝을 향해 나아가자, 어둠과 안개로 시작됐던 광화문의 무대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문 형태의 스크린은 밤하늘의 별을 형상화한 이미지로 물들었고, 관객들이 켠 휴대폰 불빛이 그 위에 겹쳐지며 광화문광장은 하나의 거대한 우주처럼 빛났다. 앙코르 곡 ‘소우주 (Mikrokosmos)’의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이라는 가사 그대로였다. 방탄소년단이 공연의 시작에서 ‘Body to Body’를 통해 호출했던 연대는 마지막에 이르러 개개인이 만들어낸 빛이 하나되는 모습으로 현실이 되었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지향과 고민이 무대를 통해 하나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한국의 상징적인 공간과 아리랑의 선율, 그리고 글로벌한 사운드와 퍼포먼스가 한 장면 안에서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 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장르와 지역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하는 무대가 완성됐다. 방탄소년단이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쓰고 있는 ‘K’의 현재형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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