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TXT가 던진 Z세대의 음악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다음 챕터로 나아가다
2021.06.16
애초 챕터라는 구성 자체는 직관적인 개념이다. 이를테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발표한 앨범들은 ‘THE DREAM CHAPTER’ 다음 ‘THE CHAOS CHAPTER’로 넘어왔다. 혼돈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현실, 성장 또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님을 뜻하지는 않지만, ‘DREAM’의 다음 챕터로 ‘CHAOS’가 등장할 때는 앞선 ‘꿈’과 대비되어 자연히 그렇게 보인다. 요컨대 ‘뜨거웠던 여름 잠깐 못본 새 훌쩍 커버린 내 키 잔뜩 낮아진 내 목소리(‘20cm’)’의 세계에서 ‘다 보이잖아 끝이 숙취보다 지독히 힘들 거잖아(‘Anti-Romantic’)’의 세계로의 전환인가 싶다. 사실 그 순간조차도 ‘숙취’라는 입에 잘 붙지 않는 단어가 까슬한 충돌을 만든다. 영어 단어로 대입한다면 ‘hangover’ 대신 ‘inebriation’을 본 듯한 느낌이다. 더 이상 소년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미성숙의 시기.
나를 둘러싼 세상도, 나 자신도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새 앨범 ‘혼돈의 장: FREEZE’의 콘셉트 트레일러와 타이틀 곡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 모두 등장하는 영국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티셔츠가 단순한 패션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드라마 속 주인공, 제임스(알렉스 로더)와 앨리사(제시카 바든)는 뜻하지 않은 여행에서 인생을 바꾸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발견하는 사건을 겪는다. 둘만의 도피가 끝에 이르고, 원래 속해 있던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제임스는 만 18세가 된다. 하지만 그가 정말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시 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의 후렴구에서 외치는 ‘love sick / loser’는 사실상 동어반복이자 이 노래가 전하고자 하는 것의 쐐기다.
이 시기의 젊음이 음악으로 등장했던 시대가 있다. 이는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가 1990년대 얼터너티브 또는 2000년대 이모(Emo) 사운드를 반영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결과인 이유다. 2021년 지금, 장르로서의 얼터너티브/이모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질문은 전통적인 형태의 밴드에 던질 때 유효하다. 현실 세계에서는 랩을 하던 머신 건 캘리가, 틱토커 릴 허디가 젊음과 기타 록의 연결 고리를 상징한다.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뮤직비디오 전반 안무 씬의 배경에 깔린 스피커, 후반에 착용한 의상들의 그런지 록 레퍼런스 등 시각적 이미지는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개별적인 음악 장르 이전에 장르가 표현하고자 했던 그 시절 어떤 시기에 있던 10대들이 자신의 정서를 나타내던 방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지금 소년과 어른 사이에 있는 한 세대의 무언가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혼돈의 장: FREEZE’의 첫 곡과 타이틀 트랙이 서사와 콘셉트를 제시한다면, ‘Magic’ 이후의 트랙은 이 팀의 이전 앨범들과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의 시각적 이미지에서도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콘셉트 트레일러와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뮤직비디오가 하나의 줄기를 이룬다면, 콘셉트 포토와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무대가 다른 줄기를 이룬다. 그래서 앨범의 상당 부분은 무국적성을 띠면서 그럼에도 선명한 소년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 두 개의 다른 줄기, 다른 성장 시기를 설득해내는 것은 결국 완성도다. 이를테면 ‘Frost’에서 자신의 내면적인 혼란을 고백하는 가사는 파트마다 록과 힙합을 오가면서 멤버들이 평소와 다른 위악적인 목소리를 통해, 낯설게 느껴지는 멜로디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소년의 내면적인 혼란은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서 세상 바깥에 지르는 외침으로 이어지면서 앨범의 정서를 하나로 묶는다. 좋은 곡이 모이는 게 중요한 이유다. ‘혼돈의 장: FREEZE’처럼 어느 한순간 업계의 역량이 집중되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면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의 록 음악적 요소는 밴드 스스로 전형적 형식을 포기한 현대적 접근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대중적인 예시는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가 될 것이다.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서 ‘아레나 록’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면 그 출발점은 단순히 팝/록의 결합이나 퍼포먼스를 전제한다는 K-팝의 문법 때문만은 아니다. 전통적 인식에 따르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록 밴드는 완전히 정반대에서 출발하여, 같은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이들은 정교한 서사와 논리적으로 도출된 음악적 결론으로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누구를 향해서 하는지 알고 있다. 요컨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뮤직비디오에서 미국의 하드코어 펑크 밴드 블랙 플래그의 티셔츠를 입은 것을 블랙 플래그의 헨리 롤린스도 납득할 것이라는 얘기다.
나를 둘러싼 세상도, 나 자신도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새 앨범 ‘혼돈의 장: FREEZE’의 콘셉트 트레일러와 타이틀 곡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 모두 등장하는 영국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티셔츠가 단순한 패션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드라마 속 주인공, 제임스(알렉스 로더)와 앨리사(제시카 바든)는 뜻하지 않은 여행에서 인생을 바꾸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발견하는 사건을 겪는다. 둘만의 도피가 끝에 이르고, 원래 속해 있던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제임스는 만 18세가 된다. 하지만 그가 정말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시 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의 후렴구에서 외치는 ‘love sick / loser’는 사실상 동어반복이자 이 노래가 전하고자 하는 것의 쐐기다.
이 시기의 젊음이 음악으로 등장했던 시대가 있다. 이는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가 1990년대 얼터너티브 또는 2000년대 이모(Emo) 사운드를 반영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결과인 이유다. 2021년 지금, 장르로서의 얼터너티브/이모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질문은 전통적인 형태의 밴드에 던질 때 유효하다. 현실 세계에서는 랩을 하던 머신 건 캘리가, 틱토커 릴 허디가 젊음과 기타 록의 연결 고리를 상징한다.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뮤직비디오 전반 안무 씬의 배경에 깔린 스피커, 후반에 착용한 의상들의 그런지 록 레퍼런스 등 시각적 이미지는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개별적인 음악 장르 이전에 장르가 표현하고자 했던 그 시절 어떤 시기에 있던 10대들이 자신의 정서를 나타내던 방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지금 소년과 어른 사이에 있는 한 세대의 무언가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혼돈의 장: FREEZE’의 첫 곡과 타이틀 트랙이 서사와 콘셉트를 제시한다면, ‘Magic’ 이후의 트랙은 이 팀의 이전 앨범들과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의 시각적 이미지에서도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콘셉트 트레일러와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뮤직비디오가 하나의 줄기를 이룬다면, 콘셉트 포토와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무대가 다른 줄기를 이룬다. 그래서 앨범의 상당 부분은 무국적성을 띠면서 그럼에도 선명한 소년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 두 개의 다른 줄기, 다른 성장 시기를 설득해내는 것은 결국 완성도다. 이를테면 ‘Frost’에서 자신의 내면적인 혼란을 고백하는 가사는 파트마다 록과 힙합을 오가면서 멤버들이 평소와 다른 위악적인 목소리를 통해, 낯설게 느껴지는 멜로디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소년의 내면적인 혼란은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서 세상 바깥에 지르는 외침으로 이어지면서 앨범의 정서를 하나로 묶는다. 좋은 곡이 모이는 게 중요한 이유다. ‘혼돈의 장: FREEZE’처럼 어느 한순간 업계의 역량이 집중되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면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의 록 음악적 요소는 밴드 스스로 전형적 형식을 포기한 현대적 접근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대중적인 예시는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가 될 것이다.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서 ‘아레나 록’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면 그 출발점은 단순히 팝/록의 결합이나 퍼포먼스를 전제한다는 K-팝의 문법 때문만은 아니다. 전통적 인식에 따르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록 밴드는 완전히 정반대에서 출발하여, 같은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이들은 정교한 서사와 논리적으로 도출된 음악적 결론으로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누구를 향해서 하는지 알고 있다. 요컨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뮤직비디오에서 미국의 하드코어 펑크 밴드 블랙 플래그의 티셔츠를 입은 것을 블랙 플래그의 헨리 롤린스도 납득할 것이라는 얘기다.
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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