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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후령
디자인MHTL
사진 출처JCONIC

교차로와 역 플랫폼, 건물 로비와 도로 한가운데. aoen의 새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 곡 ‘INSTANT CRUSH’의 뮤직비디오는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에 놓인 멤버들을 비춘다.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공간이지만 멤버들을 제외한 배경 속 인물들은 시간이 멈춘 듯 정지해 있다. 그렇게 멈춰 있던 세계는 “순식간에 반했어”라는 멤버 소타(SOTA)의 한마디를 계기로 다시 흘러간다. “저기 교차로 파란 불로 바뀌는 1sec”만큼의 찰나일지라도, 나의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세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된다. ‘INSTANT CRUSH’에서 aoen은 이렇게 노래한다. “그 찰나에 세상의 규칙이 바뀌기도 하잖아”.

소년들을 둘러싼 세계는 그대로지만, 변한 것은 사랑에 빠진 소년들이다. 전작의 타이틀 곡 ‘Seishun Incredibles’의 뮤직비디오는 학교를 배경으로 첫사랑에 빠진 소년과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어서 공개된 같은 앨범의 수록 곡 ‘MXMM’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소년들이 짝사랑 상대인 소녀를 바라보는 연출이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반면, ‘INSTANT CRUSH’의 뮤직비디오는 상대나 상황에 대한 묘사보다는 멤버들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연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멤버별 클로즈업 샷에서는 일순간 밀려드는 푸른 감정을 담아내며 소년들의 요동치는 내면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뮤직비디오 후반부 멤버 레오(REO)가 “순식간에 반했어”라고 말하기 직전, 배경음이 사라지고 정적 속에서 사랑에 빠진 멤버들의 표정을 차례로 포착하는 장면은 앨범의 방향성을 응축해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감정도 이 충동도 어른들은 모를 거야”라는 호기로운 가사처럼, ‘INSTANT CRUSH’는 그저 이 순간 그들이 느끼는 “감정” 자체에 주목한다.

“사랑의 정의나 이론, 그딴 건 모르겠고 / 직감이야 말로 나만의 Answer”. 1초면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하거나, 자신의 직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INSTANT CRUSH’의 태도는 치기 어린 무모함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요동치는 감정에 마음껏 흔들릴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청춘에게 허락된 특권일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줘”, “어떤 빛도 그림자도 숨기지 마”라는 수록 곡 ‘Offline’의 가사는 그들의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Offline’은 드라마틱한 음악적 구성을 통해 이러한 청춘의 널뛰는 감정을 음악적으로도 구현한다. 예컨대 브리지 파트의 재지한 보컬이나 1절 코러스에서 “그저 나 자신을 느껴”라고 노래할 때 얹힌 가성 애드리브는 곡 전반의 다이내믹을 더하는 요소다. 곡의 후반 이른바 ‘떼창’을 유도하는 구간에서는 “내 자신을 느껴”라는 가사를 반복하며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한다.

‘Offline’이 꽉찬 사운드로 요동치는 감정을 표출한다면, 이어지는 트랙은 사랑에 빠진 소년의 내면을 날것의 언어로 여과 없이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수록 곡 ‘Crashing out , I love you…’는 들뜬 마음을 표현하는 듯 경쾌한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비트를 기반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그 가사에서는 이면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너를 사랑해 그렇지만 너가 정말 싫어 / 아니 사랑해 보고 싶어, 하지만 도망치고 싶어”라며 모순적인 마음을 병치하거나, “답을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 않아”라고 혼란 앞에 주저하기도 한다. 하지만 aoen은 “통제가 안 되는” 감정의 파장에 개의치 않는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팬 송인 ‘BLUE DIARY’에 이르러 그들은 “말보다 먼저 넘쳐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우리가 아직 모르는 풍경”을 좇겠다고 맹세하며, 청춘의 사랑에 동반하는 미숙함과 불안마저도 끌어안는다.

“사방이 회색빛이던 시절, 나는 무표정이었다. 그저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구름 사이로 틈이 보였다. 네가 나타난 이후로.” ‘INSTANT CRUSH’의 뮤직비디오는 이와 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됐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의 순간에 aoen은 외부의 상황이나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기를 선택했다. ‘INSTANT CRUSH’를 거치며 aoen이 노래하는 “푸른 감정”은 젊은 날의 치기나 미숙함에 머물지 않고, 두려움 없이 부딪히는 청춘의 에너지로 치환될 수 있다. 투명하게 나를 마주하는 용기. 이것이 aoen이 정의하는 지금의 청춘의 방식일 것이다.

‘INSTANT CRUSH’의 뮤직비디오는 적막한 밤, 교차로 중앙에 선 소타의 모습을 비추며 끝이 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라는 가장 선명한 이정표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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