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김효연 | 이건 가짜의 삶’ (‘효연의 레벨업 Hyo’s Level Up’ 유튜브)
김리은: 언젠가부터 ‘가짜의 삶’이라는 말은 SNS나 사회생활에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며낸 모습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표현이 됐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가짜 김효연 | 이건 가짜의 삶’(이하 ‘가짜 김효연’) 속 효연 역시 ‘가짜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소녀시대의 새로운 유닛 ‘효리수(효연, 유리, 수영)’의 메인 보컬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눈을 뒤집으며 ‘Golden’의 고음을 힘겹게 소화하고, 퍼스널 컬러 검사를 받으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스스로를 쿨톤이라 확신한다. 어릴수록 어울리는 양갈래 높이가 달라진다는 아이린의 말에 지지 않기 위해 양갈래 머리를 정수리 가까이까지 올려 묶기도 한다. 그러나 효연이 연기하는 ‘가짜의 삶’에는 뚜렷한 ‘추구미’는 있을지라도 욕망을 에둘러 포장하는 허세는 없다. 그는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망가지는 모습도 불사한다. 그 지점에서 ‘가짜 김효연’은 ‘가짜의 삶’에 대한 패러디이자, 오히려 그와는 거리가 먼 효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가짜 김효연’은 출연자 모두에게 평소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엉뚱한 행동을 요구한다. 뮤지는 보컬 수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효연이 자신의 SNS를 팔로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서운함을 무려 6분 동안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효연의 대기실로 찾아온 후배 아티스트들은 하나같이 자칭 ‘2.5세대’ 아이돌인 효연에 대한 배려를 자처하며 직접 구운 CD와 카세트테이프로 제작한 신보를 선물한다. 대기실을 소란하게 만들던 후배들이 떠나고 나면, 카메라는 항상 잔뜩 지쳐버린 효연의 모습을 비춘다. 이 모든 상황이 ‘가짜’라는 전제에 놓여 있기에 연기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웃음을 참기 바쁘다. 그렇게 ‘가짜 김효연’은 ‘가짜의 삶’이라는 수식과는 달리, 모두가 더 나아 보이려는 욕망을 잠시 내려놓는 기이한 세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세대에서 가장 성공한 걸그룹, 바로 ‘그’ 소녀시대의 효연이 있다. 이미 많은 것을 성취하고 경험한 아티스트는 무엇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을까? ‘가짜 김효연’은 이 질문에 대한, 2026년의 가장 직접적인 대답이다.

‘A & E’ - 박효신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의 의미를 묻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질문이다. 삶이란 덧없는 것과 같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의미를 부여하면 그만이다. 예술에도 이러한 논리를 적용한다면, 박효신이 음악이라는 예술에 부여한 역할은 세상을 쓰다듬는 일일 것이다. 노래가 울려 퍼지는 순간 세상의 질곡에 소리가 반사되고, 자연스레 이 세계의 질감에 대해 가늠한다. 일방적으로 특정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박효신의 음악이 쓰다듬는 세계는 자기 자신, 내면의 세계도 포함이다. 노랫소리가 내면의 벽을 스치고 쓰다듬으면서 마음의 질감을 아는 것. 박효신은 음악으로 자신을 치유한다. 30년 가까이 음악을 해온 그에게 음악은 더 이상 직업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세상과 공명하게 하는 것, 나를 알게 하는 것, 내 상태를 잘 표현하는 또 다른 모국어 같은 것.
새 EP ‘A & E’의 핵심 메시지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다. ‘누군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잔혹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누군가의 사랑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일로 건너갈 힘을 얻는 것. 이러한 마음의 결을 표현하듯 앨범에서 구사하는 사운드들은 결이 가는 실들이 올올이 모여 하나의 천을 이룬 듯 섬세히 쌓여 있다. 가스펠 형식을 차용한 구성으로 음을 쌓고, 점차 악기 사운드를 올려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마무리하며 광대한 우주를 연상시키는 ‘Stellar Night’, 인간의 목소리마저 악기 역할을 하며 웅장함을 그리는 ‘AE’, 피아노를 중추로 삼으면서 현악 편곡으로 소리의 공간을 점차 확장하는 ‘Any Love’가 대표적이다.
앨범을 이루는 7곡 어느 곡을 틀어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동일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다정함으로 반짝일 것. 박효신은 영원히 부식되지 않을 마음을 부른다.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 마리 보스트윅
김복숭(작가): 독서에는 어딘가 아날로그적이고 복고적인 느낌이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독서 모임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선택지다. 돌아보는 과거와 내다보는 미래. 그사이에서 함께 읽기 좋은 책,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을 소개한다.
책은 (1960년대 미국 교외를 배경으로 한 만큼) 어딘가 아련한 향수와, 해 뜨기 전의 어둑어둑한 공기를 머금은 채 시작된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주인공 마거릿은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를 떨쳐내지 못한다. 사회의 통념에 눌려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예비 작가이기도 한 그는, 새로 이사 온 이웃이자 어딘가 매력적인 샬럿과 가까워지기 위한 핑계로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된다. 마거릿의 남편이 건네는 잡지 ‘우먼스 플레이스’(여성의 자리)와,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는 실존 도서 ‘여성성의 신화’. 이 대비만으로도 이 소설이 어디를 향하는지 우리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여성들 사이의 우정과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 그리고 사회적 기대에 맞서는 과정을 따라간다. 직장, 은행 계좌, 심지어 약조차 마음대로 얻기 어려웠던 20세기 중반 미국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군분투, 그리고 실존 도서와 유명 인물에 대한 언급들까지. 마리 보스트윅의 이 역사 소설은 읽는 내내 답답함을 선명히 드러내면서도 끝내 시야를 넓혀주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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