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의 이야기에는 끊임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섞인다. 세븐틴 멤버들과 함께 만든 음악, 멤버들과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영상, 그가 했던 고민들을 거치고 있는 캐럿들을 위로하는 생각들. 마치 나이테처럼 한 가닥씩 쌓인 원우의 세계는 그렇게 온기를 품은 채 넓어지고 있다.

이번 컴백 앨범 ‘Your Choice’ 전에 민규 씨와의 듀엣 곡 ‘Bittersweet (Feat. 이하이)’를 공개했어요. 민규 씨, 원우 씨 두 분 모두 영상 제작에 관심이 많은데, 마침 뮤직비디오도 김종관 영화감독님이 연출을 맡았어요. 

원우: 정말 좋았어요. ‘Bittersweet’는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는 방향으로 만든 곡이에요. 그런데 마지막에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보니까 편집된 장면들이 많았어요. 그 장면들이 남아 있었다면 한 결말로만 예상하게 됐을 텐데, 감독님이 무궁무진하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셔서 저희 곡의 메시지와 잘 맞았어요.(웃음) 감독님과 미팅한 다음 감독님이 연출하신 ‘조제’, ‘페르소나’의 ‘밤을 걷다’도 찾아서 봤는데 필름의 느낌이나 메시지 모두 정말 좋더라고요. 쉽게 예상되는 스토리를 선호하지 않는데, 두 작품 모두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이 많은 작품들이라 좋았어요.

‘Bittersweet’는 지금까지 세븐틴으로서 원우 씨가 보여줬던 모습에 비해 훨씬 성숙한 사랑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요.

원우: 세븐틴이 워낙 데뷔 초의 청량한 곡이 가진 이미지가 강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드린 모습이 많다 보니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평소에 워낙 해맑지만 속으로는 정말 다 성숙해요. 그런 모습들은 많이 가려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의 이미지를 깨보고 싶었어요.

음악적으로는 보사노바고, 힙합 팀인 원우 씨와 민규 씨 모두 노래에만 집중했다는 점도 새로워요.

원우: 처음부터 보사노바로 정한 건 아니었어요. 저와 민규, 범주 형 셋이 모여서 음악을 만들 때 “형, 피아노로 이렇게 쳐줄래?” 이렇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음악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보사노바가 되더라고요.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작업하면서 알게 된 독특한 경험이었어요.(웃음) 랩도 처음에는 넣으려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흔한 구성의 노래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일단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쭉 만들어보니 보컬로만 구성된 노래가 완성됐어요.

이번 컴백 앨범 ‘Your Choice’에서도 보컬 비중이 높았어요. 타이틀 곡 ‘Ready to love’에서 원우 씨가 초반에 부르는 파트가 곡의 감정선을 잘 잡아준다고 느꼈어요.

원우: 그렇게 느껴지셨다면 의도가 잘 전달된 거니까 기분이 좋아요.(웃음) 그 부분의 가사가 ‘널 만나 내 마음이 계속 더 자라서’인데, 가사가 ‘Bittersweet’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노래를 한다기보다는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녹음을 했어요. 평소의 제 목소리가 굵은 느낌이라 랩할 때는 그 목소리가 잘 활용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노래할 때는 호흡을 일부러 많이 섞어요. 제가 그냥 노래하면 진짜 록이 되어버리더라고요.(웃음) 세븐틴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 보컬이라 연구가 많이 필요해서, 다른 보컬들과 분위기를 맞추는 방법을 계속 생각해요. 

힙합 팀의 수록곡 ‘GAM3 BO1’를 작업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원우: 브리지 파트를 들어보시면 기계음처럼 나오는 내레이션이 있어요.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쭉 나오다가 스트레칭 권유 메시지가 나오거든요. ‘여러분, 게임을 오래 하면 머리가 아프니까 스트레칭을 한 번 하고 바깥을 바라보고~’ 이런 내용이에요. 그게 범주 형이 브리지에 내레이션을 넣고 싶다고 하면서 제가 앉자마자 “야, 아무거나 얘기해봐.” 이러고 녹음을 딱 튼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애드리브로 막 이야기한 게 들어갔는데 곡과 잘 맞게 되어서 재밌더라고요.(웃음)

‘GAM3 BO1’는 게임 공간 속에서 상대를 만나는 가사인데, 평소에 게임을 좋아하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많이 본다고 알고 있어요.

원우: 원래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특히 RPG 게임은 다른 세계에서 생활을 해볼 수 있는 느낌이라서 재밌어요. 처음에는 ‘게임 캐릭터들의 이름을 가사에 넣어볼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웃음) 그런데 그 캐릭터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게임을 하면서 겪는 사소한 표현들을 많이 넣으려 했어요. 훅 같은 경우에는 저, 버논, 범주 형 세 명이서 머리를 싸맸어요.(웃음) 후렴 파트는 멜로디가 정해져 있으니까 통통 튀는 느낌을 줘야 했거든요. 혼자 할 때보다 셋이서 같이 만들면서 통통 튀고 재밌는 가사가 나왔어요.

시각적인 상상을 좋아해서 영상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된 걸 수도 있겠어요.

원우: 맞아요. 저는 책을 읽을 때도 장면들을 다 상상하면서 보거든요. 요즘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소설에 꿈 백화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제 머릿속에는 막 꿈 백화점이 그려져 있는 거예요. 그 속에서 쇼핑하는 상상을 하면서 읽어요. 소설이 아니더라도 다른 책도, 예를 들면 아인슈타인이 무슨 말을 했다는 문장을 보면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고.(웃음) 그래서 영상도 재밌게 빨리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얼마 전 원우 씨가 비디오그래퍼로서 참여한 매거진 ‘GOING’ 비하인드 필름이 공개됐어요.

원우: 처음에는 편집 전에 음악부터 골랐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보니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우러지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찍어놓은 영상 소스들을 일일이 보면서 거기에 맞는 음악을 찾고 맞추면서 작업을 다시 했어요. 멤버별로 현장에서 사용했던 조명 색상이나 분위기가 다르다 보니 각각의 분위기들에 맞춰서 음악을 골랐어요. 저작권 문제 때문에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들을 사용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저작권이 없는 음원을 제공하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음악을 고르는 데에만 하루를 썼어요.(웃음) 그런데 다 만들어놓고 보니 음악이나 영상 모두 결국에는 제가 많이 보고 들었던 장르와 취향이 반영됐더라고요.

이전에 제작한 ‘Holiday’ 영상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레트로풍인데, 평소 취향이 반영된 결과일까요? 

원우: 사실 기술적인 영상들을 많이 보면서 자랐고 꼭 레트로를 선호하진 않아요. 다만 패션 필름은 보통 레트로한 분위기를 많이 내다 보니 매거진 ‘GOING’ 비하인드 영상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게 됐어요. ‘Holiday’는 아예 레트로 콘셉트로 제작했어요. 그땐 멤버들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은 목적이 가장 컸어요. 미국에서 스케줄을 하고 휴가가 딱 이틀 있는 상태였는데, 시간을 빼서 촬영을 해달라고 하는 게 너무 미안하고 민망하더라고요. 저도 같은 플레이어니까 그 휴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잖아요. 그래서 제 개인 카메라 7개 정도를 다 나눠주고 놀면서 찍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렇다 보니 카메라마다 영상 질감이 다 달라서 기술적인 연출을 하기는 어려웠고, 레트로한 틀 내에서 현장 필름 같은 느낌으로 연출하고 중간중간 흑백 화면을 넣었어요. 그렇게 하면 카메라 기종들이 달라도 세련된 연출이 되긴 하더라고요. 

멤버들과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거네요.

원우: 세븐틴 멤버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잖아요. 그런데 문득 ‘이런 순간들이 막상 지나고 나면 생각보다 길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내 기억력으로 이 순간들을 다 기억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처음에는 브이로그 제작을 공부했어요. 평소에 영상 보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추억을 담는 데에는 브이로그가 가장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브이로그보다 조금 더 시네마틱한 영상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쪽으로 계속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사실 영상은 매체고 본질은 추억 만들기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음악도, 작사도, 글쓰기도 그렇고요. 전부 제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그림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죠? 이전에 ‘바자 코리아’에서 카미유 피사로의 ‘에라니의 일몰’, 르누아르의 ‘망트농 교외’ 같은 인상주의 그림 제목들을 메모한 내용을 공개했어요.

원우: 시간을 내서 전시회에 자주 가려는 편이에요. 전시회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거든요. 사진, 영상, 그림,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면 그 속에서 상상이 펼쳐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 그림들이 있던 전시회는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갔어요. 작가나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는데, 그 두 그림이 마치 제 눈에는 움직이는 것처럼 상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메모하게 됐어요. 원래 좋아하는 작품이나 클래식이나 재즈처럼 생소한 장르들은 듣고 꽂히면 바로 적어놓는 습관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위버스에 ‘영화 속 정말 슬피 우는 장면을 본 뒤’라는 이름으로 분노와 슬픔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어요.

원우: 아, 좀 창피한데요.(웃음) 그때 갑자기 딱 생각이 나서 썼었거든요.

(웃음) 평소에는 멤버들이 ‘고잉 세븐틴’에서 ‘원울리기’ 콘텐츠를 만들자고 할 정도로 이성적인 편인데, 좋아하는 작품을 통해서는 감성적으로 변하는 편인가봐요.

원우: 맞아요. 원래 이성적인 편이었는데 음악을 하면서 감성적으로 변했어요. 감성적인 일을 하는 사람 중에서는 생각이나 판단이 이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즐기거나 슬픈 영화를 보면서 울기도 해요. 하이브리드형인 것 같아요.(웃음)

감성적인 면과 이성적인 면이 공존한다는 게 신기해요.(웃음)

원우: 저희 세븐틴에 감성적인 친구들이 많으니까 딱 밸런스가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성격이 항상 변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그저 정말 조용한 사람이고, 누구와 처음 만나면 인사도 잘 못하고 그랬는데, 나중에 겪어보니까 또 낯선 상황에서도 이야기도 잘하게 되고 그러니까 저조차도 저를 종잡을 수 없더라고요.(웃음)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것 같은데, 지금은 감성이 많이 발달돼서 음악을 하기에 딱 좋다고 생각해요. 

평소 위버스에서 캐럿들에게 섬세한 댓글을 자주 달아주기도 해요.

원우: 예전엔 자존감이 낮았어요. 그런데 멤버들과 함께 지내면, 멤버들이 제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계속 각인시켜줘요. 그리고 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멤버들, 가족들, 캐럿들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기애가 생기고 자존감이 많이 강해졌어요.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캐럿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런 글들이 보일 때마다 답변을 달았어요. 캐럿분들도 제가 갈 때마다 그런 고민들을 많이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고요.(웃음)

얼마 전 세븐틴 데뷔 6주년을 기념하면서 “6개의 고개를 지나가며 내 다음 고개에는 어떠한 풍경과 사람이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원우: 처음부터 음악을 저희 스스로 만들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100% 제 생각으로, 주체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저희 스케줄을 보시면 정말 깜짝 놀라실 거예요. 하루 종일 미팅이고, 일주일에 미팅이 10~15개는 있어요. 의상, 홍보, SNS 모든 분야에 대해서 멤버들이 의견을 내요. 이번 타이틀 곡 안무도 다들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서 반복적으로 수정했고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인데, 저희 멤버들이 욕심이 많아요.(웃음) 그렇게 많은 미팅과 연습을 거쳐서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면 정말 즐거워요.

앞으로는 어떤 들판이 캐럿들과 세븐틴의 앞에 펼쳐지기를 바라나요?

원우: 지난 6년간은 비료로 땅을 만든 과정이고, 씨앗까지 심어놨으니 이제 잘 자랄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지금까지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이번 앨범에 지금까지 저희 세븐틴의 시간들이 전부 음악에 녹아들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전까지의 시간은 다 준비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도, 빛도 지금 딱 받기 시작한 것 같고. 이제 꽃 피울 일만 남지 않았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