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현지 시간 4월 10일 오후 8시, 어둠이 내린 인디오 엠파이어 폴로 클럽. 공연 시작 전부터 KATSEYE가 오른 사하라 스테이지 앞은 이미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오후 8시가 가까워질수록 무대를 에워싸며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암전된 무대 위 스크린에 KATSEYE의 로고가 떠오른 순간 일제히 시선이 모였고, 이어서 인트로 비디오가 시작되자 관객석 전체로 환호성이 번졌다. 거센 모래바람을 뚫고 등장한 KATSEYE가 사막의 밤을 여는 순간이었다. 라라는 그 당시 느낀 감정을 되짚으며 말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도 동시에 묘한 평온함이 느껴졌어요. 저 자신에게 계속 되뇌었어요. 지금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여기 서 있는 게 당연하다고요.” 지난 4월 10일과 17일, 2주에 걸쳐 이어진 KATSEYE의 첫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무대는 그렇게 시작됐다.

KATSEYE는 코첼라 공연의 첫 순서로 ‘PINKY UP’ 퍼포먼스를 최초 공개했다. 다수의 관중들은 (현지 시간 기준) 바로 전날 발매된 ‘PINKY UP’에 너나없이 빠져들어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HxG 인정현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SVP, Head of Creative Production)는 ‘PINKY UP’을 첫 곡으로 배치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PINKY UP’은 페스티벌 환경에서 코어 팬덤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어필하기 좋은 사운드를 지녔다고 생각해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공연 도입부에서 KATSEYE의 기세를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다수의 관객들은 비트에 맞춰 “up”을 연호하거나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하며 열띤 호응을 보냈다. 이에 대해 소피아는 “저희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PINKY UP’을 코첼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되어 정말 설렜어요. 공연 시작부터 자리를 지켜준 EYEKONS가 신곡 무대를 무척 기다려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인정현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KATSEYE라서 가능한 퍼포먼스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증명한 순간”이었다고 이날의 무대를 회상하기도 했다.
공연 시작 20분 전 사하라 스테이지 앞에서 만난 EYEKONS 제이키(Jakey)와 마티(Marty) 역시 가장 기대되는 퍼포먼스야말로 단연 ‘PINKY UP’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이키는 “KATSEYE가 코첼라 라인업에 올랐을 때부터 이곳 사하라 스테이지에서 공연하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하라 스테이지는 LED 스크린과 화려한 조명 세트를 갖춘 거대한 텐트형 무대이자 코첼라의 대표적인 댄스 플로어로 손꼽힌다. 이러한 공간의 특성은 공연 구성에도 반영됐다. 도입부에서 ‘PINKY UP’과 ‘Debut’를 연이어 배치한 흐름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춤추고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인정현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에 따르면, 3D 비주얼로 구현한 스크린 연출은 “사하라 스테이지의 크고 가로로 긴 형태의 LED 스크린이 주는 압도감”을 고려한 결과다. 그 과정에서 “전형적인 팝 콘서트의 에스테틱과 차별화되는, KATSEYE답고 유니크한 비주얼”을 위해 끊임없는 수정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영국의 디자인 전문 매체 ‘월페이퍼’는 이러한 스크린 연출이 빌딩 세트와 어우러지며 도심 옥상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듯한 공간감을 구현함으로써 관객들을 “KATSEYE City”로 이끌었다고 평했다. 이와 같이 사하라 스테이지의 구조와 스케일을 반영한 연출은 KATSEYE의 코첼라 공연에 최적화된 시각적 스펙터클을 완성했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음악을 온몸으로 같이 즐기며 응원해주신 수많은 관객분들의 에너지가 너무나도 인상 깊었습니다.” HxG 손성득 총괄 크리에이터(Executive Creator)가 전한 소감처럼, 현장에서는 관객들이 무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특히 주요 안무 포인트가 널리 알려진 ‘Touch’와 ‘Gameboy’, ‘Internet Girl’ 같은 곡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코러스 안무를 따라 추며 무대를 즐겼다. 틱톡 영상을 촬영하거나 일행에게 안무를 알려주는 사람들 역시 여럿 보였고, ‘Gabriela’에서는 옆 관객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그루브를 타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능동적인 관람 문화에 대해 인정현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작년 투어에서도 관객들이 스스로 콘텐츠와 비주얼을 제작해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히며, “이것이 KATSEYE의 콘텐츠가 더 멀리 뻗어가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손성득 총괄 크리에이터가 “페스티벌에서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과 안무를 앨범 준비 단계부터 고려”하는 이유일 것이다. 다니엘라는 “관객분들이 보내주신 강렬한 에너지가 공연 마지막까지 자신들을 밀어붙이는 동력”이 되었다며 코첼라 특유의 뜨거운 현장 반응을 강조하기도 했다.
“KATSEYE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팀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주면서도, 무대 위에서 관객분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자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는 손성득 총괄 크리에이터가 코첼라 공연의 지향점을 “특정한 디렉션을 주기보다는 멤버들이 지닌 쿨하고 자유분방한 본연의 모습을 현장 분위기에 맞게 보여주길 원했다.”고 설명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멤버들이 ‘Mean Girls’에서 무대 곳곳을 유연하게 오가거나, 곡의 말미에서 루프톱 파티의 한 순간과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은 이러한 방향성을 염두에 둔 결과다. 소피아는 ‘My Way’에서 “그동안 팬분들께 보여드리지 않았던 화음을 새롭게 선보였다.”고 설명하며, 비교적 잔잔한 분위기의 곡에서도 관객의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실제로 ‘My Way’ 무대 당시 관객들은 핸드폰 플래시를 밝히고 코러스 부분을 떼창하며 무대의 감동을 더하기도 했다. 손성득 총괄 크리에이터는 해당 무대에서 “진정성 있는 보컬을 강조하기 위해 스탠드 마이크를 사용”한 것 역시 멤버들의 아이디어였다고 첨언했다. 그는 “하나의 쇼처럼 에너지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세트와 동선을 이용한 다이내믹을 설계”했다고 밝히며, “무대를 ‘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관객 경험을 만들고자 한 이번 공연의 의도를 강조했다.

공연 후반부에 이어진 ‘M.I.A’와 ‘Gnarly’ 무대는 45분 공연 내내 응축된 열기가 폭발한 순간이었다. 멤버들은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무대 곳곳을 누볐고, 관객들은 챈트를 떼창하며 귀가 울릴 정도의 함성으로 호응했다. 그야말로 공연장의 에너지가 정점을 찍은 순간, 멤버들은 헤드뱅잉을 하고, 무대 위를 구르면서, 바운스를 내기 위해 온몸을 차례로 튕겨야 하는 ‘Gnarly’의 댄스 브레이크를 유감없이 소화하며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KATSEYE의 공연이 끝난 직후 만난 닥터 닷(Doctor Dot)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Gnarly’의 댄스 브레이크를 꼽았다. 스스로를 K-팝의 오랜 팬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날 공연에서 KATSEYE의 “보컬과 퍼포먼스, 비주얼, 무대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감탄했다. 그의 반응은 KATSEYE의 퍼포먼스가 전통적인 K-팝 팬덤의 기대치를 충족할 만큼 K-팝 군무 특유의 시각적 쾌감을 선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들은 무대 위에서 팝스타다운 아우라와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특정 아티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무대를 즐기러 온 코첼라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두 면모의 공존은 KATSEYE가 글로벌 팝과 K-팝 씬의 경계 위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구축한 이들만의 고유한 영역일 것이다.
손성득 총괄 크리에이터는 “장르의 경계가 없고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코첼라 무대의 상징성을 짚었다. “아티스트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페스티벌이기에, KATSEYE가 지향하는 바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에서 KATSEYE가 1주 차 공연에서 HUNTR/X와 함께 선보인 ‘Golden’ 무대는 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하는 문화적 위치를 각인시킨 무대였다. ‘뉴욕타임스’가 깜짝 게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코첼라의 새로운 정체성이 되었다고 분석한 것처럼, KATSEYE와 HUNTR/X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모멘텀으로 기록될 만한 순간이었다. 인정현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HUNTR/X 팀과의 첫 미팅에서 이 컬래버레이션이 팝 시장에서의 문화적인 모멘트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두 팀은 “K-팝의 영향을 받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고,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 최고의 앤섬이라 할 수 있는 ‘Golden’을 KATSEYE의 첫 코첼라 무대에서 선보이게 됐다. 그는 “많은 매체들이 이 컬래버레이션을 앞다투어 조명했고, ‘두 그룹이 함께 혼문을 닫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며 뿌듯함을 표하기도 했다. 윤채는 ‘Golden’ 무대 이후 느낀 여운을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다정하고 친절한 HUNTR/X 멤버들 덕분에 즐겁게 준비했고, 결과적으로 더 멋진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특히 한국어 도입부 가사를 부른 순간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제 문화의 일부를 나눌 수 있었기에 제게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아티스트는 결국 무대로 증명하는 것”이라는 인정현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의 표현처럼, KATSEYE의 코첼라 무대는 공연 직후 화제성으로 이어졌다. ‘가디언’지는 코첼라 베테랑 관객들의 말을 빌려, KATSEYE의 공연 당시 사하라 스테이지가 위치한 공연 부지 남동쪽 구역의 인파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보도했다. ‘포스트-코첼라(post-Coachella)’의 파급력을 다룬 ‘빌보드’ 기사에서는 현장 인파와 화제성 면에서 KATSEYE의 무대를 같은 날 헤드라이너였던 사브리나 카펜터의 공연에 비견할 정도였다. 공연 직후 4일간 74% 급증해 2,160만 회를 기록한 스트리밍 수치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 결과, ‘PINKY UP’은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28위와 영국 ‘오피셜 싱글 톱 100’ 차트 14위에 오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5월 14일 기준 ‘PINKY UP’은 두 차트 모두 4주 연속 진입에 성공했고, 2024년 7월 발매된 ‘Touch’까지 3주 연속으로 ‘오피셜 싱글 톱 100’에 진입하며 역주행하고 있다. 코첼라 유튜브 공식 계정에서도 KATSEYE의 ‘PINKY UP’은 2026년 무대 영상 중 메인 헤드라이너인 저스틴 비버와 사브리나 카펜터 바로 다음으로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특히 코첼라에 대해 “큰 이정표이면서도, 동시에 새 출발점”이라고 정의한 메간의 말은 정량적인 성과를 넘어, KATSEYE가 코첼라를 통해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보여준다. “코첼라 무대는 저희에게 새로운 차원의 자신감을 안겨줬어요. 스스로와 팀을 더욱 믿게 되었고, 서로를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죠. KATSEYE에게 이번 무대는 성장과 동시에 확신을 얻는 계기로 남았습니다. 더 큰 무대로 나아가고 있고, 우리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닿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코첼라 무대에 서는 수많은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KATSEYE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닥터 닷은 “다양성(Diversity)”이라고 답하며, ‘Golden’의 가사를 빌려 KATSEYE가 앞으로도 “goin’ up, up, up”하기를 바란다는 응원을 보냈다. 마티와 제이키 역시 KATSEYE가 전 세계 팬들과 연대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티는 “KATSEYE는 어린 팬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존재”라 표현했고, 제이키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멤버들이 하나의 팀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멋지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LGBTQ 커뮤니티의 든든한 지지자(big allies)”라는 점을 함께 짚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KATSEYE가 공연을 펼친 45분 내내 일부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면서 무지개색 프라이드 플래그(Pride Flag)를 흔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시대 음악과 문화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페스티벌인 코첼라는 두 살 때부터 다니엘라에게 꿈의 무대였고, 그 무대에 선 KATSEYE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품을 것이다. 그리고 코첼라가 그들에게 남긴 영감은 라라가 공연 도중 전한 이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Anything is possible, all we want to do is inspire — we love you.”
- KATSEYE ON THE ROAD2026.04.17
- KATSEYE가 ‘롤라팔루자’와 ‘섬머소닉’을 준비하는 법2025.09.09
- ‘Gabriela’, K-팝과 라틴 팝의 새로운 교차점2025.07.29
- KATSEYE가 정의하는 새로운 ‘K-’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