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겸은 촬영장에서 진지하게 포즈를 취하다가도 틈만 생기면 환한 웃음을 짓고, 호시의 열정적인 랩을 옆에서 끄덕이며 들어주고, 분위기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인터뷰 내내 “누군가의 힘이 되고 싶다.”던 그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들이었다.
위버스에 최근 반려‘돌’인 ‘도돌이’ 사진을 올리기도 했어요.(웃음)
도겸: 다들 인상적이셨나 봐요. 걱정하시는 건가 싶기도 하고.(웃음) 저도 처음에 정한이 형이 조금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왜 저러나 했는데.(웃음) 직접 보니까 귀여워서 결국 돌이랑 같이 살게 됐습니다. 침대를 샀는데 아직 안 와서, 좋아하는 강아지 모형을 갖다 놨어요.
최근에는 위버스에 요리 사진을 올리기도 하셨는데, 평소에 요리하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도겸: 요즘은 스케줄이 많아져서 요리할 시간이 없긴 한데, 취미 겸 먹기 위해서 해요. 처음 요리를 해본 게 초등학교 4학년 때일 거예요. 된장찌개에 된장만 넣으면 되는 줄 알고, 물이랑 된장만 끓여서 물탕이었어요.(웃음) 그래도 그때부터 요리가 재밌다고 느꼈다가, 데뷔하고 나서 흥미가 생긴 것 같아요.
지난 생일 브이라이브를 보니, 도겸 씨가 끓여준 김치찌개를 버논 씨가 맛있게 드셨다면서요?
도겸: 버논이가 맛있게 먹어주기도 하고, 같이 있을 때 먹으면 좋잖아요. 그래서 제가 요리하면서 해주는 거죠.
멤버를 세심하게 잘 챙기시는 것 같아요.
도겸: 세심함이라니(웃음) 부끄럽네요. 일부러 하는 것도 아니고, 멤버들 콘텐츠가 나왔을 때 “많이 봐주세요.” 이런 건 당연히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좋아서 하는 행동이니까요.
세븐틴 데뷔 6주년을 기념해서 위버스에 올린 글도 캐럿을 좋아하는 마음에 나왔을까요? 자정에 맞춰서 올리셨더라고요.
도겸: ‘1등으로 해야지.’ 이런 마음은 아니었고, 그냥 12시가 되자마자 축하해주고 싶었어요. 저는 생일에도 ‘제일 먼저 해줘야지.’ 이런 건 아니지만, 딱 12시에 맞추면 좋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써놨다 바로 올렸죠.
1월 온라인 콘서트 ‘IN-COMPLETE’도 있었어요. 그때 캐럿들이 ‘우리, 다시’를 떼창으로 불러준 게 기억에 남았다고 하셨죠?
도겸: 제가 좀 둔한가 봐요. 예상을 못했어요. 너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들리는데, 앞에 계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더 벅차올랐고, 우리 캐럿분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죠. 온라인 공연이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으니,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무대를 했어요.
그래도 새 앨범을 통해서 또 캐럿들을 간접적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콘셉트 포토도 공개가 되었는데, 촬영은 어땠나요?
도겸: 사진이 정말 잘 나왔어요. 그런데 좀 차가운 느낌의 버전에서 물을 맞으며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옆에서 분사기로 계속 뿌리시는데, 와... 물이 엄청 떨어지고 웃겼어요. 잘 나올까 걱정도 하고 그랬죠. 나머지 버전들은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동시에 있었는데, 공개된 컷들은 따뜻한 부분이 더 돋보인 거 같아요.
콘셉트 포토처럼 앨범도 따뜻한 느낌과 차가운 느낌이 섞여 있는 듯해요. 주제로 보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그리고 있고요.
도겸: 어떻게 보면 저희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한 건 아닌데, ‘Your Choice’ 앨범처럼 사랑에 관한 다양한 방면을 디테일하게 보여드린 적이 없는 거 같아요. 타이틀 곡 ‘Ready to love’는 일단 세븐틴이 처음 시도해보는 곡과 안무의 느낌이었어요. ‘HOME;RUN’ 같은 곡은 에너지 넘치는 표현이었다면, 이번에는 절제되면서 성숙미가 있는 곡이었던 것 같아요. 노래와 잘 맞는 안무를 하려고 안무가 형과 멤버들이 많이 상의했고요.
노래 부르는 건 어땠나요?
도겸: ‘Ready to love’는 톤이나 박자 같은 면에서 좀 어려웠어요. 다양한 리듬의 곡들이 이전에도 많았지만, 이 노래에 맞춰 어떻게 녹음을 할지 고민과 수정을 많이 했어요. 인트로에서 슈아 형이 부른 뒤에 제가 부르는데, 좀 상반된 느낌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불렀어요. ‘Heaven’s Cloud’는 딱 들었을 때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잖아요. 들었을 때 어떻게 불러야 할지 상상이 되니,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어요. ‘Anyone’은 뭔가 묵직하면서도 팝 느낌이 강해 그걸 살려보려고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트랙 보컬 팀의 곡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은 도겸 씨의 애드리브로 시작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도겸: 보컬 팀은 멤버들이 다같이 단체 방에서 상의하면서, 저희가 안 해본 게 뭘까부터 시작했어요. 어떤 걸 해야 새롭고, 이전 노래들과 겹치지 않을까를 고민하다 예전 R&B 느낌의 곡을 해보자고 해서 진행을 하게 됐어요. 녹음하면서 타이틀 곡도 힘들었는데, 이 곡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예전 R&B 느낌을 내는 게 어렵더라고요. 모두들 이런 곡을 처음하는 거였고, 톤이나 노래적인 부분도 같이 맞춰야 하니까 신경을 썼어요. 승관이랑 같이 하는 애드리브 부분도 원래 멜로디 라인이 있었는데, 녹음하면서 계속 다시 해보고 수정했어요. 그래도 멤버들이 의견을 많이 내줘서 좋은 곡이 탄생한 것 같아 뿌듯해요.
보컬리스트라는 면에서 도겸 씨가 갖고 있는 요즘의 목표는 뭘까요?
도겸: 일단 저는 만족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만족할 때까지 하겠습니다.’보다는 그냥 제 자신을 믿어주고 싶어요. 옛날에는 무작정 잘하는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그보다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 의미를 살려서 좋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나요?
도겸: 데뷔 때부터 잘한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많이 들은 게 사실이에요. 저도 열심히 했고요. 그런데 만족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저는 그렇다고 생각을 안 했어요. 그래서 슬럼프도 오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있었고, ‘노래를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극복해 가면서, 무조건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잘한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음을 엄청나게 올리는 것보다 하나의 작은 울림으로도 힘을 줄 수 있다는, 소중함을 알려고 해요.
2년 전 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아더’ 역을 맡기도 했는데, 그 경험으로 도겸 씨가 변화한 점도 있나요?
도겸: 뮤지컬을 할 때 중후반부터 캐릭터에 엄청 젖어들었어요. 물론 멤버들에게 “무릎 꿇어라.” 이런 건 안 했지만.(웃음) 그러면서 세븐틴으로 사진이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표정이 다양해지기도 하고 안 보였던 모습이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화를 내거나 소리지르는 걸 잘 못하는데, 뮤지컬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코스모폴리탄’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도겸: 물론 화를 내긴 하지만(웃음) 막 소리치면서 내는 스타일은 아닌데, 소리 지르고 분노하는 대사가 많아 처음에 고생을 했죠. 그래도 대단한 배우분들과 함께하고 앙상블 배우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몰입을 잘할 수 있었어요.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안 되는 거고 무대와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거였죠.
그렇게 원래 성격과 다른 역할에 도전한 계기는 뭐였어요?
도겸: 일단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처음 연습 때에는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진짜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어요. 저는 팀으로 활동할 때는 너무나도 편한데, 혼자서 뭘 하려고 하면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이걸 깨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죠.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한번 이겨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 이겨냄의 순간이 ‘고잉 세븐틴’의 ‘천고마비’ 편에서 번지점프를 하실 때도 느껴졌어요. 그런 도전에 대한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도겸: 저도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진짜 그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편집은 짧게 나왔지만 멤버들이 30분을 기다리면서 “왜 안 뛰어?” 이럴 수도 있는 건데, “할 수 있어.” 이런 말을 계속했어요. ‘그래, 기다려주는 멤버들 생각해서라도 뛰어야지.’(웃음) 그냥 한 번 뛰면 되는 건데 왜 이걸 못할까 하는 생각도 엄청 들었어요. 겁이 많아서 진짜 무서웠는데, 멤버들이 응원을 해주니까 뛰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멤버들이 옆에 있어 이제는 뭘 할 때도 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되게 좋은 사람들이에요.
도겸 씨 역시 멤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시는 거 같아요. ‘석하다착’이라는 별명도 있잖아요.
도겸: 사실 부담이었어요.(웃음) 그 프레임에 갇히는 건가 하는 고민도 들었거든요. 일부러 착하게 하려는 건 아니고, 정말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마인드거든요. 그래서 멤버들이나 팬분들도 그렇게 말해주신 거겠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고, 일부러 하는 건 아니니까요. 감사하게 생각하면 되는 거고, 너무 갇히지는 않으려고 해요. 화도 내요 저.(웃음)
그래서 승관 씨, 정한 씨와 제주도 여행 가셨을 때 사건이 발생한 건지.(웃음)
도겸: 상황이 좋아지면 해외로 가서 한 번 더 싸워야죠.(웃음) 그걸 팬분들이 다 모아놓으신 영상이 있더라고요. 뭔가 쪼잔해보이는 느낌의 사람이 된 것 같은데. 좀 유치한 느낌이긴 했지만 아무튼 저희는 사이가 안 좋지 않고요.(웃음)
당연히 서로 사이가 좋으니 말할 수 있는 거죠. 사실 도겸 씨가 ‘고잉 세븐틴’에서 멤버들 말을 항상 잘 듣고 있다가 받아주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도겸: 가끔은 흘려들었는데 “어~” 할 때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다 듣고 반응하려고는 하죠.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유재석 선배님을 보면서, 그렇게 잘 받아주시는 모습들이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되게 팬이거든요.
그런 게 도겸 씨 예능감의 출처일까요?
도겸: 이걸 제가 말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초등학생 때 꿈이 개그맨이었어요. 한 2~3학년 때 유재석 선배님이 나오신 예능을 보았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어떻게 저렇게 진행도 잘하시면서, 과격하지도 않고 젠틀하고 깔끔하게 사람들을 웃기시는 거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에 호감을 느껴서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웃기려고 엄청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전에 거울 보고 웃긴 표정 연습하고 그랬던 아이였어요. 크면서 다양한 예능도 봤고, 그러면서 연구 아닌 연구를 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성격은 내향적이라고 해서 의외이기도 했어요.
도겸: 물론 모두가 그렇겠지만, 외향적인 면도 내향적인 면도 모두 있어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오히려 데뷔하고 나서 조금 낯가리는 게 생긴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좀 불편하긴 하죠. 하지만 또 편한 사람들과 같이 하는 건 너무 좋아해요. 그냥 밥 먹거나 게임하고 놀고, 혼자 있을 때는 누워서 드라마 보고, 만화 보고, 맛있는 거 먹고 그런 게 힐링이죠.
요즘은 어떤 드라마를 보시나요?
도겸: 드라마 ‘마인’을 보는데 재밌어요. 오늘 하는 날이거든요. 봐야죠.(웃음)
사실 MBTI라는 게 맹신하면 안 되는 거지만, 그런 면이 도겸 씨가 INFP와 ISFP가 나온 사람이라는 걸 떠오르게 하네요.
도겸: 사실 요즘은 많이 안 하긴 하는데, 제가 같은 검사를 거의 열 번을 넘게 했어요. 처음 ‘고잉 세븐틴’에서 INFP가 나왔는데, 저랑 같이 나온 사람들이 쿱스 형, 호시 형, 준 형인데, 저랑 너무 다른 느낌이라.(웃음) 그래서 아닐 거 같은 느낌에 더 했는데, INFP만 한 아홉 번, 열 번 나오고. 그 뒤에 한 번 ISFP가 나왔긴 해요. 그게 사람 성격을 다 정의 내릴 수 있는 건 아니긴 한데, 어쨌든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게 INFP의 특성이래요.(웃음)
멤버들의 MBTI도 다 기억을 하시네요. 언제나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도겸: 이게 인터뷰나 방송에서 말하면 가식 같을 수도 있는데(웃음) 가족에겐 미안하지만 멤버들이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요. 평상시에 많이 다투기도 해서 그런가, 저희가 더 돈독해지고 서로를 잘 아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캐럿에 대해서도 그만큼의 애정이 있는 거 같아요. 지난겨울에 브이라이브를 자주 하셨더라고요.
도겸: 일단 캐럿들과 놀고 싶었고요. “도겸아 브이라이브 많이 해줘.”, “큰 힘이 되는 것 같아.”, “아이고 이 시간에 와줘서 고마워.” 이런 말을 들으면 저도 너무 따뜻해지고 고마우니까. 더 많이 하려고 했던 거예요.
그런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도겸: 사랑이죠. 베풀고 사랑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자세라 해야 할까요.
멤버들은 가족 같다고 하셨고, 그럼 캐럿은 어떤 존재일까요?
도겸: 캐럿들은 진짜 ‘찐찐 베프’.(웃음) 인생에서 정말 친한 친구 한 명 얻기 힘들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되어주시고, 도움을 주는 소중한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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