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하루토를 만든 K-팝, 하루토가 만드는 K-팝
트레저 하루토가 음악을 사랑하는 법
Credit
이민영
사진 출처YG 엔터테인먼트
기사제목 | Weverse Magazine

“완전 킥이네요.” 하루토가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 음악을 즐기는 방식은 이토록 직관적이다. 인트로의 비트, 가사 한 줄에서 “맛있는” 사운드를 포착해내는 감각은 오랜 시간 자신의 취향을 단련해온 결과다. 자다가도 일어나 녹음을 하고, 멤버 한 명 한 명의 취향까지 헤아리며 작업하는 그에게 음악은 가장 솔직한 일기이자 원동력이다. 무언가 만드는 일을 두려워하던 소년을 지금의 하루토로 이끈 K-팝, 그 안에서 더욱 견고해진 그만의 ‘감다살’ 음악 취향에 대해 물었다.

어릴 때부터 K-팝을 즐기며 자랐다고 알고 있어요.

어렸을 때 댄스 학원에서 ‘가라가라 고!!’ 안무를 배우며 처음으로 빅뱅 선배님들을 알게 됐어요.

이 노래에 마음을 빼앗긴 엄마 덕분에 그때부터 빅뱅 선배님들의 노래를 많이 들었습니다.

최근 위버스 라이브에서의 K-팝 리액션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시대의 흐름이 저를 따라온... 농담입니다.(웃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장난으로 “사이버 도화살이다.” 이런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제가 평소 꾸준히 해온 음악 공부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얻게 된 행운인 것 같아요.

트레저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주변에서 “요즘 잘 보고 있어요.” 이런 말을 자주 듣다 보니까 “아, 뭔가 지금 잘되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스스로 부자연스러워질까 봐 주변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요.

K-팝 리액션 라이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평소에도 라이브할 때 노래를 계속 틀어놓거든요. 그러다 K-팝도 틀어달라는 댓글을 보고 시작하게 됐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어요.

라이브에서 곡을 고를 때의 기준이 있을까요?

제가 그냥 좋다고 느끼는 곡이면 계속 들으려고 하거든요.

위버스 라이브에서는 팬분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주로 틀려고 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 중에는 조금 실험적이거나 취향이 강한 곡들도 있어서, 그런 곡들은 제목을 따로 말하지 않을 때도 있고요.(웃음)

그래도 팬분들이 찾아서 댓글로 알려주시지만요. 그럴 때 제 라이브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의 감각이 좋다고 느껴요.

리액션할 때도 노래를 디테일하게 분석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리액션을 위해 공부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애초에 장르나 근본을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라이브를 진행하면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 공부를 많이 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고 생각해서, “근거가 있는 터짐이다.” 라는 말씀을 감히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그렇게 음악을 상세하게 분석하는 습관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사실 회사에 래퍼로 들어온 건 아니었는데, 한 직원분이 랩을 해보라고 말씀해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의 조언을 듣고 변성기 때 일부러 소리를 많이 질러보고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지금의 낮은 목소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낮은 목소리의 래퍼분들이 누가 있을까?” 하면서 여러 노래를 들어보고, 랩을 뱉는 방식이나 작사 구조 같은 것들을 많이 연구했어요. 그 버릇이 있어 계속 분석하는 것 같아요.

노래를 들을 때 특히 끌리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누가 들어도 ‘킥’이라고 할 수 있는 포인트를 보여주는 음악에 끌리는 것 같아요.

라이즈분들의 ‘Bag Bad Back’에서도 비트 스톱이 되면서 쇼타로 형의 “슉슉”이 나오니까 누구나 이게 포인트인 걸 알잖아요.

아일릿분들이 부른 ‘빌려온 고양이 (Do the Dance)’의 “둠칫냐옹”도 누가 봐도 킥이고요.

KiiiKiii의 ‘404(New Era)’는 인트로 “딴딴딴” 부분에서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Hearts2Hearts분들의 ‘STYLE’도 정말 좋아하는데, 곡 마지막에 사비 멜로디를 쓰지 않고 새로 쓴 그 부분이 너무 좋아요.

얘기하면 끝도 없긴 하네요.(웃음) 저도 노래를 만들 때 그렇게 하려고 해요. ‘누가 봐도 킥이다.’를 느끼게끔.

빅뱅부터 지금의 4, 5세대까지 K-팝의 흐름을 쭉 지켜봤잖아요. 아티스트로서 최근 느껴지는 변화가 있을까요?

옛날의 K-팝은 그룹마다의 색깔이 진한 게 좋았다면, 요즘은 하우스나 테크노처럼 해외에서 먼저 유행을 타기 시작한 장르들을 K-팝 스타일로 바꾸는 듯해요.

유행을 대중화한다는 게 요즘의 K-팝인 것 같아요.

직접 노래를 만드시는 만큼,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계속 여러 노래를 듣고 계신 듯해요.

멜로디는 한국 힙합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비트는 해외 음악이 가진 무드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가 뉴재즈를 많이 듣는데, 그 장르 곡에서 나오는 신스 소리가 있거든요. 약간 미니멀하고 귀여운 사운드인데, 그게 나오면 노래도 안 들어보고 바로 플레이리스트에 넣을 정도예요.

사실 원래 플레이리스트를 안 만들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노래만 찾아서 들으니까 비슷하긴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요새는 보기 쉽게 장르나 좋아하는 아티스트별로 묶어 만들어놨어요.

음악을 디깅하는 하루토 씨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디깅은 심심할 때마다 많이 해요. 주변 지인분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기도 하고.

팬분들이 어디서 디깅을 하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이전에 너무 많이 디깅을 했더니 이젠 알고리즘에 자꾸 떠서 좋은 노래가 있으면 다운받아요. 그래서 정확히 말씀을 못 드려요.(웃음)

팬분들께 알려드리려고 더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해요.

팬분들에게 음악을 공유함으로써 무엇을 전하고 싶나요?

‘자신의 취향을 깨달으시면 좋겠다.’ 하는 게 있어요.

저의 라이브를 듣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해 그걸 바탕으로 디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디깅을 그런 식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요.

음악 취향에 대한 하루토 씨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으신 것 같아요.

네, 확실히. 저만의 취향은 꼭 있었으면 해요.(웃음)

그래서 그냥 여러 가지를 많이 들어보려고 해요.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계속 뭔가를 듣고 만드는 만큼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 여기까지 온 만큼, 앞으로도 제 취향대로 계속 듣고 만들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종종 좋아하는 곡에 직접 벌스를 쓰는 과정을 라이브에서 보여주거나 작업한 벌스를 올려주기도 하는데, 그게 하루토 씨만의 리스펙 방식 같았어요.

“이 노래 들으니까 작업하고 싶네.”라는 생각이 든 게 CORTIS의 ‘FaSHioN’, KiiiKiii의 ‘404(New Era)’, LNGSHOT의 ‘Moonwalkin’’ 딱 그 세 곡이었어요.

‘피처링 느낌으로 탁 나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수하게 노래에 대한 리스펙과 제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담긴 작업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 한국어로 하는 가사 작업이 더 편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라임을 맞추기도 편하고, 줄임말을 쓸 수 있는 방식이 많아 재미있어요.

가사 첫 줄에 ‘모자’를 넣으면 다음에는 무조건 ‘ㅗㅘ’로 해야 되고. 이렇게 라임을 맞추는 저만의 규칙이 있다고 할까요.(웃음)

가사를 쓸 때 일본어와 한국어를 같이 쓰기도 하는데요.

일본어지만 한국어로 라이밍이 되도록 쓴 가사가 있었는데, 그 라임이 맞춰졌을 때 쾌감이 장난 아니었어요.

트레저 멤버들과 작업할 때는 어때요?

최근에는 정우랑 작업을 많이 했어요.

정우가 자기의 노래 취향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해서, ‘아, 내가 정우 노래 취향을 아니까 정우를 위한 노래를 한번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에 그냥 막 끄적였던 노래가 있었거든요.

그거를 정우가 듣고 “아니, 이거는 같이 해야 된다.”라고 해서 같이 작업했어요.

정환이랑은 ‘YELLOW’ 뮤비를 촬영할 때였나? 금방 나가야 하는 스케줄이었는데, 잠이 안 와서 “작업할 사람?”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정환이가 “저요.”라고 해서 작업한 곡도 있어요.

멤버분들마다 함께 작업하는 스타일도 다를 듯해요.

멤버들과 오래 붙어 있었으니까 어떻게 말했을 때 좋은지를 알아서, 그걸 생각하면서 얘기해요.

예를 들면 정우는 작업에 몰입할 수 있게 방에서 못 나가게 해서라도 제가 딱 붙어서 같이 해야 돼요.

정환이랑은 좋게 좋게 이야기를 하고, 노래 안에서 킥을 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사히 형은 곡이 완성된 상태에서 랩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렇다면 멤버들과 작업할 때 하루토 씨만의 취향을 지키는 법이 있을까요?

원래 멤버들이 저랑 작업을 할 때 하고 싶었던 것, 어떤 감정들을 해소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멤버들의 취향을 많이 반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멤버들과 함께 음악을 공부한다는 느낌이에요.

정우랑 작업을 할 때는 우연히 제가 R&B를 많이 듣고 있던 시기라 멜로디를 잘 만들 수 있었고.

정환이랑 작업했을 때는 제 취향을 밀어붙여 보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정환이 역시 지금 그런 노래를 듣고 있었더라고요.

그렇게 우연히 맞아떨어지기도 하고,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싱글즈’와의 인터뷰에서 음악 작업이 충전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지점에서 충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듣는 음악을 제가 만들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도파민이랑 자유롭게 가사를 쓸 수 있는 것에서 오는 도파민.

또 그걸 들으면서 스케줄 갔을 때 오는 힐링 이런 것들이 제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것 같아요.

일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담아내는 일기와 같은 느낌이네요.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느끼는 감정을 노래로 얘기하면 멋있잖아요.(웃음)

제 방 침대 옆에 바로 책상이 있어 자다가도 일어나 바로 녹음을 해요.

나중에 다시 들었을 때 ‘아, 이때 나는 이런 감정이었구나.’를 볼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제 노래들은 일기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일상 속에서 오는 영감이 많아요. 제가 살아온 것들이나 느끼는 감정들이 노래로 나오니까 재미있죠.

제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사에는 거짓말 안 해요. No cap.

K-팝 팬으로 자라서 아티스트가 되고 다양한 음악의 즐거움을 전할 수 있게 된 지금, 하루토 씨에게 K-팝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직도 제가 아티스트를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K-팝은 저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장르예요.

저는 원래 뭔가를 만드는 걸 되게 무서워했던 사람이었고, 혼자 작업해도 아무한테도 안 들려주고 그랬는데. 저의 그런 수줍은 모습을 바꿔준 게 K-팝인 것 같아요.

그래서 K-팝과 다른 노래를 구분 짓지 말고 음악을 하나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요. 저도 라이브 덕분에 좋은 K-팝을 더 많이 알게 됐어요.

하루토 씨의 K-팝 라이브는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저는 그냥 음악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시작한 거라, 계속 라이브를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자는 못 이기잖아요.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라이브를 통해 저의 진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해요.

이 기능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오래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으세요?

아직까지도 선배님들이 섰던 무대에서 공연할 때나 어린 팬분들을 무대 위에서 볼 때 ‘아, 선배님들한테 내가 이렇게 보였겠구나.’ 싶어 신기해요.

아이들한테 꿈을 줄 수 있는 게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서 더 뭔가 해주고 싶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아, 얘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구나.’를 보여드릴게요. 귀가 즐거울 뿐만 아니라 놀라움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언제나 ‘감다살’입니다.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