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TIS는 두 번째 EP ‘GREENGREEN’ 발매를 앞두고 ‘REDRED’를 선공개했다. 뮤직비디오는 12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0만 회를 돌파했다. 이 노래는 스포티파이 글로벌 일간, 주간 차트에 진입했으며, 5월 16일 자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 차트에서 17위로 데뷔했다. 지난 5년간 등장한 K-팝 보이밴드 중 처음이다. K-팝 아티스트가 데뷔 초기부터 앨범 판매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특정 트랙이 미국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핫 100 목전에 이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GREENGREEN’ 공개 직후 ‘TNT’를 스포티파이의 ‘New Music Friday’, 애플뮤직의 ‘New Music Daily’ 같은 신곡 재생목록의 최상단에서 볼 수 있던 이유다. 이 팀은 K-팝의 성장 서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CORTIS 그리고 ‘GREENGREEN’의 무엇이 언어를 뛰어넘고, 언어로 전달되는가?
‘TNT’는 이렇게 시작한다. “열여섯, 여전히 모지리 / 방구석, 매일 밤 다섯 철부지 / 스튜디오의 컴터 앞, 깨어난 DNA”. 'TNT'는 자기 정체성을 선언하기보다 기술한다. 우리는 열여섯이고, 컴퓨터 앞에 매일 밤 모여 있고, 아직 잘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 이들은 바로 공항으로 넘어간다. “인천공항, 열어 제껴 roof / 김포공항, 열어 제껴 roof / 3, 2, 1 이젠 거의 미사일 / NY, LA, 도쿄, 바다 건너 휘잉”. 데뷔 9개월, 이들이 실제로 통과하는 좌표들이다. 이는 ‘TNT’의 뮤직비디오와 공명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쫓길 때 ‘TNT’는 자신들이 실제로 처한 급격한 변화의 이름이다.

‘REDRED’는 보다 일상에 가깝고 구체적이다. 이 노래는 “따바라 한 모금 sip”으로 출발한다. ‘지니어스’ 인터뷰에서 그들은 직접 설명한다. “이 곡을 쓸 때 한국이 추웠다. 그래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듣고 있던 비트에 고개를 흔드는 이야기를 했다.” ‘ACAI’는 어떤가? 이들이 미국에서 작업하는 동안 거의 매일 먹었던 아사이볼이 노래의 출발점이다.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두 번째 앨범은 데뷔 이후 바뀐 삶을 반영한다. “무대에 오르고 팬들을 만나는 경험이 쌓이는 동안 음악에서 할 얘기가 많아졌다.” 마틴은 모든 수록 곡의 송라이터로 이름을 올렸고, 멤버 전원이 5곡의 공동 송라이터다. ‘TNT’의 열여섯, ‘REDRED’의 바닐라 라떼, ‘ACAI’의 점심 메뉴는 이들의 삶과 무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비유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사이는 아사이볼 같다고 말하는 노래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멤버들이 함께 같은 시기에 통과하며 포착한 삶의 흔적이다. 이미 ‘FaSHioN’이, 홍대와 동묘를 호출하며 보여준 것과 같다. 앞으로 아무리 많은 디스코그래피가 쌓여도, 우리는 이 노래들을 연대기순으로 정리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CORTIS가 진공 상태에서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음악 안에서 서로 방향이 다른 두 흐름이 동시에 보였다. 한편에서는 인디 아티스트들이 대형 기획사의 사운드를 방불케 하는 매끈한 댄스 음악을 선보였다. 베드룸 프로듀서가 주류의 완성도를 구현하는 글로벌 트렌드의 한국 버전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주류 K-팝이 레트로, 키치 같은 표지를 가져와 고도로 세공된 ‘날것의 질감’을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다. CORTIS는 결과적으로 두 흐름이 만난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명백히 주류의 시스템 안에 있다. 빅히트 뮤직에서 6년 만에 데뷔한 보이밴드이고, 슈프림 보이와 히스 노이즈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음악만이 아니라 활동 전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창작의 주체로 나선다. 데뷔 당시부터 스스로 언급한 바와 같다. “자기 노래를 작곡하지만 자기 비디오를 만들지 않는 것이 궁금했다. 어릴 때부터 영상을 찍어왔으니 그것도 우리 작업의 일부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작곡돌’이나 ‘창작돌’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애초 그 개념이 왜 생겼는지 돌아보면 새롭다.

CORTIS는 K-팝의 역사와 함께 자라온 ‘창작의 강박’을 비껴간다. 이 강박은 K-팝 초창기의 ‘꼭두각시’라는 지적을 논파하는 도구로 시작되었지만, 점차 발전해 자기 주체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되어 왔다. CORTIS는 이 요구를 처음부터 무시해버린다. ‘GO!’는 자신들의 레이블 수장이자 총괄 프로듀서의 별명을 가져와 농담처럼 쓴다. (“Hitman처럼 Hit 만들고 싶어서 난 reload”) 거대 시스템 안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놀이의 재료로 삼는다. ‘YOUNGCREATORCREW’는 한 단계 더 발전했고 명료하다. (“Old generation 우릴 불러 “쟤네 영크크””) 여기서 ‘구세대’는 단순한 연령 집단으로 읽히지 않는다. 회사가 자신들에게 붙인 라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유희의 대상으로 돌려준다. 예컨대, “우리가 영 크리에이티브 크루래, 영크크네? ㅋㅋㅋ”
‘REDRED’에서 그들이 ‘red’라고 부르는 것, 팔랑귀, 눈치나 살피기, 쿨한 척하기는 모두 자기 중심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분위기를 읽어야 하지만, 너무 많이 읽으면 자기 의견을 잃게 된다.” (‘지니어스’ 인터뷰) 혹은 “엉덩이를 꼭 가릴 필요는 없다.” (‘Cooking REDRED 1’) K-팝이 아직 가져보지 못한 창작 집단이다. 역사와 시스템 안에 있지만 그것에 부채를 느끼지 않는다. 음반도 스트리밍도 아니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음악을 듣고, 누구나 음악을 올리는 플랫폼에서 자신의 것을 내놓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곡을 써야 한다거나 나를 스스로 구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처음부터 자유롭다. 그러니까 ‘REDRED’는 ‘내가 K-팝의 새로운 주인공’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외침이 불필요함을 노래한다.
복합적인 태도는 비주얼 작업에도 옮겨진다. ‘REDRED’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세트가 아니라 오래된 삼겹살집과 오락실, 빈티지 숍이 무대다. 건호는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아르바이트생을 연기한다. 멤버들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우리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오래된 한국 식당을 배경으로 골랐다. 곡의 분위기가 식당의 투박한 느낌과 비슷하다.” (‘Cooking REDRED 1’) 한편으로 ‘ACAI’ 뮤직비디오는 K-팝의 일반적인 기대치를 충족하는 규모다. 멤버들은 사막을 횡단한다. 당나귀가 등장하고 아사이가 쏟아진다. 그리고 ‘TNT’가 있다. 수백 명의 추격자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다를 것이다. 어떻게 봐도 놀라운 것은 수백 명이 등장하고 쫓기고 뛰는 시퀀스의 생생함이다. 대형 안무의 스펙터클조차 이 정도로 ‘뭔가 진짜를 찍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세 영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다. 멤버들이 스토리보드 혹은 사전 촬영을 통해 직접 짠 그림이다. 그리고 멤버는 그것을 직접 설명한다. 이들은 국내 유튜브만큼이나 다수의 영어권 채널에 등장한다. ‘GQ’, ‘베니티 페어’ 같은 유명 매체는 물론이고, 컴플렉스의 스니커 쇼핑, 버즈피드의 ‘퍼피 인터뷰’,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 수상 이후의 라디오 쇼와 같은 특정한 상황과 주제를 다루는 영상에 이른다. 다섯 명 모두가 충분히 전달되는 영어로. 혹시 부족한 것이 있다면 옆에서 도와가면서. 덕분에 국내와 미국 시장에서 동일한 감상을 전달한다. 어차피 다들 “따바라”는 알아듣지 못했다.
‘GREENGREEN’은 앨범의 완성도를 넘어, 그것이 놓인 위치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빌보드의 ‘버블링 언더 핫 100’ 진입과 한국의 음악 방송 무대가 같은 주에 함께 작동하는 이유는 그 일관된 자리 때문이다. K-팝 역사에 내재한 자기 증명과 완성도의 인력, 그 어느 쪽으로도 끌려가지 않는다. ‘GREENGREEN’에서 거친 모서리가 눈에 띈다면, 그것은 흠이라기보다 이들이 점유한 새로운 영토의 표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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