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홍은채의 마운드에 새겨진 야구의 에너지
르세라핌 홍은채가 두산의 ‘승리 요정’이 되기까지
Credit
정다나
사진 출처르세라핌 인스타그램, 르세라핌 X
기사제목 | Weverse Magazine

어린 시절 ‘두린이(두산 베어스의 어린이 팬)’였던 르세라핌 홍은채는, 이제 등판했다 하면 승리를 몰고 오는 두산 베어스의 공식 ‘승요(승리 요정)’가 되었다. 마운드를 향해 함성을 보태는 순간들은 그에게 자신을 응원하는 피어나들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팬이자 또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 아티스트 홍은채의 뜨겁고 순수한 응원의 기록.

도쿄돔 공연 당시 오빠로부터 사인 볼을 왜 이렇게 못 던지냐는 말을 듣고, 다음 날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는 에피소드를 말했어요.

실제로 친오빠가 아마추어 야구 선수 출신이시죠.

맞아요. 제 분야가 아닌 일에서도 완벽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나 봐요. 시구 전날 집에 가서 오빠랑 같이 완두콩 공 인형으로 시구를 연습했어요. 보통 오빠는 포수 역할을 해줘요.

오빠가 조언을 해주기는 하는데 저한테 진짜 너무 못한다고 해요. “그렇게 몸이 가면 안 된다. 네가 네 모습을 봐.”라고 하고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와 저를 슬로 모션으로 찍어서 보여줬어요.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야구 팬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기사제목 | Weverse Magazine

가족들의 영향이 정말 커요. 가족들이 저녁을 먹으려고 모이면 TV에서 항상 야구가 틀어져 있었는데, 사실 그때는 별로 안 좋아했어요.(웃음)

그때는 제가 한창 예능이나 만화를 더 좋아할 나이였어서요. 그래도 그런 환경 속에서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영향을 많이 받게 된 것 같아요. 

시구할 때 유니폼 등 번호도 제 생일인 10번으로 했는데, 원래는 오빠가 예전에 썼던 등 번호를 하고 싶었어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아마 10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두린이’ 은채 씨가 시구할 때마다 두산 베어스가 승리해 공식 ‘승요’가 되셨어요.

베어스 축하합니다’ 영상에 ‘베어스 TV(두산 베어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가 달아주신 댓글 봤어요. 팬분들께서 ‘항상 은채를 폴대에 묶어놔야 된다.’ 같은 반응을 많이 해주신 것도 너무 기분이 좋았고요.

좋은 기회로 불러주셔서 갈 때마다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오니 ‘나한테 진짜 뭐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웃음)

사실 저도 두산 베어스의 오랜 팬이다 보니 ‘내가 가는데 지면 어떡하지?’라는 부담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해서 그런지, 아무도 그렇게 얘기를 안 하는데도 더 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괜히 들었어요. 다행히 징크스는 별로 없는 편이에요.

시구를 직접 하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보고 자라다 보니 그 당시에도 계셨던 양의지 선수님이나 정수빈 선수님 같은 분들이 훨씬 더 익숙했어요.

그런데 지금 계신 선수분들은 저랑 비슷한 나이대라서 인상 깊었어요. 제 또래의 분들이 다른 분야에서 멋있게 활동하는 걸 보면서 ‘아. 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면서 자극도 받게 됐어요.

예전에 스크린 야구도 한 번 해봤는데 공이 날아오는 게 생각보다 되게 무섭더라고요. 근데 야구 선수분들은 진짜 빨리 던지시잖아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김택연 선수님이 야구에 대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을 때, 한 번 더 선수분들이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아. 나도 대단한 사람이었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웃음)

휴가에도 야구장 직관을 다녀올 만큼 야구에 열정적이시잖아요.

야구는 제가 무대 위에서 받는 에너지와는 또 다른 종류의 힘을 주는 것 같아요.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분들과 같이 우렁찬 소리를 내고 탄식하다 보면 하나가 되는 느낌이라 되게 재밌고 또 다른 힘을 많이 얻게 돼요. 경기를 보며 같이 좋아하고 아쉬워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LA 다저 스타디움’에 갔을 때는 마냥 구경하러 간 느낌이었고, 야마모토 요시노부 선수님이랑 김혜성 선수님을 봤을 때는 마치 연예인 보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제가 말한 것처럼, 만약 다음에 갈 때 그곳에서 시구를 하게 된다면 그사이에 더 성장했다고 느낄 것 같아 되게 뿌듯할 것 같아요. 나중에도 한 장의 사진처럼 계속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피어나(FEARNOT, 르세라핌의 공식 팬덤)분들께도 야구 보는 것을 추천하시나요?

너무너무 추천하죠.

보통 저는 실시간 경기를 스케줄 이동 중에 볼 때가 많아요. 그런데 야구를 보는 것보다는 야구장에 가는 걸 진짜 추천해요. 하나가 돼서 응원하는 그 에너지가 좋아서 추천드리고 싶어요.

윤진 언니도 작년에 야구장에 같이 왔을 때 정말 좋아했어요. 그날 언니가 다른 스케줄 하고 퇴근하는 길에 갑자기 야구장에 가고 싶다고 해서 온 걸로 기억해요. 그날 경기도 이겨서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야구 시즌이 되면 멤버들도 야구장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가끔씩 해요. 그 정도로 직접 야구장에 가면 그 현장감 덕분에 진짜 신나요.

피어나에게 추천하는 직관 필수 아이템이 있다면요?

사실 저는 직관 갈 때 짐을 챙긴다기보다는 그냥… 목청? 목소리를 챙겨요.(웃음)

피어나분들께서 콘서트 준비물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챙겨야 할 게 자잘자잘하게 많더라고요. 야구도 비슷한 것 같아요.

아, 가방은 꼭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야구장은 좌석이 되게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니 내 물건을 챙길 수 있는 무언가는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많이 하니 무조건 편한 바지 차림이 좋을 거예요. 또 아무래도 대부분 야외이다 보니 항상 겉옷은 필수로 챙기신다면 충분합니다.

두산 베어스의 팬분들께서 ‘먹산(먹는 것+두산 베어스의 합성어)’으로 유명한 만큼, 은채 씨도 추천하고 싶은 ‘야구 푸드’가 있을까요?

저는 치킨이 짱인 것 같아요. 근데 꼭 순살 치킨이어야 돼요. 먹기 편하게.(웃음)

치킨은 계절 상관없이 언제 먹어도 맛있고, 야구 경기를 보며 먹기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제일 추천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경기를 보면서 음식을 먹는 게 조금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 치킨은 경기 끝날 때까지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제일 좋은 것 같아요.

LA 다저스 경기를 볼 때는 핫도그를 먹었는데 이것도 너무 간편하고 맛있어서 추천해요.

특별히 좋아하는 야구 유니폼이나 머치도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바시티 팀 재킷’이 집에 있어 익숙한데, 실용적이라 좋아해요.

놀이공원에 가면 머리띠를 사는 것처럼 야구장에서도 머리띠를 써요.

정말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최강 두산 슬로건’도 좋아해요.

은채 씨가 생각하는 야구만의 매력은 뭘까요?

매일매일 결말을 알 수 없는 스포츠다 보니 늘 기대감이 있어요.

저는 내일 당장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늘 결말을 알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거기서 오는 불안함보다 설렘이 큰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야구와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야구도 안정적으로 이기는 것보다, 아슬아슬하게 경기하다가 역전하는 순간들이 훨씬 더 도파민 터지고 재미있거든요.

그러면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이닝 종료’랑 ‘1사 3루, 동점 찬스에서 견제사’ 중에 어떤 게 더 화가 날까요?

저는 병살타요.

병살타라는 단어부터가 약간 싫기도 하고요. 야구를 아무것도 모르는 어렸을 때부터 병살타가 제일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었어요.(웃음)

만루도 좀처럼 오는 기회가 아니다 보니 1사 만루에서 병살타가 더 화가 나요. 아무래도 이닝이 끝나 버리니까, 결과에 타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더 싫어요.

야구 예능 프로그램도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알고 있어요.

맞아요. 비행기에 타고 있을 때였는데, 착륙하기 직전에 잠도 안 와서 뭘 볼까 하는데 야구 예능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 야구? 한번 봐 볼까?’ 하고 본 프로그램인데 너무 흥미진진해서 ‘와, 이런 게 있었구나.’ 싶었어요.

착륙하기 전까지 집중해서 봤고 그 후로도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됐어요.

보면서 무엇을 느꼈나요?

프로 야구 선수였다가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을 보니 존경스럽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또 고등학생인 아마추어 야구 선수분들도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되게 인상 깊었어요. 학생 때부터 열심히 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위로도 받았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르세라핌의 곡이 야구 선수들의 등장 곡으로도 많이 사용되잖아요.

만약 은채 씨가 야구 선수가 된다면 어떤 곡을 등장 곡으로 하고 싶은가요?

저는 ‘FEARLESS’요.

스스로 항상 ‘무대 위에서만큼은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으로 하자.’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야구 선수로서 등장할 때도 마운드나 타석에서만큼은 ‘나를 믿고 자신감 있게 하자.’라는 느낌으로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를 담아 ‘FEARLESS’로 하고 싶어요.

은채 씨가 야구 선수가 된다면 어떤 포지션일 것 같나요?

야구를 챙겨보며 느낀 건 안 중요한 포지션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특별히 어떤 포지션만 말씀드리기가 어렵긴 한데요. 그래도 고민해서 골라본다면 저는 4번 타자요.

항상 4번 타자는 거의 정해져 있는 느낌이잖아요. 믿고 맡기는 포지션이라는 점이 멋있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르세라핌 멤버들을 야구단으로 구성한다면 각각 어떤 포지션이 어울릴까요?

진짜 상상이 안 간다.(웃음)

윤진 언니는 외야수요. 팔도 길고 잘 달리는 것 같아서요. 

투수는… 꾸라 언니? 제일 똑똑해야 될 것 같아서요. 잘 던지면서 견제도 해야 되잖아요. 그런 면에서 빠릿빠릿하고 눈치도 빠른 꾸라 언니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타자는 즈하 언니요. 아무래도 타자는 팔 힘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가끔씩 즈하 언니 팔근육을 보면 놀랄 때가 있어요.

채원 언니는… 야구 선수로서는 상상이 잘 안 가요.(웃음) 치어리더? 치어리더도 야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경기 중간중간에 한 번씩 리프레시를 시켜주기도 하고, 지고 있을 때는 긍정적인 힘을 주거든요. 치어리더의 통통 튀는 이미지가 채원 언니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니면 포수요. 왜냐하면 언니가 팀에서 제일 안정적인 사람이라서요.

르세라핌이라는 팀 자체가 은채 씨한테는 든든한 수비진인 것 같아요.

르세라핌은 어디서나 저의 자부심이에요.

다섯 명이라는 것부터 정말 든든하고, 혼자였다면 이뤄낼 수 없을 것들을 르세라핌이라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저라는 사람이 더 빛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팀이에요.

지금까지 르세라핌으로 활동하면서, 마치 역전하는 야구 경기처럼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되게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2023 MAMA AWARDS’가 열린 도쿄돔에서 솔로 무대를 했던 게 생각나요.

제 인생을 쭉 돌아봤을 때 그때가 전환점 같아요. TV로만 보던 엄청 큰 규모의 연말 무대에서 혼자 무대를 한다는 게 떨리기도 했는데, 무대를 하는 동안 고민하거나 좌절하고 극복해왔던 과정들이 막 생각났어요. 

무대 내용도 ‘내가 특별하지 않은 줄만 알았는데 나도 특별한 사람이었구나.’라는 주제여서 더 기억에 남아요.

은채 씨가 팝업 스토어 The HOT House의 야구공에 “야구를 보고 있으면 팬의 입장에서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워요!”라고 적으셨더라고요.

무언가를 뜨겁게 응원해본 분으로서, 피어나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늘 감사하다는 말만으로는 다 표현되지 않지만, 저는 피어나분들이 주시는 사랑으로 내면의 힘을 유지하고 있어요. 피어나분들이 계시기에 항상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관객의 입장으로서 좋아하는 게 있다 보니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즐기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너무 잘 알아요.

그만큼 피어나분들의 행복과 순수함이 오래 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과 에너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야구를 좋아할 것 같나요?

네. 그때만큼은 저도 무대 아래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응원하고 좋아할 수 있는 입장이니까요.

그런 행복과 즐거움이 크다 보니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아요.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