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를 읽고 나서 ‘고잉 세븐틴’의 ‘100만 원’편을 보기를 권한다. 세트 위쪽에서, 12명의 멤버들을 보며 웃던 그때 정한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번 컴백은 어떤 기분이에요?  

정한: 컴백할 때마다 늘 그렇지만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데, 지금까지의 세븐틴과 다른 느낌의 앨범이라 긴장된 마음이 더 큰 거 같아요. 그래서 멤버들이 굉장히 많이 미팅을 했던 앨범이기도 하고요. 팝적인 성격도 많이 가미됐고, 앨범 전체가 사랑에 대한 앨범이잖아요. 그런데 사랑은 워낙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멤버들이 많이 고민했어요. 

 

‘Ready to love’의 안무도 그런 고민이 반영된 것 같아요. 다채로운 구성으로 사랑을 표현하려고 한 거 같고요. 

정한: 맞아요. 음악적인 스타일도 변했는데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까 중요한 포인트를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원하는 표현이 정확하게 됐다는 만족감이 채워져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수정도 계속하면서 곡과 안무가 잘 맞물리게 완성됐어요.

 

이번 퍼포먼스는 특히 몸의 선이 특히 중요했다고 보는데, 그 점에서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정한: 관리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보다 좀 더 운동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스물일곱 살이 됐는데 팀의 음악도 변해 가고 성숙해지는 부분도 있으니까 더 탄탄한 느낌도 같이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제가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체력이 떨어져요. 컴백 준비하면서 운동까지 병행하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운동을 중단했는데, 다시 해야 할 거 같아요.

 

연습할 때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겠어요. 연말 시상식 때문에 며칠 사이에 퍼포먼스를 완성하거나 하는 건 체력을 쏟아붓는 일이잖아요. 

정한: 그렇죠. 팀이기에 그만큼 연습하는데, 멤버들 중에 연습생 기간이 짧은 편이라 계속 쫓아가는 거 같아요. 실력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안 올라온 채로 데뷔했고, 제가 안무 외우는 속도가 멤버들보다 느리거든요. 그래서 노력을 해야 해요. 체력적으로 부족해도 이건 제 일이고, 저는 팀에 있기 때문에 제가 따라가야 무대가 만들어질 수 있어요. 

세븐틴이 된 뒤로 노력하면서 팀에 기여한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었겠어요. 

정한: 평소에 되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쉬는 날이면 운동을 하고 레슨을 받고 그러다 오후 8~9시 돼서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게 좋지, 중간에 서너 시간 비면 불안하고 싫었어요. 그러다 한동안 편하게 있어 보자고도 생각했는데, 요즘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유튜브 같은 걸 보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이런 영상이 뜨잖아요. 그 영향을 받은 거 같기도 하고요.(웃음)

 

아니 이미 성공한 분이 왜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을.(웃음) 

정한: 제가 늦게 잠들다 보니 그런지 하루의 시작이 늦어요. 활동 없을 때는 오후 1~2시에도 일어나고  그랬는데, 그런 영상을 보면서 조금씩이나마 바꿔보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악필이라 요즘에 글씨 공부를 해요. ‘1~2시 말고 12시에 일어나서 글씨 공부를 해보자.’ 그렇게 조금씩 바꿔보려고 조금 더 해보려고 해요. 하루의 1%가 15분 정도 된대요. 그 15분이 모여서 사람을 바꾼다는 얘기를 봤는데, 하루에 그 15분을 투자 못할까 싶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정한: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대기 시간 같은 빈 시간에도 내가 더 나은 나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와중에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된 건데, 단지 돈을 더 번다고 내가 성장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크게는 못 바꿀 거 같아요.(웃음) 한 번에 크게 바꾸면 실패할 확률도 높겠다 싶어서 조금씩 바꾸고 있어요.

그렇게 바꾸다 보면 많은 게 바뀌어 있지 않나요? 데뷔 때와 비교해도 그렇고. 

정한: 당연히 성숙해진 부분은 있지만 눈에 띄게 변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나는 스물한 살에서 스물일곱 살까지 그저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고, 돈도 또래들보다 많이 버는 게 사실이지만 무엇이 변했나 싶어요. 일본어를 배우고 있지만 잘한다고는 할 수 없고, 일에 열심히 노력하는 거 말고 자기 개발에는 노력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해보려고 한 것도 얼마 안 돼서(웃음) 꾸준히 해보려고요. 제가 10년 뒤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서. 

 

그만큼 일에 전력을 다했기 때문 아닐까요? 부족해서 노력한다는 게 일종의 각오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정한: 멤버들이 활동에 대해 미팅을 하면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음악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내가 노력해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에 저를 조금씩 바꿔보려는 중이에요.

 

정말 팀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멤버들이 음악 얘기할 때 자극을 받고 몫을 하겠다는 건 팀에 대한 애정 때문이지 않나요? 

정한: 제가 볼 때 애들이 정말 대단해요. 그래서 계속 제가 자극을 받고, 제가 더 좋게 변하고, 팀에 기여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까 노력하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고요. 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팀에서의 역할이 드러난 게 ‘고잉 세븐틴’의 ‘100만 원’편이었던 것 같아요. 정한 씨가 나머지 12명의 멤버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이길 수 있었는데, 한 명 한 명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설득하더라고요.

정한: 오래 같이 살기도 했고, 살다 보면 배려와 존중이 필요해서 모든 걸 조심하게 돼요. 같은 장난도 누구는 이 정도까지는 괜찮고, 누구는 감정이 상하잖아요. 그래서 멤버들에 대해 파악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설득을 해서 넘어올 수 있을 거 같은 친구들을 아는 거죠.

 

설득의 기준이 뭐였을까요? 호시 씨는 “우리 호흡을 맞춰 역사를 만들어보자.”고 하는데, 뭔가 호시 씨한테 어울리는 설득 같았어요.(웃음) 

정한: 자기 삶의 가치관도 있고, 예능을 예능으로 보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어서 그 부분을 생각했어요. 예능을 예능으로 보는 친구들은 “예능인데 넘어갈 수도 있지.” 그러는데 진지한 친구들에게는 “그냥 널 존중한다.” 아니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해야 해요. 제가 배신을 시키는 상황이라, 그런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 친구한테 양심에 찔릴 행동을 하게 만드는 거니까. 그래서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고잉 세븐틴’의 ‘100만 원편에서의 정한 씨 모습이 세븐틴에서의 정한 씨 역할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멤버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잖아요. 

정한: 연습생으로 들어왔을 때 나이가 열아홉이라 먼저 들어온 친구들하고 친해졌어요. 그런데 들어온 순서로는 막내 라인이라 늦게 들어온 동생들이 힘든 부분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고, 반대로 저는 형 라인하고 놀기도 하고요. 그래서 연습생 기간 동안 동생들이 형들을 어려워 하거나 형들이 동생들을 이해 못할 때 그 사이에 있었고, 데뷔 후에도 형하고 동생들 사이를 연결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왔다 갔다 하면서 얘기하다 보니까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거 같아요. 멤버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지금 쟤는 어떤 상황이구나.’, ‘쟤는 이제 그만해야겠다.’ 이런 게 되게 많이 느껴지는 거 같아요. 얘기하다 누군가 말투나 표정이 변하면 “왜 짜증났어?” 하고 물어보면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하기도 하고.

 

멤버들 모두하고 소통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아요? 흔히 말하는 방전 상태가 오기 쉬운데.

정한: 맞아요. 그래서 데뷔 3년 이후로 다 놔버렸어요.(웃음) ‘이젠 내가 이런 역할을 안 해도 충분히 잘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그 전에 쌓아온 게 있어서 고민이 있는 친구들이 저한테 많이 얘기를 해서 그런 얘기는 잘 들어주는 거 같아요. 멤버들이랑 얘기하는 게 재밌고, 평소에 엄마, 아빠가 뭐라 해도 안 우는 애가 왜 멤버들 얘기에는 저도 모르게 울고. 멤버들 말고 연예인 친구도 별로 없고 노는 시간에도 멤버들하고 있어서 점점 멤버들한테 의지를 하게 돼요.

멤버들에 대한 의미가 특별한 거 같아요. 그냥 같이 일을 하는 관계라고만은 할 수 없는 느낌이에요. 

정한: 저는 세븐틴을 비즈니스라고 한 번도 생각 안 했어요. 세븐틴은 세븐틴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은 아니고, 그렇다고 비즈니스도 아니고. 그냥 멤버인 거 같은데 유대감이 깊은 멤버? 평생 멤버십 클럽 같은. 세븐틴은 늘 항상 옆에 있는 느낌이에요. 멤버들은 내 옆에 항상 있을 거 같아요.

 

그만큼 팀 전체를 보는데, 본인이 주목받아야 하는 상황일 때는 어떤가요? 노래 킬링 파트를 맡는다거나 할 때. 

정한: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그 전까지는 굉장히 두려워요. 회사도 멤버들도 저에게 중요한 역할을 주는 건데, 제대로 소화 못하면 안 되죠. 그래서 연습할 때 많이 부담스러워요. 그만큼 더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매거진 ‘퍼스트룩’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화보, 활동에 대한 욕심이 없었어요. 멤버들이 없는 환경에서 스케줄을 하는 게 처음이라 어렵기도 재미있기도 신기하기도 했어요.”라고 말한 게 기억나네요. 

정한: 저한테 좋은 건 저도 챙긴다고 생각은 하는데, 개인 활동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아서 그렇게 얘기했어요. 팀 활동하는 게 좋고, 멤버들이랑 함께하는 게 좋아서 제가 여기 있는 거니까. 

 

아쉬울 때는 없나요? ‘IDEAL CUT THE FINAL SCENE’ 공연에서 솔로로 보여준 ‘Purple Rose’는 공연 당시 정말 반응이 열광적이기도 했는데요. 

정한: 저한테는 그게 도전이었어요. 혼자 노래 부를 때면 온몸이 덜덜 떨리는데, 제 자신을 한 번 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Purple Rose’ 같은 느낌이면 어느 정도 잘 표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캐럿들이 어떤 부분들을 좋아할까란 생각을 하면서 했어요. 상황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아 보일지 고민하면서 무대에서 보여줄 제스처를 만들어요.

팬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겨우’에서 ‘안녕 나의 기쁨이여’로 시작하는 정한 씨 파트가 캐럿들에게 화제였어요. 노래를 강하게 몰입시키던데,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겠다고 생각했었나요? 

정한: 그 녹음은 엄청 힘들었어요. 그만큼 중요한 파트였고, 수정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한 글자 한 글자 노래가 원하는 느낌이 있어서 ‘안녕’ 두 글자만 해도 엄청 녹음을 많이 하면서 ‘무심한 듯하자, ‘절망’을 부를 때는 소리가 줄어들게 하자.’든가 하면서 디테일에 집중했어요.

 

이번 앨범 ‘Your Choice’에서도 파트마다 디테일에 많이 신경 썼더라고요. ‘Heaven’s Cloud’도 멤버들이 각자 목소리가 다른데 전체적으로 같은 감성을 유지하고, ‘Anyone’ 후반부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세게 부르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정한: ‘Heaven’s Cloud’의 제 파트는 회사나 저나 모두 저한테 어울리는 파트라고 생각해서,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Anyone’은 사실 그렇게 부르는 게 편해요. 지금 제 목소리는 세븐틴의 노래에 어울리게 된 세븐틴 정한의 목소리고, 연습생이 되기 전 노래방에서 노래할 때 목소리는 ‘Anyone’처럼 큰 소리로 편하게 부르는 거였어요.

 

세븐틴 정한이라고 했는데, 세븐틴 활동과 관계없는 시간을 보낼 때의 정한 씨는 다른 모습이 나오기도 하나요? 

정한: 제가 팀에 맞춰서 움직이는 게 형성되던 시기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세븐틴 정한과 그냥 정한 사이에서 힘들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그게 잘 섞여서 세븐틴 정한과 그냥 정한 사이의 경계가 없어진 느낌이에요. 멤버들하고 얘기도 많이 하면서 잘 넘어간 것 같아요. 

 

‘코스모폴리탄’과의 인터뷰에서 “‘세븐틴 정한’으로 캐럿분들 앞에 서는, 그 순간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라고도 했는데, 그게 정한 씨가 세븐틴을 대하는 자세 같단 생각도 들어요. 팀에서의 내 모습을 잘 전달하고, 다같이 잘됐으면 좋겠다 싶은. 

정한: 맞아요. 캐럿들한테도 그게 많이 느껴지는 거 같아요. 전보다 더 동네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친구니까 더 조심스럽게 대해야겠다고도 생각하고.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곧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거 같은데, 공연을 하면 어떨 거 같아요?

정한 : 이 시간이 있어서 더 좋은 추억과 더 좋은 감정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빨리 만나고 싶어요. 꼭 처음 무대 서는 느낌일 거 같아요. 그리고 너무 긴장해서 말도 잘 못하고 안무도 하나 틀리지 않을까 싶어서, 혹시 실수하더라도 이해해주신다면 많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글. 강명석
인터뷰. 강명석, 윤희성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민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김효담(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채대한 / Assist. 배준선, 손효정, 오창환
헤어. 우은혜(BIT&BOOT), 문현철(BLOW)
메이크업. 고진아, 박수진(BIT&BOOT), 김시진, 손가연(BLOW)
스타일리스트. Team WHITE CHAPLE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안소량, 강미주, 김도윤, 류하영, 박기목, 송진우, 이현주, 정연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김낙현, 심재현, 장인혁, 송태혁, 진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