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알레한드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산토스 브라보스 내한 인터뷰

테니스 코트에서 시작해 음악으로 이어진 길 그리고 산토스 브라보스에 닿기까지. 다양한 필연들이 모여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팀을 만난 알레한드로는 이 모든 걸 “운명”이라고 말한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2026년 4월 한국에서 인터뷰 진행) 한국 팬분들도 알레한드로 씨의 생일을 기념해 지하철 광고를 진행해주셨더라고요. 요즘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요?
알레한드로: (한국어로) 생일! 오, 대박. 봤어요. So happy. 음악 방송 때 팬분들이 보내주신 커피 트럭과 하이브 사옥 앞에 세워진 응원 트럭을 모두 봤어요. 팬분들이 주시는 사랑을 이곳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그래서 저도 항상 매 순간 그 사랑을 팬분들께 다시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첫 한국 음악 방송은 어땠나요?
알레한드로: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 가운데 음악 방송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매 순간 무대에 서거나 챌린지를 찍을 때, 짧은 연습 후에 바로 카메라 위치나 동선 같은 것들을 파악해야 해서 마치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을 포함해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는 환경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팀들이 선보이는 라이브 퍼포먼스도 정말 좋았고요. 특히 엔딩을 찍는 연출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존경하는 K-팝 선배님들과 같이 무대를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았어요. 특히 하이브 패밀리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선배님들도 함께 활동했고, ‘SBS 인기가요’ MC인 TWS 신유 선배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한 가족이라는 느낌을 더 실감하게 됐어요.

오늘 촬영 현장에서 “이름이 뭐예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처럼 한국어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한국에 오시기 전에 많이 연습하셨나 봐요.
알레한드로: 전에 르세라핌 선배님들을 만났을 때도 “누나 너무 예뻐.”라고 했어요. 서로의 언어를 주고받는 것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재미있고요. 한국에서 저는 외국인이다 보니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패션 위크 일정으로 파리에 갔을 때도 제가 알고 있는 프랑스어를 최대한 사용하려고 했었어요. (휴대폰 메모장에 적힌 한국어 문장을 보여주며) 이렇게 몇 가지 단어나 문장들을 따로 적어둔 리스트도 있어요. ‘이건 뭐예요?’, ‘행복해요.’ 이런 표현들을 적어뒀어요.

페루 리마 출신이시죠. 전에 “페루 출신인 것이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셨어요. 페루에서 형성된 정신적인 뿌리가 현재 아티스트로서 알레한드로 씨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알레한드로: 너무 좋은 질문이에요! 저는 페루가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페루에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더 알려지기 위해 늘 노력한다는 점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페루 사람들은 서로에게 사랑과 배려를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보니 저도 페루 사람으로서 그 모습을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어요. 특히 페루 출신 아티스트가 많지 않은 만큼 제가 더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해요. 페루에서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도 제가 사랑을 드리는 만큼 다시 그 사랑을 돌려 받고 있다고 느껴요.

전에 “뱀과 아나콘다를 업고 정글에서 사는 것이 꿈”이라고도 했어요. 페루에는 마추픽추, 안데스산맥, 아마존 열대우림처럼 아름다운 자연들이 많은데, 그런 환경에서 성장한 영향이 있을까요?
알레한드로: 저에게 페루는 마치 타임머신 같은 공간이에요. 예전의 것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사람들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결국 자연이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모던한 것들이나 IT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 자연이 중심이 되는 나라는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페루는 그 땅 자체와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그런 자연적인 자산을 바탕으로 오래된 습관과 삶의 방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져요.

4살 때부터 페루에서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알레한드로: 테니스를 통해 얻은 것들이 정말 많아요. 우선 스스로를 꾸준히 단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리고 테니스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운동인 만큼, 항상 정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줬어요. 자연스럽게 몸에 좋은 것들을 찾게 되면서 건강한 삶을 살게 해주었고요. 그리고 선한 경쟁심을 품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한 경쟁심이요.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다가 13세에 노래를 시작했어요. 당시 촬영한 에드 시런의 ‘Perfect’ 커버 영상을 데뷔 이후 산토스 브라보스 멤버분들과 함께 보기도 했는데, 어떤 기분이었나요?
알레한드로: 너무 부끄러워요.(웃음) 그 영상은 제가 난생처음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거든요.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노래를 부르던 알레한드로는 지금도 제 안에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고, 페루에 있는 저희 집에서 ‘Perfect’를 다시 부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도 이 부분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후 2022년에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작곡으로 데뷔했잖아요. 하이브라틴아메리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글로벌 라틴 밴드에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알레한드로: 그냥 자연스럽게 이끌렸어요. 다른 삶의 선택지는 없었고,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산토스 브라보스가 되어 있었어요.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대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사실 그 전까지는 제가 만든 곡을 부를 생각만 했지,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산토스 브라보스로서 음악을 하는 것부터 이렇게 한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순간까지 모두 하나로 이어진 운명 같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 모든 선택과 흐름들이 제가 평생 있고 싶었던 곳으로 저를 이끌어준 것 같아요.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다고 하셨는데, 상상조차 못했던 ‘춤’이 이제는 일상이 될 만큼 성장한 거네요.
알레한드로: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춤을 출 줄 몰랐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어요.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는 영상과 다양한 아티스트의 무대 영상들을 찾아보며 공부하고 새벽까지 연습도 계속했어요.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를 담당했던 손(Son) 님(HYBE Amercia 손성득 총괄 크리에이터)에게 “춤을 잘 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여쭤본 적이 있는데, 그때 “시간밖에 답이 없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결국 투자한 시간만큼 무대에서 드러난다는 걸 알게 돼 지금도 모든 걸 연습으로 채워가고 있어요. 사실 저는 스스로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저의 재능이에요. 인생에서 배운 모든 과정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계속 나아질 수 있다고 믿어요. 아마 지금 제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동기부여가 되거나 힘을 얻으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No talent. Just hard work.”

이 일에 대해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같아요. 평소 노래를 들으면서도 음악 속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했는데, 앨범 ‘DUAL’을 녹음할 때 각각 어떤 이미지에 집중해 녹음과 연습에 임했는지 궁금해요.
알레한드로: ‘FE’는 실연을 당한 제가 침대에 누워 상대방에게 문자를 할까, 말까 하며 마음 아파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불렀어요. ‘MHM’는 사랑에 흠뻑 빠진 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불렀고요. ‘VELOCIDADE’는 파티에 놀러 나가는 제 모습을 그리며 녹음했어요.

‘KAWASAKI’에서는 조금 더 낮고 강렬한 보컬을 보여줬고, ‘Bad Desire’ 커버에서는 고음 파트를 소화하는 것처럼 다양한 보컬을 보여주고 있어요. 앞으로 음악적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알레한드로: 주변에서 제가 코러스 파트에 잘 어울린다고 피드백해줘 좋았어요. 높은 음역대의 제 보이스가 가진 특유의 중독적인 부분과 몰입감 덕분인 것 같아요. 앞으로 산토스 브라보스에서는 낮은 음역대에도 더 많이 도전하고 싶어요. 낮은 음역대의 보컬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미스터리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저의 어둡고 ‘brave’한 부분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자작곡을 쓰는 것도 지금 제 목표이자 꿈이에요. 언젠가는 산토스 브라보스를 위해 곡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저를,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해요.

앨범 ‘DUAL’을 소개할 때 ‘모든 사람들이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멋지고 깜찍한 순간도 있지만 쿨하고 멋있는 모습도 있다.’라고 했어요. 그 설명처럼 스스로를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이라고 말한 반면, ‘MBTI’는 외향적인 ‘ENFJ’로 나왔어요.
알레한드로: 오, ‘ENFJ’. ‘MBTI.’ 누구에게나 이중적인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고, 그게 꽤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편이에요. 일상을 살아가는 저와 무대에 서는 제가 다른 것처럼요. 저는 어릴 때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어요. 누가 질문을 해도 대답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요.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하며 치열한 환경에서 실전 위주의 훈련을 받다 보니, 저에게 그런 모습만 있는 줄 알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음악을 만나고 나서부터 저의 ‘I’ 성향이 점점 ‘E’ 성향으로 바뀌게 되었고, 저한테 ‘sensitive’한 면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저의 ‘santo’한 면은 모두를 사랑하는 ‘sentimental boy’의 모습일 때예요. 반대로 저에게는 ‘brave’한 면도 있는데요. 이건 스스로도 설명하기가 조금 어렵긴 해요. 검은색 옷 같은 걸 입을 때라든지 또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가끔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비칠 때의 모습 같아요. 그런 모습으로 무대에 설 때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조금은 반항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반항은 제가 지킬 수 있는 선 안에서의 반항이에요. 요즘에는 ‘I’와 ‘E’의 성향이 비슷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산토스 브라보스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는 편안해져서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더 드러낼 수 있게 되거든요.

전에도 스스로의 성격을 ‘sensitive nature’라고 표현한 게 기억나네요.
알레한드로: 산토스 브라보스 캠프에 들어갔을 때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는 기준으로 퍼포먼스를 준비하다 보니 점점 제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꼈어요. 몇 달 동안 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화장실에 가서 울었던 적도 있어요. 그때 ‘내가 여기에 왜 들어왔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감정과 가치관을 정리했어요.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앞으로도 저의 ‘sensitive’한 성향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은 ‘sensitive’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여겨질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제 성격이 가장 큰 강점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듀알(DUAL, 산토스 브라보스의 팬덤)분들과 연결할 때 그 감정들이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듀알분들께 90도로 인사하고, 소감을 전할 때 울컥하는 모습에서도 알레한드로 씨의 섬세함을 느꼈어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알레한드로: 저는 듀알분들과 굉장히 강한 연결감을 느끼고 있어요. 듀알 덕분에, 듀알이 있어 지금의 저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위버스에 자주 글을 남기게 되더라고요. 팬분들이 “오늘 하루가 너무 안 좋았다.”, “시험을 잘 못 쳤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슬픔을 표현하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제 한마디로 그 슬픔이 사라지고, 가장 안 좋았던 날이 가장 좋은 날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너무 중요해요. 듀알분들과는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서로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듀알분들이 주시는 사랑을 제가 받기도 하고, 그 사랑을 다시 돌려드리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가 주고받는 소통을 단순한 팬서비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언젠가는 직접 모든 팬분들을 한 분 한 분 안아드리고 싶어요.

듀알과 함께 '산토스 브라보스'라는 팀으로서 다섯 명이 걷고 있는 지금, 가장 기쁘게 느껴지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알레한드로: 매 순간 함께할 수 있다는 가족이 생겼다는 게 너무나도 중요하고 감사해요. 전에 제가 활동했던 것들은 테니스, 공부, 작사, 솔로 아티스트처럼 모두 혼자 하는 것들이었어요. 그렇게 늘 혼자 있다가 하나의 그룹으로 다섯 명이 모든 걸 함께하게 되면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아졌어요. 전 그게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한국어로) 산토스 브라보스, 영원히.

Credit
정다나
인터뷰정다나
비주얼 디렉터김예영 (@yeyoungkim9)
비주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오민지
현장 운영 총괄오민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권애영, 마리아 호세 앙굴로
사진니콜라이 안
영상김영대, 김현호, 하예지 (LoCITY)
촬영 지원조윤미
헤어김도영, 임도운 / Assist. 강경은 (ALUU)
메이크업최고운, 박진희 (ALUU)
스타일리스트이종현, 이서영, 이민지
세트 디자인최서윤, 김아영 (da;rak)
모델강동명, 공원, 김세진, 이심제, 잔퀴
마케팅팀마리엘 몬티니, 릴리아나 오르티스, 안드레아 라미레스, 카렌 리코이, 소피아 알바레스, 크리스말리 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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