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카우에 “저는 뜨거움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산토스 브라보스 내한 인터뷰

뜨거운 태양 아래서 자란 사람은, 어디를 가도 그 뜨거움을 간직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인 서울에서도, 리우의 태양은 카우에의 노래와 춤 속에서 살아 숨 쉰다.

‘Santos Bravos: La Serie’ 당시 카우에 씨는 “나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때로는 어두울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나는 나의 문화, 나의 선조들, 나의 나라 사람들 그 자체예요.”라고 자신을 소개했어요. 지금의 카우에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카우에: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늘 변화하고 있다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그때의 답변을 이어가고 싶어요. 매일매일 스스로를 알아가는 중이에요. 일주일 사이에도, 심지어 하루 사이에도 제 자신이 많이 변하고 요동치는 걸 느껴요. 더 노력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고, 예전엔 두려워하던 일들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스스로도 많이 바뀌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아티스트로서 늘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대 위에 있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거예요. 아티스트가 무대를, 그 떨림과 긴장, 아드레날린까지 포함해 즐기지 못한다면, 자신의 예술을 가장 좋은 방식으로 살아내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공연 전에 긴장이 되면 제게 이렇게 말해요. “넌 이걸 하기 위해 태어났어.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면 결국 너에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저는 노력해요. 제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시도한다(try)’인 것 같아요. 가능한 한, 매 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요. 무섭거나 힘든 순간이 와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선물 같은 일인데, 두려움에만 갇혀 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걸 계속 떠올리려고 해요.

데뷔 전에 말한 이야기인데도 산토스 브라보스의 콘셉트와 비슷한 맥락의 표현 같아요. 약한 모습까지 모두 드러내는 ‘SANTO’와 강함, 열정을 보여주는 ‘BRAVO’, 두 가지가 공존한다는 콘셉트잖아요. 카우에 씨의 ‘SANTO’한 면은 무엇인가요?
카우에: ‘SANTO’는 제 성격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수줍음이 많은 편이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다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도 그런 제 모습을 좋아해요. 팬분들이 알고 좋아해주시는 모습도 그런 부드러운 성격인 것 같아요. 저보다 팬분들이 제 성격을 더 잘 알고 계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BRAVO’한 면은요?
카우에: 산토스 브라보스로서 일할 때 나오는 모습이에요. 무대에 오를 때 혹은 보컬이나 작사·작곡과 관련해 의견을 낼 때면 그 상태가 돼요. 저에게 그룹보다 더 중요한 건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먼저 나서서 말하는 사람이에요.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이건 좋은 것 같아요.”, “이 아이디어는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하고요.

사실은 그룹 내 유일한 내향인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동시에 굉장히 열정적이기도 하네요.
카우에: 저는 내향인이지만 동시에 외향인이기도 해요. 제가 자란 리우에서는 내향인으로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길에 나가면 항상 누군가와 말을 하게 돼요. 예를 들어 지금 여기 있다가도 밖에 어르신 한 분이 지나가시면, 빵이든 주스든 뭐라도 대화 주제를 꺼내면서 말을 걸어올 거예요. 그런 환경이 성격에 많은 영향을 줬죠. 그런데 일을 하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완전한 내향인이 돼요. 내향인이다 보니 오히려 분위기를 잘 읽고 신중하게 행동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죠.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내외향인’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라틴인들은 서로 특유의 에너지(‘molho’)로 연결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산토스 브라보스 멤버들과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해도, 눈빛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카우에: 맞아요. 멤버들이 모두 라틴계다 보니 제가 스페인어를 배우기 전부터도 눈빛만으로 서로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꽤 많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통했달까요. 부트캠프 기간 동안 케네스랑 그런 상황이 진짜 많았어요. 한 번은 누군가가 반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저는 스페인어로 ‘반지’를 뭐라고 하는지 전혀 몰라서 이해를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케네스가 자기 손가락을 가리키며 신호를 보내서, 바로 ‘아, 반지 말하는 거구나!’라고 알아챘죠. 그렇게 저희만의 언어와 보디랭귀지가 뒤섞인 독특한 소통 방식이 만들어졌어요. 결국에는 언어뿐 아니라 서로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세 가지 언어를 쓰는 멤버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재미있는 해프닝이 자주 생기잖아요. 대표적으로 ‘liquidificadora(‘블렌더’의 포르투갈어)’를 설명할 때, 결국 말 대신 의성어로 서로를 이해시켰던 장면도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요. 언어가 달라도 서로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카우에: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죠. 저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데, 제가 생각했던 의미와 실제 의미가 완전히 다를 때가 많고, 영어를 쓸 때도 그런 일들이 가끔 일어나요. 이런 경험들이 오히려 서로의 문화를 더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또한 어떤 단어를 언제,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덕분에 아직 완벽하게 말하진 못하지만, 스페인어를 꽤 알아듣는 정도까지는 온 것 같아요.

노래할 때도 언어마다 느낌이 다른가요?
카우에: 완전히 달라요. 저는 저음 쪽에 가까운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영어를 쓰거나 스페인어를 쓸 때는 톤이 높아져요. 포르투갈어가 지닌 자연스러운 리듬과 말의 흐름이 영어나 스페인어랑은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제가 말하거나 노래할 때는 항상 두 개, 많게는 세 개의 언어 감각이 동시에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재미있죠.

앨범 수록 곡 중 ‘VELOCIDADE’ 그리고 ‘0% (Portuguese Ver.)’에서는 멤버들이 포르투갈어로 랩과 노래를 소화해야 했는데, ‘0% (Portuguese Ver.)’ 녹음 비하인드에서 카우에 씨가 멤버들에게 포르투갈어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카우에: 녹음실에 들어가기 몇 주 전부터, 거의 매일 멤버들을 데리고 숙소 3층으로 올라가서 다 같이 모여 수업처럼 가이드를 해준 기억이 있어요. 제가 멤버들에게 “자, 이제 한 번 불러봐. 진짜 외웠는지 들어보자.” 이런 식으로 연습을 시켰죠. 그리고 제가 직접 데모를 녹음해 멤버들이 ‘포르투갈어는 이런 식으로 발음하고, 이런 식으로 끊고, 이런 느낌으로 가야 하는구나.’를 귀로 익힐 수 있게 해줬어요. 재미있는 순간들도 정말 많았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카우에: 제가 특히 좋아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가비가 ‘VELOCIDADE’를 녹음했을 때 생긴 일이에요. 가사에 ‘frente’라는 단어가 있는데, 가비가 자꾸 그걸 ‘French’처럼 발음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지금 프랑스 가니?”라고 장난을 쳤어요.(웃음) 사실 저희가 서로를 도와주는 방식은 딱 그런 식으로, 장난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져요. 그때 멤버들이 포르투갈어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모두 똑똑하고 흡수력이 좋아 생각보다 빨리 잘 따라와줬어요. 멤버들이 자랑스러워요. 

‘VELOCIDADE’는 브라질 펑크에서 영감을 받은 곡인 동시에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곡인데요. 고향인 브라질의 색깔이 그룹의 음악 안에 녹아드는 순간,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카우에: 자부심을 느꼈어요. 공연장에서 팬들이 ‘VELOCIDADE’를 같이 부르는 모습을 보는 건, 아직도 저한테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이에요. 브라질 사람인 제가 부르는 음악이 이제는 반대로 스페인어권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어떤 건지 좀 느껴지겠지?’라는 생각에 후련하기도 했고요.(웃음) 또 포르투갈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VELOCIDADE’를 듣고 따라 부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브라질 펑크 특유의 리듬과 장르가 전 세계에 소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노래를 계기로 세상 사람들이 브라질을 좋은 예술가와 문화 그리고 음악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보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카우에 씨에게 리우데자네이루는 어떤 곳인가요?
카우에: 리우데자네이루는 저의 전부예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항상 리우를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의 꿈이기도 했고, 저의 꿈이기도 한 세상을 누비는 일을 지금 하고 있는데요. 역설적으로 다른 곳에서 살아보니까 제가 태어난 곳과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 저라는 사람의 중심을 지키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느끼게 됐어요. 

어떤 순간에 그런 부분을 느끼게 되었나요?
카우에: 최근에 잠깐 고향에 휴가를 갔는데, 햇빛 아래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피부가 거의 타들어간 것처럼 어두워졌어요. 그런데도 그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어렸을 때 저는 “나는 더위나 햇볕을 별로 안 좋아해.”라고 말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브라질을 떠나 살아보니 저는 뜨거움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햇볕을 정말 좋아하고, 살이 타는 느낌도 재미있는 것 같고. 그걸 브라질을 떠나서야 깨달았다는 점이, 제게 리우를 더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브라질의 한 소년이었을 카우에 씨를 떠올려보니, 방탄소년단 티셔츠를 입고 찍은 어린 카우에 씨의 셀피가 생각나요.
카우에: 그 사진 기억해요. 너무 귀여운 사진이죠.(웃음) 사실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추억을 담고 있는 사진이에요. 그때가 처음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었을 때거든요. 그 돈으로 가장 먼저 산 게 바로 그 티셔츠랑 ‘BTS’가 써 있는 마스크였어요. 제가 사는 리우데자네이루는 거의 매일 기온이 40℃, 45℃까지 올라가는 곳이에요. 말도 안 되게 더운 곳이죠. 그런데 그 무더운 날씨에 ‘BTS’라고 적힌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동네를 돌아다닌 거예요.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와, 미쳤다.’라는 눈으로 쳐다보곤 했어요. 집에 들어오면 마스크가 땀으로 완전히 젖어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어요. 돌이켜보면 진짜 미친 것 같기도 한데.(웃음) 동시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아미(ARMY)셨나 봐요.
카우에: 제가 춤추고 노래하고 싶다고 느끼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방탄소년단이에요. 살면서 힘든 시기가 여러 번 지나갔는데, 그때마다 저를 버티게 해준 건 방탄소년단의 음악이었어요. 매일 몇 시간씩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으면서 다친 마음을 치유받았죠. 특히 ‘봄날’은 제게 숨구멍이 되어 준 곡이에요. 지칠 때마다 ‘봄날’을 틀고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힘든 날이면 ‘봄날’을 듣고, 그다음 ‘Butterfly’를 들으며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뒤, 새로 나온 곡들을 들으면서 조금씩 기분을 회복시키는 일종의 루틴을 거쳤어요. 방탄소년단은 제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어주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존재이기도 해요.

리우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던 소년이, 이제는 방탄소년단의 회사 사옥 앞에서 카우에 씨의 방문을 축하하는 트럭을 보게 됐어요.
카우에: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벅찼어요. 트럭을 보고 DUAL분들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사랑한다.’, ‘응원한다.’라는 메시지를 넘어 산토스 브라보스가 어디에 있든 그 사랑을 직접 보여줄 것이라는 팬분들의 강한 애정이 느껴졌어요. 팬분들이 그런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실 때면 울컥하게 돼요. 예전에는 혼자라고 느낄 때가 정말 많았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느끼지 않아요. 팬들이 있고, 멤버들이 있어서요. 이제는 우리가 콜롬비아에 가든, 한국에 가든, 일본에 가든, 심지어 달에 간다고 해도, 팬들이 그곳까지 마음을 보내줄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저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늘 힘써주고 있다는 걸 아니까요.

삶에 그렇게 다양한 변화가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카우에 씨의 삶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카우에: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라… 물론 있죠. 저는 브라질에서 집이랑 정말 가까운 교회에서 노래를 하며 자랐어요. 지금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느껴요. 제가 노래하는 방식이 그래요. 보컬 테크닉도 바뀌고, 여러 가지를 바꾸면서 제 목소리 자체도 굉장히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제 안에 있는 진짜 아티스트, 마치 모든 걸 다 쏟아부어 사람들을 쓰러뜨릴 듯이 노래하던 그 ‘작은 카우에’는 아직도 제 안에 그대로 있어요. 그건 정말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변하지 않았어요. 목소리는 좀 더 깊어지고 성숙해졌을 뿐, 저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요. 사람들과 연결되고, 제 노래와 에너지를 느끼길 기다리던 그 아이 말이에요.

Credit
최민서
인터뷰최민서
비주얼 디렉터김예영 (@yeyoungkim9)
비주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오민지
현장 운영 총괄오민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권애영, 마리아 호세 앙굴로
사진니콜라이 안
영상김영대, 김현호, 하예지 (LoCITY)
촬영 지원조윤미
헤어김도영, 임도운 / Assist. 강경은 (ALUU)
메이크업최고운, 박진희 (ALUU)
스타일리스트이종현, 이서영, 이민지
세트 디자인최서윤, 김아영 (da;rak)
마케팅팀마리엘 몬티니, 릴리아나 오르티스, 안드레아 라미레스, 카렌 리코이, 소피아 알바레스, 크리스말리 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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