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노래, 예능, 연기 뭐든 잘하고 싶다는 디노에게 다음 목표를 묻자 그는 소풍을 앞둔 소년처럼 설레는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열정을 불태울 새로운 것들을 계속 찾아봐야죠.” 

반려식물들은 잘 자라고 있나요? 

디노: 큰 친구 하나와 작은 친구들이 있는데, 큰 친구가 요즘 좀 힘들어해요. 창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맞춰서 커튼도 열어주고 물도 잘 챙겨줬는데, 바빠지는 바람에 소홀했나 봐요.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뭐예요?

디노: 밖이 온통 회색의 높은 빌딩뿐이니까 집에서만큼은 초록색이 가득한 자연 안에서 지내고 싶었어요. 지난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선물했는데, 꽃다발이 아니라 화분에 심어진 모종을 선물했어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퍼포먼스팀의 유닛곡 ‘Wave’도 도시 속에서 마음의 바다로 떠나자고 노래해요.

디노: 호시 형이 떠올린 파도라는 키워드가 좋았어요. 실제로 곡에 파도 소리를 넣기도 했죠. 저는 작사에 참여했는데, ‘물결’이라는 단어를 꼭 쓰고 싶은 거예요. 조심스럽게 ‘느낌을 따라’를 ‘물결을 따라’로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바뀐 가사가 바로 뒤에 나오는 ‘율동’과도 라임이 잘 어울려서 좋았어요.  

 

타이틀 곡 ‘Ready to love’에서는 2절 후렴의 고음 파트를 소화했어요. 

디노: 제 원래 음역대와는 많이 달라서 어렵고 아쉽기도 했는데 또 재밌었어요. 새로운 시도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좋아해요. 최근 개인 작업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목소리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스타일을 가꾸느냐를 중점적으로 작업하다 보니 이번 녹음에도 도움이 됐어요.

‘Rolling Stone’의 ‘In My Room’은 퍼포먼스팀이 춤만 잘 추는 게 아니란 걸 보여준 무대였어요.

디노: 저희에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춤 없이 노래만 부르는 기획이라고 하니 퍼포먼스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어서 4명이 가장 자신 있고 좋아하는 ‘13월의 춤’을 선곡했죠. 유닛은 멤버들 각자의 장점이 더 잘보이게끔 하는 방법이지만, 이름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고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고민해요.

 

퍼포먼스에 대한 책임감도 있을 것 같아요. 호시 씨는 한 인터뷰에서 “콘서트에서 가장 힘든 4명”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디노: 너무 동의하죠.(웃음) 다른 팀의 무대가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모두 다같이 전력을 다해서 단체 무대를 마치고 나면 다른 유닛은 가끔 춤 없이 노래를 하거나 자유롭게 뛰어놀기도 하는데, 퍼포먼스팀은 그럴 틈이 없어요. 무대를 마치고 막 숨이 찬 상태에서 다음 무대를 보는데, 보컬팀이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아니, 노래를 부를 때 앉아 있을 수 있잖아?’ 했죠.(웃음) 

 

언제나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기대받는데, 부담감은 없나요?

디노: ‘DANCEOLOGY’를 시작하게 된 이유예요.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저의 만족을 위해 춤추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물을 캐럿들이 좋아해주시니까 너무 고마웠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세븐틴 활동에 더해 ‘DANCEOLOGY’를 꾸준히 이어가는 게 바쁜 일정상 쉽지 않겠어요. ‘Sucker’ 당시에도 일본에 갔을 때 멤버들이 쉬는 날 혼자 촬영을 했다고요.

디노: 원래 그 전날에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못하게 됐거든요. 그대로 돌아가겠다 싶었는데 마지막 날 오키나와에서 찍을 수 있게 됐어요. 멤버들이 쉬는 날인데도 촬영장에 와서 응원해준 덕에 저도 빨리 끝내고 나서 짧게나마 휴식을 즐길 수 있었어요. 안무 창작, 촬영, 컷 편집을 하는 동시에 팀 활동을 하니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재밌으니까 계속할 수 있어요.

‘Feeling Good’에서는 재지한 곡에 순수 무용을 접목시킨 안무를 창작하기도 했어요.

디노: 처음 ‘5 in the Morning’ 때에는 매 박자마다 촘촘하게 동작을 넣다 보니 두 마디 짜는 데에 30분 넘게 걸렸어요. 그러다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새로움이 필요한 시점에 한국무용을 하시는 선생님과 함께 완전히 다른 장르에 도전하게 됐어요. 이전까지는 박자와 디테일한 동작에만 신경을 썼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 같더라고요. 기술은 기본이고 춤으로 말을 건네는 게 중요했던 거예요. ‘Feeling Good’ 안무는 순간의 제 느낌에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에서 전환점이 되어준 춤이에요. 

 

‘Thin White Lies’ 안무는 점차 고립되는 내면의 고통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좀 더 깊은 감정을 표출하려고 한 느낌이에요.

디노: 큰 틀이 좁아지면서 나를 옥죄고 마침내 겨우 빠져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내용인데, 당시 제 마음을 나타내려고 했어요. 연차가 쌓이면서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느껴지고 스스로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를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한 콘텐츠에서 마음을 숨기고 싶지는 않았어요. 솔직해지자, 춤으로 내 마음을 말해버리자 했죠. 

 

무대 위 흰 프레임부터 좁고 네모난 핀 조명, 마지막에 다시 좁은 흰 선 위에 올라서는 연출까지 안무뿐 아니라 다양한 장치를 통해 메시지를 쉽게 이해시켜준 것 같아요. 

디노: 큰 틀이 점점 좁아지는 게 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무대를 구성했어요. ‘쟤는 어떤 생각으로 저 춤을 춘 거지’를 고민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본질을 잊고 해석에만 의존하거나 정작 춤이 보이지 않게 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보는 분들이 받는 첫 느낌도 중요하고 또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춤을 보는 분들이 머리 아프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DANCEOLOGY’를 하나의 콘텐츠로서 자평하자면 어떤가요? 유튜브에 커버 콘텐츠가 등장하기도 했어요.

디노: 나를 기록하고 또 어필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또는 한 댄스 가수의 일기장. 컨펌받을 사람도 없고(웃음) 팀 안무를 구성할 때와 달리 부담이 없어요. 정말 즐거워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든요.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 중 하나예요. 

‘DANCEOLOGY’라는 일기를 돌아보면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디노: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데뷔 초 무대를 보면 과할 때가 있었거든요.(웃음) 그래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지금에 올 수 있었겠죠. 이젠 자연스럽게 완급 조절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춤출 때의 ‘레이백’도 그런 여유의 일환일까요? 디에잇 씨가 ‘마피아 댄스’를 하다가 “우리 팀에서 레이백 하는 사람은 디노밖에 없어.”라고 말한 적이 있기도 했는데. 

디노: ‘레이백’은 끝 박은 맞추되 그 앞 박자에서 조금 더 기다렸다가, 끝 박으로 가는 순간을 더 짧게 만드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조금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사실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똑같은 동작인데 왠지 모르게 다른, 그런 찰져 보이게 하는?(웃음) 레이백을 넣으면 느낌을 풍성하게 만들면서 쾌감을 크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신경 쓰는 편이에요. 

 

무대 표현력을 더 기르기 위해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디노: 작년 여름쯤, 곡과 콘셉트는 계속 달라지는데 카메라를 보는 제가 너무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더라고요.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연극 연기 선생님께 찾아갔죠. 목표를 말씀드리니 그에 맞춰서 묘사 연기에 집중하도록 수업의 틀을 잡아주셨어요. 어떤 상황이나 감정이 주어지면, 대사 없이 온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에요. 연기를 하면 집중력이 높아져서 짧은 순간인데도 그 상황에 딱 빠져들게 되는 맛이 있더라고요. 선생님이 조만간 드라마 하나 찍을 것 같다고 칭찬해주셔서 “아유 아닙니다.” 했어요(웃음). 

계속 새롭게 배울 거리를 찾아나서는 걸 보면 스스로 현 상태에 안주하는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인가 봐요.

디노: 그런 강박이 있나 봐요. 머물러 있는 채로 시간이 지나버린다면 점점 내려갈 것 같은 느낌이에요. 나의 한계를 딱 정해버리는 것 같고. 특히 연습생 때는 너무 간절했고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상황도, 나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하나에 연연했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으니까요. 한창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붙잡는 게 많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놓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아픈 경험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그런 ‘놓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고잉 세븐틴 2020’의 ‘드립: 세븐틴 갓 탤런트’편에서 ‘위대한 이찬’으로 출연해 오디션에 낙방한 14세 때의 자신을 그대로 재연했어요.

디노: 어차피 자료가 남아 있으니 다 알고 있는데, 제가 부끄러워하면 캐럿들도 저랑 똑같이 생각하게 될 것 같았어요.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당시에 이승환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이 현실이 됐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추억이에요. 7년 뒤에 아이돌이 될 것 같다고 해주셨는데 3년 뒤에 세븐틴으로 데뷔했으니까요. ‘고잉 세븐틴’을 찍을 때는 웃기고 싶은 욕심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웃음) 당시 현장에서 어떤 노래가 제일 멤버들 반응이 좋을까 생각하다 Ne-Yo의 ‘So Sick’을 골랐어요. 연습생 때 즐겨 불렀는데, 멤버들은 그때 제 모습을 아니까요. 정말 많이 서툴렀거든요. 

멤버들을 진지하게 칭찬하거나 제작진의 질문에 길게 답변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남을 비하하지 않고 재미나 활력을 주는 방식의 웃음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디노: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저만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상대방의 기분을 신경 쓰게 돼요. 제 바람이나 욕심에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나 봐요.

 

특히 승관 씨와는 남다른 호흡을 선보여요. 두 사람의 만담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죠.

디노: 카메라 앞에서는 투닥거려서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뒤에서는 따뜻한 사이에요.(웃음) 좋아하는 멤버이고 아끼는 사람이죠. 처음 연습생 동기로 만났을 땐 좋아 죽는 사이였다가, 커가면서 성향과 가치관이 너무 다르단 걸 알았어요. 저는 ‘너는 너, 나는 나’인데 형은 남을 챙겨주는 걸 좋아하다 보니 정말 많이 싸웠어요. 두 달 동안 서로 말도 안 했을 정도로요. 그렇게 서로 알아가고 맞춰 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잘 지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고잉 세븐틴 2020’의 ‘천고마비’편에서 “우리 형들 사랑해!”라고 외치며 각별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디노: 번지점프를 뛸 때 제 인생에서 큰 두려움을 넘는 순간이었거든요. 고맙다, 오래가자 이런 말보다 더 커다란 마음을 딱 던져서 용기를 얻고 싶었어요. 데뷔 초에는 형들에게 어떻게든 에너지를 전달하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누가 지쳐 있으면 제가 힘을 주고 끌고 가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었고요. 그런데 그럼 쉽게 지치잖아요. 이젠 형들에게 기댈 줄도, 다른 멤버들이 주는 에너지를 받을 줄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제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된 거죠.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이 또 있나요?

디노: 경험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거요. 스물셋의 저를 좋아해주는 캐럿이 내년, 당장 내일 저를 좋아하지 않게 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관계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데, 캐럿들의 마음도 그럴 수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멋있어지면 언젠가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너무나도 사랑해주시고 아낌없이 지지해주셨으니 원망하지 않을 거고요.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만큼 더 좋고 멋있는 디노 씨는 어떤 모습일까요?

디노: 일단 기회가 닿는다면 올해 안에는 꼭 믹스테이프를 내려고 해요. 서른 살이 되면 그때까지 작업했던 곡들로 콘서트도 열고 싶어요. 제 목표이자 신조가 있는데, 잊지 않으려고 메모장에 써놓고 되새기는 말이에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표현하고, 눈만이 아닌 마음을 사로잡고, 한 순간의 즐거움보다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겠습니다.”

글. 임현경
인터뷰. 임현경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민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김효담(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채대한 / Assist. 배준선, 손효정, 오창환
헤어. 우은혜(BIT&BOOT), 문현철(BLOW)
메이크업. 고진아, 박수진(BIT&BOOT), 김시진, 손가연(BLOW)
스타일리스트. Team WHITE CHAPLE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안소량, 강미주, 김도윤, 류하영, 박기목, 송진우, 이현주, 정연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김낙현, 심재현, 장인혁, 송태혁, 진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