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집).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은 건물. 보이넥스트도어의 첫 정규 앨범 ‘HOME’은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선공개 곡 ‘똑똑똑’ 속 집은 안전을 보장하는 공간이 아니다. 집이 우리를 재해와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뮤직비디오 속 집은 끊임없이 깨지고, 뚫리고, 파괴되고, 폭발하고, 침입당한다. 노래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벨소리처럼 문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초인종을 누른다. 집 안에 머물자니 누군가 계속해 문을 두드리고, 밖으로 나가자니 뮤직비디오 속 쥐처럼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고양이에게 얻어맞는다. 그들의 집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BUNKER(벙커). 적의 사격이나 관측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 집마저 안전하지 않은 세상에서, 보이넥스트도어는 끝내 벙커로 숨어든다. 동명의 콘셉트 필름 속 멤버들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머문다. 그곳에는 서로뿐이다. ‘작은 행복’을 상징하는 브로콜리조차 엑스레이 사진처럼 흔적만 남아 있다. 작은 행복조차 허용되지 않는 공간. 하지만 그들은 그 안에서 뜻밖의 문장을 마주한다. “갇힌 공간 안에서 우리는 마침내 집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를 만들어냈다.(Yet, within this confined space, we have built something that finally feels like home.)” 네 편의 콘셉트 필름에서 이들은 집을 찾아 나서거나(‘NAVIGATOR’), 스스로 머물 곳을 만들려고 했다(‘WEAVER’). 세상과 단절된 공간으로 숨었을 때도 있었다(‘BUNKER’). 그러나 마침내 서로가 있는 그곳을 행복한 집이라고 부르기로 한다(‘SWEET HOME’). 이제 ‘HOME’은 장소가 아니라 관계의 의미로 확장된다.
HOME(가정). 한 가족이 함께 사는 집. 혹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콘셉트 필름 ‘NAVIGATOR’ 속 설명처럼 이들의 ‘HOME’은 “가족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방, 밤을 지새우며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한 방 그리고 연습을 마치고 난 뒤 남아 있는 생각과 감정들이 흐르는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앨범 ‘HOME’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 ‘기억해줘요 (Forever You)’, 연습생 시절의 시간을 기록한 ‘06070’,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은 ‘I Wonder’를 포함하는 것처럼, 이들의 집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 집은 안전하지 않았다. 가족도, 꿈도, 팬들과의 관계도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꿈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동시에 “화려함은 잠깐 빌린 빚이 돼, 이자는 열등감 좀 먹어도 배가 불러”(‘06070’) 오게 만든다. 가족에게는 “살아보니 어려워 내 편 하나를 찾는 게”, “나조차 내가 싫은 날에도 당신은 사랑해줘요”라는 고마움과 “영원한 건 없다지만”이라는 불안이 공존한다(‘기억해줘요 (Forever You)’). 팬들과의 관계 역시 “왜 가장 서투른 때 내가 왜 가장 완벽한 널 만나”게 된 만큼, “행복한 만큼 불안한 날”(‘I Wonder’)들의 연속이다. 이들에게 HOME은 완벽한 보호막이 아니라, 불완전하더라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이다.

그래서 앨범 ‘HOME’은 머물 집을 찾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함께할 사람을 찾는 이야기다. “한동안 계속 걸어다녔다. 스스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로. 우리의 집은 어디 있는 걸까? 나는 생각했다.” ‘[HOME] Film Essay: Finding HOME’에서 멤버들은 서로 다른 공간에 흩어져 있다. 편의점, 병원, 아파트, 공원, 길거리. 그러나 이내 타인과 소통하지 않던 이한과 집 안에 홀로 머물던 성호가 만나고, 병원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던 리우를 태산이 오토바이에 태워 세상 밖으로 이끈다. 늘 다른 사람의 모습만을 카메라에 담던 명재현에게 운학은 처음으로 그를 찍은 사진을 선물한다. 이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어디서 만난 적 있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매번 혼자였던 혹은 혼자이려고 했던 멤버들은 서로를 만나고 그제서야 웃고, 대화하고, 서로의 세계에 상대를 초대한다. 달랐던 사람들은 그렇게 ‘우리’가 된다.
혼자서는 견디기 어려웠던 시간들이 모여 결국 ‘우리’를 만들었다. ‘[HOME] Film Essay: Finding HOME’이 낯선 사람들이 서로의 세계에 스며들어 ‘우리’가 되어가는 순간을 영화적으로 상상한 것이라면, 수록 곡 ‘06070’은 서로 다른 연습생들이 만나 하나의 팀이 되는, 보이넥스트도어의 현실의 ‘우리’가 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을 기록한다. “스무 살 혜화역 허름한 식당”, “그날 내가 깨트린 건 서빙 중이었던 그릇일까 꿈일까.” 꿈을 품고도 확신할 수 없었던 시절을 지나, 소년들은 이제 “무대 위, 수천 명 앞”에 서서 “눈 뜬 채로 꿈에 살아”간다. “홀로 서서 버텼기에 여섯 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우리를 서로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HOME VIDEO’ EP.1 : I Wonder’ 속 명재현의 말처럼, 보이넥스트도어의 ‘HOME’은 자신들을 완벽하게 보호해주는 공간이 아니다. 대신 서로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가족과 꿈, 팬 그리고 우리. 집은 무너질 수 있고, 문은 뚫릴 수 있으며, 벙커조차 영원한 피난처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서로가 있다면 어떤 공간이든 다시 ‘HOME’이 된다. 요컨대 보이넥스트도어의 정규 앨범 ‘HOME’은 나를 보호해줄 안전한 집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만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고, 끝내 서로를 ‘HOME’이라 부르게 되기까지의 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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