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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소개팅’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법
이 주의 유튜브, 영화, 플레이리스트
Credit
윤해인, 남선우(‘씨네21’ 기자),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때때때 TTT

‘모태솔로가 사랑에 뛰어든 이유ㅣ홍콩 1부ㅣ72시간 소개팅’
윤해인: 작년 9월 유튜브 채널 ‘때때때 TTT’를 통해 공개된 연애 프로그램 ‘72시간 소개팅’의 콘셉트는 심플하다.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72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 다음 날이 되면 상대와 함께, 혹은 혼자 돌아갈지 선택한다. 시즌 2로 돌아온 ‘72시간 소개팅’은 여전히 여행지라는 한정된 시공간이 선사하는 낭만, 그리고 연애를 전제로 서로를 탐색하는 소개팅의 현실 감각 사이를 교차한다. 최소화된 장비로 촬영했음에도 감각적인 영상미, 적재적소에 맞는 서정적 배경음악, 거의 영화 같은 첫 만남을 설계하는 ‘원의 독백’ 고유의 연출 또한 그대로다. ‘72시간 소개팅’은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여행을 통해 가까워지고, 점차 마음을 여는 순간순간을 세심히 포착해 시청자들이 ‘연프’에서 보고 싶은 간질거림을 유려하게 담아낸다. 홍콩 여행을 함께한 지 이틀 차, 서브컬처에 관심이 없던 수인은 재원이 좋아하는 포켓몬 카드를 함께 뽑으며 즐거워하고,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재원은 수인이 가고 싶어 한 칵테일 바에 기꺼이 가는 것처럼.

그러나 연애라는 건, 순간의 낭만에서 출발해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72시간 소개팅’이 지닌 특별함은 그 낭만의 이면에 놓인 현실을 생각하는 출연진의 고민과 망설임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에 있다. 예컨대 수인과 재원은 여행 첫날 밤, 공원에 걸터앉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놓는다. 연애 경험이 없는 수인은 그에 얽힌 가족 이야기를 덤덤히 전하고, 재원 또한 소원한 부자 관계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털어놓기도 한다. 다만 제작진은 보편적 연애 프로그램에서 선뜻 나오지 않을 법한 출연자들의 솔직함을 자극적인 소재나 캐릭터로 활용하지 않고, 시청자가 출연자의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게 하는 장치로 변모시킨다. 그래서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내면의 일렁임을 지닌 재원이 스스로 “그리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은 못하겠어.”라며 관계에 망설임을 표하는 모습도, 하지만 더없이 솔직한 수인이 “그건 내가 판단할게.”라 답하는 단단함도, 모두 자연스레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이처럼 ‘72시간 소개팅’에서는 연애 프로그램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최종 선택보다, 두 사람이 여행하며 나누는 대화의 과정이 더 빛난다. 출연자들이 현실의 인연으로 이어졌는지 유무와 관계없이, ‘72시간 소개팅’ 세계관이 선사하는 서정과 몰입감이 남다른 이유일 테다. ‘연애 프로그램’에서 진짜 ‘연애’를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반가운 프로그램이 돌아왔다.

‘디스클로저 데이’
남선우(‘씨네21’ 기자): 내가 ‘디스클로저 데이’에서 가장 유심히 본 장소는 ‘세트장’이다. 어린 시절 자기 방에서 외계인들과 접촉한 마거릿(에밀리 블런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휴고(콜먼 도밍고)가 지은 모델하우스 말이다. 군산복합체 내 비밀 조직에서 근무하며 외계인들의 지구 방문 기록과 그 후의 처지를 파악한 휴고는 이 사실을 인류에 폭로하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을 뛰쳐나왔다. 그런 그에게 마거릿은 오랜 시간 쌓인 자료의 진정성을 검증해줄 존재이자 대중을 설득할 또 하나의 증거. 하지만 마거릿은 과거 일을 불분명한 트라우마로 치워둔 채 살아왔다. 자신에게 갑자기 생긴 기이한 능력과 외계인의 연관성도 모른다. 그 상태를 바꿔놓으려 12명의 동료를 동원해 집을 세우고, 거기로 마거릿을 초대한 휴고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움직인다. 상대가 믿기 어려운 일을 믿도록, 알 수 없던 것을 알도록, 느끼지 못하던 기운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효율 따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의 머릿속에 머물던 그림을 눈앞에 선명하게 불러오려는 시도다. 그렇게 재현된 신비가 현실을 압도할 때, 우리는 잠시 혼란을 잊고 정면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디스클로저 데이’로 유도한 체험도 그러하다. 익숙한 음모론을 끌어왔음에도 여백이 많은 이 작품에서 긍정할 구석은 이처럼 영화라는 매체 자체의 쓸모를 긍정하게 만드는 순간들이다. 외계인을 신뢰하는 인물에게서 영화를 신뢰하는 거장의 눈빛을 읽은 게 나뿐만은 아닐 듯하다.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 ‘Hard Dance’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최근 대중음악에서 지분을 높인 사운드를 꼽으라면, 하드 댄스 계열일 것이다. 빠른 BPM, 가슴을 때리는 킥드럼, 긴장을 축적하고 터뜨리는 드롭까지, 한때 언더그라운드 레이브에 속했던 특질은 K-팝의 새로운 동력으로 보일 정도다. 지금처럼 클럽과 라디오의 경계가 흐려진 음악적 흐름의 원천이 궁금하다면, 애플뮤직의 ‘Hard Dance’가 힌트를 줄 것이다.

이 재생목록은 하드 스타일을 단일 장르가 아니라 서로 이어진 아이디어의 연속으로 본다. 스테이트 원의 ‘Critical’, 클로파마의 ‘LOCKED & LOADED’처럼 떠오르는 아티스트의 호전적인 곡들이 포문을 연다. 한편으로 네덜란드의 스타, LNY TNZ가 아웃사이더스와 함께한 ‘Weisse Nase’, 미국 하드코어 씬의 레이디 페이스와 손잡은 ‘Night Predator’로 이어진다. 몰아치는 비트 속에서 멜로디 요소가 어떻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지 보자. 그사이로 결이 다른 강렬함이 끼어든다. 프랑스 하드 테크노의 니코 모레노의 ‘See Me Coming’은 순수한 킥의 반복으로 청자를 몰아붙인다. 한편으로는 옐로 클로, 케이조와 같이 트랩이나 록의 요소를 받아들이는 잡식성 프로덕션이 펼쳐진다.

조금씩 다른 하위 장르들이 하나의 리스트 안에서 끊김 없이 흘러간다. ‘Hard Dance’는 두 종류의 감상자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타협 없는 비트로 심박수를 끌어올리려는 이들, 그리고 지금 대중음악을 관통하는 강렬한 사운드의 뿌리를 직접 확인하려는 이들.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드는 트랙을 만나면 당신의 라이브러리에 추가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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