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중 에반은 답변을 위해 종종 노래를 흥얼거리듯 부르거나, 직접 안무의 그루브를 보여주기도 한다. 호기심과 차분함이 오가던 그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게 변모할 때. 에반이 “Ride or Die”하는, 그 몰입의 순간들.
최근 ‘엘르’의 영상 콘텐츠에서 게임 ‘포켓몬 포코피아’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요.(웃음)
에반: 주로 아이템 모으는 걸 좋아해요. 게임에서 ‘흔들풍손’이라는 걸 만나면 ‘꿈섬’이라는 곳에 갈 수 있는데, 거기에서만 얻을 수 있거나 평소 구하기 힘든 아이템들이 많이 있거든요. 거기 갈 때가 제일 신나요. 그런데 하루에 한 번 밖에 못가도록 설정되어 있어서 (게임 기기의) 시간을 돌리는 불손한 방식으로(웃음) 여러 번 갔었죠. 진척도로 치면 한 20% 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아예 안 하지만요.
그리고 언어 공부에도 시간을 들이고 있는 듯해요.
에반: 요즘은 저한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위주로 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방금 출근하면서도 중국어 레슨을 받고 왔어요.(웃음) 그저께 처음으로 문장 만드는 걸 성공했어요. 발음을 습득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성조는 아직 더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일본어도 배우려고 하고요. 영어도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최근에 음악 작업과 관련된 세션을 거의 20~30번 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영어가 이전보다 자연스러워진 상태가 됐어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특히 언어 공부에 노력을 쏟는 이유가 있을까요?
에반: 진심으로 더 많은 팬분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제가 잘은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을 때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려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이나 위버스 DM에서도 에반 씨는 각 공간의 특성에 맞춰 팬들에게 다가가고 계시더라고요.
에반: 은연중에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음악 작업처럼 확신이 있는 영역에서는 고집이 분명한데,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생각보다 고집이 없는 편이라서요. 팬분들에게는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평상시의 저에게는 그냥 귀여운 모습도 있을 거고, 일상적으로 안 올릴 법한 사진을 업로드했을 때 팬분들의 반응도 재미있어요. 대화하며 약간 ‘밀당’할 때 즐거운 게 있더라고요.(웃음) 누구에게나 다양한 면들이 함께 있을 텐데 저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금 더 보여주고픈 마음이 있었나 봐요.
동시에 저스틴 비버의 ‘DAISIES’ 커버 곡 영상 같은 모멘트도 있었어요.
에반: ‘이런 걸 올려보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셨더라고요.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웃음) 물론 그런 자연스러움이 중요했던 영상 같아요. 날것이 주는 매력이 있으니까요.
그간 잘 알려진 에반 씨의 취향이나 스타일이 묻어나온 것 같았는데, 요즘은 듣는 음악에도 변화가 생겼나요?
에반: 이런저런 작업을 하면서 저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게 됐고, 다양한 걸 느꼈어요. 단순하게 R&B 장르만 좋아한다고 하기엔 복합적인 것 같아요. 물론 얼터너티브 R&B적인 사운드에 대한 취향이 뼛속 깊이 있는데, 업비트도 좋아하고 슬로우 잼도 좋아하고요. 스스로를 얼터너티브에 가깝다고 얘기하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여전히 R&B를 빼놓을 수 없기도 해서, 그게 기반이 되어야 제 음악이 완성된다는 걸 느끼기도 했어요.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결론이 조금은 나온 걸까요?
에반: 결론…이 쉽지는 않아요.(웃음) 결론이라는 건 스스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파악했을 때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서요. 지금은 나날이 달라지고 있어요. 제 스타일이나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계속 변화하는 느낌이에요.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만큼 장르적인 관심도 더 분산되고 있는데, 그래서 R&B도 원래 좋아하는 거지만 더 다채롭게 구사할 수 있는 장르가 되었다고 느껴요. 요즘은 록 펑크도 좋아하고, 옛날 밴드 음악도 많이 듣게 됐어요. 마이클 잭슨도 좋아하고요.

디지털 싱글 타이틀 곡 ‘Ride or Die’가 그런 복합적인 취향의 결과물 같기도 해요. 뭔가 예상치 못한 바이브의 곡이라 생각했어요.
에반: 이번 싱글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을 때, 첫 세션에서 나온 곡이에요. ‘Ride or Die’라는 키워드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후렴구 멜로디를 부르며) “You are my ride or die~” 부분의 멜로디가 떠올라 거기부터 출발했어요. 록이지만 강렬하고 부서지는 듯한 저역대 베이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프로듀서분께 부탁을 드려 그 비트가 나왔고, 바로 녹음을 했죠. 거의 세 시간 만에 곡의 초안이 나왔던 것 같아요. 당시에 “이런 거 만들어 볼래.” 했던 게 온전히 담겨 있는 곡이에요.
운명적인 곡이네요?
에반: 운명적이에요. 엄청 의미가 깊은 곡이죠. ‘Ride or Die’가 타이틀 곡이 되었으면 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결정되어서 놀랐어요.
순간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지만, 꽤 구체적인 그림이 있었던 곡처럼 느껴져요.
에반: 도입부는 약간 영국 밴드처럼, 러프한 느낌으로 출발하고 싶었어요. 중간에 소위 ‘쪼개는’ 부분을 넣는 것처럼 구간마다의 재미를 주려고 했고요. 지금 생각나는 게, 작업 당시 저희가 자꾸 베이스를 더 키워달라고 엄청 얘기했거든요. “베이스 더 키워줘. ‘왕왕왕’거리게 해줘” 라고요.(웃음) 그러면 사운드가 과할 정도로 튀게 되는데도 계속 “괜찮아, 그냥 틀어봐” 이랬어요. 그러니까 프로듀서분이 “너희 진짜 미친 것 같다.”고.(웃음) 나중에 밸런스를 잡긴 했지만, 지금도 베이스 위주로 들어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여러 요소를 섞어놓은 사운드라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게 해놨거든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록의 정신 같아요.
곡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뭔가 휘몰아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에반: ‘Ride or Die’라는 토픽도 그렇고, 이 곡의 흐름으로 봤을 때 마지막에는 다 태워버리고 끝나야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끝까지 함께할 거야. 죽을 때까지 함께할 거야.’ 이런 느낌인데 그냥 끝나면 아쉬울 것 같아서요.
사실 보컬 측면에서도 의외인 곡이었거든요. 에반 씨라면 R&B의 섬세한 측면이 강조된 곡을 택할 거라 예상했는데, 이 곡은 록의 애티튜드나 날것의 표현도 필요할 것 같았어요.
에반: 이 곡이 쉬는 곳도 거의 없고 심지어 마지막에 고음이 나와요.(웃음) 첫 녹음 때 노래가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걸 깨닫고, 저의 환경과 마음가짐을 더 발전시키려고 했어요. 녹음하면서 연습 시간도 더 늘렸고, 여러 부분을 개선하려고 노력했고요. 보컬도 더 투박하게 질러보는 방법을 알아가야 했어요. 약간 ‘R&B 너 빨리 나가. 나 록 해야 되니까 빨리 (내 목에서) 나가.’ 이런 느낌이었어요.(웃음) 워낙 록 기반의 사운드도 좋아해서, 거기에 맞는 보컬을 생각하면서 하고 있어요. 체력도 더 신경 쓰고,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퍼포먼스에서도 체력적으로 쉽지 않을 듯했어요. 2절로 넘어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인상이었어요.
에반: 저희 회사분께서 제게 별명을 하나 지어주셨는데 ‘유리 대포’라고.(웃음) 폭탄을 날려야 되는데 몸이 유리라서 계속 깨진다는 건데, 체력 관리하라는 말씀이시겠죠.(웃음) 그래서 이제 유산소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해요.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안무적인 요소가 합쳐진 구성도 흥미로워요.
에반: 퍼포먼스는 오히려 제3자의 눈으로 보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하게 되면 저의 취향만 들어간 무대가 되잖아요. ‘누군가 봤을 때도 좋은 건가? 멋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려고 했어요. 후렴구는 그냥 딱 봤을 때 심플하게 보이고 싶었고, 다른 부분들은 구성으로서 완성되는 게 있는 듯해요. 제가 마이클 잭슨의 영화는 아직도 못봤는데, 그분의 무대를 좋아하는 이유가 확실한 구성에서 오는 몰입도가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그만큼 보여주고 싶은 게 있는 거네요.
에반: 무대에서의 모습은 생생히 그려져요. 항상 어떤 음악을 만들면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그걸 꼭 해내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Ride or Die’는 진짜 감정이 가는 대로 썼던 것 같아요. 듣는 분들이 느끼시기 나름이라 보편적인 사랑 얘기가 될 수도 있고, 해석은 열어놓았죠. 다만 저에겐 팬분들을 생각한 노래예요.
‘Ride or Die’와 대조적으로 ‘Overflow’는 넘칠 듯한 감정을 조금은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에반: ‘Overflow’는 조금 더 저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누구나 때로는 슬픈 마음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걸 털어놓을 곳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말하더라도 결국 ‘타인에게는 휘발될 수 있는 대화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어요. 라이너분께서 ‘overflow’라는 키워드를 던져주셨는데, 어떤 넘치고 있는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였던 것 같아요.
반복되는 노래의 구조와 가사 그리고 사운드의 분위기가 일맥상통하는 것 같고요.
에반: 노래에서는 끝까지 ‘끝난 건가? 아닌가?’ 이런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훅(hook) 부분에 조금은 긍정적인 이야기를 남기고도 싶었고요. “Here we go again”이라며 ‘다시 해보자. 그냥 해보자.’ 하는데, ‘그렇게 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잖아.’ 이런 느낌이에요. 약간의 희망은 있는데 또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싶은.(웃음)
그래서인지 에반 씨가 마치 말하는 듯이 부르기도 해요.
에반: 말하는 듯이 곡을 쓰는 아티스트분들에게 영감을 받은 것 같아요. 이모 랩 장르나 맥 밀러의 음악도 엄청 좋아했고요. 그런 게 발음에서도 자연스럽게 표현된 듯해요.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들리시는 그대로가 제 감정인 것 같아요.
어떤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도리어 음악의 구조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잖아요. 그런 선택들은 어떻게 하나요?
에반: 확실히 점점 제 취향도 정확히 알 것 같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도 조금 알 것 같아요. 어떤 곡은 훅을 반복해야 좋은 곡이 되고, 어떤 곡은 벌스가 길어야 되고, 어떤 건 네 마디면 충분하고. 그런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음악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어떤 곡에 대해 ‘너무 긴 것 같은데? 갑자기 여긴 뭐야?’ 이런 걸 느끼실 텐데, 그런 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작업하는 게 아닐까 해요.
앞으로 프로듀서로서 에반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과 사람 이희승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공존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사이에서의 균형은 어떻게 찾나요?
에반: 언젠가 나오게 될 다음 앨범에 담길 것 같아요.(웃음) 그때 이어서 설명드리면 좋을 듯해요. 지금으로서는 ‘Ride or Die’와 ‘Overflow’, 진짜 그 반반인 것 같아요. 결국은 다 저의 이야기이긴 하네요.
창작이라는 건 궁극적으로 나에 대해 더 알아가는 과정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싱글을 완성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스스로의 모습이 있다면요?
에반: 제가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듣는 건 적다고 느끼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어떤 게 멋있어 보여서 꽂히면, 그 한 곡을 2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들어요. 그런데 그게 좋은 쪽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할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스펙트럼이라는 게 결국 넓어야 하는데, 아직은 좁다고 느껴서요. 예를 들어 영화도 특정한 장르만 계속 보게 되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최근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색깔도 다양하고, 배열을 맞춘 장면들이 보여주는 신선한 구조나 미감이 있더라고요. 다양한 것들을 접해야겠다고 반성하게 됐어요.(웃음)
그런 마음은 결국 자기 발전에 대한 욕구 같기도 한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유가 뭘까요?
에반: 어쩌면, 지금은 조금 더 알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단순한 재미를 주는 걸 넘어, 감동을 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저의 음악을 통해 누군가 한 명이라도 변화한다면 좋을 것 같아서요.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겠지만, 저도 아주 어렸을 때 힘들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결국에는 괜찮아지는 시기가 오게 되는 것 같았어요. 앞으로 음악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Ride or Die’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요?
에반: ‘Ride or Die’를 처음 만들고 들었을 때의 그 쾌감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정말 너무 신났어요. ‘평소에 다루지 않던 장르로 이렇게 할 수 있구나.’ 싶었거든요. 마찬가지로 노래와 퍼포먼스가 결합되어 세상 밖으로 공개됐을 때 저에게 주는 감정이 뭐가 있을지, 기대가 커요. 결국 사람들이 저의 무대를 보고 즐기게 만들고 싶거든요. 그걸 통해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