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방탄소년단 ‘ARIRANG’ 월드 투어 리포트
BTS 2.0, 방탄소년단의 ‘K-’를 무대로 옮기다
Credit
송후령
비주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노연수
디자인베리핸디서비스

방탄소년단은 지난 4월부터 ‘BTS WORLD TOUR ‘ARIRANG’(이하 ‘ARIRANG’ 투어)’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공백기 이후 첫 단체 공연이자 대규모 스타디움 투어로, 마침내 돌아온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2.0’ 챕터로 나아가는 페이지이기도 하다. 유럽 투어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이번 ‘ARIRANG’ 투어의 연출 의도 및 제작 과정, ‘더 시티’ 비하인드와 함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직접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ARIRANG’ 투어 리포트를 준비했다. ‘Body to Body’의 오프닝 가사처럼, 모두 함께 스타디움의 열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I need the whole stadium to jump”!

투어 일정
‘ARIRANG’ 투어는 지난 4월 9일 한국 고양종합운동장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남미, 아시아, 호주 등 전 세계 스타디움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현재 34개 지역에서 총 88회 공연 일정이 발표됐고, 이는 K-팝 아티스트의 역대 단일 투어 중 최대 규모다. 지난 5월 열린 멕시코 공연은 2015년 7월 이후 약 10년 10개월 만에 개최된 단독 공연으로, 현지 팬덤의 압도적인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일곱 멤버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소칼로 광장에는 약 5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고, 2~3일 차 공연 날에는 공연장 밖을 둘러싼 팬이 약 3만 5,000명 규모에 달했을 정도였다. 오는 10월에는 콜롬비아와 페루, 아르헨티나에 완전체로 처음 방문한다. 이번 투어는 팬데믹과 공백기 이후 방탄소년단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ARMY)들을 만나고자 하는 멤버들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마침내 우리가 재회한다는 사실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RM은 ‘ARIRANG’ 투어의 목적을 아미에게서 찾았다. 팀 방탄소년단으로서 1년이 훌쩍 넘는 긴 일정의 월드 투어를 재개하게 된 소감을 묻자 지민이 답했다. “무대에서 멤버들이 춤추는 걸 보고, 노래하는 걸 듣다 보면 절로 흐뭇해지는 순간이 종종 있어요. 그럴 때면 우리가 ‘같이’ 하고 있다는 게 실감 나거든요. 역시 누구보다 저를 잘 알고 또 우리를 잘 아는 멤버들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고 여유도 생깁니다.”

SETLIST
“한국의 민요 ‘아리랑’과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ARIRANG’ 사이의 연결점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ARIRANG’ 투어의 연출 감독은 “민요 ‘아리랑’에는 한숨 섞인 소리 속에 흥겨운 장단이 녹아 있다.”는 점을 짚으며, “한(恨) 속에서 흥(興)을 찾는 순환과 조화의 흐름에 깃든 한국인의 강인함과 따뜻함”을 이번 공연에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앨범 ‘ARIRANG’ 역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삶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례로 RM은 위버스 라이브에서 수록 곡 ‘NORMAL’에 대해 희망찬 멜로디와는 달리 가사에는 슬픈 감정이 담겨 있다고 소개하며, “슬픈 노래지만 (공연에서는) 다 같이 기쁘게 불러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출 감독에 따르면, 이러한 맥락에서 공연을 이루는 각 섹션의 소주제는 “한, 흥, 사랑” 순으로 배치됐고, 이는 각각 “BTS, KOREA, ARIRANG”과 연결된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아리랑’의 본질적인 정서를 계승하는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ARIRANG’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연출 감독은 이번 ‘ARIRANG’이 “약 4년간의 공백 후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멤버들의 고민과 걱정”이 담긴 앨범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첫 번째 섹션에서도 “방탄소년단과 한이라는 키워드를 매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달려라 방탄’의 무대에서 제이홉이 “지민이, 뷔, 고생s / 남주니, 홉 고생s / 윤기형, 찐, 고생s / 정국이, 모두 so thanks”라고 랩을 할 때, 카메라가 멤버들의 얼굴을 차례로 비추는 구간은 그간의 고생을 위로하며 리스펙트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복되는 삶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SWIM’과 권태를 토로하는 ‘Merry Go Round’ 역시 해당 섹션에 배치됐다. 민요 ‘아리랑’이 굴곡진 인생사를 고개를 넘는 과정에 비유하듯, 첫 번째 섹션은 방탄소년단이자 한 인간으로서 지닌 고민과 복잡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인터미션 쇼 이후 이어지는 두 번째 섹션에는 “그냥 일단 머리 풀고 놀아버리는 한국인의 흥”을 보여주고자 한 연출 감독의 의도가 반영됐다. ‘FYA’와 ‘불타오르네 (FIRE) (FYA mash up)’ 무대는 멤버들이 전력을 다해 뛰어다니면서 누구나 뛰놀고 열광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Body to Body’와 ‘IDOL’을 연이어 선보이는 구간에서는 한국적인 요소를 직관적으로 풀어낸 연출을 기반으로 “끝까지 흥을 끌어올림으로써”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낸다. 마지막 섹션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연출 감독은 해당 섹션에서 “‘아리랑’과 ‘What is your love song?’라는 질문을 연결”함으로써, “아미와 방탄소년단의 서로를 향한 사랑과 유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도록 설계”했다는 의도를 밝혔다. 이는 “팬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오직 팬분들을 위한 구간을 만들자.”는 내부적인 목표에 따른 결과기도 했다. 연출 감독에 따르면 매 공연마다 다른 구보 곡을 선보이는 랜덤 곡 코너는 이전부터 “멤버들의 버킷리스트”였던 요소로, 매 회차 특별한 기억을 남기려는 멤버들의 의지가 반영된 구성이다. 끝으로 마지막 곡 ‘Into the Sun’ 무대를 마친 후, 멤버들이 중앙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석 아래 게이트로 걸어 나가는 모습으로 공연이 마무리된다. 공연의 끝자락에서 방탄소년단은 그렇게 다시 아미의 품으로 향한다. 그들이 지나온 한과 흥, 그 궤적 위 모든 기쁨과 슬픔을 끌어안으면서.

BEHIND
점화된 플레어를 든 한 명의 훌리건이 필드로 뛰어든다. ‘Hooligan’의 전주가 흘러 나오고, 전광판의 한지 그래픽은 불길에 휩싸인다. 더 많은 훌리건들이 합세해 무대를 장악하자 짙은 스모그가 퍼지면서 관객석까지 붉은빛으로 물든다. 그 혼돈을 뚫고 일곱 멤버들이 중앙 무대에 섰을 때, 공연의 첫 곡 ‘Hooligan’이 시작된다. 연출 감독은 이번 공연의 목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이 십몇 년 동안 구축해온 K-팝의 공연 공식을 벗어나 우리의 다음 단계, 즉 방탄소년단 ‘2.0’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공연의 오프닝은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판을 다시 뒤집겠다는 포부를 담아,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거친 생동감과 강렬함을 담은 입장 신(Scene)”처럼 보이기를 의도한 결과다. 이는 기존 K-팝 공연의 일반적인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티스트의 아우라를 보여주며 공연을 시작하는 구성이기도 했다.

360도 무대 역시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2.0’ 챕터의 포부를 표현하기 위한 선택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제이홉은 “그동안 방탄소년단은 정말 많은 공연을 해왔기에” 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완전한 정답이라기보다는 그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음을 반추했다. 그는 “스타디움이라 날씨 영향도 고려해야 했고, 퍼포먼스를 할 때 방향 전환 등 전 구간을 신경 써야 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덧붙이며, 그 과정 끝에 얻은 성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두려웠고 적응도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스타디움이 방탄소년단과 아미로 가득 채워지는 그림을 계속해서 상상했어요. 이번 투어는 분명 방탄소년단이 다음으로 전진할 수 있는 큰 스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강한 자신감도 생깁니다.”

ⓒ BIGHIT MUSIC

“전원 한국산”. 지난 6월 12일 부산 1일 차 공연의 ‘MIC Drop’ 무대 중 RM이 뱉은 이 한마디는 ‘ARIRANG’ 투어 연출의 기반이 된 메시지이기도 하다. 연출 감독은 “방탄소년단이 한국에서 시작한 팀(Rooted in Korea)”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고, 그래서 “가장 한국다운 것을 전 세계 관객들에게 어떻게 소개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전했다. 무대 구조 전반에는 팀의 정체성과 한국의 전통 미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연출 의도가 깊숙이 녹아 있다. 중앙 무대는 “왕이 연회를 하며 즐기는 공간이었던 경회루에서 영감을 얻어” 멤버들이 그 위에서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획됐다. 무대 상부는 ‘누(樓)’의 지붕과 비슷한 형상으로 디자인 되었는데, 이를 부감 숏으로 바라보면 방탄소년단의 로고의 아웃라인 실루엣이 연상되기도 한다. 한편 무대 바닥 구조의 중앙 링은 ‘태극’에서, 게이트를 향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로드는 ‘건곤감리(乾坤坎離)’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태극기의 구조를 차용해 구현된 것이다. ‘승무’에서 착안한 흰 천을 ‘SWIM’의 주요한 무대 소품으로 활용하는 등 공연 곳곳에 한국적인 미를 투영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나아가 ‘they don’t know ‘bout us’에서 한국 전통 탈 이미지를 핸드 스크린에 띄우고, ‘IDOL’에서 LED 깃발과 리본을 활용한 것처럼 전통적인 오브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품은 ‘K-’를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 BIGHIT MUSIC

특히 ‘Body to Body’에서 ‘IDOL’로 이어지는 구간은 이러한 연출을 종합적으로 구현한다. RM은 위버스 라이브에서 ‘Body to Body’ 작업 당시 ‘1988 서울 올림픽’의 공식 주제곡이었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에서 영감을 얻어 ‘Body to Body’라는 키워드로 발전시킨 배경을 밝혔다. 연출 감독은 ‘Body to Body’와 ‘IDOL’ 무대의 연출 역시 “‘1988 서울 올림픽’ 개회식의 ‘강강술래’와 선수단 입장 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서는 댄서 50인은 다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강강술래를 했던 ‘1988 서울 올림픽’처럼 이들과 함께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도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이 행진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는 한국의 멋, ‘ARIRANG’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Body to Body’에 삽입된 민요 ‘아리랑’을 전 세계 관객이 한국어로 떼창하는 순간은 연대의 상징이 된다. 지난 5월 19일 미국 스탠퍼드 스타디움 공연에서 ‘아리랑’ 선율이 흘러 나오자 관객들이 태극기를 일제히 들어 올리는 이벤트를 선보인 것처럼, 관객들과 방탄소년단은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고 하나가 되는 여정을 이번 투어를 통해 체험한다. 이에 대해 진은 “알프스의 민요인 요들 송”이 세계적으로 널리 불린다는 점을 예로 들며, 자신도 “전 세계 많은 팬분들께 한국의 민요를 알려드리고 같이 부르게” 되어 기쁘다는 소회를 전해왔다. “무대에서 ‘Body to Body’의 아리랑을 따라 부르시는 관객분들을 보면 ‘영화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예요. 저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모습인데, 그걸 현실로 마주하니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해서요. 음악으로 다가간 덕분에 친근하게 팬분들께 ‘아리랑’을 소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BTS THE CITY
‘BTS THE CITY ARIRANG(이하 ‘더 시티’)’은 방탄소년단의 ‘ARIRANG’ 투어와 연계해 진행되는 초대형 도심 축제 캠페인이다. 지난 3~4월 ‘ARIRANG’ 발매 시기에 진행된 ‘더 시티 서울’을 시작으로, 5월 ‘더 시티 라스베이거스’, 6월 ‘더 시티 부산’ 그리고 7월에는 ‘더 시티 런던’이 진행된다. “관객분들이 공연장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기쁨이 좀 더 길게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더 시티’ 프로젝트 관계자의 설명처럼, ‘더 시티’는 “과거 콘서트와 연계해 진행되던 여러 형태의 팬 경험과 문화를 한데 모아 도시 전체로 규모를 확대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공연 경험을 도시 전체로 확장해 오프라인 현장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경험의 희소성’을 선사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에 ‘더 시티’ 관계자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팬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일반 관광객들도 아티스트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화로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덧붙였다.

제이홉이 전 세계 여러 도시를 오가는 투어 일정을 소화하며 자연스럽게 “각 도시와 사람들, 분위기를 몸소 느끼며 즐기게 된다.”고 언급한 것처럼, ‘더 시티’ 관계자 역시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는 “도시의 로컬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앨범 ‘ARIRANG’의 메시지와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일관되게 연결”해 공연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더 시티 서울’은 “역사적 상징성과 일상적 공간이 공존하는 서울의 특성을 고려해 팬덤이 도시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축제처럼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획한 한편, ‘더 시티 부산’은 “방탄소년단의 데뷔 기념일(6월 13일)과 ‘BTS FESTA’, 약 4년 만의 콘서트가 맞물리는 홈커밍의 정서적 맥락을 반영”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5월 진행된 ‘더 시티 라스베이거스’는 방탄소년단이 지닌 막강한 IP 파워와 위상을 보여준 동시에 ‘더 시티’의 성장을 함께 입증한 사례였다. ‘더 시티’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이나 관광객들도 “이게 다 방탄소년단을 위한 거야? 정말 대단하다.”며 발걸음을 멈출 정도였다는 현장 반응을 전했다. 또한 핵심 상업 지구인 ‘스트립(Strip)’과 다운타운 일대의 대형 미디어를 동시 장악한 ‘마키 테이크오버(Marquee Takeover)’ 및 도시 전역을 붉은색으로 물들인 ‘레드 일루미네이션(Red Illumination)’의 압도적인 규모감을 강조했다. 이는 단일 아티스트 최초로 슈퍼볼이나 F1 규모에 버금가는 도시 스케일의 이벤트를 구현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세계 최대 구형 공연장 ‘스피어(Sphere)’ 액티베이션 연출에 대해서도 ‘더 시티’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비하인드를 덧붙였다. “스피어 전용으로 제작한 영상에서 주요 모티브로 활용한 대종은 앨범 ‘ARIRANG’의 트랙 ‘No.29’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에서 우리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을 파장감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청사초롱은 ‘더 시티 서울’의 숭례문 미디어 파사드와 연결되는 요소로, 각 도시를 하나씩 비추어 가며 투어의 여정을 잇는다는 스토리를 담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더 시티’는 ‘ARIRANG’ 투어의 궤적을 함께한다.

ARMY
“미안 좀 늦었지 / 그동안 별일 없이 잘 지냈지”. ‘Come Over’ 무대에서 슈가는 담담한 목소리로 아미들에게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이때 “늦었지”라는 물음에 아미들이 “아니”라고 호응하는 것은 이번 투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슈가는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서 ‘Come Over’를 노래할 수 있음에 그저 기쁠 뿐”이라는 소회를 전하며, “오랜만에 하는 앨범 작업이었기에 그냥 떠오르는 생각 그대로”를 옮긴 결과물이 ‘Come Over’라고 덧붙였다. ‘Come Over’의 한 구절을 빌려 말하자면, 방탄소년단의 ‘ARIRANG’ 투어는 “다시 시작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여정처럼 보인다.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것들이 있다. 정국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투어 현장에서 브이로그를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이는 과거 정국이 영상을 제작해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G.C.F(Golden Closet Film)’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브이로그를 공유하게 된 계기를 묻자 정국은 이렇게 답했다. “옛날에 가끔 영상을 찍었을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사진뿐 아니라 영상으로도 남겨두면 그 당시의 상황이 더 뚜렷하게 기억나기도 해서, 앞으로 종종 하루를 아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공연 말미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던 노래 중 2곡을 선보이는 랜덤 곡 코너 역시 과거의 향수를 되살린다. 영국 ‘NME’가 “세트리스트 대부분을 신보 수록 곡으로 채우면서도 지난 노래를 적절히 배치해 현재와 과거를 효과적으로 연결했다.”고 평한 것처럼, 해당 구성은 매 회차 새로운 구보 곡 무대를 쌓아가며 투어 여정의 의미를 더한다. 뷔는 랜덤 곡 코너에서 어떤 감정과 에너지를 느끼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예전 곡이 나오면 순간적으로 그때의 기억이 선명해지거든요. 그 시절을 잊지 못해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자연스레 몸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괜히 더 행복해지고 신이 나서 그런지 저도 모르는 새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사실 예전에 정말 많이 연습했던 곡들이라 몸에 배어 있어 도무지 잊히지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 BIGHIT MUSIC

6월 12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1일 차 공연의 랜덤 곡 코너에서 방탄소년단은 ‘팔도강산’과 ‘Ma City’를 불렀다. 과거 방탄소년단은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 충청도부터 전라도 / 우리가 와불따고 전하랑께”(‘팔도강산’)라고 한국의 각 지역을 호명하면서 서울에 모여 팀을 이루게 된 배경을 소개했고, “날 키워준 city”(‘Ma City’)라며 지역 출신인 자신들의 뿌리를 긍정했다. 그래서 RM이 위버스 라이브에서 “7명의 한국 청년들의 어떤 새로운 출발”이라 자신들의 현 상황을 요약하며 이 질문을 던진 것은, 이번 ‘ARIRANG’ 앨범과 공연이 방탄소년단의 본질과 근원에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 그럼 방탄소년단은 다른 팀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해왔던 것들은 무엇인가?” 지역에서 서울로, 한국에서 세계로, 무수한 경계 위에서 그들은 더 많은 것들과 연결되며 성장해왔다. 그렇다면 ‘ARIRANG’ 투어가 끝날 때쯤, 방탄소년단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을까?

RM은 이 투어가 방탄소년단과 아미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가고 있는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항상 앨범이 나오고 나면 이제 더 이상 저희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가와 감상은 오롯이 청자와 관객의 몫이 되는 셈인데요. 아직은 확신하기 어렵지만, 일로서든 개인의 삶으로서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것이 어떤 방향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요.”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하는 것. 무대로서 증명하고 함께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 이 고개 너머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은 지금껏 그들이 해온 방식 그대로 다음 챕터를 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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